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인터랙션 미학과 인터랙션 조형
2.2 인터랙션의 조형
실용주의 미학의 영향에 추동되고 컴퓨터 기술의 폭발적인 발전과 편재화 의 환경적 변화에 따라 인터랙션 미학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디자이너 와 연구자들은 인터랙션의 미적 경험을 재정의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수행 하였다. Hallnäs와 Redström(2002)은 편재하는 미디어에 대해 “사용 (use)”에서 “존재(presence)”로 개념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그럼 으로써 비로소 하나의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Hummels 등(2003)은 사용자들의 “공진(resonance)”, 즉 서로가 서로에 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가능한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상정하려 하 였다. Haynes 등(2007)은 인터랙션의 미감을 소극적(passive)과 적극적
(active) 접근에서 보아야 한다고 했는데, 소극적 미감은 인간의 지각 (perception)에 관련된 것이고 적극적 미감은 인간의 이해(conception)에 관련된 것이며, 정보기술의 미디어를 객관적으로 정의함(소극적)과 동시에 하나의 주제로 받아들임(적극적)으로서 미학이 완성된다는 주장이다.
Baljko와 Tenhaaf(2008)은 “LoFi”라는 가상 생명 예술작품의 수행 과정 을 통해 인터랙션 미학을 “부상(emergence)”의 미감이라고 정의하기도 하였다. 인터랙션은 과정적이며 그 과정에서의 행위와 표현에 기반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보다 조금 극적인 방식으로 인터랙션의 미학을 개념적으로 형상화한 시도들도 있었다. Khaslavsky와 Shedroff(1999)는 소프트웨어 디자인에 호소하는 것이기는 했지만, “유혹(seduction)”의 경험을 줄 수 있는 것이 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Hepworth(2007)는 인터랙션이 “마술(magic)”과 도 같은 경험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술적 경험이란 놀랍고 (surprise), 비범하고(unordinary), 능력을 뛰어넘고(unnatural), 흥분케 하는(exciting) 것들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이라는 것이다. Landin(2008) 은 디지털 제품의 인터랙션을 “신화(myth)”와 “환각(delusion)”의 미학이 라고 하였다. 휴지통에 파일을 버리는 것을 데이터를 삭제하는 것으로 여 기는 것과 같이 일종의 환각과 그에 대한 굳은 믿음(신화)을 미학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Lin 등(2011)은 “시적인(poetic)” 인터랙션을 하나의 장르로 제시했다. 시의 문학적 표현에 비유해 인터랙티브 제품에 상상력과 표현을 더하는 인터랙션의 미학적 접근을 주장한 것이다. 유혹, 마술, 신화, 시와 같은 개념을 통해 인터랙션의 미학을 개념화하는 것이 한계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인터랙션의 미적 경험을 확장적으로 바라보 려는 시도들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접근들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인터랙션의 미적 경험을 확장하여 이해하려는 디자이너들과 디자인 연구 자들은 새로운 미적 경험의 성질(quality)을 정의하기도 하였다.
Christensen(2004)은 사용성에 대응하는 미학적 성질로 “자극성 (excitability)”을 내세웠다. Lowgren(2007a, 2007b, 2008, 2009)은 일련 의 연구를 통해 “유연성(pliability)”-감각적으로 밀접하고 반응성이 높은 가-, “리듬(rhythm)” -움직임이 율동적인가-, “극적인 구조 (dramaturgical structure)”-연출적 구조가 있는가-, “유창성(fluency)”- 복합적인 인터랙션을 유창하게 다루는가- 등의 성질들을 발견하여 제시하
였다.
