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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페스는 정보의 양적 차이는 문장과 그림을 구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에 따르면 그림과 진술을 구분할 때 중요한 것은 아날로그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지 디지털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지가 아니라 그림의 내용은 본질 적으로 회화적이라는 점이다.그는 드레츠키와 달리 그림과 문장의 차이는 동일한 정보에 대한 표상 방식의 차이라기보다는 정보 내용의 질적인 차이 이며 그림의 내용은 비개념적이라는 점에서 문장이 전달하는 내용과 다르다 고 주장한다.

사진이 비개념적 정보 내용을 가진다는 데에는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 다.사진을 산출해내는 카메라는 심적 상태를 가지지 않는 기계이므로,사진 에 개념적 정보를 담을 수 없다.그러나 인간이 손으로 그린 그림이 사진과 같은 비개념적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이 문제는 특히 그림이 전달하는 정보에 인간의 믿음 혹은 의도가 개입되느 냐 아니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로페스는 그림을 정보 시스템의 일부로 간주한다.어 떤 것이 정보가 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그 정보가 그 기원(source)의 정보인 가이며,정보의 내용이 그 기원의 속성들과 일치하는가는 그 시스템의 신뢰 성에 달려 있다.그림의 경우 그 기원은 그림의 대상이며,대상으로부터 나

109)이러한 점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는 흔히 간주되듯이 비개념적 내용과 개념 적 내용의 차이와 일치하지 않는다.슈어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는 단지 개념 적 내용의 두 가지 다른 유형을 보여줄 뿐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PhilippeChuard,“TheRichesofExperience”(Draft)http://philrsss.anu.edu.au/

people-defaults/philippe/the_riches_of_experience.pdf,pp.26-27.

온 정보가 관찰자들이 그 대상의 그림인 것으로 식별할 수 있도록 화가를 인도한다면 그것은 신뢰할 만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물론 모든 정보 전달 시스템이 신뢰할 만하지는 않다.어떤 그림은 그 대상을 식별하지 못 할 만큼 서투를 수도 있고,또 어떤 그림은 실제 기원과 다른 것으로 식별 되기도 한다.그러나 시스템의 신뢰성은 정보 내용의 신뢰성에 영향을 줄 뿐,그 정보 내용이 그 기원의 정보라는 사실을 위협하지는 못한다.따라서 어떤 그림이 그 대상을 “잘못”그렸다 하더라도,그 그림이 그 대상의 그림 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그림이 정보 전달 시스템이라 할 때 중요한 것은 그 그림을 인과한 대상이 무엇인가이며,화가가 어떤 것을 의도하거나 착각하더라도 그것은 그 그림이 무엇을 재현하는가를 결정하는 데에는 관련 이 없다.나아가 그림의 정보 전달성은 인간의 정보 상태로부터 파생된 것 으로서,그림을 그리고 식별하는 심적 상태는 믿음 독립적이고 비개념적이 다.

로페스는 세 가지의 “퍼즐 케이스”를 들어 자신의 반의도주의를 옹호한 다.애매한 경우들에서 우리의 직관적 판단을 지지해줄 수 있는 이론인가의 여부는 그 이론을 지지하는 좋은 이유가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과연 로페 스가 들고 있는 세 가지 경우가 그가 주장하는 대로 화가의 의도가 아닌 정 보적 요소가 그림이 재현하는 바를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지 살펴 보도록 하자.

첫째,지각적으로 구별 불가능한 두 대상이 있을 때,그 중 하나를 그린 그림이 어느 쪽을 그린 그림인가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로페스의 이론에 서는 지각자의 재인 능력이 그림이 재현하는 바를 식별하도록 해준다고 설 명한다.그러나 구별 불가능한 대상들에 대해서는 재인 능력이 그러한 역할 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재현 대상을 결정하는 또 한 가지 요소인 그림 의 인과적 기원을 찾아야 할 것이다.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보 자.예를 들어 쌍둥이인 미남과 미녀가 겉으로 봐서는 구분하지 못할 만큼 닮았다고 해보자.아이돌 가수인 미남은 수술 때문에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 게 하기 위한 시간을 낼 수 없어 미녀가 대신 초상화의 모델이 된다.이 초 상화의 인과적 기원은 미녀이므로,정보 기반 묘사 이론에 따르면 이 그림

