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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적 재현을 상징 관계로서 설명하는 것은 닮음과 같은 자연적인 관계 로서 설명하는 것에 비해 어떤 장점을 가지는가?우선,지시 대상이 존재하 지 않는 그림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회화적 재현을 닮음으 로 간주한다면 허구적 대상의 재현을 설명할 수 없다.페가수스 그림은 무 엇을 닮았는가?페가수스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닮음의 대 상이 될 수 없다.특히 재현을 거울에 대상을 비추는 것과 같은 물리적인 과정으로 간주한다면,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재현한다는 말은 모순을 초래 한다.그러나 회화적 재현을 언어와 유비시켜 생각한다면,허구적 대상의 재 현은 간단히 설명될 수 있다.예를 들어 “머리가 셋인 사람”은 사람-기술이 지만,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에 대한 기술은 아니다.사람-기술이 반드시 실 제로 존재하는 사람에 대한 기술일 필요는 없다.회화적 재현이 기술과 유 사한 기능을 하는 것이라면,사람-재현 역시 반드시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에 대한 재현일 필요가 없다.그러나 “픽윅”42)과 “머리가 셋인 사람”이 존재하 지 않는 것을 지시한다는 점에서 같은 것을 지시하지만 서로 다른 종류의 기술인 것처럼,픽윅의 그림과 머리가 셋인 사람의 그림은 똑같이 아무 것 도 재현하지 않지만 서로 다른 종류의 그림이다.굿맨은 그림이 무엇인가를 재현한다는 말은 그림이 지시하는 바를 의미할 수도 있고 그림의 종류를 의 미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고도로 애매함을 지적한다.43)그리고 그림이 무엇 인가를 재현한다는 말이 그림의 종류를 의미할 경우,하이픈(-)을 사용하여

“픽윅-그림”,“머리-셋인-사람-그림”등으로 나타내기를 제안한다.“픽윅-그 림”이나 “유니콘-재현”은 분리되지 않는 1항 술어,혹은 그림의 종류를 가리 키는 분류어로서 간주될 수 있다.“픽윅-그림”은 그림의 종류를 말하는 것일 뿐 픽윅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함축하지 않는다.따라서 굿맨은 허구적

42)찰스 디킨스(CharlesDickens)의 소설 『픽윅 보고서』(1837)의 주인공.

43)LanguagesofArt,p.22.

윈스턴 처칠을 불독으로 재현한 캐리커처

그림이나 비결정적 재현의 경우에는 우리의 관심을 그림의 종류에 제한하기 를 제안한다.

지시 대상이 존재하는 그림들의 경우에도 그림의 지시와 그림의 종류는 구분된다.이러한 경우는 그림이 재현하는 바와 그림의 종류를 한꺼번에 고 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허구적 재현과

는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한다.지시 대 상이 존재하는 그림에서 그림의 종류 는 그림이 지시 대상을 무엇으로서 재 현하는가에 달려 있다.예를 들어 윈스 턴 처칠을 불독으로서 묘사하는 그림 을 생각해 보자.그 그림은 처칠을 지 시하기 때문에 처칠을 재현하는 그림 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또한 그 그 림은 불독-그림이기 때문에 불독을 재 현하는 그림이라고도 할 수 있다.이러 한 경우 그 그림은 사람인 처칠을 불 독으로서 재현하는 그림,즉 처칠을 지

시하는 불독-그림이다.굿맨은 이러한 경우 역시 재현을 기술과 유비시킴으 로써 설명한다.기술이 대상을 분류하기도 하고 그 자신이 분류되기도 하는 것처럼,그림 또한 대상을 분류하고 스스로 분류된다.굿맨은 상징의 지시 기능을 “레이블(label)”을 붙이는 일로서 설명한다.44)대상들은 다양한 언어 적 레이블에 의해 분류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회화적 레이블에 의해 분류된다.책상은 “책상”이라는 언어적 레이블과 책상을 재현하는 그림인 회화적 레이블에 의해 분류된다.또한 레이블 자신도 레이블에 의해 분류된 다.“책상”이라는 언어적 레이블은 “책상-기술”이라는 레이블에 의해 분류되 고,책상 그림은 “책상-그림”이라는 레이블에 의해 분류된다.그림의 지시가 그 그림이 어떤 대상에 레이블로서 붙는가의 문제라면,그림의 종류는 그

44)Ibid.,pp.30-31.

그림이 어떤 레이블에 의해 분류되는가의 문제이다.

굿맨은 그림의 지시와 그림의 종류를 나누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림의 종 류와 그림의 지시는 서로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모든 사람-그림이 사람을 재현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재현하는 모든 그림이 사람-그림인 것 도 아니다.그리고 사람을 재현하는 그림이 사람-그림이냐 아니냐는 그 그림 이 그를 사람으로서 재현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45)이러한 주장에는 허 구적 대상의 재현 역시 정당한 재현의 일원으로서 포섭하고자 하는 굿맨의 의도가 담겨 있다.그림의 종류를 그림의 지시로부터 분리시킴으로써,지시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허구적 그림과 지시 대상이 존재하는 그림에 대한 일 관적 설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굿맨은 그림의 종류가 그림의 지시와 완 전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그 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어떤 그림이 k를 그러그러한 것으로서 재현한다면 그것은 k를 지시하고 그러그러한-그림이다.만약 k가 h와 동일하다면 그 그 림은 h또한 지시하고 재현한다.그리고 만약 k가 이러이러한 것이라면 그 그림은 이러이러한 것을 재현하지만,반드시 이러이러한 것으로서 재현할 필요는 없다.”46)즉 그림의 지시가 그 지시체의 동일성에 완전히 의존하는 반면 그림의 종류는 그림의 지시체가 가지는 속성에 의존하지 않는다.47)

그렇다면,그림의 종류는 어떻게 결정되는가?굿맨은 그림의 지시가 어떻 게 결정되는지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그림의 종류가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대한 적극적인 이론을 내놓지 않는다.단지 그림이나 기술을 종류로 분류하 는 일은 다른 습관적 분류와 마찬가지로 명확하거나 안정적이지 못하며,공 식화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할 뿐이다.48)그림의 종류 결정은 자의적인 것인 가?또,굿맨이 주장하듯이 그림의 종류와 그림의 지시는 서로 완전히 독립 적인가?이에 대한 대답은 본 논문이 더 진행될 때까지 미뤄두기로 하자.

45)Ibid.,p.26.

46)Ibid.,p.30.

47)굿맨의 유명론에 비추어볼 때 “속성을 가짐”이란 말보다는 “술어를 예시함”이 더 정 확한 표현일 것이다.그러나 일단은 논의의 편의상 속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하 자.

48)LanguagesofArt,pp.23-24.

굿맨의 이론은 회화적 재현을 언어와 유비시킴으로써 그림에 대한 지각주 의적 이론이 간과하기 쉬운 허구적 재현 및 그림의 종류와 그림의 지시의 구분을 일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그가 강조하는 것은 그림이 언어와 같 은 의미론적 속성을 지닌 상징이라는 점이다.이러한 접근 방식은 그림과 언어에 대한 통합적 관점을 가능하게 하며,그림이 상징으로서 수행하는 역 할에 주목하게 해준다.그림과 언어는 모두 인간이 사용하는 상징으로서 우 리가 세계를 분류하고 구성하는 수단이 된다.또한 그림이 언어와 마찬가지 로 상징으로서의 사용에 의존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회화적 재현의 맥락의존성과 체계의존성을 깨닫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