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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공화주의 이론과 평가

3. 공화주의 이론 평가

현안 문제를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며, 관심과 이해가 모이는 공간이 곧 공동체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 어디나 어떤 문제가 있고, 사람이 모여 문 제가 있는 곳에 공동체는 형성된다.

시민사회의 모임과 조직은 19세기말 서구사회에서도 도시화, 산업화, 이 민을 통해 급진적으로 재구성된 바 있다. 역사적으로 신축성 있는 개념 이었다.207) 또한 21세기에도 민주주의 약화, 관료제 강화, 기업권력 강화, 법률만능주의에 맞서기 위해서는 시민참여와 공동체에 대한 전망이 여전 히 필요하다. 개인주의로 인해 쇠퇴 위기에 처한 공동체에서 시민참여는 사회적 연결망과 결속력 차원에서 주목받고 있다.208)

둘째, 자유주의 관점에서 볼 때 공화주의 이론은 시민적 덕성, 그리고 시 민책임을 강조하다 보니 개인 권리를 침해하고 타자를 배제할 우려가 있 다. 시민적 덕성을 강조하고 열심히 추구하면 다른 덕성에 대해 덜 관대 해지고 자유가 제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자유주 의는 관용과 개인 선택을 보장하는 자유주의적 가치가 현대 사회에 부합 된다고 본다.209) 그러나 공화주의가 추구하는 시민적 덕성은 다양성의 세상 현실을 반영한 실현가능한 정신이다. 예를 들어 참여하는 덕성에 대한 열정은 도덕적 감정에서 나온다. 자신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차별하 는데 대한 분노, 안전한 거리, 좋은 학교에 대한 관심과 시민적 책임감이 동기가 된다. 이러한 동기들은 함께 작동해 상승작용을 한다. 공화주의가 추구하는 덕성은 실현가능하며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시민적 덕성이 다.210)

그리고 시민의 역량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좋은 시민은 발견하는 대상 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공동체 참여과정에서 시민의 민주적 태도와 공적 숙고 역량이 길러지므로 공동체의 배타성과 억압성은 참여하는 시민 스 스로 교정할 수 있다. 공화주의에서 정의는 약자에 대한 물리적 지원에

207) Michael Edwards, 시민사회, 208.; Paul Nolte, 위험사회와 새로운 자본주 의,365-366.

208) Michael Edwards, 시민사회, 215.; Paul Nolte, 위험사회와 새로운 자본주의, 366.

209) Michael Sandel, 민주주의의 불만, 46-47. 422.; Maurizio Viroli, 공화주의, 146.

210) Maurizio Viroli, 공화주의, 159-160.

그치지 않고 약자들이 성숙한 시민으로 능력을 발휘하도록 지원하는데 목표를 둔다. 또한 공화주의 정치의 형성적 기획이 모든 시민을 공동체 일부로 묶는 억압이 되지는 않는다. 공동선에 대해 충분히 숙고할 수 있 는 독립성과 판단능력 또한 공동체 안에서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211) 무엇보다도 공화주의에서 공동선은 모두에게 좋은 것을 의미하지 않는 다. 자유롭게 살고 타인에게 예속되지 않기를 바라는 시민들에게 좋은 것을 뜻한다. 개인 모두가 하나의 선을 위해 봉사하는 유기적 공동체 관 념과도 거리가 멀다.212)

셋째, 공화주의가 전제하는 시민은 현실적으로 이른바 중산층을 가리킨 다. 사회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사회현안에 대한 관심이 비교 적 높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중요시된다. 다른 계층에 대해 외부 변화와 개입에 대해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집단이기도 하다. 이 러한 통속적 인상은 공동선을 지향하고 자치에 참여하는 시민 이상과는 거리가 있다.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시민집단은 민주주의와 공동선의 진 전을 오히려 가로막기 때문이다.213) 실제 시민사회는 사회적 중간 위계 에서 위치한 계층 중심 기획이다. 중간층은 배타적이고 고립된 계층이 아니라, 다른 계층이 모여드는 개방적 계층이라는 점, 현실적으로 지속적 참여가 가능한 시간과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점214)에서 실재하는 시민이 다.

넷째, 한국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화주의에 대해서도 역시 비판이 제 기된다. 당면과제를 대부분 해결해 줄 수 있는 이념처럼 이상화, 추상화 된다는 비판이다. 공동체주의와 구별되지 않을뿐더러 공화주의로 거론되 는 입장들도 일관되지 못하다.215) 이에 비해 서구 현대 공화주의가 구체 적 정책원칙을 제시하는 이유는 시민의 힘을 민주적 변화 동력으로 삼아

211) Paul Nolte, 위험사회와 새로운 자본주의, 334-335.; Michael Sandel, 민주주의 의 불만, 422-424.

212) Maurizio Viroli, 공화주의, 120-122.

213) 이러한 오해를 극복하기 위해 필립 페팃은 현실 정치에서는 시민주의(civicism) 라는 용어를 권고한다. (Philip Pettit, Republicanism, ‘한국어판 옮긴이 머리말’, 곽준혁 역, 신공화주의(나남,2012) 13면.)

214) Paul Nolte, 위험사회와 새로운 자본주의, 380.

215) 곽준혁, 경계와 편견을 넘어서, 73-74.

제도화하되, 제도에 매몰되거나 제도가 또 다른 억압이 되지 않도록 시 민의 자유를 어떻게 지켜낼지 고민하기 때문이다. 개인 자유와 시민 공 공성 결합에 초점을 맞추고, 제한된 분야에서 개선부터 모색한다.216) 한 국사회에서는 범죄방지 정책에서 개인의 자유라는 가치와 시민의 안전이 라는 공적 가치의 결합에 주목하고 제한된 자원과 영역에서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공화주의 이론을 현실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 협치적 형사 정책을 뒷받침해 주는 이론적 관점으로서 구체적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공화주의는 형법과 형사정책에서 민주주의와 법치, 자유와 책 임, 개인 이익과 공동 이익, 국가 역할과 시민 참여를 함께 성찰하면서, 시민과 공동체의 차원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공동체 내지 지역사회와 시민이 추상적 개념이 아니려면 정책적으로 의미있는 적용이 필요하다.

반면 정치적 실체라면 국가의 시민동원이나 배제적 공동체 구축에 오용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화주의가 형법 이론에 대해 의미를 가지는 부 분은 자유와 법치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함께 고려함으로써 안전과 자유 가 서로 상충되지 아니하고 조화를 이루게 해 준다는 점이다. 즉 제도 안에서 자유가 보장된다는 점, 공존과 공동의 이익을 중시한다는 점, 제 도 뿐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시민의 윤리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하 에서 공화주의 형법이론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