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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권과 사회연대

II. 사회연대와 보편성

1. 시민권과 사회연대

한편, 사회보험의 보편성은 사회연대의 기능을 촉진한다. 사회보 험의 보편성은 보험공동체의 규모를 확대하여 많은 보험가입자들에 게 위험을 분산시키고, 하나의 보험공동체를 통한 통일적인 급여와 부담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사회연대와 보편성의 관계를 국적과 시민권 그리고 사회보험의 분리와 통합으로 나누어 고찰하기로 한다.

한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여 사회통합과 행복한 복지사회를 실현하 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사회보장의 수급주체를 원칙적으로 국민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헌법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사회연대의 인적 범위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시민권을 토 대로 설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헌법상 기본권의 주체를 살펴본다. 헌법의 기본권 조항의 문언상 기본권의 주체가 모든 국민으로 표현되어 있고, 다수설127)과 헌법재판소128)는 인간의 권리로 볼 수 있는 자유권적 기본권에 한정 하여 외국인의 기본권 주체성을 제한적으로 긍정하면서 생존권적 기본권에 관하여는 외국인의 기본권 주체성을 부정하고 있다. 그러 나 이러한 입장은 모든 인간에 대한 생존권의 보편적인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외국인, 특히 외국인 근로자의 기본권 주체성을 긍정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연혁적으로 생존권은 근로자계층의 생존을 위한 투쟁, 단결, 단체행동 등에 의하여 특별히 촉진된 권리 이나,129) 이후 생존권은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권리로 발전하였다.130) 현재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를 비롯한 생존권 적 기본권이 보편적인 인권에 속한다는 사실은 세계인권선언131)

127) 김철수, 『헌법학개론』, 제19전정신판, 박영사, 2007, 382, 383, 385면; 권영성,

『헌법학원론』, 개정판, 법문사, 2009, 314, 317면; 성낙인, 『헌법학』, 제15판, 법문 사, 2015, 919면

128) 헌법재판소 2007. 8. 30. 선고 2004헌마670 결정, 헌법재판소 2016. 3. 31. 선고 2014헌마367 결정

129) 김유성(2002), 앞의 책, 30면

130) 위 2014헌마367 결정의 반대의견(재판관 이정미, 김이수, 서기석)은 “인간 존엄성의 기초가 되는 생계는 그것이 내국인인지 외국인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하여 외국인의 생존권적 기본권 의 주체성을 인정하기 위한 유력한 논거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31) 모든 사람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가 있고(제22조), 노동을 하는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과 자기 가족에게 인간의 존엄에 알맞은 생존을 보장해 주며, 필 요한 경우 다른 사회보장 수단에 의해서 보충되는, 정당하고 유리한 보수를 받을 권리가 있다(제23조 제3항).

ILO의 1962년 사회보장에서 내ㆍ외국인의 평등보호에 관한 협약 (Convention concerning Equality of Treatment of Nationals and Non-nationals in Social Security, 제118호)과 경제적·사회적 및 문 화적 권리에 관한 인권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132)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사회보험 은 주로 고용관계를 매개로 위험분산이 이루어지므로, 근로자의 국 적을 연결점으로 하여 보호하는 것은 사회보험의 체계와 조화될 수 없다.133) 따라서 외국인도 일정한 제한을 받더라도 기본적으로 생존 권적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생존권의 보편 적 성격과 사회보험의 체계와 합치한다.

둘째, 사회적 권리와 시민권의 관계에 관한 연혁적인 측면을 살펴 본다. 시민권에는 사회적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 사회학자인 마셜(T.

H. Marshall)의 연구는 시민권에 관한 가장 고전적인 업적으로 일컬 어진다. 마셜은 「시민권과 사회계급(Citizenship and Social Class)」

에서 시민권을 ‘공동체의 완전한 구성원에게 부여되는 일종의 지 위’134)라고 정의하면서 영국의 역사에서 시민권의 3가지 발전단계 를 제시하고 있다. 즉, 18세기에는 시민적 권리(civil rights)가 부여되 었는데, 이것은 개인적인 자유를 위하여 필수적인 - 인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및 소유권 등 - 권리이었다. 19세기에는

132) 경제적 ·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인권규약은 조약가입국들에 있어서는 직접적 인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국제사회복지법(international social welfare law)의 근간을 이루는 규범이며, 우리나라는 1990년 4월 10일에 본 규약에 가입함으로써 규약상 법률 적 의무를 다할 책임을 부담하고 있다(홍성필, “경제적 ·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인권규약연구”, 이화여대 법학논집 2권 1집, 이화여대 법학연구소, 1997, 267면).

이 규약 제9조는 “가입국은 모든 사람의 사회보험을 포함한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를 인 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33) 이흥재, 전광석, 박지순, 『사회보장법』, 신조사, 2013, 311면

134) T. H. Marshall and Tom Bottomore, Citizenship and Social Class, Pluto Press, 1992, 18면

정치적 권리가 형성되었다. 이것은 정치적인 권력 형성과 행사에 참 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였다. 20세기에는 사회적 권리가 발달하 였는데, 마셜에 의하면 이것은 어느 정도의 경제적인 복지와 사회보 장에 관한 권리로부터 사회적 유산의 완전한 공유와 사회의 지배적 인 기준들에 따라 문명화된 존재로서 살아가는 것에 관한 권리를 포괄한다.135) 마셜의 시민권 개념은 시민적, 정치적, 사회적 권리의 차원에서 모든 사람이 한 사회의 완전한 구성원이 된다는 의미를 잘 보여준다.136) 국민의 권리에도 생존권적 기본권이라는 사회적 권 리가 포함되어 있지만, 이것은 한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포괄하여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사회연대는 사회적 권리가 포 함된 시민권에 기초하여 형성되어야 한다. 그 결과 나타나는 사회적 권리의 보편적인 보장은 시민들 사이의 연대를 촉진할 것이다.

