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안전거버넌스 정책 발전
1. 정책변화와 한계
재난이 대형화·복합화할수록 대응 및 복구 중심에서 예방 및 대비 중심 으로, 중앙정부 중심에서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사회 중심으로 정책관점 이 변한다. 즉 지시와 통제·감독에서 협력과 지원·연계 방식으로의 변화 다. 재난관리체계에 협력적 거버넌스를 도입하고 있다.428) 정부주도 재난 관리로는 복잡하고 다양한 재난과 위험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데 한계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력적 거버넌스 형태의 재 난관리체계가 효과적으로 실현되려면 정부가 결정 및 통제자로 역할하기 보다는 관련참여자 협업수행을 조정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 다.429)
427) Ortwin Renn, Risk governance: coping with uncertainty in a complex world (Earthscan, 2008): 8-9.; Bruna De Marchi, “Public participation and risk governance” Science & Public Policy 30(3) (2003):171.
428) 원소연, 한국형 협력적 거버넌스 체계 구축 방안연구 : 네트워크분석을 통한 재난안전분야 비교 사례 연구 (한국행정연구원, 2013): 16.
429) 원소연, 한국형 협력적 거버넌스 체계 구축 방안연구, 17.
정부는 안전거버넌스를 ‘재난관리 민관협력’으로 이해하고, 2013년부터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중앙안전관리민관협력위원회와 지역민관 협력위원회를 구성하여 재난발생 대비한 정부와 민간기관 공동협력체계 를 구축하고, 수습활동 체계적 지원을 계획하였다. 하지만 2015년도 국정 감사에 따르면 민관협력위원회의 성과라 볼 결과가 없다. 특히 ‘세월호, 메르스 등 여러 재난사고에 있어서도 재난대응에 있어 효과적인 민관협 력체계나 협력적 대응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430)는 평가다. 따라서 국회는 정부에 대해 민관협력위원회 실질적 활동을 위한 개선방안을 요구하였고,431) 정부는 민관협력위원회를 분과 중심으로 내실 있게 운영하고, 중앙-지역 민관협력 연계 및 협력체계 기 반구축을 위해 인력과 장비를 확보하며, 재난관련 민간자원정보 풀(pool) 시스템을 구축, 활용한다는 대책을 제시하였다.432)
이에 대해 국정감사 시정 및 처리요구에 대한 정부 이행실적을 국회입법 조사처가 평가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433)
첫째, 민관협력 특성상 단기간 특정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 정하지만, 정부가 민관협력에 대한 지향목표나 체계적 관점 없이 민관협 력 중요성과 필요성 인식만으로 법제화하는데 그쳤다.434)
둘째, 그 결과 현행 민관협력위원회는 연간 서너 차례 정도 회의를 여는 협의기능만 수행하고 있다. 자원참여시민을 관리하는 전국 조직도, 안전 관련 자원참여단체 전국연결망도 이미 조직되어 있다. 여기에 다시 중앙 과 지방에 안전관리민관협력위원회를 정부 주도로 운영한다면 민관협력 의 실질보다는 상징적 기능에 불과한 정책사례로 평가받지 않을 수 없 다.
430) 배재현, 민관협력 재난대응거버넌스 구축방안, 국정감사 시정 및 처리결과 평가 보고서 9 (국회입법조사처, 2016): 2; 이훈래,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 협력적 거버넌스에 관한 연구" 한국정책연구 15.4 (2015): 127-150.
431) 배재현, 민관협력 재난대응거버넌스 구축방안, 6-7.
432) 배재현, 민관협력 재난대응거버넌스 구축방안, 7-8.
433) 배재현, 민관협력 재난대응거버넌스 구축방안, 2, 13-16, 17-20.
434) 이부하, “위험사회에서 국민의 안전보호의무를 지는 보장국가의 역할-현행 안 전법제에 관한 고찰을 겸하며” 서울대학교 법학 56(1) (서울대 법학연구소, 2015): 158-159.
셋째, 민관협력위원회를 실질화한다는 개선취지로 분과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민관협력사업에 사전협의를 하도록 추진하는 방안은 민관협력 강화 대책일 수는 있다. 민간참여 필요 취지를 살리고 효과를 얻으려면 사업 계획단계부터 참여보장이 중요하다. 다만 조직초기 단계인 민관협력위원 회가 사업계획 검토를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지는 현실적으로 의문이다.
사전협의가 실질적이려면 사업집행 전에 진행되어야 하는데, 이미 계획 완료된 사업을 민간위원들과 협의하도록 한다면 불필요한 간섭 절차만 늘어난다.
넷째, 민간자원 정보풀 시스템구축은 전문성과 역량을 검증하여 파악한 자료관리가 실질이다. 참여 민간전문가의 검증과 관리는 정부와 민간협 력 사업 결과에 대한 책임문제에 연결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단순히 자 원참여자 정보 데이터베이스에 그칠 뿐이라면 실제 문제발생시 기능하기 도 어렵다. 안전 및 재난관리 분야는 특히 민간전문가 및 기업 협력이 중요하다. 한국 사회에서는 대부분 일반 자원참여자 단체 위주다. 민간분 야 전문성 있는 자원을 발굴하고 공적 영역에 연계하여 정부와 함께 재 난발생시 대응 가능한 실질적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민관협력위원회가 민간전문자원과 자원참여인력을 관리·지원하 는데 필요한 운영방안이나 필요예산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실제 기능하기 어렵다. 민관협력에서 예산의 구체적 의미는 두 가지다. 예산 없는 정책 없다. 예산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는 정책은 상징적 형식적 수단에 불 과하고 자원낭비다. 예산확보를 위해서는 구체적 사업 및 활동계획, 운영 규정과 매뉴얼이 갖추어져야 한다. 또 하나는 국가예산만으로 민관협력 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언제나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는 정책은 드물다. 민관협력에서 정부의 조정자 역할은 바로 국가예산 외에도 정부 의 다양한 자원, 사회적 자원을 동원·배분하는데 있다. 민관 정책협력은 예산확보와 운영·배분을 중심으로 기획과 운영·관리 평가가 체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수고롭고 어려운 작업이다.
여섯째, 민관협력은 지속적 상호작용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가능한데, 문 제발생시에만 지원요청을 한다면 협력도 어렵고 전문역량부족으로 실질
적 역할도 어렵다. 중앙정부나 광역지방자치단체 차원 운영만으로는 지 속적 상호작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민간 전문기관이나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민관협력을 위해서는 기존 민간자원과의 소통 및 협력관계 지속 뿐만 아니라 발굴과 지원도 필요하다.
정부가 안전관리에서 민관협력 중요성과 가치를 인식하여 법제와 정책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국회가 국정감사를 통해 개선필요성을 지적하며, 이 에 따라 정부가 시정조치를 제시하고, 다시 정책평가기관이 평가와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사례를 살펴보았다. 이러한 과정이 축적되어 가면서 안 전거버넌스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협력 필요성에 대한 인식만 있을 뿐, 어떻게 협력하여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 정책목표와 방식과 성 과에 대한 체계적 관점 없이는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협 치는 정책가치나 정책내용이 아닌 ‘실행이 없는 헛된 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