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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적 기초

강제가입을 통하여 보험가입자들은 하나의 보험공동체를 형성하 게 된다. 이것을 연대공동체(Solidargemeinschaft)라 한다.363) 강제가 입을 통하여 가입자의 필요를 보장하는 보험단체(예컨대, 건강보험 조합)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364) 사회보험의 근간을 형성하는 연대공 동체는 법적으로 보험가입자와는 분리된 법적 지위를 가지고365) 사 회보험을 실질적으로 운영한다. 보험가입자가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부담하면 연대공동체는 보험료로 형성된 재원으로 보험가입자의 필 요를 충족시킨다. 따라서 사회보험에서 가입자의 권리와 의무가 발 생하는 법적인 근거는 피보험자의 과거 기여액이 아니라 연대공동 체에 대한 귀속(Zugehörigkeit)에서 찾을 수 있다.366)

연대공동체의 법적 기초는 동일한 세대에서는 강제가입, 다른 세 대 사이에서는 세대 간 연대로 표현할 수 있다. 강제가입은 연대공 동체의 존속을 위한 토대가 된다.367) 강제가입은 현재 시점에서 일 정 규모 이상의 연대공동체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계 속적인 가입을 확보함으로써 연대공동체의 지속성을 확보한다. 하지 만 연대공동체가 강제가입만으로 항상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363) Otto Depenheuer, 앞의 책, 118면

364) 종래 직역별 의료보험조합은 사용자와 그 사업장의 근로자인 피보험자를 조합원으로 하는 법인격을 가진 법인이었다. 위 조합은 국가에 의하여 설립되고, 강제가입을 통하여 행정과제가 부과되는 단체이다(헌법재판소 2000. 6. 29. 선고 99헌마289 결정).

365) Otto Depenheuer, 앞의 책, 118, 124면 366) Otto Depenheuer, 앞의 책, 118, 119면 367) Otto Depenheuer, 앞의 책, 123면

강제가입은 가입자가 충분히 뒤이어 나오지 않을 때는 무의미하게 된다.368)

시간적인 측면에서 논의되는 연대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은 세대 간 연대라는 주제로 논의되고, 이것은 주로 노령보장과 관련한 연금보 험에서 문제된다. 연금보험의 재정방식은 적립방식과 부과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적립방식이란 보험가입자의 가입기간 동안 징수한 보 험료와 그 운용수익금으로 장래 지급될 연금의 재원을 적립하는 방 식이다. 이와 달리 부과방식은 일정 기간에 지급되어야 할 급여비용 을 당해 기간 중의 보험료수입으로 충당하는 재정방식이다.369) 세대 간 연대가 실현되는 재정방식은 부과방식이다. 부과방식에 의한 연 금보험 재정의 운영은 가입자가 납부하는 보험료로 연금수급자의 연금 재원을 감당할 수 있다는 전제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 험료를 납입하는 경제활동 집단이 은퇴한 연금수급집단을 보험기술 을 통하여 단체적으로 부양하고, 현재 보험료를 납입함으로써 연금 수급집단을 부양하는 경제활동 집단도 장래에는 미래의 경제활동 집단이 납입하는 보험료에 의하여 연금을 수급할 것이라는 기대가 그 바탕에 놓여 있다. 따라서 보험료 납입집단과 연금수급집단 사이 의 소득 이전은 언뜻 보기에 편면적인 원조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는 세대를 통하여 연쇄적으로 연결되는 -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 스럽게 연결되는 것이지만 그 시간을 구획한다면 ‘세대’라는 표 현이 적절할 듯하다 - 잠재적인 상호성의 발현이라고 할 것이다. 이 와 같이 부과방식에 따라 운영되는 연금보험에서는 근로하는 사람 들의 수입과 퇴직한 사람들의 지출 사이에 연대적인 조정이 일어난

368) Otto Depenheuer, 앞의 책, 140면 369) 이흥재, 전광석, 박지순, 앞의 책, 116면

다.370) 이러한 세대 간 연대는 보험료의 형태로 납입된 자산을 퇴직 자의 연금이라는 형태로 지출하게 함으로써 세대 간 재분배를 촉진 한다.371)

2. 구성단위

연대공동체를 구성하는 기본단위는 원칙적으로 보험가입자이다.

어떤 사람이 보험가입자의 자격을 취득하면 당연히 연대공동체에 편입되어 사회보험의 적용을 받고,372) 가입 자격을 상실하면 연대공 동체에서 탈퇴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건강보험에 가입한 개인 이외에 가족구성원까지 건강보 험이 보호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직 장가입자의 배우자,373) 직계존속, 직계비속, 형제자매 등으로서 직장 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는 피부양자는 가입자와 독립적으로 건강보험급여를 수급할 수 있다(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 제41 조 제1항). 이에 의하면 직장가입자와 가족관계가 있는 피부양자는 직장가입자와는 별개의 지위에서 수급권을 가진다. 또한 지역가입자 의 월별 보험료액은 세대 단위로 산정되고(같은 법 제69조 제5항),

370) Otto Depenheuer, 앞의 책, 37면

371) 세대 간 연대의 이러한 현상을 일반적으로 ‘세대 간 계약(Generationenvertrag)’ 으로 부르는데, 이에 대하여 쉬피오 교수는 “세대 간 분배 방식의 연금제도를 세대 간 계약으 로 표현할 때 그것은 단순히 실수(세대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법 주체가 아니며, 미 래의 세대는 이 세상에 오기 전에 이미 제도에 의하여 관계를 맺고 있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금 제도의 성질에 대한 심각한 몰이해를 반영한다.”라고 지적하고 있다(알랭 쉬피오, 앞의 책, 108, 109면).

