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인터랙션 퍼포먼스(Interaction Performance)
5.3 키네틱스(kinetics)
5.3.3 속도(speed)
이처럼 키네틱스에 있어 ‘힘’을 표현하는 스펙트럼의 양극은 ‘무거운’ 혹은
‘강한’에서 ‘가벼운’ 혹은 ‘부드러운’으로 설정할 수 있다. 힘은 표현하려고 하는 강렬한지 혹은 안온한지의 감성의 이미지에 대한 것일 수 있고, 혹은 전달하는 액션의 강도를 강화하는 것일 수 있다. 이러한 힘의 표현은 현실 세계의 역학을 모사함으로써 현실에서 느끼는 감성을 연장하여 가상의 공 간에서 힘을 통한 감성을 표현할 수 있다. 힘의 표현은 인터랙션의 강도를 보조적으로 전달함으로서 감각적인 실제성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사용자 혹은 관객에게 감성의 강도로 구현된다고 할 수 있다. 게임과 같이 극적인 힘의 효과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사용자의 액션을 과장된 표현으로 대 응하여 게임의 경험을 극적으로 증폭하기도 한다. 사례들에서 보는 바와 같이 Shy Light의 하늘하늘 나풀거리는 전등갓의 움직임이나 Running Woman의 슬로우 모션으로 펄럭이는 치맛자락의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자취를 통해 우아하고 평화로운 감성을 느끼는 반면, Dakota의 강한 힘으 로 충격하는 단어들이나 게임 이펙트의 타격감을 흥분되고 충격적인 감성 을 느낄 수 있다.
실 이러한 가속 운동이 마찰력이 존재하는 현실 세계의 움직임과 더 유사 하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실 세계를 복제하려는 가상 세계의 인터랙 션 조형은 점점 빨라지거나 점점 느려지는 가속 운동으로 키네틱을 표현 할수록 감성적인 자극을 더 이끌어낼 수 있다. 한편 매우 짧은 이동 거리 의 재빠른 속도는 쾌활하고 통통 튀는 생명력을 표현한다. 삼성 갤럭시 A80은 옵션을 선택했을 때만 위쪽으로 튀어나오는 독특한 전면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데, 튀어나올 때 카메라 부분이 회전하면서 전면을 향한다. 이 움직임은 특별히 모터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내부 메커니즘에 의 해 상승함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움직임인데, 실용적인 용도는 차치하고라 도 마치 작은 생명체가 고개를 내미는 것 같은 통통 튀는 이미지를 부여 한다. <그림 59>
‘흐름’에서도 제시하였듯, 움직임의 속도는 개별적인 요소가 공간적으로 이동할 때뿐만 아니라 복수의 요소들의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양상이 속도 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사실 LED 패널이 만드는 애니메이션이나 나아가 모니터의 픽셀들이 만드는 애니메이션도 이런 원리의 착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LED가 확대되면 이러한 효과를 더 직접적으로 볼 수 있 다. Serge Maheu54)의 ‘Passage(2017~2021)’55)가 그런 예인데, 원형 LED 원형 링을 직선적으로 배치하여 연속적으로 빛을 변화시킴으로서 그 안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속도감을 느끼도록 하였다. Troika56)가
54) https://bit.ly/3EqvdVf 55) https://bit.ly/3pvm8nE 56) https://bit.ly/3oruVYF
그림 59 속도 사례 : BeoSound 9000(좌), Galaxy A80(우)
Heathrow 공항에 설치한 ‘Cloud(2008)’57)는 작은 원형 조각들이 연속적 으로 뒤집히면서 움직이는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각각의 조각들이 뒤집히 는 타이밍을 조절함으로서 속도를 표현할 수 있다. BMW의 ‘Vision Next 100’는 같은 형태의 속도를 표현함으로서 마치 살아있는 동물의 비늘이 반응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입혔다. <그림 60>
개별적인 구성 요소들이라 하더라도 공간적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 신의 어떤 속성이 양적으로 변화하는 것에도 속도감을 표현할 수 있다. 속 성이란 빛의 경우 밝기, 투명도, 색상과 같은 것일 수 있고, 개체의 크기 나 곡률 등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속성들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정도에서 속도감을 느끼는 것이다. 김종민의 ‘Bokeh’에서 빛 덩어리들의 속도감은 이 빛 덩어리들이 화면을 가로지르는 공간적 이동 속도에서도 생기지만, 각각의 색상이나 밝기가 변하는 속도 또한 시각적 효과에 관여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효과는 각각의 덩어리들이 겹치면서 발생하는 효과이기 는 하지만 색상이 겹치면서 변화하는 색상 변화 느린 속도감이 이 빛 덩
