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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주의·자유주의·공동체주의

II. 공화주의 이론과 평가

2. 공화주의·자유주의·공동체주의

공간이자, 시민적 덕성이 길러지는 공간으로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정한 법제도 확립이 중요하다.189)

(3) 공화주의적 자유와 평등

공화주의는 자유를 위해 평등한 시민권과 법 앞의 평등이 필요하다고 본 다. 공동의 이익 내지 공공선에 대한 시민 합의에 따라 제정한 법 앞에 모든 사람은 평등해야 한다.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는 법의 지배는 정부 권력 분립과 견제균형을 통해 보장된다.190)

공화주의 평등 관념에 따르면, 타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한 시 민으로서 평등한 지위를 보장받고 있다고 타인들에 의해서 인식될 때에 개인은 자유롭다.191) 나아가 현대 공화주의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의 평 등뿐만 아니라 시민이 존엄을 지키고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경 제적 조건 보장을 평등의 내용으로 이해한다. 즉 공화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도 자신을 팔아야 할 정도로 가난해서도, 누구도 타인의 굴종을 돈 주고 살 수 있을 만큼 부유해서도 안 된다. 모든 시민은 불운이 찾아왔 을 때도 밑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절대적 빈곤층에게 사회적 안전망, 재해 희생자에게 보호를 제공해야 하 며, 사적 및 공적 소유에 대한 규칙을 확립해야 한다. 당위에 그치는 구 호가 아니다. 시민이 가진 당연한 권리에 따른 보장이다. 시민은 존엄하 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은 다른 시민을 도와야 하는 의무가 있다. 다만 도움을 받는 사람이 부담을 느끼지 못하도록 해야 하며, 그런 의무를 타 인에게 떠넘겨서도 안 된다. 시민은 존엄하기 때문이다.192)

현대 공화주의 이론은 시민적 공화주의, 아리스토텔레스적 공화주의, 신 로마 공화주의, 신아테네 공화주의, 사회주의적 공화주의, 공동체주의적 공화주의, 나아가 자유주의적 공화주의까지 입장이 매우 다양하다. 개별 이론 내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공화주의를 자유주의, 공동체주의나 사회주의와 같은 정치원리들과 어떻게 구분 지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합 의가 어렵다. 더구나 공화주의의 중심가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불일치에 그치지 않고 어떤 가치가 다른 가치들보다 우위에 있는지에 대 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공화주의와 자유주의의 이질성 때문에 두 이념의 대립은 특별하게 더 복잡하다.193) 공화주의와 자유주의 이론과 관점이 다양하기 때문에 대립관계로만 규정하기는 어려운 측면 또한 있다. 공화 주의와 자유주의의 관계는 두 개념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공화주의자와 소극적 자유 개념을 수용하는 자유지상주의자(libertarian)는 구분 가능하지만, 개입주의적(interventionist) 국가론에 찬성하는 평등주의 적 자유주의자(egalitarian liberal)와 공화주의자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현 대 공화주의 또한 자유주의 전통 원리 일부를 수용하고 있다는 점도 명 백하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분리, 권력분립, 국가중립성 원리가 그 것이다. 부분적으로 이를 논거로 일부 학자들은 공화주의와 자유주의가 대립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자유주의를 표방한 공화주의 (liberal brand of

republicanism)194)를 주장할 수도 있다고 본다.195)

다만 자유에 대한 상이한 개념, 공적·사적 영역 구분에 대한 상이한 평 가, 법적 권리에 대한 상이한 관념, 그리고 어떠한 성향, 태도와 덕성이 시민 사이에 필요한지에 관련된 다양한 해석이 두 전통을 구분해 준다.

196) 현대 정치 및 법이론에서 공화주의 입장은 자유, 평등, 자치, 시민적 덕성, 적극적 시민성과 같은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제시된 구체적인 제

193) S.Besson/J.L.Marti, Law and Republicanism: Mapping the Issues, 5

194) 자유주의와 공화주의를 상호결합하여 전통적인 자유주의 약점은 공화주의로, 전통적인 공화주의 약점은 자유주의로 상호보완하려는 이념이다. 드워킨(Ronald Dworkin) 또한 자유주의로 파악된 시민공화주의(civic republicanism in the liberal mode)를 논한다. (김도균, “법원리로서의 공익-자유공화주의 공익관 시각 에서”, 서울대학교 법학 47(3) (서울대학교, 2006):189. 각주 116.)

195) S.Besson/J.L.Marti, Law and Republicanism: Mapping the Issues, 9 196) S.Besson/J.L.Marti, Law and Republicanism: Mapping the Issues, 10-11.

