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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의

시민의 생활보장에 대한 집단적 책임은 시민이 사회보험에 가입 하고 이로써 구성된 연대공동체에 속한 보험가입자의 의무 이행에 의하여 실현된다. 시민이 사회보험에 가입하여야 하는 의무와 보험 가입자가 부담하는 연대공동체의 존속과 유지를 위한 적극적, 소극 적 의무를 ‘연대의무’라 부를 수 있다. 사회보험에서 건강보장과 노령보장을 비롯한 각종 보장은 연대의무 이행에 기초하여 제공된 다.

2. 주체

사회보험에서 연대의무의 주체는 원칙적으로 보험가입자격이 있 는 시민이다. 사회보험은 고용관계에 기초한 보험료 납입을 토대로 가입자의 사회적 위험에 대한 생활보장을 가능하게 하므로, 근로자 가 원칙적으로 연대의무의 이행 주체이고 사용자도 자신의 질병, 노 령 등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사회보험에 가입하는 경우(예

컨대, 국민건강보험법상 직장가입자와 국민연금법상 사업장가입자) 에는 연대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사용자가 산재보험381) 을 제외한 사회보험에서 근로자를 위하여 보험료 또는 부담금382)을 납입하는 경우에도 사용자가 ‘연대의무’로서 보험료 또는 부담금 을 납입하는 것인지 문제된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에서는 사업주가 직장가입자의 보수월액보험료의 100분의 50을 부담하고 있고(국민건 강보험법 제76조 제1항 제1호), 국민연금에서는 사용자가 사업장가 입자의 연금보험료 중 부담금을 부담하고 있다(국민연금법 제88조 제3항). 또한 고용보험에서 실업급여의 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각각 2분의 1씩 부담한다(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13조 제2항, 제4 항).383)

헌법재판소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사회보험료를 형성하는 2가지 중 요한 원리 중 하나로 사회연대의 원칙을 들면서 “사회연대의 원칙 은 보험의 급여수혜자가 아닌 제3자인 사용자의 보험료 납부의무(소 위‘이질부담’)를 정당화한다.”384)라고만 밝혔을 뿐 사회연대 원리 가 어떠한 근거로 사용자의 보험료 부담을 정당화하는 것인지 명확 히 밝히지 않고 있다.

고용관계를 매개로 한 사회보험에 사용자가 관여하는 것은 보험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 또한 사용자는 근로 자의 노동력을 이윤 창출을 위한 필수적인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점

381) 산재보험에서는 가입자인 사업주가 보험료를 전액 부담한다(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 13조 제1항, 제5항). 노동재해에 관한 사업주의 과실 책임이 무과실책임으로 전환됨에 따라 산재보험이 책임보험의 성격을 가지며 발전하였기 때문이다.

382) 국민연금법에서는 사업장가입자의 사용자가 부담하는 금액을 부담금으로 정의하고 있 다(제3조 제11호).

383) 실업급여의 보험료율은 2013. 6. 28.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 개정 이래 1.3%이 다(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 제12조 제1항 제2호).

384) 헌법재판소 2000. 6. 29. 선고 99헌마289 결정

에서 사용자는 근로자를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경제적 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는 근로자들을 고 용하여 창출된 수익의 일정 부분을 보험료라는 형태로 부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용자를 근로자와 독립하여 보험료 를 부담하는 주체로 파악한다면 사용자의 보험료 납부의무의 근거 를 근로자와의 연대적인 관계로 설명할 수도 있을 듯하다.385) 또한 사용자를 자연인인 사용자와 법인인 사용자로 나누어 자연인인 사 용자가 자신의 근로자의 건강보험료 중 절반을 부담하는 것은 사회 적 조정(Sozialer Ausgleich)이고, 법인인 사용자가 부담하는 것은 이 질부담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386)

한편, 이 문제에 관해서 사용자의 기여가 근로자에 대한 연대적인 책임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보호의무(Fursorgepflicht)로부 터 정당화된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387) 이 견해는 사용자의 보험료 부담이 근로자의 소득에서 유래하는 것이라는 관점에 근거하고 있 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도 연금보험과 질병보험에서 사용자가 부담 하는 보험료가 피고용인의 고유한 급여 중 일부라고 판시하였다.388) 이러한 정당화는 사용자가 사회보험의 의무 부담자가 아니라 근로 자에게 귀속되는 급여의 일부로 기여하는 이질적인 전달자로 파악 하는 것이다.389)

