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공화주의 이론과 평가
1. 공화주의적 자유개념
현대 공화주의 본질은 자유에 대한 이해에 있다. 자유를 타인 자의(恣意) 에 따른 지배(domination)를 받지 않는 상태로 본다. 비지배
(non-domination)로서 자유개념은 적극적 자유를 자율로, 간섭 부재를 소
극적 자유로 보는 전통적 구분175)을 넘어선다.176) 자의적(恣意的) 지배를 받지 않는 상태라 함은 법적 제재를 두려워하지 않고 어떤 개인이나 기 관이 멋대로 타인을 억압할 수 있는 지배의지에 종속당하지 않을 때를 뜻한다.177) 예속되지 않은 상태라고도 한다. 자유를 부정당하고 이 때문
174) S.Besson/J.L.Marti, “Law and Republicanism: Mapping the Issues”, Samantha Besson/José Luis Marti, Legal Republicanism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2009):12
175) Isaiah Berlin, Four Essays on Liberty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69): 122 이하, 131 이하
176) Philip Pettit, Republicanism: A Theory of Freedom and Government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97):21-22. 곽준혁, 경계와 편견을 넘어서:
우리시대 정치철학자들과의 대화 (서울:한길사, 2010): 34.; 비-지배 개념은 신 로마공화주의 필립 페팃의 핵심 개념이다. 이를 아이리스 영(Iris Young)은 사회 주변집단 포용원칙의 근거로 삼는다. (Inclusion and democracy,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2002) 리처드 대거 (Richard Dagger)는 시민경제라는 사회경제적 조건으로 구체화했다.(“Neo-republicanism and the Civic Economy”, Politics, Philosophy and Economics 5(2), 2006: 151-173) 제임스 보먼 (James Bohman)은 전세계적 차원에서 민주적 거버넌스 원칙의 근거로 삼는다.
(Democracy across Borders: From Demos to Demoi, Cambridge: MIT, 2007)
177) Philip Pettit, Republicanism, 23-26.; Cecile Laborde/John Maynor, Republicanism and Political Theory, (Oxford:Blackwell, 2008) 곽준혁 외 역,
에 공포를 겪지 않을 때 또한 자유롭다.178)
이에 비해 자유주의는 외부 간섭에서 벗어난 상태를 자유라고 본다. 공 화주의 관점에서는 예속이 간섭보다 더 고통스런 침해다. 자유를 제한하 기보다 증진시키는 간섭도 있다고 본다. 시민의 지지를 받는 민주헌정 국가는 법을 제정하고 세금을 부과하며 범죄를 처벌하는 ‘간섭’을 한 다.179)
(2) 공화주의적 자유와 공동선
공화주의에서 공동선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과 집단 사이 소통과 조 정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공존의 이념이다.180) 공동선을 추구 하기 위한 소통과 조정의 과정을 공론 (public discourse)이라 한다. 공론 에 참여하여 행동할 때 기준은 시민성(civility)다. 개인 이익이 공동선의 일부라는 지혜, 공적 삶에 참여하고자 하는 정당한 욕구, 사회적 협력에 대한 관심, 공공의 자유를 지키는 제도를 수호할 자세와 같은 덕성(德性) 을 뜻한다.181) 시민적 덕성과 반대되는 비시민성(incivility)도 있다. 타인 에 대한 무심한 태도 (무례 rudeness),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타인에 대 해 무심한 태도(독선 self-righteousness) 또는 타인을 증오하는 태도 (배타 주의 chauvinism)가 그것이다. 공론의 전제를 무너뜨린다. 182)
공화주의는 시민적 덕성(civic virtue), 적극적 시민성 (active citizenry) 내 지 시민윤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한다는 점에서 자유주의와 구분된다. 시 민적 덕성은 개인 윤리 문제가 아니라, 공정하고 자유로운 사회분위기 속에서 길러지는 덕성이다.183) 따라서 공화주의는 시민적 덕성이 필요하
공화주의와 정치이론, (서울:까치글방, 2009):20, 43.; 김경희, 공화주의, 80-81.
178) Maurizio Viroli, 공화주의, 94.
179) Cecile Laborde/John Maynor, 공화주의와 정치이론, 29.; 곽준혁, 경계와 편견 을 넘어서,44-45,47,54.
180) 김경희, 공화주의 89.
181) M.N.S. Sellers, Republican Legal Theory : The History, Constitution and Purposes of Law in a Free State (New York:Palgrave, 2003):62.
