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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어떤 상징이 회화적 재현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가?굿 맨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그 기준이 “닮음”은 아니라는 것이다.어떤 상징이 재현인지 아닌지는 그것이 지시하는 것을 닮는가가 아니라 그 상징 이 그 체계 내의 다른 상징들과 맺는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굿맨은 어떤 것도 본래적으로 재현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어떤 상징이 재현이 기 위해서는 재현적 체계에 속해야 한다.예를 들어 기호 “0”은 아라비아 숫자 체계에 속하면 영(零)을 가리키는 언어가 되고 그림 체계에 속하면 타 원형의 어떤 대상을 재현하는 그림이 된다.

언어 체계와 재현 체계의 차이는 그림 체계가 아날로그적이고 상대적으로 충만하다는 점이다.아날로그성은 구문론적,의미론적 조밀성을 의미한다.

하나의 상징 도식은 만약 그것이 무한한 수의 캐릭터들을 제공하고 그 캐릭 터들이 각 두 개의 캐릭터 사이에 항상 세 번째의 캐릭터가 있도록 배열된 다면 구문론적으로 조밀하다.하나의 상징체계는 각 두 개의 지시 대상 사 이에 항상 세 번째 지시 대상이 있도록 배열되는 무한한 수의 지시 대상들 을 제공한다면 의미론적으로 조밀하다.27)즉 아날로그 체계에서는 아무리 작은 차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상징들 간의 차이를 낳고 또 그 상징이 지시 하는 대상 간의 차이를 낳는다.예를 들어 심전도(electrocardiogram)나 지진 계 그래프에서는 곡선이 지나는 모든 점이 다른 점과 구분되고 의미를 가진 다.아날로그 체계에서는 두 상징 사이의 어떤 미세한 차이라도 우연적이거 나 관계없는 것으로 무시될 수 없기 때문에 두 개의 서로 다른 상징 표기들 이 동일한 캐릭터로 분류되지 못한다.이러한 특징은 디지털 체계인 언어 체계에서 “가”나 “가”,혹은 “가”등이 글자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캐릭터(글자)로 분류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아날로그적인 체계들 중에서 도 회화적 재현 체계는 구문적으로 상대적으로 충만하다는 점에서 구분된 다.굿맨은 심전도와 호쿠사이의 후지산 그림을 비교한다.심전도와 후지산 의 그림은 모두 아날로그적이지만 심전도가 도표인 반면 후지산 그림은 그 림이다.이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그것은 그림의 캐릭터와 비교해 보았을 때 도표의 의미를 구성하는 국면들이 명백히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심전 도에서 의미를 가지는 부분은 선이 지나가는 각 지점들의 가로 세로 좌표 뿐,선의 굵기나 색과 같은 특징들은 그 심전도의 동일성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이와 달리 후지산 그림에서는 선의 굵기 변화,색,명암의 차이,크 기,종이의 질감까지도 그림의 동일성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28)이러한 차

27)Goodman,Nelson,LanguagesofArt,2nd edn.(Indianapolis:Hackett,1976),p.136;

153.캐릭터(character)는 추상적인 개념으로서,하나의 캐릭터는 그 도식 하에서 등가 적이고 서로 바꾸어 쓸 수 있는 개별적인 표기(inscription)들이 속하는 하나의 기호를 의미한다.도식(scheme)은 순수하게 구문론적인 개념으로,하나의 상징 도식은 캐릭 터들로 이루어져 있다.하나의 상징 체계(system)는 상징 도식과 그것이 가리키는 지 칭 대상들로 구성된다.

이는 도표나 그림 자체의 물리적 속성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다.심전도와 후지산 그림에서의 곡선은 정확히 일치할 수도 있다.심지어 그 곡선은 10 년간의 연간 자동차 생산량 추이를 각 점을 이어 곡선처럼 나타내는 디지털 도표와 정확히 일치할 수도 있다.결국 한 상징이 그림인지 아닌지는 그것 이 어떤 상징 체계에 속하는가에 달려 있으며 따라서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읽는가”에 달려 있다.

