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보편적인 적용의 법적 실현에 관한 평가
1. 고용형태상 차이와 보편성
한국의 사회보험법은 주로 사업장 규모 면에서는 법적 적용범위 를 확대하여 왔으나, 고용형태의 측면에서는 그렇다고 볼 수 없 다.227) 비정규 근로228)에서는 고용의 불안, 임금 등 근로조건의 차별
및 저하와 함께 사회보험의 보호로부터 배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229) 사회보험 중 고용형태에 따른 차이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영역이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이다.230) 국민연금법과 국민건강보 험법에서는 근로자의 고용형태 등에 따라 가입자를 크게 사업장가 입자(또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료 구분하고 있다. 사업장가입자 (또는 직장가입자)에 해당할 경우 근로자와 사용자가 보험료의 절반 씩을 부담하는 반면, 지역가입자에 해당할 경우 가입자 본인이 보험 료 전액을 부담하여야 하므로,231) 지역가입자에 해당하는 근로자는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의 가입을 사실상 회피하게 된다.232) 따라 서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에서는 가입 자격에 따라 사회보험의 적용상 차별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고용형태별로 비정규근로자 의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연금법상 가입 자격과 그에 따른 사업장 가입자(또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사이의 적용상 차별을 도식 화하면 <표 1>과 같다.
227) 서정희, 백승호, 앞의 논문, 39면
228) 비정규근로라는 용어는 법적으로 정의되어 있는 용어가 아니고, 그 용어의 사용도 ‘비 정규근로자’ 뿐만 아니라 ‘비전형근로’, ‘비정형근로’, ‘불완전노동’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으나 이러한 용례들은 일반적으로 그 명칭은 달라도 사용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 여 사업자 내에서 전일제(full-time)로 근무하면서 근로계약기간의 정함이 없이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되는 정규직 근로와 구별되는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다(김유성, 『노동법I』, 법문사, 2006, 371면 참조).
229) 이것은 비정규 근로자의 노동을 교체 가능한 저가의 상품처럼 취급하는 ‘노동의 소외’
이다(김홍영, “사회통합과 비정규직 노동법의 변화”, 저스티스 통권 제134-3호, 2013.
2, 81면).
230) 산재보험은 고용형태상 차별을 두지 않고 있고,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으려면 월 근로 시간이 60시간 이상 또는 주 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어야 하는 고용형태상 제한이 있 기는 하나 단순히 반복되는 단시간 근로를 실업으로 보기 어려운 점에 기인한 것으로 이 를 두고 고용형태상 차별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231) 이것은 가입 자격에 따른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이 결여된 것으로 능력에 따른 기여에 어긋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보면 보험료 부담의 차이가 국민건강보 험과 국민연금의 가입과 적용 여부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쳐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형 성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법적 보편성의 문제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232) 서정희, 백승호, 앞의 논문, 43면 참조
고용형태 국민 연금
국민 건강보험
사업장가입자(또는 직장가입자)와의 적용상
차별
일용근로자나 1개월 미만의 기한을 정하 여 사용되는 근로자
지역 가입자
지역 가입자
국민연금: 지역가입자가 보 험료 전액 부담(이하 ‘보험 료 전액 부담’이라 한다)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속한 세대의 지역가입자 전 원이 연대하여 부담(이하
‘세대 내 연대 부담’이라고 한다)
생업 목적 3개 월 이상 근로 하는 시간강사
사업장 가입자
지역 가입자
국민연금: 보험료 1/2 부담 국민건강보험: 세대 내 연대 부담
단 시 간 근 로 자
233)
생업 목적 3개 월 이상 근로 하는 사람 중 본인희망자234)
사업장 가입자
지역 가입자
국민연금: 보험료 1/2 부담 국민건강보험: 세대 내 연대 부담
생업 목적 3개 월 이상 근로 하는 사람(시 간강사와 본인 희망자 제외)
지역 가입자
지역 가입자
국민연금: 보험료 전액 부담 국민건강보험: 세대 내 연대 부담
비상근 근로자 사업장
가입자
지역 가입자
국민연금: 보험료 1/2 부담 국민건강보험: 세대 내 연대 부담
소재지가 일정하지
아니한 사업장 종사 근로자
지역 가입자
지역 가입자
국민연금: 보험료 전액 부담 국민건강보험: 세대 내 연대 부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지역 지역 국민연금: 보험료 전액 부담
<표 1> 비정규근로자의 국민연금법과 국민건강보험법상 가입 자격과 적용상 차별 여부
가입자 가입자 국민건강보험: 세대 내 연대 부담
<표 1>에서 보듯이 고용형태가 불안정한 일용근로자 등은 비상근 근로자와 같은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 험에서 지역가입자로 취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편적인 적용은 사회보험의 보장 목적과 제도의 본질과 어긋나 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이한 조건에 기초한 차등대우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험료산정의 기초가 되는 근로자의 소득이 생 활의 주된 기반을 이루는 경우 이러한 근로자는 고용형태와 관계없 이 동등한 자격으로 사회보험에 가입하여 형평성 있는 부담 아래 보편적인 보호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비정규근로자는 정규직 근로 자와 비교할 때 소득이 적기 때문에 보험료를 납부할 능력이 떨어 지는데도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은 비정규근로자에 대한 보험료 부담을 오히려 정규직 근로자보다 가중하고 있다. 따라서 가입 자격 의 차이는 비정규근로자에게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에 대한 사실 상 가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비정규근로자는 소득 신고의 회피와 보험료의 체납 등으로 국민연금법과 국민건강보험법 의 적용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235)
특히 국민연금에서 비정규근로자에 대한 차별적인 보장의 문제는
233) 국민연금법 시행령 제2조 제4호
234) 생업을 목적으로 3개월 이상 계속하여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서 사용자의 동의를 받아 근로자로 적용되기를 희망하는 사람
235) 비정규근로자는 낮은 사회보험 가입률을 보이고 있다. 2015년 8월을 기준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국민연금 67.4%, 건강보험 71.5%, 고용보험 68.6%로 나타났으나, 비정규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국민연금 36.9%, 건강보험 43.8%, 고용 보험 42.5%에 불과하였다. 국민연금의 가입률은 공무원, 군인, 사립학교 교직원, 별정우 체국법이 정하는 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자를 포함한 수치이다(통계청, “2015년 8월 경 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및 비임금근로 부가조사 결과”, 통계청, 2015. 11.).
심각하다. 2015년 8월을 기준으로 정규직근로자의 가입률은 82.0%에 이르렀으나, 비정규근로자의 가입률은 36.9%에 머물렀다.236) 비정규 근로자는 사업주의 규제회피와 저소득으로 인하여 국민연금에 가입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237) 그리고 특수형태근로종 사자들은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여 상당수가 납부예외나 적용제외 상태에 있다.238) 또한 대부분 지역가입자에 속하는 자영업자도 경제 적 부담 등으로 국민연금보험료를 납부하지 아니함으로써 연금수급 권을 사실상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239)
그렇다면 비정규근로자도 국민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에서 지역가 입자의 지위가 부여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형식적인 법적 보편성을 보이고 있으나, 비정규근로자에 대한 가중된 보험료의 부담에 의한 적용상 차별은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이 실질적인 법적 보편성의 실현에서는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