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사회연대의 현대적 전개
2. 국가적 차원
었다.
1) 독일의 사회민주주의와 연대
독일에서는 1950년대 영국의 베버리지 개혁의 영향을 받아 세 금을 통하여 재정이 조달되는 단일 급여의 연금체제가 제안되었으 나, 이 제안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못하였다.108) 독일의 사회보험은 도입 초기부터 근로자, 봉급생활자, 광부, 농부와 같은 집단별 보호 방식을 유지하고 있었고, 평등적인 급여구조는 개인의 근로의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109)
1959년 독일 사회민주당(Sozialdemokratische Partei Deutschlands) 은 바트고데스베르크(Bad Godesberg) 강령에서 산업의 국유화라는 사회주의적 원칙을 뒤로 하고 시장경제를 채택하였다. 이 강령에서 연대는 정의, 자유, 책임과 같은 개념과 관련되어 사회주의의 기본 적인 가치라는 절(paragraph)에 포함되었다.
1968년 학생 운동은 유럽의 다른 어느 나라보다 독일에서 폭발적 이었고, 새로운 행동주의자 세대는 사회민주당의 강령에 영향을 미 쳤다. 1975년 강령은 자유, 평등 그리고 연대가 사회민주당의 기본 적인 가치가 되어야 한다고 선언하였고, 연대의 개념에 관한 하나의 절을 포함하였다. 노동운동 정당의 정치적 강령상 최초로 연대는 다 음과 같이 광범위하고 상세하게 설명되었다.
“연대는 우리가 타인에 대하여 책임감을 느끼고 타인을 도 울 때만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으로 함께 살아간다는 경험과
108) 가스통 림링거, 앞의 책, 238, 239면 109) 가스통 림링거, 앞의 책, 229면
통찰(insight)을 표현한다. 우리들에게 연대란 일반적인 인간의 중요성을 의미하고, 그러므로 이것은 국경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연대의 기본적인 가치로부터 동료 인간 그리고 사회를 향한 모든 사람의 의무가 발생한다.”110)
사회민주당이 1989년 선언한 베를린 강령은 성장, 남성 가장 모델 (Male breadwinner model)과 복지 확장을 강조하였다. 베를린 강령 은 ‘연대 또는 연대적’이라는 개념을 22차례 이상 언급하면서 기 존의 연대 개념을 크게 확장하였다. 또한 베를린 강령은 현재와 미 래 세대 사이의 관계를 연대의 문제로 구성하였다.
“연대는 법적 의무 이상으로 타인을 위하여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대는 자유와 평등을 위한 투쟁에서 노동운동이라 는 특징으로 나타난다. 연대 없이는 인간 사회도 존재하지 않 는다. 동시에 연대란 약자의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무기가 된 다. 곤란을 겪는 사람들은 사회의 연대에 의존할 수 있다.
연대란 또한 제3세계의 사람들에 대한 인간다운 생활을 요 구한다. 오늘날을 사는 우리들은 다음 세대의 삶의 조건들을 결정하고 그들은 우리의 연대를 요구한다. 자유, 정의 그리고 연대는 서로 의존하고 상호적으로 지원하는 개념이다.”111)
2) 프랑스의 사회주의와 연대
제2차 세대계전 후 레옹 블룸(Léon Blum)은 `사회주의자인 것
110) Steinar Stjernø, 앞의 책, 105면 111) Steinar Stjernø, 앞의 책, 106, 107면
(Pour être socialiste)'이라는 저서에서 평등, 정의 그리고 연대를 사 회주의자의 가치로 강조하였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평등의식, 정의 의식, 인간 연대의 의식을 가지고 태어나고, 이러한 의식은 인간 투 쟁의 역사를 통하여 발전되어 왔으며 보편적인 도덕성을 대표하기 때문에 사회주의를 통하여 표현되는 정의, 연대 그리고 인간 도덕성 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연대는 1946년 사회당의 강령 에서 계급 연대의 제한된 개념을 초월하여 단결과 공조를 의미하는 더 넓은 의미를 갖게 되었다.112)
사회주의적 수사학의 대가인 미테랑(Mitterand)은 연대를 사회주의 적 강령에서 더 중요한 개념으로 만들었다. 그는 1981년 대선에서 이기주의와 싸우고 사회를 더 정의롭고 사람들을 더 연대적으로 만 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사회보장과 복지의 증진은 ‘연대적인 사회(a solidaristic society)’라는 주제 아래 논의되었다. 그는 연대 에 관한 일관된 정치적 철학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전통적인 사회주 의적 수사를 실용 정치와 결합하는 데 성공하였다. 1998년 미테랑의 재선은 연대를 사회보장과 복지국가의 장래에 관한 정치적인 담론 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만들었다. 모든 프랑스 국민에게 보내는 교서 에서 그는 “연대는 많이 가진 자들로부터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자들에 대한 수직적인 재분배를 의미한다.”고 강조하였다.113)
3) 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와 연대
북유럽 노동당들의 초기 강령들은 모두 연대의 이념을 표현하 고 있었다. 다만, 연대는 노르웨이에서 더 발달하기 유리하였다. 왜
112) Steinar Stjernø, 앞의 책, 152면 113) Steinar Stjernø, 앞의 책, 155면
냐하면 19세기 후반 노르웨이는 스웨덴보다 덜 도시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각 계급 사이의 동질성이 스웨덴 보다 더 높았기 때문이 다.114)
