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인터랙션 내러티브(Interaction Narrative)
4.2 인터랙션 내러티브
내러티브의 보편성을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인터랙션이 내러티브적인 특성을 가진다는 것은 당위적이다. 대화처럼 주고받는 행위(action)와 반
응(reaction)의 상호성이나, 그 과정이 단계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 루어지는 단계성과 시간성의 특성들은 내러티브의 특성과 근사하기 때문 이다. Laurel(2014)은 인터랙션의 이야기적 성격을 극장에 빗대어 설명하 기도 하였다. 다만, 그러한 인터랙션이 결과적으로 이야기를 창출해내는가 의 관점과 함께 인터랙션 자체가 본질적으로 내러티브인가의 관점의 두 가지 관점을 모두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디지털 사물과 상호작용하는 과 정을 통해 새로운 내러티브적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으로서 인터랙션 내러 티브를 바라보는 것과, 인터랙션의 과정 자체가 이야기의 구조와 같은 내 러티브적인 구조를 가지므로 내러티브의 속성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인터랙션디자인의 개념조차 태동하기 이전인 90년대에 매우 흥미로 운 컨셉 디자인을 제안하며 활동했던 Durrell Bishop의 디자인 중에서 자 동응답기 디자인<그림 12>(Morgridge, 2007)은 전자의 내러티브적 디자 인이 강조된 좋은 예이다. 일반적인 자동응답기는 남겨진 메시지의 숫자를 나타내는 작은 LED창과 이를 재생하거나 삭제하는 버튼을 조작하여 메시 지를 듣거나 삭제하거나 보관한다. 메시지는 눈에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도 않은 정보일 뿐이고 그렇게 효용을 다할 뿐이다. 반면 Bishop은 이런 정 보의 비촉각성을 촉각화하는 데에서 인터랙션 디자인을 차별화하였다. 비 숍의 디자인에서는 메시지가 남겨지는 순간 작은 구슬이 굴러 쌓인다. 구 슬의 개수로 남겨진 메시지의 수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이 구슬을 본체의 구멍에 집어넣으면 남겨진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 만질 수 없는 메시지를 만질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전환한 인터랙션인 것이다. 극적인 것은 그 다 음이다. 만약 남겨진 메시지가 그에게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이었다면 그 구슬을 작은 접시에 올려 영원히 보관할 수 있다. 메시지의 구슬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메시지라는 정보의 효용성 뿐 만 아니라, 내러티브적 가치를 입힘으로서 확장된 인터랙션의 경험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BeoSound 3000의 인터랙션 디자인을 내러티브적인 측면 에서 다시 보자면,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미시적인 측면 에서 보자면, BeoSound 3000에서 음악을 재생하는 플로는 여느 CD플레 이어와 다르다는 점은 앞에서도 살펴본 바 있다. 이 플로의 특성을 내러티 브의 특성과 연결지어 보자면, 플로 내의 이벤트를 도치하거나[도어 닫기 후 재생 대 재생 후 도어 닫기], 재생의 과정을 연장함으로써[도어 열기, 헤드 열기 등 부수적인 단계 삽입] 내러티브적인 차별성을 만들어냈다. 이 는 음악 재생이라는 ‘내러티브’를 달성하기 위해 각각의 이벤트를 삽입 혹 은 생략하거나 배치를 다르게 함으로써 차별적인 내러티브를 만들어낸 결 과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거시적인 내러티브의 측면도 있다. 이는 개인적 으로 경험한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들어야 하는데, 예전 이 오디오를 구입 한 한 친구는 아침마다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의 표현을 기억 에 기반해 말하자면,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려놓고 커피향이 퍼지는 거 실에서 오디오의 전면에 손을 훑고 CD를 골라 넣는 일이 기다려진다”는 것이다. 오디오를 켜고 재생하는 과정이 하나의 의식이 되고 명상의 과정 이 된 것이다. 그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제공하였던 것이다. 물론, 이야기의 창출 과정에 인터랙션 만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고의로 지연되거나 배치된 인터랙션이 아닌 평범한 일반적인 인터랙션의 과정이었다면 이 내러티브적 경험은 반감되었을 것이다.
인터랙션 내러티브는 이렇게 인터랙션이 내재적으로 가지는 내러티브적인 속성과 인터랙션이 결과적으로 생성해 내는 이야기를 아우르는 인터랙션 의 서사를 가리킨다. 그것은 미시적으로 내재하는 사건과 사건의 연결 구 조이거나 인터랙션을 통해 창출되는 이야기로서의 속성을 모두 포함한다.
전자를 매크로 내러티브, 후자를 마이크로 내러티브라 부를 수 있다.
흔히 소설 구성의 3요소를 인물, 사건, 배경이라고 하였다. AID 모형에서 는 이에 빗대어 인터랙션 내러티브의 요건에 맞게 변환하여 캐릭터, 플롯, 시공간으로 인터랙션 내러티브의 구성 요소로 제시하였다. 인터랙션의 연 속되는 이벤트의 흐름을 조직하고[플롯], 인터랙션의 에이전트들에 성격을 부여하여 표현하고[캐릭터], 인터랙션의 이벤트가 전개되는 시간과 공간의
양태를 부여하는[시공간] 것으로서 인터랙션 내러티브를 조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에서 이렇게 제시된 각각의 구성 요소들의 속성을 인터랙션 디자인의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그 과정에서 인터랙션 내러티브에 발 현되고 형성되는 조형 개념을 구축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