회화적 재현인지 아닌지가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체계상대적으로 결정된 다는 것은 회화적 재현인지의 여부가 관례에 의해 결정된다는 뜻인가?굿맨 을 관례주의자로 분류한다면,우리는 그가 의미하는 관례성의 의미를 좀 더 섬세하게 구분해야 할 것이다.굿맨의 주장과 관련되는 관례성의 의미를 세 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겠다.첫째,자연성과 반대되는 개념으로서 인위성 의 의미가 있다.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관례성이 인위성보다는 차별화 의 뜻으로 취해질 때에만 단어들은 그림들보다 관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29)만약 관례성이 인위성을 의미한다면,회화적 재현 역시 언어만큼이나 관례적인 것일 수 있다.굿맨이 반대하는 것은 회화적 재현이 거울로 비추 는 것과 같은 자연적이고 물리적인 과정으로 간주되는 것이다.대신 그는 그림과 언어의 “상징”으로서의 기능에 주목한다.상징은 인간만이 사용하는 것으로서 본질적으로 인위적인 것이다.따라서 그림을 상징으로서 사용하는 것 역시 인위적인 행위이며,그러한 점에 있어서는 언어의 사용 못지않게 관례적이다.즉 굿맨의 이론을 그림이 언어만큼이나 관례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그 주장은 결국 어떤 것이 그림인지 아닌지가 언어만 큼이나 인간의 사용에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관례성이 가질 수 있는 두 번째 의미는 굿맨이 지적하는 “차별화 (differentiation)”이다.어떤 두 캐릭터 K와 Ḱ́'가 효과적으로 차별화된다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속하지는 않는 어떤 부호(mark)에 대해서,그것이 K에 속하지 않는지 아니면 K'에 속하지 않는지에 대한 결정이 항상 가능하다 는 의미이다.30)즉 캐릭터들이 효과적으로 차별화되는 도식에서는 서로 구

28)LanguagesofArt,p.229.

29)Ibid.,p.231.

분되는 두 캐릭터 사이를 연결시키는 길들이 차단된다.영어의 알파벳과 같 은 디지털 도식의 캐릭터들은 서로와 효과적으로 차별화되는 상징의 예로 서,차별화되지 못하는 표기들은 관행에 의해 배제된다.어떤 도식 내의 캐 릭터들이 효과적으로 차별화된다는 것은 각 캐릭터에 속하는 표기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차이들이 관계없는 것으로 배제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칙이 적 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규칙은 그것의 성립이 그 체계를 사용하는 사람 들 사이의 합의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관례성과 연결된다.그러나 회화 도식과 같은 아날로그 도식에서는 상징들을 서로와 뚜렷이 차별화시키는 규 칙이 존재하지 않는다.그러한 점에서,그림은 언어만큼 관례적이지 못하다.

즉 관례성을 차별화의 뜻으로 이해한다면 굿맨은 회화적 재현이 관례에 달 려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관례성은 통상적임을 의미할 수 있다.31)어떤 것이 매우 관례 적이라는 것은 그것이 매우 익숙해서 자연스럽게 여겨진다는 의미를 가진 다.예를 들어 원근법적 그림이 그렇지 않은 그림보다 관례적이라는 것은 현재 우리에게 원근법적 그림이 통상적이고 자연스러워 보인다는 것을 뜻한 다.어떤 상징이 이러한 의미의 관례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거기에 익숙해져야 한다.그러나 굿맨이 분명히 밝히듯이,어떤 상징이 단지 익숙해 짐에 의해 회화 체계에 속하게 되지는 않는다.가장 익숙한 단어라고 해서 그림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따라서 통상적임이라는 의미에서의 관 례성은 회화적 재현인지 아닌지의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습관화는 회화 적 재현을 다른 상징으로부터 구분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 양 식의 그림을 사실적인 것으로 간주하게 만든다.이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살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