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되는 두 캐릭터 사이를 연결시키는 길들이 차단된다.영어의 알파벳과 같 은 디지털 도식의 캐릭터들은 서로와 효과적으로 차별화되는 상징의 예로 서,차별화되지 못하는 표기들은 관행에 의해 배제된다.어떤 도식 내의 캐 릭터들이 효과적으로 차별화된다는 것은 각 캐릭터에 속하는 표기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차이들이 관계없는 것으로 배제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칙이 적 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규칙은 그것의 성립이 그 체계를 사용하는 사람 들 사이의 합의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관례성과 연결된다.그러나 회화 도식과 같은 아날로그 도식에서는 상징들을 서로와 뚜렷이 차별화시키는 규 칙이 존재하지 않는다.그러한 점에서,그림은 언어만큼 관례적이지 못하다.
즉 관례성을 차별화의 뜻으로 이해한다면 굿맨은 회화적 재현이 관례에 달 려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관례성은 통상적임을 의미할 수 있다.31)어떤 것이 매우 관례 적이라는 것은 그것이 매우 익숙해서 자연스럽게 여겨진다는 의미를 가진 다.예를 들어 원근법적 그림이 그렇지 않은 그림보다 관례적이라는 것은 현재 우리에게 원근법적 그림이 통상적이고 자연스러워 보인다는 것을 뜻한 다.어떤 상징이 이러한 의미의 관례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거기에 익숙해져야 한다.그러나 굿맨이 분명히 밝히듯이,어떤 상징이 단지 익숙해 짐에 의해 회화 체계에 속하게 되지는 않는다.가장 익숙한 단어라고 해서 그림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따라서 통상적임이라는 의미에서의 관 례성은 회화적 재현인지 아닌지의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습관화는 회화 적 재현을 다른 상징으로부터 구분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 양 식의 그림을 사실적인 것으로 간주하게 만든다.이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살펴보도록 하자.
두 번째 질문인 “그림은 어떻게 그 대상을 재현하는가?”에 대한 답에 의해 서이다.지각주의자조차도 회화적 재현인지 아닌지가 체계에 상대적이라는 데에는 동의할 수 있다.그러나 지각주의와 관례주의는 어떤 그림이 어떻게 해서 바로 그 대상을 재현하게 되는가에 대한 대답에 있어 서로 다른 방향 을 향한다.지각주의자는 그림과 그것이 재현하는 바의 연결이 우리의 지각 에 의존한다고 주장하는 반면,관례주의자는 그림이 재현하는 바를 결정하 는 것은 우리 지각이 아니라 관례라고 주장한다.즉 관례주의자가 되기 위 해서는 그림이 재현하는 바의 결정에는 지각적,자연적인 측면이란 전혀 관 련되지 않고 오직 합의된 규칙만이 관련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많은 사람들은 굿맨의 이론이 바로 이러한 관례주의자의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간주해 왔다.
굿맨은 재현의 핵심은 지시이며,지시는 닮음과는 독립적이라고 말한다.32) 그러나 재현이 닮음과 독립적이라고 주장하지 않음에 주의하라.닮음에 대 한 굿맨의 비판은 잘 알려져 있다.33)그러나 그는 우리가 선택적이고 친숙 한 측면에 있어서의 유사성을 비록 거칠게나마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는 것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다만 복합적이고 전체적인 닮음은 비교되 는 국면이나 요소,그리고 그들 사이의 상대적 중요성에 달려 있으며,따라 서 우리의 개념적,지각적 관행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을 일깨우고자 한다.34) 즉 그는 닮음 자체를 거부한다기보다는,단지 그림이 대상과 맺는 관계를 정의하기에는 닮음이 너무나 맥락 의존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임을 주장하는 것이다.
상대주의자이며 구성주의자인 굿맨에게 있어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 습”이란 있을 수 없다.하나의 대상은 수많은 국면을 가진다.내 앞에 있는 대상은 한 남자일 수도 있고,원자들의 덩어리일 수도 있고,세포들의 복합 체일 수도 있고,바이올린 연주자일 수도 있으며 또 그 밖의 수많은 것일
32)Ibid.,p.5.
33)LanguagesofArt외에도 “Seven Strictures on Similarity”,Problemsand Projects (1972)pp.437-447을 보라.
34)LanguagesofArt,p.39n.