182) M.N.S. Sellers, Republican Legal Theory,62
183) S.Besson/J.L.Marti, Law and Republicanism: Mapping the Issues,8.; 김경희,
다고 볼 뿐만 아니라 덕성을 실천하고 함양하는 정치질서를 목표로 한 다.184) 그러므로 시민에게 자치에 필요한 인격과 자질을 함양시키는 형 성적 정치(formative politics)185)를 추구한다. 다른 사람과 동등한 시민적 지위를 누릴 수 있어야 타인의 자의적 지배 밑에 살지 않고, 실제로 자 유로울 수 있다. 정부는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민 이 시민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뒷받침도 해야 한다.186) 이에 비해 자 유주의적 자유관은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지만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지적 은 이 때문이다.187)
또한 공화주의 이해에서 중요한 요소는 옮음(正義)이 좋음(善)에 우선한 다고 주장하는 자유주의와 달리 공동의 좋음(공동선) 또는 공익의 정치 를 주장한다는 점이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로운 이익 추구가 결국 공동 이익을 가져온다고 본다. 공리주의는 개인적 선호의 총합인 공리
(公利)를 주장한다. 이에 비해 공화주의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
해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공동의 이익은 사적 이해관계를 초월 하는 공정한 법제도를 통해서 실현된다.188) 따라서 공동선이 실현되는
공화주의, 11, 26-27.
184) Cecile Laborde/John Maynor, 공화주의와 정치이론, 37.; Maurizio Viroli, 공화 주의, 18.; Michael J. Sandel, Democracy’s Discontent (Cambridge: Havard University Press,1996), 안규남 역, 민주주의의 불만 (동녘, 2012):44-45.; 김경희, 공화주의, 12.
185) 공화주의 제도적 방식에는 시장유형의 제도(market institution)와 형성적 제도 (formative institution)가 있다. 시장유형의 제도는 개인은 자기이익에 따라 행동 한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개인의 이기적 행동을 조율하여 집합적으로 공적 이익을 창출하고자 한다. 반면 형성적 제도는 개인들로 하여금 자기 이익이 아니라 마치 공적 이익을 우선하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도록 영향을 미치기 위해 구축된다.
형성적 제도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행동성향의 전환을 의도하는 강제적 제도 (coercive institution)는 법적 제재와 보상을 끌어들여 문제된 상황에서 공적 이 익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두는 것처럼 행동하도록 처벌과 보상을 교량하도록 한
다. 사회화 제도는 행동성향 뿐만 아니라 성찰방식의 변화가 목표다.
(J.S.Braithwaite/P.Pettit, Not Just Desert: A Republican Theory of Criminal Justice (New York: Clarendon,1990): 81.)
186) Paul Nolte, 위험사회와 새로운 자본주의,326.; Michael J. Sandel, 민주주의의 불만, 18.; 곽준혁, 경계와 편견을 넘어서,55-56.
187) Michael J. Sandel, 민주주의의 불만, 19
188) Maurizio Viroli, 공화주의, 13.; Michael J. Sandel, 민주주의의 불만, 44-45.; 김 경희, 공화주의, 26, 89.
공간이자, 시민적 덕성이 길러지는 공간으로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정한 법제도 확립이 중요하다.189)
(3) 공화주의적 자유와 평등
공화주의는 자유를 위해 평등한 시민권과 법 앞의 평등이 필요하다고 본 다. 공동의 이익 내지 공공선에 대한 시민 합의에 따라 제정한 법 앞에 모든 사람은 평등해야 한다.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는 법의 지배는 정부 권력 분립과 견제균형을 통해 보장된다.190)
공화주의 평등 관념에 따르면, 타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한 시 민으로서 평등한 지위를 보장받고 있다고 타인들에 의해서 인식될 때에 개인은 자유롭다.191) 나아가 현대 공화주의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의 평 등뿐만 아니라 시민이 존엄을 지키고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경 제적 조건 보장을 평등의 내용으로 이해한다. 즉 공화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도 자신을 팔아야 할 정도로 가난해서도, 누구도 타인의 굴종을 돈 주고 살 수 있을 만큼 부유해서도 안 된다. 모든 시민은 불운이 찾아왔 을 때도 밑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절대적 빈곤층에게 사회적 안전망, 재해 희생자에게 보호를 제공해야 하 며, 사적 및 공적 소유에 대한 규칙을 확립해야 한다. 당위에 그치는 구 호가 아니다. 시민이 가진 당연한 권리에 따른 보장이다. 시민은 존엄하 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은 다른 시민을 도와야 하는 의무가 있다. 다만 도움을 받는 사람이 부담을 느끼지 못하도록 해야 하며, 그런 의무를 타 인에게 떠넘겨서도 안 된다. 시민은 존엄하기 때문이다.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