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안전거버넌스 정책 발전
2. 안전 거버넌스의 민주적 차원
적 역할도 어렵다. 중앙정부나 광역지방자치단체 차원 운영만으로는 지 속적 상호작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민간 전문기관이나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민관협력을 위해서는 기존 민간자원과의 소통 및 협력관계 지속 뿐만 아니라 발굴과 지원도 필요하다.
정부가 안전관리에서 민관협력 중요성과 가치를 인식하여 법제와 정책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국회가 국정감사를 통해 개선필요성을 지적하며, 이 에 따라 정부가 시정조치를 제시하고, 다시 정책평가기관이 평가와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사례를 살펴보았다. 이러한 과정이 축적되어 가면서 안 전거버넌스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협력 필요성에 대한 인식만 있을 뿐, 어떻게 협력하여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 정책목표와 방식과 성 과에 대한 체계적 관점 없이는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협 치는 정책가치나 정책내용이 아닌 ‘실행이 없는 헛된 말’이 된다.
울리히 벡이 위험사회론을 구상한 계기는 1986년 구 소련 체르노빌 원자 력 발전소 방사능 누출사고였다. 자연재해 위험대비와 원자력발전소 안 전운영이 국가적 과제인 일본은 체르노빌 사고 이후 국제원자력기구
(IAEA) 등 전문가 진단을 바탕으로 위험관리 및 안전체계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대형사고를 막 지 못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같은 국제원자력 사고등급 최고등급 사고로 기록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은 일본 사 회는 그동안 자신했던 전통적 안전체계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 전문가 중심으로 기술적 조치를 통해 위험을 관리하는 전통적 위험거버넌스가 근본적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435) 전문가 중심 위험관리 및 안전거버넌 스는 과학적 합리성, 기술적 해결가능성, 공식적 절차를 통한 정당성을 핵심내용으로 한다. 의사결정과 집행에 필요한 핵심 지식을 전문가가 독 점적으로 공급하는 체계다. 안전거버넌스에서 전문가주의는 기술정치에 서 민주주의 원리와 대립되는 개념이다. 효율성과 확실성을 근거로 정책 관련 의사결정과정에 시민참여를 배제한다.436) 이러한 정책방향은 정당 성 문제제기와 시민의 불신을 가져온다.437)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한국 정부도 국내 원자력발전소 21개소를 대상 으로 일제 점검을 실시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환경 과 반핵관련 시민단체 참여요구를 거부하고 서류검토와 원전직원 면접조 사 방식으로 한 달만에 조사를 마친 뒤 ‘원전이 안전하게 설계되고 운영 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고 정부발표가 나왔다는 사실이다.438) 원자력안 전위원회는 관련 전문가, 학자, 공무원으로 구성되어 있다.439) 한국의 원
435) 강윤제,“원전사고와 민주적 위험 거버넌스의 필요성” 경제와 사회 91 (비판사 회학회, 2011): 13-14; 임병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의 우경화와 시민사 회의 변화,” 한일문화강좌, 103, 한일문화교류기금, 2015.6.24.
436) 강윤제, 원전사고와 민주적 위험 거버넌스의 필요성, 20.
437) Les Levidow, “European public participation as risk governance: enhancing democratic accountability for agbiotech policy?” East Asian 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an International Journal 1.1 (Springer,2007): 20.
438) 원자력안전위원회, 2011년 원자력안전위원회 연차보고서 (원자력안전위원회, 2011) :11-12.
439)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법률 제13546호) 제4조, 제5조.
자력안전 위험거버넌스가 전문가 중심이며, 정책관련 의사결정과정에 시 민참여가 배제되어 있는 형태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원자력발전소는 특 히 위험도가 높은 기술체계이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위험관리를 맡겨야 타당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기술적 전문성에 기반을 둔 ‘심층방어시스템 (defense-in-depth system)’은 다중 안전장치와 백업장치를 갖추고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는 신뢰성 있는 체계다. 그러나 정작 실제 사고발생 당시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상황에서 별다른 구실을 하지 못했 다. 또한 전문기술적 체계가 강화될수록 과잉과 중복을 초래하여 체계 복잡성이 증가되기 때문에 오히려 사고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측면도 있다. 전문적이고도 심층적이라는 위험방지 체계가 실제로는 예상을 넘 어 피해를 초래하고, 위험관리체계 자체가 사고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 실은 위험에 대한 전문가 통제의 허상을 보여준다.440)
한국 사회 원전관련 위험관리 정책에서 시민은 홍보 대상일 뿐 정책논의 에 참여할 주체로 대우받지 못한다. 안전정책 연결망은 과학기술부-원자 력안전기술원-원자력발전소-국제원자력기구로 이어져 있고, 시민 참여나 감시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언론을 통한 정보가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 통제역할 비중은 더 크고, 그만큼 전문가 중심 체계의 부작용을 막기 어렵게 된다. 앞서 협업 사례로 살펴본 민간환경감시위원회는 지역 주민 중심의 부분적 참여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운영하는 ‘열린이 용자포럼’441)은 홍보수단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442)
과학적 사실이 위험을 둘러싼 사회적 가치 문제를 전적으로 해결해 줄 수 없다. 이를 이해한다면 전문가 위주 위험관리 거버넌스는 현실에서 작동하기 힘들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대안을 찾아야 한다면 시민참여 제 도적 보장을 통한 협업이다. 특히 전문가 지식을 과신하고 ‘지역지식 투 입’을 간과할 경우 위험예측 오류를 피하지 못한다. 정책실패와 안전거 버넌스 실패 결과에 이를 수 밖에 없다. 원자력발전과 같은 고도의 전문
440) 강윤제, 원전사고와 민주적 위험 거버넌스의 필요성, 21-24.
