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굿맨의 이론은 회화적 재현을 언어와 유비시킴으로써 그림에 대한 지각주 의적 이론이 간과하기 쉬운 허구적 재현 및 그림의 종류와 그림의 지시의 구분을 일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그가 강조하는 것은 그림이 언어와 같 은 의미론적 속성을 지닌 상징이라는 점이다.이러한 접근 방식은 그림과 언어에 대한 통합적 관점을 가능하게 하며,그림이 상징으로서 수행하는 역 할에 주목하게 해준다.그림과 언어는 모두 인간이 사용하는 상징으로서 우 리가 세계를 분류하고 구성하는 수단이 된다.또한 그림이 언어와 마찬가지 로 상징으로서의 사용에 의존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회화적 재현의 맥락의존성과 체계의존성을 깨닫게 해 준다.

건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이다.아날로그성과 상대적 충만성이 회화 적 재현의 필요조건이라는 데 대한 가장 결정적인 반론으로 보이는 것은 디 지털 그림이다.컴퓨터 화면으로 보는 디지털화된 명화들에서부터 디지털 영화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디지털 그림들에 둘러싸여 있다.이러한 그림들 역시 그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그렇다면 이는 그림이 아날로 그적이어야 한다는 가설의 반례가 되는가?

우리는 수많은 타일로 구성된 모자이크 그림과 같은,사각형의 점들로 이 루어져 있는 그림을 디지털 그림이라고 부른다.그러나 굿맨은 점으로 이루 어진 그림이 디지털이라는 것을 거부한다.앞서 우리는 어떤 상징도 그 자 체로는 디지털이거나 아날로그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보았다.어떤 상징 이 디지털인지 아날로그인지는 그 상징이 어떤 도식에 속하는지에 따라 결 정된다.점 그림 역시 그림이라는 도식에 속하는 것으로 보았을 때,우리는 그림 도식에 적합한 방식으로 그것을 해석해야 한다.굿맨이 드는 다음의 예를 보자.점으로 된 어떤 유니콘 그림이 검거나 흰 사각형들의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는 카드라고 해 보자.그리고 그 카드가 동일한 수의 격자에 서 로 다른 방식으로 검고 흰 사각형들로 채워진 카드들을 캐릭터로 갖는 도식 A에 속한다고 해보자.이 도식의 카드 중에는 그림 카드도 있고 글자 카드, 숫자 카드도 있다.이 카드들은 효과적으로 차별화될 수 있기 때문에,이 도 식은 디지털적이다.그러나 동일한 크기의 카드이지만 격자의 수에 제한이 없고 흰색,검은 색 뿐 아니라 여러 회색의 점도 들어가서 어떤 종류의 음 영이라도 표현할 수 있는 패턴을 가진 카드들까지 거기에 보충된다고 해보 자.이러한 증대된 도식 A'는 그 안의 어떤 카드도 다른 많은 카드들과 차 별화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아날로그 도식이다.그러나 이 증대된 도식은 앞 서의 디지털 도식 A를 비롯한 많은 디지털 도식들을 포함하고 있다.그러한 디지털 도식들은 아날로그 도식에서 차별화되는 캐릭터들만 남을 수 있도록 나머지 캐릭터들을 제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그렇다면 이 예는 점으로 된 그림이 그것이 어떤 도식에 속하는가에 따라 디지털일 수도,아날로그일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인가?그렇지 않다.A' 내의 글자 도식 L을 생 각해 보자.L은 A처럼 단순히 차별화되는 캐릭터들 사이의 캐릭터들을 제거

