II. 보편적인 적용의 법적 실현에 관한 평가
2. 외국인과 보편성
심각하다. 2015년 8월을 기준으로 정규직근로자의 가입률은 82.0%에 이르렀으나, 비정규근로자의 가입률은 36.9%에 머물렀다.236) 비정규 근로자는 사업주의 규제회피와 저소득으로 인하여 국민연금에 가입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237) 그리고 특수형태근로종 사자들은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여 상당수가 납부예외나 적용제외 상태에 있다.238) 또한 대부분 지역가입자에 속하는 자영업자도 경제 적 부담 등으로 국민연금보험료를 납부하지 아니함으로써 연금수급 권을 사실상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239)
그렇다면 비정규근로자도 국민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에서 지역가 입자의 지위가 부여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형식적인 법적 보편성을 보이고 있으나, 비정규근로자에 대한 가중된 보험료의 부담에 의한 적용상 차별은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이 실질적인 법적 보편성의 실현에서는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보험에서는 고용관계를 토대로 가입 자격이 부여되고, 가입자는 고용관계에 기초한 소득의 일부를 보험료로 납입하며, 고용지에서 사회적 위험이 발생한 경우 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240) 또한 국내에서 일정 기간 거주하면서 일정한 노동관계나 생활관계 를 형성한 외국인은 시민권자로서 국민과 동일하게 보호받아야 한 다. 사업장변경이나 질병 등에 따른 소득 공백기의 존재, 고령화, 산 업재해 등은 공통적으로 직면하는 사회적 위험요인이고, 더구나 다 른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환경에서 노동하거나 생활을 영위하는 외국인은 위와 같은 위험에 대한 대처가 더 미숙할 수밖에 없기 때 문이다. 결론적으로 국적을 기준으로 준거법을 결정하는 것은 사회 보험의 보편적 적용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준거법으로 고용지법인 국내법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사회보험 의 외국인에 대한 보편적인 적용과 관련하여 상호주의, 체류자격이 문제될 수 있다.
먼저 국민연금법상 상호주의는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재산권적인 성격이 강한 연금의 경우에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급여를 제한하는 조치는 헌법상 재산권 보장과 조화되기 어렵고,241) 해당 외국에 상 호주의를 적용할 연금 유사의 제도가 존재하는지에 따라 보호 여부 가 결정되기 때문에 보편성의 관점과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국민건강보험에서 외국인의 체류자격 여부에 따라 보호 범위를 결정하는 것을 보편성의 관점에서 어떻게 파악하여야 할 것 인가?
산재보험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자격 여부에 관계없이 산
240) 전광석(2002), 앞의 책, 258-260면 241) 전광석(2014), 앞의 책, 222면
재보험 급여를 하는 것이 근로자를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하는 산 재보험의 본질에 맞는다. 체류자격이 없는 외국인 근로자는 고용계 약을 통하여 산재보험과 연결되고, 산재보험법상 보호는 이미 형성 된 근로관계에 기초하여 인정되며, 사용자도 이와 같은 외국인 근로 자의 고용으로 편익을 받고 있는 상황이므로 사용자의 보험료 부담 으로 운영되는 산재보험법상 보호가 정당화된다. 대법원도 같은 취 지에서 출입국관리법상 취업자격을 갖고 있지 않았던 외국인이라도 그 고용계약에 따라 사용·종속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 온 근로자인 이상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242)
이 문제에 관하여 시민권의 개념을 체류자격과 무관하게 정의하 는 입장에서는 산업재해의 경우 체류자격과 상관없이 전면 적용되 므로 건강보험도 체류자격과 상관없이 적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고 주장한다.243) 하지만 건강보험은 다르게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체류자격이 없는 외국인에게 발생하는 건강상 위험도 보호하여야 할 대상인 것은 맞지만, 산재보험과는 달리 건강보험의 가입자는 반 드시 고용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체류자격 이 없는 외국인이 근로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보험료 납 부 등으로 수급자격을 갖추기는 어렵다. 또한 불법체류자는 강제출 국의 위험 때문에 신분의 노출을 꺼리므로 실질적인 의료보장을 제 공하기도 곤란하다.244) 이와 같이 체류자격이 없는 외국인을 국민건 강보험에서 보호할 근거와 실익이 없으므로, 체류자격이 없는 외국
242) 대법원 1995. 9. 15. 선고 94누12067 판결 243) 이다혜, 앞의 논문, 101면
244) 노재철, 고준기,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장법상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한양법학 24권 제3집, 2013. 8, 141면
인에 대한 건강 보장을 건강보험이 담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보편 성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 체류자격이 없는 외국인에 대한 의료 적 보호는 사회보험의 형식이 아닌 공공부조의 영역에서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의미에서 공공부조적 성격의 의 료급여법상 의료급여는 국적에 관계없이 부여하는 방향으로 개정되 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재보험과는 달리 고용보험법은 원칙적으로 외국인 을 고용보험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예외적으로 체류자격과 상호주의적 보장을 전제로 적용대상에 포함하고 있는바, 이러한 법 적 규율이 보편적인 적용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헌법상 근로의 권리의 주체는 문언상 ‘국민’으로 되어 있고(헌 법 제32조 제1항), 실업정책이란 현실적으로 국가 내의 사회, 경제정 책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 유에서 외국인 근로자도 체류자격에 관계없이 고용보험수급권을 가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외국인도 근로의 권리에 관한 기본권 주체가 될 수 있다.