441) http://www.kins.re.kr/
442) 강윤제, 원전사고와 민주적 위험 거버넌스의 필요성, 27.
적 영역 역시 지역지식과 같은 시민지식이 전문지식 못지않게 중요한 기 여를 한다. 전문지식과 시민지식이 위계와 차이가 있어서 시민참여를 제 한하거나 무시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443) 따라서 위험거버넌스의 민주화 로서 실질적 시민참여는 전문가 중심 위험관리체계의 편향성과 폐쇄성 문제를 해소하고, 안전거버넌스 패러다임 전환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 대된다.444)
정리하면, 민주적 위험거버넌스란 “시민참여를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중시하며, 전문지식과 시민지식의 시너지(synergy) 효과를 통 해 의사결정과 실행을 현실적이고 효과적으로 이뤄내기 위한 체계”
다.445) 비교해 보면, 형사정책 역시 매우 전문적 영역으로서 법전문가와 정책전문가의 전담이 당연시되고, 시민참여를 형식적 수준에 묶어두고 그 이상의 민주적 요소강화에 대해 우려하는 경향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 렵다. 원자력발전 분야만큼이나 전문가주의에 대한 관념이 뿌리 깊은 영 역이다. 하지만 현대사회 형사정책이 당면한 정당성과 효과성 문제를 고 려할 때 역시 민주적 안전거버넌스의 문제의식과 대안모색을 참고하여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2) 지역안전공동체
2013년 정부의 ‘4대 사회악(社會惡)’이라는 용어가 국가안전관리 정책의
표지가 되면서, 성폭력, 가정폭력의 범죄와 학교폭력의 소년비행과 불량 식품관련 보건감독행정 문제를 생활안전거버넌스의 문제로 통합해서 다
443) 강윤제, 원전사고와 민주적 위험 거버넌스의 필요성, 28-29.
444) Les Levidow, European public participation as risk governance: enhancing democratic accountability for agbiotech policy?, 45-47.; 강윤제, 원전사고와 민 주적 위험 거버넌스의 필요성, 29-30.;이영희, “재난 관리, 재난 거버넌스, 재난 시티즌십” 경제와사회 104 (2014): 56-80.
445) 강윤제, 원전사고와 민주적 위험 거버넌스의 필요성, 29. 여기서 시민참여는 시 민감시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참여를 뜻한다. 시민참여를 프로그램화한 공식적 제 도로서는 합의회의, 시민배심원제, 공론조사(숙의적 여론조사), 기획단위(planning cell), 비공식적 제도로서는 여론조사, 공청회, 지역주민의 자발적 감시활동 등이 제시된다.
루는 현상이 나타난다. 네 가지 현상이 가장 대표적이고 유일한 사회악 이거나, 네 가지 문제 각각이 같은 정도의 사회악이기 때문에 4대 사회 악 표지가 되었을 가능성은 없지만, 각각의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인 사 회문제임은 틀림없으며, 네 가지 현안이 하나의 안전관리 정책틀에 묶여 서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살펴볼 만한 현상이다.
특히 생활안전 문제영역에서 방지의 의미는 사건보다는 상존 위해요인에 대한 거시적 관점의 대응, 위해요인 제거가 아닌 완화, 피해자의 피해발 생원인 제거, 그리고 위해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사회경제적 구조에 대 한 적응(adaptation)까지 포함한다. 여기서 적응이라 함은 일상화된 위험 과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현대사회에서 한정된 역량만으로도 가능한 한 안전을 확보하고, 위험사건이 발생하면 빠르게 자원을 동원하고 대응 해서 복구하고 대처하는 능력, 회복력(resilience)을 말한다.446) 따라서 안 전거버넌스는 사회공동체 차원에서 회복가능하고 지속가능한 안전공동체 를 지향한다. 안전공동체는 국가주도의 하향식, 물리적 예방투자 중심의 중앙집권화된 위험관리체계로는 이루기 어렵다. 상향식·협치식 방식의 예방, 대응, 복구를 포괄하는 회복가능성의 관점에서 실현가능하다. 따라 서 정부주도 안전정책 보다는 지역주민의 적극적 참여, 다양한 민관 당 사자의 소통에 의해 안전공동체를 구현할 수 있다.447)
물론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은 범죄다. 위해요인을 완화하고 피해요인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관리되어야 할 안전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성폭력과 가정폭력의 일상이 벌어지는 공간인 마을과 살아가는 사람들 환경 속에서 범죄를 방지하고 피해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는 공동체 차원
446) 회복력 개념은 변화와 위협 상황에 대응하고 적응하는 능력을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다. 개인의 스트레스부터 대형재난이나 테러에 이르기까지 위험에 대한 적극 적 대응에 주목하기 때문에 고위험사회 형사정책 논의에도 수용되고 있다.
(Ann S. Masten, “Risk and resilience in development” Philip David Zelazo 편, The Oxford Handbook of Developmental Psychology, 제2권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12): 463.; Willem de Lint/Nerida Chazal,
“Resilience and criminal justice: Unsafe at low altitude” Critical Criminology 21(2) (2013): 157-176.)
447) 전대욱/최인수, “회복가능한 지역공동체 및 안전거버넌스 조성에 관한 연구 - 4대악 근절 등 안전분야 국정과제의 성공적 추진을 중심으로” 한국거버넌스학회 보 20(2) (한국거버넌스학회, 2013): 53, 5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