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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AID(Aesthetic Interaction Design) 모형

3.3 인터랙션 조형의 층위

치를 더하여 미적 균형과 절제, 개성적 표현을 드러내는 미적인 ’형태(形 態, Form)‘로 변모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개별적 ’형태‘들과 ’배치‘를 통해 파생되는 전체적 ’형태‘ 모두를 말한다.

Beosound 3000의 이 독특한 형태는 마치 추상적인 작품처럼 조형적인 요소들을 배치함으로써 생겨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배치는 벽걸 이형 오디오라는 기능성에서 출발해서 회전판, 헤드와 하단의 디스플레이 와 버튼 배열, 투명 유리 도어가 덮는 상호적 ’관계‘가 고려되어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관계‘의 ’구조‘가 최적화된 ’형태‘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관계‘가 어떤 심미적 가치로 연관될 수 있을까. 당시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일반적인 CD플레이어는 CD가 돌아가는 회전판 혹은 헤드가 도어에 의해 덮여 있고 이것을 여는 버튼이 따로 있거나 도 어를 직접 눌러서 여는 형태의 ’관계‘를 가지고 있었고 이에 따라 배치되 어 있었다. 물론 재생과 멈춤 버튼도 이와 유사한 ’관계‘에 의해 그 위치 와 기능이 결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Beosound 3000에서는 도어가 헤드 만 덮고 있는 것이 아닌 헤드와 버튼 셋 전체를 덮고 있는데, 도어를 여는 것이 어떤 버튼에 의한 것이 아닌 손의 근접 센서에 의해 작동되도록 하 였다. 이 차이가 일반적인 CD플레이어와는 차별화된 ’관계‘들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도록 하였다. 다음의 ’행위‘와 ’플로‘에서의 추론으로 이어지 기는 하지만, 이러한 ’관계‘의 차별성은 손을 가까이 가져가면 도어가 좌 우로 열리면서 사용자를 반기고 버튼을 누르면 헤드가 열리면서 백라이트 가 들어오는 것으로 연결되는 독특한 이벤트의 연속 안에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 독특한 ’요소‘들의 ’관계‘들과 조합된 ’구조‘는 독창적인 ’배 치‘ 즉 ’형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관계‘들에서 경험되는 새로운 흥분은 익숙 하거나 독특한 인물들이 등장해 흥미진진한 사건들을 이어가는 이야기 속 에서 느끼는 심미적 경험과 유사하다. 이야기에서 경험하는 심미성은 인물 들 간의 관계와 그 관계들 안에서 만들어지는 사건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면, 인터랙션 조형에서의 ’관계‘에 심미적 가치를 입힌다면 이야기의 심미 성을 대표하는 ’서사(敍事, Narrative)’로 치환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말 해 인터랙션 요소들의 심미적 관계를 구조화하는 것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요소’들의 ‘관계’만이 독자적으로 인터랙션의 ‘서사’에 관여하는 것

은 아닐 것이다. 이야기가 인물들의 다양한 관계와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의 연속인 것처럼, ‘관계’는 ‘행위’와 조합되어 비로소 하나의 이벤트 가 되고, 연속되는 이벤트들이 ‘플로’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Beosound 3000의 연속되는 이벤트들을 보면 일반적인 CD플레이어들이 가지는 ‘행 위’들과는 매우 다른 ‘행위’들을 금방 찾을 수 있다. 손을 가까이 가져가는 행위나 좌우로 열리는 도어, 위쪽으로 열리는 헤드, 회전판 주변에 백라이 트, 버튼들의 레이블에 연속적으로 들어오는 백라이트 등은 기존 CD플레 이어에는 없는 사용자와 기기의 차별적인 ‘행위’들이다. 그런데 이 ‘행위’

들은 단지 제시되고 할당되는 것만이 아닌 심미적 가치로 둘러싸여 있다.