셋째, 사회보험과 공공부조를 비롯한 사회보장제도의 인적 적용대 상을 고려하여야 한다. 사회보장기본법 제8조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사회보장제도를 적용할 때에는 상호주의의 원칙에 따르 되,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여 비록 상호주 의라는 제한을 두기는 했지만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 대하여도 우리의 사회보장제도의 적용을 원칙적으로 예정하고 있다. 물론 국 민과 동일한 수준으로 사회보장수급권을 보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산재보험법 등 개별 사회보장법은 그 특성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와 체류자격을 갖춘 외국인을 국민과 마찬가지로 보호하고 있다.

넷째, 외국인에 관한 사회정책적 대우의 관점에서 볼 때에도 사회

135) T. H. Marshall and Bottomore, 앞의 책, 8면

136) 마셜의 시민권 이론은 자선과 박애를 기초로 하여 빈민에게 구호를 제공했던 전통적 인식을 권리의 관념에 기반한 모든 국민을 위한 보편적 복지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 룬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김윤태, 앞의 논문, 7면).

연대의 인적 범위를 국민에 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외국 인 근로자와 외국인 정주자가 증가하는 사회적 현실에서 이들을 사 회연대의 대상에서 제외하여 사회적 보호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사 회통합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기 때문이다. 국적을 기준으 로 사회연대의 인적 범위를 설정하는 것은 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 처우를 정당화할 뿐만 아니라 위험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보 험공동체를 통하여 위험분산을 하고자 하는 사회보험의 기본 취지 와도 불일치하게 된다.

2) 시민권의 구체적인 부여 범위

이렇게 시민권이 사회연대의 인적 범위를 설정하는 중심개념이 된다면, 어떤 사람들에게 시민권이 부여되어야 하는가?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시민권이라는 개념이 보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서 사회연대의 인적 범위 설정에서 분명한 경계를 제시하지 못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시민권의 경계를 설정하기 위해 서는 사회연대의 인적 범위 확대와 사회통합이라는 관점에서 검토 하여야 한다.

단체적인 부양을 기초로 한 사적인 연대가 주종을 이루던 때에는 그들의 삶을 스스로 영위할 수 있는 사람(주로 직업이 있는 사람), 자립할 수 없는 사람들 중 연소자, 노령자 그리고 환자만이 연대의 범주 내에 있었으나, 국가에 의한 사회보장의 제도화에 따라 사회의 주변부에 있던 실업자, 빈민들도 연대의 범위 내로 포섭되었다.137)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특수한 취급을 받았는데, 19세기에 정신 질환을 가진 빈자들은 사회적으로 버림받는 집단에 속하여 일정한

137) Andreas Göbel and Eckart Pankoke, 앞의 논문, 180, 181면

시설에 감금되었다.138)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을 포함하여 일정 한 공간 내에 살아가는 ‘인간’ 모두가 연대의 대상이 된 지는 그 리 오래되지 않았으며, 역사적으로 사회연대의 인적 범위는 보편성 을 띠면서 점차 확대되어 왔다.

다음으로, 사회통합이라는 관점에서는 여러 사회계층을 중심부와 주변부로 구별하여 포함과 배제를 논의할 수 있다. 먼저 일정한 직 업을 가지고 삶을 자립하여 영위할 수 있는 사람들은 시민 개념의 핵심에 위치할 것이고, 그 바깥 층위에는 자립하여 생활을 영위할 수 없지만 그들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연소자, 노령자, 장애인 그리고 환자가 자리할 것이다. 이 영역의 바깥에는 직업 등 생활수 단을 구할 수 없어 자립할 수 없는 빈민이 있다. 이들은 종래 게으 름, 무능력 등 빈곤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하여 왔지만, 빈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현대사회에서 이들에 대하여 역사적으로 존재하여 왔던 사회적 배제는 철폐되어야 할 악습일 뿐 이다. 이주근로자,139) 결혼이민자 및 난민은 현대사회의 또 다른 주 변부를 차지할 것이다. 이들은 대개 다른 언어적, 역사적, 문화적 기 반을 토대로 생활관계를 형성하지만, 국적자와 마찬가지로 노동을 통하여 생계를 영위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의 다문화, 다인종 사회 에서 이주근로자를 비롯한 정주자에게도 국민과 동일한 수준의 권 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국민과 외국인 정주자와의 동화적인 통 합을 가능하게 한다.

138) Andreas Göbel and Eckart Pankoke, 앞의 논문, 181면

139) ‘국적과 무관하게 현실적으로 특정 국가에서 거주하며 노동하고 있는 자가 해당국가에 서 보장받아야 할 권리의 총체’로서 노동시민권을 제안하는 주장은 국적과 관련된 법제 도의 개선과 이주노동자들의 법적 권리의 보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이다혜, “시민권과 이주노동: 이주노동자 보호를 위한 ‘노동시민권’의 모색”, 서울대학교 법학박사학위논문, 2015, 9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