그림 60 속도 사례 : Passage, Cloud, Vision Next 100(좌부터)
그림 61 속도 사례 : Bokeh(좌), One Hundred Eight(우)
어리 효과를 증폭한다고 할 수 있다. Nils Völker58)의 ‘One Hundred Eight(2010)’59)은 수많은 비닐 봉투들이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호흡하듯 부풀고 줄어드는 움직임을 반복한다. 공기 주입에 따라 커지고 작아지는 크기의 변화를 통해 움직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맥북의 동면 신호가 LED의 밝기 변화로 호흡의 움직임을 연상시킨다면 이 경우는 크기의 변 화에 의한 움직임을 통해 그러한 연상을 가능하게 한다. <그림 61>
키네틱스의 힘을 표현하기 위해서 짧은 가속을 부여한다고 하였다. 짧고 빠르고 반복적인 움직임은 생명력과 생동감을 더한다. 이는 작은 동물이나 곤충이 외부의 적이 접근하거나 공격했을 때 반응하면서 꿈틀거리는 것 같은 움직임을 연상할 수 있다. 로봇, 특히 작은 동반 로봇(companion robot)의 움직임에는 주된 움직임 이외에 이러한 움직임을 삽입하여 로봇 에 생동감을 더한다. Anki에서 만든 Vector의 움직임은 그 예이다. 사용 자의 음성을 인식하고 그에 반응하여 대답하거나 명령을 수행하는 이 로 봇은 행위들의 사이사이에 작은 움직임을 보인다. 이 작고 빠른 움직임들 은 어떤 실용적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Vector에 생명력을 부여하 고 귀엽고 생기 넘치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데 기여한다. <그림 62>
요약하자면, 키네틱스의 속도는 시간에 따른 변화의 양 혹은 양상으로 표 현될 수 있는데, 3개의 다른 속도를 구분해 낼 수 있다. 공간 속도, 순차 속도, 형태 속도가 그것이다. 공간 속도는 공간적으로 이동하면서 만들어 내는 속도로서 말 그대로 물리적인 공간 이동을 동반한 속도이다. 공간적 인 이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러한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 하게 되겠다. 순차 속도는 공간적인 이동이 없이 복수의 연속된 개체가 시 간 간격을 두고 연속적인 변화를 보일 때 감지되는 움직임의 속도이다. 이 경우는 움직임의 공간이 필요하지는 않겠지만 복수의 개체가 전개되어 있 는 물리적 공간을 역시 필요로 하게 된다. 반면 형태 속도는 개체의 물리
58) https://bit.ly/31tCTrs 59) https://bit.ly/332oEu7
그림 62 속도 사례 : Vector의 움직임
적 양태가 변화하는 속도를 말한다. 개체의 크기, 밝기, 색상 등과 같은 속성이 변화하는 속도로서 물리적 이동이 최소한으로 발생하지만 속도를 인식할 수 있는 인지적 구분 능력을 필요로 한다.
앞의 ‘힘’을 설명하면서 매우 강한 힘을 표현하기 위해 짧은 가속을 활용 한다고 하였다. 힘을 표현하기 위해 속도를 활용한 것이다. ‘흐름’의 리듬 과 템포를 표현하기 위해서도 속도의 차이를 활용한다. 속도를 표현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속도가 빠르거나 느린 것으로 구분하여 적용하 는 것이 아닌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양태의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라반의 ‘시간’은 무용의 표현 의도에 있어서 이런 점을 기준 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빨라지는’ 속도는 역동적이고 격정적인 움직임 을 표현하지만 반대로 불안하고 공격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반대로
‘느려지는’ 속도는 안정되고 정리되는 감성으로 움직임이 세밀하게 완성되 는 느낌을 전달할 수 있지만 반대로 소극적이고 움츠러드는 감성을 유발 할 수도 있다. 움직임이 속도의 연속임을 감안하자면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속도는 움직임의 시작, 지속, 끝에서 복합적으로 적용된다. BeoSound 9000의 헤드 움직임과 같이 시작에서 점점 빨라지는 움직임은 멈추기 전 에 점점 느려진다. 이를 정속 운동, 즉 초기 속도에 도달한 후 지속적으로 동일한 속도로 움직이고 갑작스럽게 멈추는 움직임을 상상해 비교해보면 두 움직임의 차이를 예상할 수 있다. 전자의 움직임이 더 역동적인 에너지 를 가지고 더 세밀하고 고급스러운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