은 미녀를 그린 초상화라고 해야 할 것이다.그러나 완성된 초상화는 미녀 를 기념하기 위한 초상화가 아니므로 분명히 미남의 초상화이다.정보 기반 묘사 이론은 이 경우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경우를 보다 애매한 두 번째 경우와 비교해서 생각해 보자.렘브란트 는 자신의 정부인 헨드리케 스토펠스를 모델로 해서 종종 신화나 성서의 주 인공을 그리곤 했다.그 중 하나의 그림인 <밧세바>를 생각해 보자.이 그 림은 헨드리케를 그린 것인가 밧세바를 그린 것인가?<밧세바>는 그 안에서 우리가 헨드리케를 재인할 수 있고 또 헨드리케로부터 유래하는 정보를 담 고 있으므로,정보 기반 묘사 이론에 따르면 헨드리케의 그림이다.그러나 이 그림은 밧세바를 묘사하는 그림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로페스는 정보 기반 묘사 이론이 이 그림이 밧세바를 묘사한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그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우리가 대상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반드시 직접 대면하는 방법을 통해서만은 아니다.대상의 정보는 글이나 그 림의 형태로 유통되기도 한다.렘브란트는 아마도 실제 밧세바로부터 유래 하는 증언적 정보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고,그 정보는 렘브란트로 하여금 밧세바로 식별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도록 인도했다.로페스는 모델을 사용 하는 경우 그림의 인과적 기원을 두 종류로 나누기를 제안한다.어떤 대상 혹은 어떤 종류의 대상은 그림 생산의 기원이 되는 데 있어 그 어떤 다른 기원으로부터 온 정보의 본성에도 의존하지 않는다면 그 그림의 일차적 기 원이다.반면,어떤 대상이 그림 생산의 기원이 되는 데 있어 그 그림의 일 차적 기원으로부터 온 정보의 본성에 의존한다면,그 대상은 그 그림의 이 차적 기원이다.이차적 기원이 모델로 선택된 것은 일차적 기원에 대한 정 보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의 어떤 적절성-이를테면 일차적 기원과의 닮음-때 문이므로,이차적 기원은 일차적 기원에 종속적이다.헨드리케가 렘브란트의 모델로 선택된 것은 밧세바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적절한 매개물이 될 수 있는 그녀의 특징 때문이었으므로,헨드리케는 밧세바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보조 역할을 한 것일 뿐이다.따라서 <밧세바>는 일차적으로 밧세바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그림으로서 밧세바를 묘사한다.110)

이러한 설명이 과연 의도주의를 성공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기

전에,로페스가 든 마지막 퍼즐 케이스를 살펴보자.여기에는 이른바 “제대 로 그리지 못한 그림”들이 해당된다.예를 들어 어린 아이가 그린 엄마 그 림을 생각해 보자.그의 그림은 그저 몇 개의 곡선으로 이루어진 낙서로 보 일 뿐,전혀 누군가를,혹은 무엇인가를 재현한 그림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그림은 그저 아무 것도 재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그러나 보다 복잡한 예가 있다.이명박 대통령을 그리려고 하였으나 완성된 결과는 개그맨 박명수의 그림으로 보이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이 그림은 이명박 대통령을 재현하는가,개그맨 박명수를 재현하는가?로페스 는 이 그림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재인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므로 이명박 대통령의 그림이 아니고,또 그 기원이 개그맨 박명수가 아니므로 개그맨 박명수의 그림도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다.그러나 이 그림이 이명박 대통령 을 그리고자 한 그림이라고 생각할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해보자.또 어린 아이의 그림과 달리 이 그림이 관람자들에게 개그맨 박명수를 유일하게 재 인하게 하는 내용을 가진다고 해보자.로페스는 이 경우 이 그림은 대부분 의 사람들에게 이명박 대통령과 개그맨 박명수 양자를 애매하게 재현하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말한다.111)이러한 예들을 통해 로페스가 주장하고 자 하는 바는,그림의 의미와 예술가의 의사소통적 의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후자의 예에서 그림이 이명박 대통령을 재현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예술가가 이명박 대통령을 그리고자 하는 자신의 의사소통적 의 도를 드러내었기 때문이라면,그림이 박명수를 재현하는 것 같다는 직관은 그 그림이 박명수에 대한 (잘못된)재인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내용을 가 지기 때문으로 설명된다.112)물론 로페스의 주장이 이러한 그림들이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는 것은 아니다.그는 기본적으로 정보적 요소가 그림의 재현 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므로,이 그림은 예술가가 무엇을 의도했건 이명박 대 통령에 대한 정보전달에 실패한 그림이 될 뿐이다.그러나 그는 만약 예술

110)Lopes,UnderstandingPictures,p.164.

111)로페스는 빅토리아 여왕을 그리려고 의도하였으나 유명한 드랙 퀸(drag queen) 디바인(Divine)으로 재인되는 그림을 예로 든다.

112)Lopes,UnderstandingPictures,p.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