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인터랙션 내러티브(Interaction Narrative)
4.5 캐릭터(Character)
4.5.3 정체성(identity)
가공하여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특징적인 것은, 네 마리의 덩어리(blob)들이 등장하여 합창의 각 파트를 사용자가 직접 조절하며 체 험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사용자의 인터랙션으로 조절한 음악의 조합이 실제 음악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직접 합창의 조합 과정에 개입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더 흥 미롭게 인터랙션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Kickstarter에서 소셜펀딩을 진행한 ‘Pigzbe’26) 서비스는 아이들에게 경제생활을 가르치기 위해 좀 더 친근하고 재미있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핑크빛 아기돼지 캐릭터이다. piggy-wallet이라는 작은 디바이스와 앱을 연동해 저축하고 소비하는 과정을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시각적으로 핑크빛 아기돼지의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인터랙션의 과정을 전반적으로 가이드하 는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경제생활이라는 자칫 어렵고 복잡한 정보를 캐 릭터를 통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림 39>
서 본다면, 캐릭터의 ‘정체성’, 즉 캐릭터의 개성과 매력을 부여하는 전략 을 앞의 ‘3종 세트’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인격화된 캐릭터의 말과 말투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가장 극명한 예가 애플의 ‘시리’이다. AI 어시스턴 트로 말로 대답해주는 이 가상의 캐릭터는 단순히 답을 전달하지 않는다.
에둘러 답하거나 엉뚱한 블랙 유머를 구사한다거나 심지어 가벼운 면박을 주는 등 독특한 성격을 보인다. 사용자들은 이런 ‘얄미운(sassy)’ 시리의 캐릭터에 재미와 매력을 느끼게 된다(Garber, 2013).
인격화된 캐릭터의 형태로 개성을 부여할 수 있다. 인격화된 캐릭터가 사 람이라면 성별, 생김새, 의상 등 어떻게 꾸미는지에 따라 그 성격을 드러 낼 수 있다. 사람이 아닌 동물이나 물건을 인격화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는 사람의 경우와 유사한 전략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인격화된 캐릭터의 외 형과 함께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개성을 드러내는 방법이 된다. 자세, 제스 처, 움직임의 양태 등 행위 양식이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의 어시스턴트가 완전히 포기한 이후로, 인 격화된 캐릭터가 인터랙션 디자인에 활용된 경우는 AI 어시스턴트들을 제 외하고는 성공적인 사례를 찾기 어렵다.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은 이유에 서이다. 기능적으로든 미학적으로든 인터랙션 내러티브에 인격화된 캐릭터 를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인터랙션 내러티브 에서 캐릭터를 인터랙션의 에이전트로 관점을 확장함으로써 인터랙션의 다양한 에이전트들이 표출하는 성격을 통해 인터랙션의 개성과 매력을 창 출할 수 있도록 하는 더 많은 가능성을 상정할 수 있다.
인터랙션 내러티브에서 언어적 표현으로 개성을 드러내는 데에 연관되는 에이전트들은 레이블, 메시지, 명령어와 같은 언어적 요소들이다. 이러한 언어적 표현들은 문자의 형태 혹은 구어의 형태로 발현된다. 말투에서 말 하는 사람의 성격이나 감정 상태를 알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언어적 에이전트 요소들에서 선택된 단어의 성격이나 무엇보다 어투에서 인터랙 션의 개성이 드러난다. 언어적 정체성이 가장 잘 드러난 예로 ‘배달의 민 족’을 들 수 있겠다. ‘세상은 넓고 맛집은 많다’, ‘가까운 가게는 직접 가 지러 가지요’ 등과 같이 구어체의 친근한 문구를 레이블에 적용함으로써
‘B급 정서와 미학’의 개성을 일관성 있게 드러내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시리의 얄미운 캐릭터에서 드러나듯 최근 AI를 활용한 서비스가 급증하면 서 이러한 성격 부여의 가능성은 부쩍 커지고 있다. AI 어시스턴트와 유사
한 ‘챗봇’ 서비스도 최근 AI 기술의 급격한 진전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 하고 있다. 다만, 챗봇 서비스는 구어가 아닌 문자로 대화하면서 진행되는 인터랙션이기 때문에 문자 형태의 어투로 챗봇의 성격을 표현하여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 특히, AI 어시스턴트 서비스나 챗봇 서비스는 사용자와의 대화가 진행되는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대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러한 말투에서 드러나는 개성이 사용성이나 효용성과는 별개로 대화의 흥미를 돋우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인터랙션 내러티브의 심미성 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인터랙션 에이전트들의 형태적 개성을 통해서도 캐릭터를 드러낼 수 있다.
배달의 민족의 경우, 언어적인 개성 이전에 UI를 이루는 여러 그래픽 요 소들에 있어서 형태적으로 조악하거나 난삽하게 보일 수 있는 ‘B급 정서’
의 그래픽 언어를 사용함으로서 자신의 개성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반 면, 이 정체성과 상반되는 예는 Moleskine에서 출시한 ‘Timepage’ 앱을 들 수 있다. 여타 달력 혹은 플래너 앱과는 다르게 기능적으로나 심미적으 로 절제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과는 상반되는 개성을 드러내 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전통적인 몰스킨 다이어리가 가진 정체성을 디지털 형태의 서비스 앱에서 연장하려는 시도이다. 오프라인 제품을 디지 털 서비스로 이행했을 때 오프라인 제품이 전통적으로 가졌던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하면서 확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림 40>
인터랙션 내러티브에서의 개성은 언어적, 형태적인 접근에서 나아가 행위 적인 차별화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B&O의 제품들은 전통적으로 기능적인 에이전트들에 섬세하고 미묘한 움직임을 입힘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구
축해 왔다. Beosound 시리즈의 도어와 헤드의 속도 변화를 통해, Vision Harmony의 복합적인 방향의 움직임 조합을 통해 자신들의 개성을 일관 성 있게 드러내고 있다. B&O의 제품들이 우아하고 고상한 개성을 지향하 고 인터랙션 에이전트들의 움직임을 그와 부응하도록 디자인하였다면, Anki의 ‘Vector’27)는 완전히 상반된 개성을 나타낸다. AI 어시스턴트 서 비스를 수행하는 이 바퀴달린 로봇은, 물론 인간화된 캐릭터를 가지고 있 기는 하지만, 정보를 전달하거나 명령에 반응할 때 팔을 움찔대거나 작게 왔다 갔다 하거나 눈 모양을 깜빡거리는 등의 작은 영역의 빠른 움직임을 만들며 약하고 귀엽고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림 41>
캐릭터의 정체성은 인터랙션 미디어가 지니는 독보적이고 차별적인 고유 한 성격을 가리키고 말, 표정과 자세, 행동에 의해서 드러난다. 이 정체성 은 미디어 전반의 고유한 특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미디어 인터랙션을 이루고 있는 에이전트들 각각이 지니는 개별적인 정체성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개별적인 특성들이 모여 전체적인 정체성을 구축한다. 이러한 정체성은 인터랙션 내러티브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개성과 매력의 요체이 며, 개성과 매력은 심미적 경험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