385) 사회보험에 대한 사용자의 기여를 근로자와의 연대적인 관계에 기초한 의무이행이라 고 보는 것이 사회보험에 대한 사용자의 기여를 법적으로 더 공고하게 정당화하고 사회 보험의 재정확보 차원에서 사용자에게 사회보험의 당사자라는 지위에서 내부적으로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386) 정영훈, “국민건강보험상 보험료 부담의 평등에 대한 헌법적 검토”, 헌법재판소 헌법 재판연구원, 2014, 27-29면

387) Otto Depenheuer, 앞의 책, 33, 34면 388) BVerfGE 69, 272/302

389) Otto Depenheuer, 앞의 책, 33면

결론적으로 사용자의 근로자를 위한 보험료 납부를 연대의무의 이행이라고 이론 구성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먼저 사용자는 산재보 험390)을 제외하고는 사회보험의 보험가입자가 아니다. 산재보험을 제외한 다른 사회보험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의 사회적 위험과 관련 하여 고용관계에 따른 간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질 뿐이다. 다음으로, 연대의무의 이행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자기 고유의 기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용자가 근로자를 위하여 납부하는 보험료는 근로자 의 고유한 급부에 해당하고,391) 사용자에 의한 기여로 볼 수 없 다.392) 따라서 사용자의 보험료 납부의무는 근로자와의 연대적인 관 계에서가 아니라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근거로 형성된 법적 의 무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사용자를 사회보험에서 연대의무를 부담 하는 주체로 볼 수 없다.

3. 내용

먼저 사회보험에 가입할 자격이 있는 시민은 사회적 위험으로부 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회보험에 가입할 의무를 진다. 공동체 를 구성하지 않고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안

390)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업무상 재해에 대하여 무과실책임을 부담하기 때문에 책임보험의 성격을 가진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것일 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산재보험은 보험가입자가 자신에게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는 다른 사회보험과 다르다.

391) 이러한 관점은 안톤 멩거가 말한 ‘노동전수익권’의 실현과 부합한다. 사회의 모든 구성 원은 자신의 노동으로 생산한 결과물의 전부에 대한 정당한 권리(이른바 노동전수익권) 를 갖는다. 더 자세한 내용은 Anton Menger, 앞의 책, 1 - 28면; 안톤 멩거, "안톤 멩 거 「노동수익권」: 사회주의 이론의 법적 정립과 19세기 사회적 기본권의 태동, 이철수

이다혜 옮김, 서울대학교 법학 제53권 제1호, 2012. 3, 133-148면 참조.

392) 사회연대가 사용자에 의한 보험료 부담을 정당화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시는 사용자 의 보험료 부담의 본질을 사용자의 고유한 자원에 의한 은혜적인 급부로 파악하는 전제 위에서 가능한 것이다.

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연대는 집단적 책임에 의한 생활보장을 추구하므로 어느 사람이 사회보험에 가입할 의무를 면제받기 위해 서는 그것을 정당화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필요하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사회보험에 가입한 자의 연대의무는 크게 보험료 납입 에 의한 기여의무와 연대공동체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의무로 나눌 수 있다. 보험료 납입에 의한 기여의무가 적극적으로 사회보험을 통 한 급여 제공을 가능하게 한다면, 연대공동체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의무는 소극적인 측면에서 연대공동체의 존속과 유지에 기여하는 의무를 말한다.

건강에 대한 의무, 근로의 의무 및 재활의 의무 등은 후자의 예에 해당한다. 건강보험에서 보험가입자는 자기책임 하에 건강을 유지·

관리함으로써 보험급여의 발생을 막거나 급여의 범위를 감소시켜야 한다.393) 근로의 의무는 연금보험에서 인생의 근로시간과 관련된다.

즉, 노령연금의 수급개시 연령의 인상은 보험가입자가 인생 중 근로 기간이 연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근로의 의무는 보험가입자가 직업안정기관이 소개하는 직업에 취직하여 실업의 위험에서 벗어날 의무를 의미한다. 재활의 의무는 장애에서 회복하여 근로의 의무를 온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근로의 의무를 보충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나아가 사회보험의 급여 결정

393) 이와 관련하여 독일 사회법전 제5편 제1조는 “건강보험은 연대공동체로서 보험가입자 의 건강을 유지 회복하고 건강상태를 증진할 과제를 가지고 있다. 보험가입자는 그들의 건강을 위한 공동의 책임을 진다. 그들은 건강을 인식하는 생활태도, 질병과 장애의 발생 을 막거나 그 결과를 극복하기 위한 건강진단과 재활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같은 예방 적인 조치의 조기 관여를 통하여 이에 기여하여야 한다. 건강보험은 교육, 상담 및 급여 를 통하여 보험가입자를 돕고 건강한 생활관계를 증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보험가 입자들에게 질병 억제와 예방의무를 부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