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인터랙션 퍼포먼스(Interaction Performance)
5.2 인터랙션 퍼포먼스
5.2.1 퍼포먼스로서 인터랙션 : 매크로-마이크로 퍼포먼스
인터랙션은 행위(action)와 반응(reaction)의 조합이다. 즉, 인간과 시스템 사이에 필요한 정보를 행위를 통해 주고받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 교환의 과정은 의도한 정보가 틀림없이 상대에게 전달될 것인지 혹은 효율적으로 전달될 것인지가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인터랙션 조형의 측면에서는 이 과정의 주고받는 행위를 어떻게 표현적으로 드러내는지가 초점이 된다. 이 러한 행위 교환의 표현적 역동성은 퍼포먼스 미학의 관점에서 인터랙션 조형을 조망하는 단초가 된다.
인터랙션, 즉 기술을 통한 행위 교환이 일상화된 것은 Dourish(2001)가 예견했듯 기술의 발전과 편재, 그로 인해 체화된(embodied) 인터랙션이 우리의 생활 곳곳에 스며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적 행동과 루 틴이 자신을 표현하거나 혹은 자신이 표현되는 넓은 의미의 퍼포먼스라 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를 둘러싼 체화된 인터랙션은 일상적으로 표현하 거나 표현하게 한다. 일상의 의미가 퍼포먼스에 의해 짜내어지는 (squeezed out) 것이자29)(Jacucci, 2015), 인터랙션의 퍼포먼스적 표현이 인간의 심미적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Dewey의 관점에서 ‘경험은 표현되지 않으면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며, Turner의 관점에서 경험은
‘연관된 감정이 재생되지 않으면 비활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Macaulay 등(2006)은 이러한 표현적 역동성으로 인해 인터랙션 매체는 제시적 (presentational), 묘사적(representational)이고 그렇기 때문에 경험적
29) Turner(1982)를 Jacucci(2015)에서 인용
(experiential)이라고 하였다. Jacucci(2015)는 인터랙션의 퍼포먼스적 표 현이 우리의 경험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역설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인 터랙션의 표현적 역동성과 경험적 영향을 퍼포먼스적 심미성의 궤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인터랙션의 심미성이 가지는 퍼포먼스와의 연관성에 관한 지난 연구를 되 짚어 보기 위해서는 퍼포먼스를 이해하는 개념적인 범위를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연극 공연을 관람한다고 했을 때 우 리는 연극 한 편 전체를 하나의 퍼포먼스라 부를 수 있거나, 혹은 그 연극 에서 열연한 한 배우의 연기를 퍼포먼스라 부를 수도 있다. 이는 한 편의 연극이 가지는 총체성, 즉 대본, 무대, 장치, 배우, 나아가 관객을 아우르 는 종합적 재현으로서의 퍼포먼스를 이르거나, 혹은 그 개별성, 즉 하나의 대본을 구현하는 연출과 배우의 표현적 능력으로서의 퍼포먼스를 모두 가 리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전자를 광의의 퍼포먼스 혹은 매크로 퍼포 먼스라 한다면 후자를 협의의 퍼포먼스 혹은 마이크로 퍼포먼스로 이해해 보도록 하겠다.
이전 연구에서 인터랙션을 퍼포먼스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한 시도들은 우선, 광의의 퍼포먼스 개념으로 접근하여 해석한 시도들이 주를 이룬다.