이러한 인터랙션의 미감에 대한 개념적 확장은 “인터랙션 조형 (interaction form)” 개념을 재정립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조형(造形)’은 글자 그대로는 ‘형상을 만든다’는 뜻이지만, 의미적으로 ‘미적(美的)’인 가 치를 내포한다. 따라서, ‘조형’은 ‘미적으로 표현된 형상’과 ‘미적인 형상화 행위’ 모두를 지칭하는 것이다. 디자인 대상의 외적 형상을 미적으로 조직 하는 것을 조형이라고 한다면, “인터랙션 조형”은 대상이 되는 인터랙션이 인간과 디지털 인공물 간의 상호작용을 뜻하므로 인터랙션이 표현되는 물 리적 형태는 물론 비물질적이고 비시각적인 형태를 미적으로 조직하는 행 위 과정과 그 결과물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미적인 조직의 결과 즉, 조형을 통해 앞의 연구자들이 발견하고 제시한 인터랙션의 미감이 구현되 도록 할 때 비로소 인터랙션은 ‘조형성’을 획득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인터랙션의 ‘조형성’은 물리적, 비물리적인 형태를 복합적으로 내포하는 미적 특성이라는 점에서 여타 디자인의 조형성과 차별된다. 특히 체화된 인터랙션(embodied interaction, Dourish(2001))의 기술적으로 편재된 환경에서는 물리적 형태와 비물리적 형태가 인터랙션 조형 내에 유기적으 로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인터랙션의 조형과 조형성에 대한 이러 한 시각을 뒷받침한다. Udsen과 Jørgensen(2005)은 이러한 미학적 전환 (aesthetic turn)이 인터랙션을 통해 새로운 표현적 형태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Lim 등(2007)은 당시 인터랙션 디자인이 사용자의 경 험에 대한 이해를 폭넓게 시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인터랙션 조형의 개념이 부족하다는 인식 하에 Svanæs(1997)의 아이디어에서 착안 하여 “인터랙션 게슈탈트(Interaction Gestalt)”라는 개념을 차용하여 제 시하기도 하였다.
여러 연구자들은 인터랙션의 ‘조형성’이 어떻게 기인되는지 탐색하였다.
실용주의 미학의 접근에서는 인터랙션 조형의 감각적 특성과 움직임 특성 이 주요 관심사였다. 이들은 몸과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인터랙션의 조형적 특성을 도전적인 디자인 사례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였고 관련된 디자인 접근을 유발하였다. (Hummels 등(2007), Djajadiningrat 등(2007), Parkes 등(2008), Fogtmann 등(2008), Alaoui 등(2011), Alaoui 등 (2012), Hummels(2011), Loke 등(2013) 등) 또한 인터랙션의 조형은 차 별적이고 확장적인 개념의 물리성(physicality)을 동반한다. Schiphorst
등(2007)은 ‘BodyMap’이라는 인터랙티브 설치를 통해 인터랙션의 물리성 에 대한 몇가지 주제를 제시하는데, 체화된 인터랙션에서 사용자가 상호작 용하는 접에서의 물질성(materiality)이 미학적으로 중요한 주제가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연장선상에서 Wiberg와 Robles(2010)은 원자(atom)와 비 트(bit)를 대응하는 것(Ishii와 Ullmer, 1997)을 넘어서 다양한 디지털 및 물리적 재료들을 미학적 문법에 포함시키려 하였고 이를 인터랙션의 “감 촉(texture)”라고 칭하였다. Hornecker(2011) 또한 촉각적이고 체화된 인 터랙션에서 물리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기도 하였다. Jung과 Stolterman(2011, 2012), Jung 등(2017)은 디지털 기술을 인터랙션을 디 자인하기 위한 하나의 재료(material)로 보기도 하였다. 그들은 빠르게 디 지털화되어가는 가상의 물리적 재료(예를 들어, 화면에 등장하는 버튼과 같이)들이 물리적 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가상의 세계에서 형태(form)를 만들어 감에 있어서 또 다른 생태계를 이루고 있으므로 그 의미와 가치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Mazé와 Redström(2005)은 인터랙션 조형의 이러한 돌발적인 이슈들을 인식하여 시간적(temporal), 공간적(spatial) 형태를 제시하였다. 인터랙션 이 시간적으로 혹은 공간적으로 변화하는 차별적 특성에 따라 형태적으로 변화하는 형태를 상정한 것이다. 움직임, 물리성과 함께 재조명된 인터랙 션 조형의 특성이 시간성(Temporality)이다. Lundgren과 Hultberg(2009)는 연속적(sequential), 분절적(fragmented), 병치된 (juxtaposed) 시간 등 인터랙션이 가질 수밖에 없는 시간성을 다양한 방 식으로 분석하여 도출했다. Huang과 Stolterman(2011)은 인터랙션 디자 인에서 시간성이 면밀하게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 여, 인터랙션 과정의 시간적 패턴을 찾아내 언어적 혹은 시각적 문법으로 나타내기 위해 시도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연구들이 제시하는 것은 인터랙션의 조형성은 물리적이고 시각적 심미성 외에도 감각성, 역동성, 물질성, 시간성, 공간성 등의 미감을 포함 한다는 점이며, 나아가 이러한 특성들이 인터랙션의 미학에 더 큰 비중으 로 작용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