도어 앞에 미묘하게 다가서는 손의 행동, 매우 재빠르지만 점진적인 가속 도가 가미되어 열리는 도어의 움직임, 순차적으로 리듬감 있게 밝아지는 백라이트들. 이러한 심미적 가치가 가미된 ‘행위’들은 각각의 개별적인 움 직임의 미묘함도 미묘함이지만, 전체적으로 조합되었을 때의 전체성은 마 치 무대 위의 무용수가 보여주는 때로 역동적이고 때로 미묘한 표현적 움 직임의 전개로 결과하는 전체적인 공연성에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이는 기능적인 ‘행위’가 아닌 미적인 ‘연행(演行)’ 혹은 ‘수행(遂行)’ 즉 ‘퍼포먼 스(performance)’에 다름 아니다.

인터랙션 ‘설계’ 층위의 ‘요소’, ‘관계’, ‘행위’는 심미성의 렌즈를 통해 보 았을 때, ‘형태’, ‘내러티브’, ‘퍼포먼스’로 대응되는 인터랙션 ‘조형’ 층위

그림 8 인터랙션의 설계 층위와 조형 층위

를 추론하였다. 즉 인터랙션의 조형은 외현적인 미적 ‘형태’와 순차적 이 벤트의 독창적 연속으로 표현되는 미적 ‘내러티브’와 역동적이고 미묘한 움직임으로 표현되는 미적 ‘퍼포먼스’의 결과이자 이들을 조합하는 과정이 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때, ‘배치’, ‘구조’, ‘플로’는 인터랙션 설계의 층위 에서 각각 ‘요소’의 공간적 배열, ‘관계’의 설정, ‘행위’의 할당과 배열의 과정적 작업으로 이해했던 것과 같이 인터랙션 조형의 층위에서도 ‘형태’

의 미적 공간 배열, ‘내러티브’의 설정, ‘퍼포먼스’의 할당의 과정적 작업 으로 적용하여 이해해도 모순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 8>

인터랙션 설계의 층위와 조형의 층위를 종합하여 도식화하면 <그림 9>와 같이 나타낼 수 있으며, 이를 본 연구에서는 ‘미적 인터랙션 조형 (Aesthetic Interaction Design, AID)’ 모형이라고 명명한다. 인터랙션 조 형에 있어서 형태(形態)의 차원은 다감각적인 조형 요소를 포함하는 ‘외적 형상과 상태’를 미적으로 조합한 결과와 과정의 차원이다. ‘다감각’이라 굳 이 언급한 것은 인터랙션의 외형적 표현이 시각적 감각을 통로로 하는 표 현을 형태로 취하지만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인터랙션 조형 에서의 형태는 청각, 촉각 등 여타 감각에 반응하는 감각적 형태의 다양한 활용을 더 요구한다. 이러한 감각적 형태들은 물리적 혹은 비물리적 재료 (material)에 의해 다감각적 형(形, shape)으로 표현되며 인터랙션의 성격 (character)을 드러내는 핵심적인 통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연구들 에서 도출된 조형 요소들 중에서 감각, 재질 등이 이 차원의 영역을 이루 고 있는 것으로 연결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 요소에 대한 제시는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인터랙션의 ‘형’이 드러내는 ‘성격’ 또 한 잘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형태에 대한 논의는 디자인 조형 분야와 유 관한 여러 관점에서 이미 상당히 전개되었고 대부분의 형태적 미감에 대 한 논점들은 인터랙션의 조형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형태’ 차원 의 논의는 기존 논의와 중복되는 부분이 상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점과, 본 연구에서 새롭게 제시하고 있는 내러티브와 퍼포먼스 차원은 인 터랙션 조형의 차별성을 더 드러내는 주제라는 점에서 이 두 차원과 관련 된 논의에 더 집중하고자 한다.