이 연구들은 대부분 인터랙션 조형의 관점에서 Laurel(2014)의 ‘컴퓨터는 극장’이라는 인식에 기반하여 인터랙션의 드라마적 성격(dramaturgy)을 퍼포먼스적 미학과 연계한다(Benford & Giannachi(2012), Spence 등 (2013), Jacucci(2015)). 또한, 다른 일련의 연구자들은 인터랙션의 드라마 적 성격에서 내러티브적 특성을 퍼포먼스적 미학과 연계한다(Iacucci 등 (2002), Jacucci 등(2005), Jacucci(2015)). 인터랙션이 연속적인 이벤트로 이루어지고 절차적 특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내러티브적이라는 점은 이전 장에서 이미 논의된 바가 있다. 이 연구자들이 인터랙션의 내러티브적 특 성, 혹은 넓게는, 드라마적 특성을 퍼포먼스의 심미성으로서 주목한 것은 인터랙션을 거시적이고 맥락적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라고 이해된다. 개별 이벤트로서의 마이크로 인터랙션이 아닌 하나의 연출된 장면과 같은 종합 적이고 통시적인 구성으로 인터랙션을 해석하려 한 것이다. 연극의 비유를 연장하자면, 인터랙션을 연속적인 이벤트[=대본]를 특정한 시간과 공간적 맥락[=무대]에서 사용자와 시스템이 행위를 주고받는 것[=연기]으로 해석 한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인터랙션의 퍼포먼스적 특성을 Pfister(1991)의
‘dramaturgy(Jacucci, 2015)’, Goffman(1974)의 ‘dramaturgical analysis(Spence 등, 2013)’에 기반하여 해석하려고 시도한다. 인터랙션 을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드라마로 보고 그와 같은 경험적 통로를 통 해 우리에게 퍼포먼스의 경험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인터랙션의 퍼포먼스가 드라마적이므로 이를 연 기하는 사람들의 역할에 더 집중한다는 점이다. Jacucci 등(2005)은 Turner(1982)가 인류학적 관점에서 퍼포먼스를 설명한 것에 주목했다.
즉, 인간의 일상적 행동 양식이 일종의 퍼포먼스이자 미학적 경험으로 이 어지려면 그들을 어떤 행동 양식으로 이끄는가, 혹은 그들의 현재 행동 양 식에서 어떤 경험을 인터랙션으로 표현해야 할 것인가가 중요하게 된다.
Iacucci 등(2002)이나 Kuutti 등(2002)은 이러한 관점에서 인터랙션 디자 인의 방법을 제시하기도 하였는데, 참여적 디자인(participatory design) 이나 바디스토밍(body-storming)과 같은 창발적 인터랙션 디자인 방법에 서부터, 나아가 사용성 평가 혹은 사용자 테스트 방법조차도 일종의 스크 립트 혹은 사전에 계획된 설정 하에 참여자가 어떤 행동을 수행하도록 한 다는 점에서 드라마적 퍼포먼스를 응용한 인터랙션 디자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적인 퍼포먼스 관점에서 보자면 퍼포먼스는 주인공인 연기자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몇몇 연구자들은 관중(spectator)의 역할 에 주목하기도 했다(Reeves 등(2005), Dalsgaard 등(2008), Spence 등 (2013), Jacucci(2015)). 이전 절에서 ‘Spec-Actor’라는 용어로 퍼포먼스 가 관객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라고 하였듯, 총체적인 인터랙션의 퍼포먼스 는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에 의해 완성된다고 본 것이다. 그 중 Reeves 등 (2005)은 인터랙션에서 관중의 역할에 따라 인터랙션을 내밀한(secretive), 표현적(expressive), 마술적(magical), 긴장감 넘치는(suspenseful)으로 분류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인터랙션에 직간접적으로 수행되는 행위를 ‘조 작(manipulation)’으로, 조작의 행위로 인한 결과를 ‘효과(effects)’로 정 의하고, 조작과 효과가 관중에게 숨겨지는지 드러나고 확장되는지의 정도 에 따라 인터랙션 미디어를 배치하는 방법으로 4종류의 인터랙션을 분류 해냈다. 내밀한 인터랙션은 인터랙션의 과정이 자신이 직접 행하는 순서가 되기 전까지 숨겨지는 인터랙션으로 사진 부스를 연상할 수 있다. 정반대 로 표현적 인터랙션은 조작과 효과가 행위자와 관중에게 모두 드러나는
인터랙션을 지칭하고 Dance Dance Revolution 같은 아케이드 게임을 연상할 수 있다. 마술적 인터랙션은 관중의 입장에서 조작은 전혀 드러나 지 않지만 효과만 볼 수 있는 종류를 말하고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과 같은 인터랙션을 예로 들 수 있다. 긴장감 넘치는 인터랙션은 반대로 조작 은 드러나지만 그 효과는 알 수 없는 인터랙션으로 HMD의 인터랙션 같은 것이다. 이 연구를 포함하여, 연구자들은 인터랙션이 어떻게 관중들에 의 해 보여지는가, 인터랙션에서 퍼포먼스를 하는-조작하는- 사용자가 관중 [의 존재]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받는가, 나아가 사용자와 관중은 어떻게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가에 따라 인터랙션의 퍼포먼스가 면밀하게 디자인 되어야 한다-Reeves 등(2005)은 이를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이 라고 하였다-고 주장한다.