372) 다만, 후술하는 바와 같이 산재보험에서는 사업장이 연대공동체를 구성하는 단위이므 로, 산재보험의 가입자인 개인인 사용자가 연대공동체의 기본단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373) 국민건강보험법이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가입자의 배우자에는 사실혼 배우자가 포 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른 사회보험법에서는 가입자의 배우자에 사실혼 배우자를 명시 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국민연금법 제3조 제2항, 산재보험법 제5조 제3호 등).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그 가입자가 속한 세대의 지역가입자 전원 이 연대하여 부담한다(같은 법 제76조 제3항). 따라서 지역주민의 경 우에는 세대구성원 전체가 지역가입자라고 할 수 있다.374)

새로운 사회구성원의 탄생과 성장은 강제가입을 통한 사회보험의 존속·유지에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므로, 자녀의 출산과 양육이행에 는 공적 급여와 관련한 공공의 이익이 존재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건강보험은 혼인과 가족을 통하여 야기된 추가적인 부담을 개별 보 험가입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보험 가입자의 공동체가 연대적으로 부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375) 따라 서 건강보험에서 직장가입자 이외에 일정한 범위의 가족이 보호를 받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 이 때 가족구성원376)은 직장가입자 또 는 가족구성원인 다른 지역가입자와 연결되어 하나의 단위를 구성 하여 일정한 급여를 받을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지 이들과 독립적으 로 의무를 부담하고 수급권을 획득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렇듯 가 족은 질병이라는 사회적 위험에 관하여 위험을 공유하는 하나의 단 위로 취급될 수 있으므로, 건강보험에서 가족은 개인과 함께 연대공 동체의 기본 단위라고 볼 수 있다.

유사한 질문이 산재보험의 영역에서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산재 보험에서 동료 근로자의 가해행위로 상해를 입게 된 경우 동료 근 로자가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377)에서 정한 제3자에 해당하는가의

374) 직장가입자와는 달리 지역가입자의 경우에 소득이 없는 가족구성원을 보험료납부의무 있는 가입자로 하는 것이 입법정책적으로 타당한지에 관하여 의문을 표시하는 견해가 있 다(전광석, 『한국사회보장법론』, 제10판, 집현재, 2014, 239, 240면).

375) Otto Depenheuer, 앞의 책, 31면

376) 가족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는 입법형성권의 문제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세대’로 구분지었다(같은 법 제76조 제3항 참조).

377) 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에는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급여를 받은 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한다. 다만, 보험가입자인

문제는 연대공동체의 단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긍정하는 견해는 산재보험이 책임보험의 성격을 갖는다고 하여도 산재보험료를 납입하지 않는 가해근로자는 인과성의 원칙에 따라 산재보험의 책임법적 보험보호를 향유할 지위에 있지 않다고 본 다.378) 부정하는 견해는 하나의 사업에서 사용자와 근로자는 위험공 동체 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노동법상의 근로자 책임제한’의 사 상이 적용된다고 한다.379) 판례는 근로자가 동일한 사업주에 의하여 고용된 동료 근로자의 행위로 인하여 업무상 재해를 입은 경우에 동료 근로자는 구 산재보험법(2003년 12월 31일 법률 제7049호로 개 정되기 전의 것) 제54조 제1항에 규정된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380) 동료 근로자의 가해행위로 상해를 입거나 사업장 내 기계 기구 등으로 인하여 재해를 당하거나 모두 사업장이 갖는 하나의 위험이 현실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산재보험의 책임보험적 성격은 근로자의 재해에 동료 근로자의 가해행위가 게재하여도 달 라지지 않고, 동료 근로자의 가해행위에 대한 민법 제756조의 사용 자책임도 책임보험의 목적인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의 일종이다. 또 한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 단서가 “하나의 사업장에서 어떤 사 업주의 근로자가 다른 사업주의 근로자에게 재해를 가하여 근로복 지공단이 재해 근로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경우 가해 근로자 또는 그 사용자에게 구상할 수 없다.”는 취지로 규정한 것은 하나의 사

2 이상의 사업주가 같은 장소에서 하나의 사업을 분할하여 각각 행하다가 그 중 사업주 를 달리하는 근로자의 행위로 재해가 발생하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378) 이상국, “산재보상책임과 구상권의 행사”, 한국학술정보(주), 2006, 184-186면 379) 박지순, “동료근로자의 가해행위로 인한 업무상 재해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구상

권”, 노동법학 22호, 한국노동법학회, 2006, 379-383면(다만, 고의․중과실로 가해행위를 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근로복지공단의 구상권이 배제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380)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8다12408 판결; 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3다

3369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