내러티브의 차원은 인터랙션의 서사(敍事)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 다른 각 도에서 보자면 아름다운 인터랙션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과 유사하다는 의미이다. 소설이나 영화와 같은 서사 구조의 예

술 형태에서 연상되듯, 서사적 미감은 ‘형태’와 같이 시각을 주축으로 다 양한 감각을 통해 체감되는 것이 아니라 비감각적이고 관념적으로 경험되 는 미감이다. 이야기의 통해 얻는 미감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 야기는 연속적인 사건으로 이루어진다. 사건들은 사건 속에 등장하는 인물 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인물들 간에 어떤 갈등을 일으키는지에 따라 발생 한다. 인물의 선택과 갈등은 어떤 환경과 맥락에 처해 있는지에 따라 다르 게 일어난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그 안에 인물과 배경, 사건들을 만들 어내고 어떻게 배치하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똑같은 인물, 배경, 사건들을 가지고도 완전히 다른 미감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기존 연구 고찰에서 도출된 요소들 중 서사적 특성을 나타내는 요소는 ‘흐 름(flow)’ 정도에 불과하다. Lowgren(2009)과 같은 극히 일부 연구자들이

‘드라마적 구조(dramaturgical structure)’를 인터랙션의 조형 요소로 꼽 기는 하였으나 매우 미미한 정도이다. 서사적 요소를 넓게 보면 시간과 공

그림 9 AID(Aesthetic Interaction Design) 모형

간 정도가 포함될 수 있으나, 그 시간과 공간은 서사적 구성 요소로서의 시간과 공간을 특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인터랙션의 내러티브적 미감 은 도외시되어 온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내러티브 차원을 구성하고 있 는 하위 구성 요소들을 더 세부적으로 도출할 필요가 있다.

인터랙션 조형의 서사적 유사성을 추적해 보자. 이미 언급했듯, 인터랙션 은 사건 즉, 이벤트의 연속이다. 인터랙션에 관여하는 복수의 에이전트 (agent)3)들 간에 어떤 작용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는 인터랙션의 대화성과 시간성의 특성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이는 본질적으로 이야기, 즉 내러티브가 가지는 특성과 유사하다. 그렇다 면, 인터랙션의 내러티브가 가지는 미감을 서사적 미감의 구성적 속성들에 대비하여 추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가 인물들의 선택과 갈등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이고 한다면, 인터랙션의 내러티브에서는 에이전트들이 가 지는 독자성으로 차별되는 이벤트들에 대응시킬 수 있다. 이러한 독자적이 고 차별적인 에이전트들은 다름 아닌 인터랙션의 ‘캐릭터(character)’들이 다. 이야기에서 인물들이 어떤 배경에서 선택과 갈등을 만들어내는지가 중 요한 것과 같이, 인터랙션의 내러티브는 에이전트들이 배치된 시간적, 공 간적 맥락들이 그 미감을 가르는 주요 요인들이다. 인터랙션의 내러티브에 서 배경이란 인터랙션이 벌어지는 공간뿐만 아니라 이벤트들이 벌어지는 순서와 길이 같은 시간적 맥락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야기에서 같은 인 물, 같은 배경, 같은 사건이 주어지더라도 이를 어떻게 배치하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미감을 줄 수 있는 것처럼, 인터랙션의 내러티브에서도 마찬 가지로 어떻게 이벤트들을 배치하는가가 인터랙션의 미감을 결정한다. 이 야기 만들기에서 이러한 사건의 얼개와 그 구성 과정을 ‘플롯(plot)’이라 부르는데, 인터랙션의 내러티브에서 기존에 이러한 세부를 정의한 개념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점을 감안하여 그대로 차용하여 적용한다. 이를 종합하여, 인터랙션의 내러티브를 구조적으로 세부화하면 어떤 심미적 목 적을 위해 인터랙션을 구성하는 ‘캐릭터’들이 특별한 ‘시간’과 ‘공간’에서 생성하는 이벤트의 ‘플롯’을 조직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퍼포먼스의 차원은 인터랙션의 수행(遂行)적 미감과 관련된다. 인터랙션은

3) 에이전트(agent)는 인터랙션을 구성하는 직접적인 물리적이고 가시적인 요소들 (elements)-버튼, 창, 모터 등- 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비물리적이고 가시적인 요 소들-데이터, 알고리즘 등-까지 포함하는 행위자들을 말한다. 이는 ‘요소’로 대치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