1891년 노르웨이 노동당(Norwegian Labour Party)의 새로운 강령 은 전통적인 마르크스적 의미에서 연대를 사용하여 모든 억압받는 인민들의 평등한 권리와 의무를 위한 투쟁 속에서 근로자들의 단결 과 연대를 규정하였다. 노르웨이에서 발달한 연대의 특징은 초기의 투쟁 이념에서 생산주의적 논리로 발달한 점에 있다. 여기서는 효율 성 그리고 국가의 노동과 생산적인 잠재력의 조직화와 활용을 위한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1945년 노르웨이 노동당의 강령은 기존의 생 산주의적 요소를 강화하여 노동의 모든 영역들과 경제적 생활 사이 의 경제적인 연대를 강조하였다. 여기서 연대는 ‘각 개인’은 근로 할 의무를 부담하고 타인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하였 다. 반면에 사회는 모든 사람을 위한 책임을 지고 인종, 종교, 성별 그리고 소득에 관계없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권리를 보장하여야 하였다. 오늘날 노르웨이 노동당은 1997년과 2001년의 강령들에서 연대를 자유와 평등과 함께 핵심적인 가치로 선언함으로써 연대의 개념을 강령 속에 완전히 편입하였다. 자리매김하였다. 노르웨이 노 동당은 종교가 연대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반복적으로 선언하였다 는 점에서 스웨덴의 사회민주주의정당과 구별된다. 지난 50년간 노 르웨이 노동당의 강령들은 약한 사회주의적 수사(修辭)라는 특징을 가진다.115)
스웨덴 사회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이론가인 위그포스(Ernst
114) Steinar Stjernø, 앞의 책, 110, 111면 115) Steinar Stjernø, 앞의 책, 110-131면
Wigforss)는 연대의 기본으로서 이익에 감정들과 도덕적인 내용을 추가하였고, 이것은 연대의 이념이 전체 사회를 포괄할 수 있도록 확장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베른슈타인과 마찬가지로 위그포스 는 다른 가치들과의 담론에서 연대에 관한 추론(reasoning)을 하였고 나중에 이것은 자유, 민주 그리고 평등이라는 사회민주적 강령으로 통합되었다. 스웨덴은 2차 세계대전에서 중립을 유지하였지만 그 경 험은 연대의 이념을 더 넓고 포괄적으로 전환시켰다. 1944년 스웨덴 사회민주노동당(Social Democratic Workers Party of Sweden)의 강령 에 나타난 연대의 새로운 이념은 함께 속해있다는 상호적인 감정에 기초한 것이었는데, 인간의 존엄성, 인도주의, 자유, 해방 그리고 협 력이라는 전통적인 이념들에 관한 담론 속에서 도입되었다. 연대의 구체적인 행동강령은 연대적인 임금정책으로 등장하였는데, 이것은 개인적인 사업 또는 업무와 관계없이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체계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1968년 학생 혁명의 영향 아래 스웨덴 사회민주노동당은 1975년 강령에서 자유, 평등 그리고 민주주의와 함께 연대를 기본적인 가치로 선언하였다. 여기서 연대의 근원은 계 급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타인의 상황에 대한 공감과 타인을 위해 연민을 보이려는 마음에 있었다.116)
116) Steinar Stjernø, 앞의 책, 113-124면
제3장 사회보험의 구조와 사회연대 원리
제2장에서는 사회연대라는 개념이 역사적으로 형성·발전되어 사 회보험으로 제도화되었음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사회연대는 보험이 라는 틀과 결합하여 사회보험의 구조를 형성하였다. 사회보험의 구 조를 결정하는 2가지 중요한 원리는 보험의 원리와 사회연대 원리 이다. 사회보험도 개인을 위험공동체로 결합하여 보험가입자의 위험 을 분산시키고 개인의 일정한 기여를 토대로 급여를 지급하는 보험 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117) 즉, 사회보험도 동질의 사회적 위험(보험 사고)을 전제로 하고, 동질의 사회적 위험에 놓여 있는 여러 사람이 하나의 위험공동체(보험단체)를 구성하며, 가입자가 미리 일정한 금 액(보험료)을 내어 공동자금을 만들고 가입자 중 사회적 위험이 발 생한 사람이 공동자금에서 일정한 금액(보험금)을 받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사회보험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보험의 원리가 지배 하는 사보험과 다른 특성을 나타낸다.118) 첫째, 사회보험은 모든 사
117) 보험은 동질의 경제상 위험(보험사고)에 놓여 있는 다수인이 하나의 단체(위험단체)를 구성하여 미리 통계적 기초에 의하여 산출된 일정한 금액(보험료)을 내어 일정한 공동자 금(기금)을 만들고, 현실적으로 우연한 사고를 입은 사람에게 이 공동자금에서 일정한 금 액(보험금)을 지급하여 경제생활의 불안에 대비하는 제도이다{정찬형, 『상법강의(하)』, 제18판, 박영사, 2016, 495면}.
118) 헌법재판소는 ‘부양원리’에 따라 사회보험에 사보험과는 다른 특색이 나타난다고 설명 하고 있다. “국민연금제도는 사보험과는 달리 ① 일정한 범위에 있어서 보험가입이 강제 되고, ② 보험관계의 내용이 법률에 의하여 정하여지며, ③ 사용자 또는 국가가 보험비용 의 일부를 부담함으로써 급부와 반대급부 균형의 원칙이 유지되지 못하고, ④ 보험료를 강제징수할 수 있는 등 보험원리에 ‘부양원리’가 도입되어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사회보험 의 특색을 나타내고 있다.”(헌법재판소 1996. 10. 4. 선고 96헌가6 결정). 보험원리를 수정하는 원리로 ‘부양원리’ 이외에 ‘사회조정원리’(헌법재판소 2000. 6. 1. 선고 97헌마 190 결정), ‘사회적 부양원리’(헌법재판소 2001. 4. 26. 선고 2000헌마390 결정)라고 표 현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