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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험의 보편적 성격

1. 의의

현대 사회보장법은 국민 전부를 사회보장수급권의 주체로 인정하 는 이른바 보편주의(universalism)를 일반적으로 채택하고 있다.119) 보편주의라고 하는 것은 근로자 또는 빈민계층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각계각층을 포괄하는 국민 전체를 사회보장법의 적용대상으로 망라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120) 필라델피아 선언은 ILO가 ‘사회적 보호와 충분한 의료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소득 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보장 조치들의 확대’를 모든 국가에서 실현 하도록 촉진할 의무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121)

보편주의는 사회보험에도 적용된다. 사회보험은 역사적으로 기업 내 근로자의 노동력을 보전하는 의미에서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부양의무를 실현하는 노동보험이었으나, 그 대상영역을 근로자에게 만 한정하지 않고 전 국민으로까지 확장·발전시킨 제도이다.122) 사회보험의 보편성은 ‘각자에게 똑같은 것을’이라는 정의 관념에

119) 베버리지 보고서는 모든 인구를 대상으로 사회보험을 확대하고 기존의 복잡한 사회보 험을 하나의 통일된 체계로 통합할 것을 권고하였다는 점에서 보편주의적 관점에 서있다 (김윤태, 앞의 논문, 12면).

120) 이흥재, 강경선, 최병조, 박세일, 佐藤進, 김상균, 松井亮輔, 『장애인복지법제』, 법무 부, 1989, 18면(이흥재 집필부분)

121) ILO 홈페이지

122) 김유성(2002), 앞의 책, 24, 25, 33면; 헌법재판소도 같은 취지에서 “사회보험은 원래 노동보험을 중심으로 하여 발전해 온 제도이고 이러한 노동보험은 원래 노동능력을 상실 한 근로자를 중심대상으로 한 것이었으나 그 후 노동기회를 상실한 근로자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발전하였으며 사회보험은 이와 같은 노동보험을 중심으로 하고 같은 원리와 목적 에 입각한 제도이면서 다만 그 대상영역을 근로자에게만 한정하지 않고 전 국민에게까지 확장 · 발전시킨 제도라고 할 수 있다(헌법재판소 2001. 2. 22. 선고 99헌마365 결정).”

고 판시하였다.

기초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동일한 사 회적 보호가 제공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2. 사회보험의 보편성

사회보장제도를 구성하는 사회보험도 일정한 범위의 사람 또는 근로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질병, 노령은 누구한테나, 산업재해, 실업은 모든 근로자에게 닥칠 수 있는 보편적인 위험이기 때문이다. 사회보험의 보편성은 2가지 관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 첫 번째 관점은 사회보험이 적용되는 대상이고, 두 번째 관점은 사회보 험의 체계상 분리·통합이다.

첫째, 적용 대상의 보편성과 관련하여 사회보험은 특정한 사회적 보험을 보호하기 때문에 사회보험의 보편적 적용 범위는 사회보험 이 보호하는 사회적 위험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질 병, 노령, 장애는 국민 또는 시민권자가 직면하는 사회적 위험이므 로 모든 국민 또는 시민권자는 연금보험과 건강보험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와 달리 업무상 재해나 실업은 일정한 고용 관계의 형성을 전제로 하므로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은 모든 근로자 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둘째, 체계상 보편성과 관련하여 사회보험의 통합이란 직역의 구 분 없이 질병, 노령, 산업재해, 실업이라는 사회적 위험을 하나의 보 험에서 보호하는 체계를 의미한다.123) 사회보험이 사회적 위험에 따

123) 보장의 통합(Einheitversicherung) 이란 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을 하나의 제도로 통합하고, 생산직과 사무직 근로자 및 자영업자를 구별하지 않고 단일한 대상자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1945년 소련 점령군 지역인 베를린 시 사회보장국(전후 시민들의 생계보 장을 위해 시의회가 설치한 것으로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주도하여 조직)은 모든 임금근로

라 건강보험, 연금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으로 독자적으로 성립하 여 운영되는 체계인 경우에는 개별적인 사회보험마다 보험가입자에 대한 적용 여부와 수급요건을 결정해야 한다. 또한 사회보험이 직역 별로 분리되어 있다면 가입 자격과 수급관계에서 차이를 보일 수밖 에 없다. 사회보험이 모두 통합된 체계에서는 직역을 가라지 아니하 고 사회적 위험에 대한 보호가 통일적으로 결정될 수 있다. 따라서 보편성을 법적으로 평가할 경우에는 사회보험의 적용 대상이 넓게 설정되고, 사회적 위험에 따라 분리된 보험체계보다는 통합된 보험 체계가 보편성의 실현 정도가 높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보험은 연혁적으로 근로자의 노동력을 보전하는 의미에서 근 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부양의무 실현으로 여겨졌으나, 오늘날은 국 민을 넘어 시민권을 가진 외국인도 포함한 사회구성원 전체를 대상 으로 하고 있다.124) 사회보험의 이와 같은 보편적 확장은 사회연대 와 관련된 특성이다. 사회연대는 모든 사람들이 공통된 사회적 위험 에 직면한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연대는 전체 사회구성원 사이에 성립하고 일정한 구성원을 임의적으로 배 제하지 않는다. 즉, 사회연대는 선별적인 보호대상인 빈민이나 노동 자가 아니라 사회적 위험을 공유하고 있는 사회구성원 전체를 포괄 한다. 나아가 사회연대의 보편성은 현재 논의가 되는 ‘무조건적인 기본소득(unconditional basic income)’의 정치적, 경제적 그리고 윤 리적 토대가 된다.125)

자와 자영업자를 하나의 사회보험에 통합하려고 시도하였으나 자영업자 등의 반대로 실 패하고 말았다(원석조, “건강보험통합의 이념성 고찰”, 사회복지정책 제17호, 2003. 12, 39면). 보장의 통합은 급여체계의 통일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단순한 보험료의 부과 · 징 수의 통합과 구별된다.

124) 김유성, 『한국사회보장법론』, 제5판, 법문사, 2002, 33, 35면

125) Andreas Göbel and Eckart Pankoke, “Bonds and Bounds of Solidarity”, in Kurt

한편, 사회보험의 보편성은 사회연대의 기능을 촉진한다. 사회보 험의 보편성은 보험공동체의 규모를 확대하여 많은 보험가입자들에 게 위험을 분산시키고, 하나의 보험공동체를 통한 통일적인 급여와 부담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사회연대와 보편성의 관계를 국적과 시민권 그리고 사회보험의 분리와 통합으로 나누어 고찰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