같은 궤적에서 Dalsgaard 등(2008)은 ‘사용자=수행자’ 관점을 확장하여 수행 인지(performing perception)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인터랙션을 수 행하는 동안의 사용자의 인지가 상호작용 행위(act of interacting), 인지 행위(act of perceiving), 수행 행위(act of performing)를 통해 종합적 으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이들은 관중의 영향이 중요함을 감지 하고, 인터랙션 수행의 과정에서 실제적인 관중은 잠재적인 관중으로 참여 적 역할이 변화될 수 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하였다. 이러한 주장들 에서 사용자와 관중의 관계가 새롭게 부각되고(Spence 등, 2013), 심지어 참여자(=관중)에 의해 인터랙션 경험이 추동될 수 있음(Jacucci, 2015)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광의에서, 총체적인 관점에서 인터랙션의 퍼포먼스를 조망한 이러 한 접근은 몇 가지 의문점을 가지게 한다. 첫째, 인터랙션 과정에서 사용 자의 수행을 퍼포먼스와 등치함으로서 인터랙션의 매체가 퍼포먼스에서 가지는 역할을 축소 혹은 도외시한다는 점이다. 이는 ‘극장’의 비유를 차 용한 개념적 접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인터랙션의 주체 혹은 퍼포먼스의 주체를 사용자로 한정하고 인터랙션의 대상이 되는 시스템의 양상이나 시 공간적 컨텍스트를 사용자의 퍼포먼스를 보조하는 무대 혹은 소품으로 인 식한다는 데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인식적 태도는 사용자 중심 디자인 사 고에서 출발하여 사용자의 경험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기반적 가치가 있다 고 하더라도, 사용자의 미적 경험을 자극하는 인터랙션 퍼포먼스를 구성하 는 매체적 세부와 관계성을 희석해 버릴 수 있다. 둘째, 이 접근들은 사용
자 중심 시각의 연장선상에서 사용자를 세분하여 수행자와 관중으로 나누 고 수행자로서 사용자가 벌이는 퍼포먼스에 대한 관중의 영향으로 디자인 적 시야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관점 역시 퍼포먼스를 관여한 수행자와 관중의 행위에 집중함으로서 인터 랙션 ‘매체’의 심미적 특성을 제외해 버린다. 더구나 인터랙션 매체를 소 품화하여 사용자를 수행자와 관중의 역할에 한정하는데, 행위가 교환되고 정보가 표현되는 인터랙션의 상황에서 인터랙션의 매체가 오히려 행위와 정보를 표현하는 수행자의 위치가 되고 사용자가 관중의 위치가 될 수 있 음을 간과한 것이다. <그림 44>
그림 44 인터랙션 매체를 주변화하는 관점
퍼포먼스는 본질적으로 수행자와 관중의 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개념 이므로, 인터랙션의 퍼포먼스를 개념화하기 위해서는 인터랙션의 매체와 사용자, 관중의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제기된 문제 인식 또 한 이러한 관계에서 인터랙션 혹은 인터랙션의 매체를 주변화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극이라는 퍼포먼스의 공연자만을 수행자로 보고 무대와 소품을 부수적인 장치로 보듯, 사용자만을 퍼포먼스 의 주체로 보고 인터랙션의 매체를 부수적인 장치로 본 것이다. 반면, 인 터랙션의 “매체”를 퍼포먼스의 주체 중 하나로 위치시키면, 적어도 사용자 와 관중만을 퍼포먼스의 주체로 보는 것으로 인해 주변화되었던 인터랙션 의 퍼포먼스적인 속성과 작용을 면밀한 시야 안으로 포착할 수 있다.
인터랙션 혹은 인터랙션 매체 자체를 퍼포먼스의 주체로 편입시키는 것이 불합리한 접근이라고 볼 수 없다. 인터랙션이 본질적으로 행위의 교환이자 정보의 교환이라는 점을 주목하면 인터랙션을 행하는 사용자의 교환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