해 버리는 것만으로는 성립되지 않는다.L이 글자 도식인 한,예를 들어 로 마체로 쓰인 “Α”와 고딕체로 쓰인 “A”는 같은 캐릭터(글자)로 취급되기 때 문이다.L이 글자 도식이 되기 위해서는 애매한 캐릭터들을 제거하는 것에 더해서 남은 캐릭터들 각각에 속하는 카드들끼리는 동일한 캐릭터인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필요하다.그렇게 되면 A'에 속하는 글자 카드들은 아날로 그 도식을 구성하지만 L이라는 도식은 디지털 도식이다.51)이 예에서 알 수 있는 것은,그 자체로는 아날로그적인 캐릭터들이 디지털 도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또 반대로,그 자체로는 디지털적인 점 그림들이 아날로그 도식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중요한 것은 어떤 상징이 속하는 도식이 아날 로그인지 디지털인지가 아니라 그 상징이 글자로 취급되는 한 디지털이고 그림으로 취급되는 한 아날로그라는 것이다.

점 그림이 그림인 한 아날로그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그것은 점 그림을 그림으로 간주하는 한 우리는 그것이 다른 캐릭터들과 유한하게 차 별화되는 도식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비차별적인 도식,이를테면 흰 색과 검은 색 사이의 무한한 음영을 지시할 수 있는 도식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엘긴52)은 이를 그 도식 내의 가능한 대안들이라는 관점 에서 설명한다.우리가 점 그림을 그림으로서 볼 때는 그 점들 하나하나가 한정된 수의 대안들 중에서 선택되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무한한 대안들 중 에서 선택된 것으로 바라보는 것이다.예를 들어 우리가 라벤나(Ravenna)에 있는 모자이크를 걸작이라고 말할 때,우리는 그 모자이크가 가능한 한정된 선택지들 중 예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 각할 수 있는 어떤 대안도 그보다 더 나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즉 그 모자이크의 색조나 음영은 한정된 색과 명도를 가진 타일들의 결합으로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색과 명도의 가능성 내에서 실현된 결과로 보인 다.따라서 모자이크 그림이나 컴퓨터 이미지 등이 그림으로서 간주될 때, 그 물질적인 분자인 개별 타일이나 점들은 구문적 기본단위들로서 기능하는

51)Reconceptions,pp.127-128.

52) Catherine Z. Elgin, “Depiction”, in David E. Cooper(ed.),A Companion to Aesthetics(1stedition),BlackwellPublishersLtd(2002),pp.115-116.

라벤나 산 비탈레 성당의 모자이크(일부)

것이 아니라 회화나 드로잉과 마찬가지로 구문적으로 조밀한 상징 도식의 일부로서 간주된 다.우리는 선택된 타일이나 점 들을 그보다 더 섬세한 색조나 음영의 차이를 표현할 수 없는 최소단위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 니라 무한한 색조와 음영을 나 타낼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도 식에서 그 그림을 나타내기 위해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결과로서 바라본다.

굿맨이 말하듯이 아날로그성은 그림이 되기 위한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 조건이다.즉 어떤 상징이 아날로그 도식에 속한다고 해서 그림인 것이 아 니라,어떤 상징을 그림으로서 바라본다면 우리는 그것을 아날로그 도식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문제는 우리는 아직도 왜 어떤 상징을 그림으로서 바라보게 되는지에 대한 답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우리는 왜 특정 상징 들을 그 대상들의 그림으로서 바라보는가?굿맨은 이 문제에 관한 한 자신 은 관심이 없음을 밝혔다.그는 “지칭의 경로(route)는 지칭의 뿌리(root)와 는 완전히 독립적이다.”라고 단언한다.53)그의 관심사는 상징과 그것이 지칭 하는 것 사이에 성립할 수 있는 다양한 관계들이지,그러한 관계들이 어떻 게,왜 성립되었는지가 아니다.우리가 만약 회화적 재현과 그 대상과의 관 계에 지각이 개입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이제 다음 순서는 굿맨의 이론이 회화적 재현의 뿌리를 설명하고자 하는 지각주의자들의 시도와 양립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는 일일 것이다.

53)Nelson Goodman,OfMindandOtherMatters,Harvard University Press(1984),p.

55.

3.굿맨의 재현 이론 재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