근로의 권리의 구체적인 내용은 ‘일할 자리에 관한 권리’와 ‘일 할 환경에 관한 권리’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일할 자리에 관한 권리’의 내용에는 고용선택의 자유 내지 적직선택권, 실업 중 의 생활보장, 직업소개, 직업훈련, 직업능력 개발, 고용정책에의 참 여권 등을 포섭할 수 있을 것이고,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에는 임금·근로시간 등과 관련하여 합리적인 근로조건, 적절한 근로복 지, 해고제한에 관한 내용을 포섭할 수 있을 것이다.245) 이와 같이
245) 노호창, “헌법상 근로권의 내용과 성격에 대한 재해석”, 노동법연구 제30호, 서울대학 교 노동법연구회, 2011, 163면
근로의 권리를 ‘실업자뿐만 아니라 취업 중인 근로자를 포함하는 모든 근로자가 근로를 통해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포괄적 기본권’246)으로 파악한다면, 외국인 근로자도 고용보험수급권의 주 체가 될 수 있다.247)
둘째, 일정한 고용관계가 성립한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보 호 여부를 결정하는 데 체류자격은 본질적인 요소가 될 수 없다. 외 국인 근로자가 고용보험수급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이상 체류자격 이 없다면 외국으로의 급여지급의 가능성 여부가 문제될 뿐 기왕에 취득한 실업급여 등에 관한 고용보험수급권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 기 때문이다.
셋째, 고용안정사업과 직업능력개발 사업에 관하여도 외국인 근로 자는 수급권자가 될 수 있다. 국적을 기준으로 한 차별은 기본적으 로 사회보험의 본질과 조화될 수 없으므로, 고용보험사업 가입사업 장의 근로자라면 내국인과 외국인 사이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248) 이러한 관점에서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체류자격과 관계없이 실업 에 따른 생활보장 등을 받을 권리, 즉 ‘일할 자리에 관한 권리’가 원칙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249) 따라서 고용보험법의 위와 같은 법 적 규율은 보편성의 관점에 부합하지 않는다.
246) 김유성(2005), 앞의 책, 20면
247) 헌법재판소는 근로의 권리에 ‘일할 자리에 관한 권리’만이 아니라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도 내포되어 있다고 보면서 근로의 권리 중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는 사회권적 기 본권의 성격과 함께 자유권적 기본권의 성격도 갖고 있어 이에 관한 외국인의 기본권 주 체성을 부인할 수 없다는 입장에 서 있다(헌법재판소 2007. 8. 30. 선고 2004헌마670 결정).
248) 전광석(2002), 앞의 책, 390, 391면
249) 이 때 내국인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의 일할 자리에 관한 권리가 경합될 수도 있다.
이 경우에 내국인 근로자의 일할 자리에 관한 권리가 우선한다고 해석할 수는 있으나, 내국인의 일할 자리에 대한 우선성을 이유로 외국인 근로자의 근로의 권리에 관한 주체 성을 부정하는 것은 역시 보편성의 관점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2절 집단적인 책임에 관한 평가
사회보험은 사회적 위험에 대하여 집단적으로 대응하는 제도이다.
사회보장기본법 제3조 제2호는 사회보험을 ‘국민에게 발생하는 사 회적 위험을 보험의 방식으로 대처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로 정의하고 있다. 다만, 사보험과는 달리 강제가입 에 의하여 보험단체의 구성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하에서는 강제가입을 중심으로 현행 사회보험법에서 집단적인 책임이 실현되고 있는 모습을 살펴보고 사회보험을 집단적 책임의 관점에서 평가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