수 있다.대상의 국면들은 우리가 그 대상을 어떻게 관찰하고 이해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따라서 그림이 어떤 대상을 닮았는지 아닌지는 그 그림이 우리가 그 대상과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는 국면을 포착했는지 아닌지에 따 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림에서의 닮음이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상대적일 수 있다고 해서 그림과 대상 사이의 관계가 완전히 자의적인 것이 되지는 않는다.굿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거의 어떤 그림이라도 거의 무엇이든 재현할 수 있다.다시 말해서,그림과 대상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그림이 대 상을 재현하게끔 하는 재현 체계,상관관계의 도면이 있다는 것이다.”35)이 말은 과연 그림과 대상 간의 완전한 자의적 연결을 의미하는 것인가?만일 그림과 대상 간의 연결이 완전히 자의적일 수 있다면 쇠라의 <그랑 자트 섬 의 일요일 오후>와 똑같은 그림이 분홍 코끼리를 재현하는 것도 가능할 것 이다.그러나 이는 우리의 직관과 맞지 않는다.로페스는 굿맨의 말이 어떤 그림이 무엇을 재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지각적 제한을 수용할 수 있는 방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첫째,어떤 그림이라도 무엇이든 재현할 수 있다는 말은 형이상학적이거나 인식론적인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읽 을 수 있다.우리와 다른 지각 체계를 갖춘 외계인이 <그랑 자트 섬의 일요 일 오후>에서 분홍 코끼리를 보는 것이 형이상학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렇게 해석하면 굿맨의 말은 우리의 현재 논의에 어떤 영향도 끼치 지 못하는 공허한 주장이 되어버린다.둘째,굿맨의 말을 그림을 해석하는 인간 능력에 대한 평범한 경험적 일반화로 읽는 것이다.이렇게 본다면 굿 맨의 말은 그저 다양한 회화 체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한 과장된 표현일 뿐이다.36)필자의 한 가지 해석을 더 덧붙인다면,굿맨의 말은 어떤 그림 체 계든 거의 모든 것을 재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어떤 그림이든 그것이 대상을 재현할 수 있기 위해서는 모든 대 상을 재현할 수 있게끔 체계화되어 있는 어떤 체계에 속해야 한다.즉 이
35)Ibid.,p.38.
36)DominicM.Lopes,“From LanguagesofArttoArtin Mind”,JournalofAesthetics andArtCriticism,Vol.58,No.3(Summer,2000),p.228.
말은 회화적 체계의 상대성을 이야기한다기보다는 회화의 체계 상대성을 의 미하는 것일 수 있다.그 어느 쪽으로 해석하든,그림과 대상 사이의 연결이 완전히 자의적인 것이어야만 할 필요는 없다.
아마도 굿맨은 그림과 그 대상 사이의 자의적 연결을 주장한다기보다는 그림과 그 대상 사이의 관계에 관심이 없었다는 편이 옳을 것이다.그는 언 어와 그 지시 대상과의 관계와는 다른,그림과 그 대상이 가지는 특별한 관 계를 공식화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그가 보기에는 회화적 관계 역시 언어적 관계 못지않게,혹은 그를 최대한 자비롭게 해석한 대로라면 언어적 관계와 같은 자의성에는 못 미치더라도 상당한 정도의 상대성을 허 용하기 때문이다.대신 그는 회화 체계가 언어 체계와 구문론적으로 어떤 점에서 다른지를 살핌으로써 “회화성”의 특징이 무엇인지를 밝혀내고자 한 다.
굿맨이 그림과 그 지시 대상의 관계로써 회화적 재현을 설명하려 하지 않 은 이유는 더 있다.그것은 “그림”이라는 상징 체계에는 실제 대상을 지시 하는 그림 뿐 아니라 유니콘 그림처럼 표면상으로만 지시하는 그림들이나 심지어는 표면상 지시조차 하지 않는 추상화들도 포함되기 때문이다.37)굿 맨은 허구적 재현과 추상화 역시 실제 대상의 재현과는 다른 방식이기는 하 지만 어쨌든 지칭하는,따라서 실제 대상의 재현과 동일하게 상징 기능을 수행하는 회화적 기호로서 포섭하고자 한다.만약 그림과 그 지시 대상과의 의미론적 관계로 그림을 구분해 내고자 한다면 우리는 그림이 무엇인지,정 확하게는 “회화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일관된 설명을 얻을 수 없게 된 다.굿맨 스스로도 밝히고 많은 이들이 지적하였듯이,굿맨이 무엇보다도 목 표로 한 것은 회화적 재현의 정의를 내리는 일이 아니라 회화적인 것을 언 어적인 것으로부터 구분하는 일이었다.38)그리고 그가 보기에 회화적인 것
37)NelsonGoodman& CatherineElgin,ReconceptionsinPhilosophyandOtherArtsand Sciences, Indianapolis/ Cambridge: Hackett Publishing Company(1988, 이하 Reconceptions),p.131.
38)Nelson Goodman,Reconceptions,p.123;OliverR.Scholz,“When isa Picture?”, Synthese95(1993),pp.95-96.;Dominic Lopes,“From LanguagesofArtto Artin Mind”,p.227.
의 특징은 그 구문론적 속성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