도적 제안에서 자유주의와 여전히 구분될 의미가 있다. 자유주의와 공화 주의 정치이론은 사회경제적 맥락에 따라 현실전개 양상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미국 공화주의 전통에 속한 미국 공화당은 1980년대 정부가 비대해지면서 시민사회가 위축되고 범죄와 부패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개인과 국가 사이에서 다리역할을 하는 가족, 지역사회, 교회, 학 교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에 당시 공화당은 공동체 노선을 택했다. 중앙권력(연방권력)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국민이 자신 삶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고 지역 공동체 발전 가능성이 확대된다고 보았다.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 상실과 공동체의 도덕적 기초 붕괴를 두려워 하던 사 람들에게 그 호소력은 강력했다. 문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참여로 이끌어 낼만한 시민적 자원은 부족했다는데 있다. 결국 거대화한 정부 대신 거대 기업이 지역사회를 잠식하는 상황을 방치했다. 지역사회 부흥

은 ‘쇼핑몰과 도로’로 대체되고 말았다.197) 반면 미국 자유주의 전통에

속한 민주당은 국가와 지역사회를 중간에서 이어주는 공동체 개념을 경 계해 왔다. 편견에 찬 고립지대, 불관용에 앞장서는 영역, 다수의 횡포가 지배하는 영역이라고 보았다. 미국 정치에서 자유주의 기획은 오히려 지 역공동체가 보호해 주지 않는 개인의 권리를 중앙권력을 통해 보호했다.

권리보장의 측면에서는 개인과 국가 양립 구도를 잡기 때문에 공동체는 배제된다.198)

한편 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는 공동체 전통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공유된 이해 틀 안에서 자유와 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보는 정치철학 이다. 국가권력 제한을 통한 개인 자유 보장에서는 자유주의적 개인주의

(liberal individualism)와 지향하는 바가 같다. 다만 자유주의 기초인 개인

주의, 권리준거적 의무론, 도덕적 보편주의에 맞서 사회적 연대성에 따른 개인 책임구성, 공동선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자유주의를 보완하는 입장 을 취한다.199)

197) Michael Sandel, 민주주의의 불만, 413-416.

198) Michael Sandel, 민주주의의 불만, 416-417.

199) Allen Buchanan, “community and communitarianism”, Concise Routledge Encyclopaedia of Philosophy (London: Routledge, 2000): 155; Gordon Hughes, Understanding Crime Prevention (Buckingham: Open Univ. Press,

공동체주의 이론에는 공동체 개념과 성격, 개인과 공동체 관계에 대한 이해에 따라 다양한 견해들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공동체가 개인들의 총 합(總合)으로만 환원될 수 없는 고유한 도덕적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개 인의 완성은 공동체 안에서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는 인식에 근거한다.

아울러 공동체가 구성원들로 하여금 각자의 좋은 삶에 대한 기획을 추구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줄 책임이 있다고 본다.200)

이러한 공동체주의는 공화주의 관점과 내용을 상당수 공유한다. 첫째, 극 단적으로 개인주의적인 자유주의 사회관을 비판한다. 둘째, 더 풍부하고 복합적인 자유 관념을 통해 시민의 공적 영역 또는 정치공동체 참여를 요청한다. 개인의 삶에 대한 자기중심적이고 사유화된 개념을 거부한다, 셋째, 시민참여를 요청하기 때문에 자유주의적인 중립성을 거부하면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중요성을 구분한다.201)

다만 공동체주의에 대해서는 공동체에 관한 구체적 모형을 분명히 제시 하지 못할 때 ‘공동체’가 아닌 ‘전체’주의 위험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 판이 제기된다. 그런 측면에서 공동체주의적 자유주의는 자유와 권리 보 장과 함께 공적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시민의 덕성 함양을 추구한다. 자 유주의 이론이 공동체 가치를 부인하지 않고, 공동체주의 이론이 개인 자유를 부인하지 않는 만큼, 자유주의가 가진 개인주의적 한계를 공동체 적 가치를 통해 보완하고자 하는 입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국가 가 도덕과 윤리의 내용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대신 규범창출 과정에 공 동체 구성원인 시민의 필수적 참여를 보장할 필요는 있다. 국가는 공동 체의 이익을 실현하도록 절차적 과정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결정된 공 동체의 이익을 집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202)

1998) ; Michael Waltzer, 김용환 외 역, 자유주의를 넘어서 (서울:철학과 현실 사, 2001): 240, 271.;김석준 외, 거버넌스의 이해, 33.

200) Ann Donchin 외, 유수정·최경석 편역, 자율성과 공동체주의, (서울:로도스, 2014):179-180.; 류전철, “공동체주의 관점에서 형법이론의 새로운 구성을 위한 시 도”,형사정책 26(2), (2014) 171-172.; Stephan Mulhall/Adam Swift, Liberals and Communitarians, 제2판, (Oxford:Blackwell,1992) 김해성·조영달 역,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서울:한울아카데미, 2001):216.

201) S.Besson/J.L.Marti, Law and Republicanism: Mapping the Issues, 11.

202) Ann Donchin 외, 자율성과 공동체주의, 180-181.; 류전철, 공동체주의 관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