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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사회보험과 사회연대

I. 사회연대의 제도화

2. 독일의 사회보험과 사회연대

산업혁명에 의한 공업화와 도시화로 인하여 민사법(civil law)에 의 한 계약관계가 신분질서를 대체하였다. 농촌에서 공장으로 몰려든 근로자들은 근로계약에 따라 극히 낮은 임금과 최소한의 사회적 보 호를 받으며 일하였다. 사회주의자들은 근로자들에 대한 착취와 정 치적, 사회적 불평등을 비판하면서 근로자들의 지지를 확보하였고, 비스마르크(Bismarck)를 비롯한 지배세력은 사회주의 세력의 신장에 큰 위협을 느끼게 되었다.67) 이에 빌헬름 1세(Kaiser Wilhelm I)는

67) 이광택, “독일사회보험제도 100년과 회고(Hundertjahrige Geschichte der Sozialversicherung in Deutschland)”, 노동법의제문제: 가산 김치선 박사 화갑 기념, 박 영사, 1983. 11, 364, 365면

1881년 사회의 병폐를 치유하는 수단으로 사회민주주의자들의 저항 을 진압함과 동시에 근로자 복지의 적극적 향상을 도모하여야 한다 는 칙서를 반포하였다.68) 공장근로자들을 보호하는 데 전통적인 유 대관계에 기초한 공제조합 체제는 더 이상 적합한 보호방식이 될 수 없었다.69)

1883년 노동자 질병보험법(Gesetz über die Krankenversicherung der Arbeiter)이 제정되었다. 노동자 질병보험의 관리운영방식으로는 기존의 공제조합에 기초한 직역별·지역별 조합방식이 채택되었 다.70) 비스마르크는 재해보험을 도입하면서는 국가에 근로자들을 결 속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내었다.71) 즉 그는 국가가 사회보험을 관 리·운영하면서 연초사업을 독점하여 사회보험의 재정을 충당하는 사회보험을 구상하였다.72) 그럼으로써 그는 근로자의 국가에 대한 충성을 확보하고 사회주의의 확산을 저지하고자 하였다.73) 그러나 비스마르크의 당초 의도는 사회적 보호 프로그램을 정치적으로 이

68) 전광석, 『독일사회보장법과 사회정책』, 박영사, 2008, 44면; 이광택, 앞의 논문, 345, 346, 366면

69) Michael Stolleis(2013a), 앞의 책, 31, 32면

70) 전광석(2008), 앞의 책, 44, 45면; 이광택, 앞의 논문, 366면 71) 가스통 림링거, 앞의 논문, 160-165면

72) 게르하르트 리터, 『복지국가의 기원』, 전광석 옮김, 법문사, 2005, 46면

73) 국가의 역할은 비스마르크가 1882년 라이히의회에 제출한 재해보험법 제2초안의 제안 이유에 잘 나타나 있다.

“국가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구성원에게 지금까지에 비하여 더 나은 대책을 강구한다 는 것은 국가기관이 몰두해야 하는 인간성과 기독교정신의 의무만이 아니라 숫자에서 다 수를 차지하면서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무산계급에게 국가가 단순히 필요기관만이 아니라 복지기관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목적을 가진 국가보위정책의 한 과제인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그들에게 눈에 띌 정도의 직접적인 이익을 주는 입법조치를 통하 여 국가가 잘 사는 사회계층의 보호를 위하여 존재하는 기관만이 아니라 동시에 그들의 필요와 이익을 위하여도 봉사하는 기관이라는 인식이 주어질 때까지 그 정책이 수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이러한 목적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사회주의적 요소를 도입 하여야 한다는 생각은 불가피한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어떠한 것을 거론할 것이 아니 라 … 전체구성원의 복지와 특히 약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구성원의 복지를 적극적으 로 향상하는 과제를 국가가 진다는, 기독교적 사상에 근거한 성장된 근대적 국가사상의 계속 발전만이 거론되는 것이다.”(이광택, 앞의 논문, 373면)

용한다는 반대에 부딪혀 관철되지 못하였다.74) 1884년 재해보험법 (Unfallversicherungsgesetz)은 동업조합(Berufsgenossenschaft)이 관 리·운영의 주체가 되고, 사용자의 보험료를 재원으로 재정을 충당 하는 내용으로 제정되었다.75) 1889년에는 장해 및 노령보험법(Das Gesetz betreffend die Invalitäts-und Altersversicherung)이 도입되었 다. 장해 및 노령보험은 국가의 빈민구제 재정을 경감하는 것으로 기대되었기 때문에 국가는 보험재정에 보조금을 지급하였다.76) 이와 같이 독일의 사회보험은 노동자 질병보험, 재해보험 및 장해 및 노 령보험의 체계에 공제조합(Unterstützungskasse)을 끌어들였고, 그 결 과 다양한 규칙과 급여로 이루어진 다수의 보험자(개별 기금)가 성 립하였다.77)

독일의 사회보험이 성립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사회보험은 구성원 에게 보장을 제공하려는 연대라는 오래된 조직의 과업을 이어받았 다는 것을 알 수 있다.78) 독일의 사회보험은 비용에 관한 걱정 없이 누구에게든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한다는 인도적인 관념에 입 각한 것이고,79) 질병, 가난이라는 사회적 위험에 대하여는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개인 간의 연대에 바탕을 둔 집단적인 해결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일반적인 의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80) 비스마르크 의 정치적인 의도에서 시작된 독일의 사회보험은 그 의도와는 달리 더 작은 단위인 가족, 길드 등에 의하여 제공되는 보장의 자치적인

74) 가스통 림링거, 앞의 책, 161, 162면 75) 전광석(2008), 앞의 책, 45면

76) Michael Stolleis(2013b), 앞의 책, 74면 77) 가스통 림링거, 앞의 책, 207면

78) Michael Stolleis(2013a), 앞의 책, 30, 31면 79) Michael Stolleis(2013b), 앞의 책, 71면 80) Michael Stolleis(2013a), 앞의 책,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