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본고의 연구대상에 대한 민속지(ethnography)적 자료는 풍부하지 않으며, 관련 연구 또한 깊이 있게 진척되지 못했다. 이 와 같은 상황에서 본고의 연구는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해 진행하였다. 첫 째는 민속지적 연구 자료의 미비함을 보완하기 위해 안성유기장과 안성맞 춤유기 및 제반 대상들에 대해 현지연구를 통한 상세하고 세부적인 민속 지를 작성하는 것이다. 다음은 안성유기가 장기적으로 지속된 전통문화의 한 요소라는 점을 감안하여 고문헌을 비롯해 다양한 문헌자료를 통한 연 구를 겸하여 진행하였다.
현지연구는 생애사를 통한 접근을 중심방법으로 하였고, 주체로서 유기 장의 생애와 사물의 생애에 대한 조사로 크게 대별하여 진행하였다. 본고 의 중심 주체는 안성유기장이기에 주체의 생애사는 안성지역 유기장과 타
지의 안성출신 유기장, 전국적인 무형문화재 지정 유기장들의 삶을 중심 으로 했다. 아울러 유기장 외에 안성의 수공업자와 장돌뱅이 등 안성유기 관련문화 형성의 기초가 되는 사람들의 생애사 또한 현지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또 이들 외에 관련 종사자들과 이웃으로 생활하면서 체득한 정보 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안성사람들과의 면담을 통해 지역의 생활문화로서 유기 관련 문화의 존재상에 대한 자료 수집도 꾀했다. 아울러 관련 정책 수행자 및 문화재위원 등 관계 전문가의 생애와 활동상에 대한 조사 또한 장인들의 국가 정책 및 지배엘리트의 실천과 상호작용 과정을 연구하는 토대 작업으로 진행했다.
사물의 생애사는 안성유기와 안성맞춤이라는 용어의 사회적 삶에 대해 진행하였다. 안성유기의 사회적 삶에 대한 부분은 제작방법 및 제작품 상 의 특징에 대한 것과 상품으로서의 삶을 중심으로 삼았다. 이 과정은 하 나의 물질을 매개로 한 문화 연구에서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기술변동의 과정과도 연계하여 진행하였다. 아울러 ‘안성맞춤’이라는 용어는 조선 후기 상업의 발달, 이와 관련하여 안성유기산업의 획기적 확장기에 만들 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최근 들어서도 안성의 농산물 브랜드화 등 안성유 기장과 지배엘리트들의 실천 속에서 자신의 사회적 삶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그 탄생과 변화과정 등 안성유기의 상품가치 지속 및 이와 관련되는 장인들의 실천을 중심으로 조사가 이루어졌다.
현지연구는 현실적으로 조사가 가능한 1945년 이후의 시기에 대해 중점 적으로 진행하였다. 조사는 2003년경부터 시작되었으며 2013년까지는 중 요무형문화재 보유자였던 K씨 유기점을 중심으로 안성 유기 장인들의 현 황 및 무형문화재 지정‧해지 등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주로 이루어졌다.
주요 조사대상자는 2009년 고인이 된 중요무형문화재 K씨를 비롯하여 K 씨의 뒤를 이어 중요무형문화재가 된 Ks씨 및 그 부인, 현재 함께 유기점 을 운영하는 Ka씨를 비롯한 Ks씨의 아들들, 2007년 경 K씨 유기점에서 일하던 장인 10여명이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독자적으로 유기점을 운 영하고 있던 Js씨와 G씨, G씨의 동생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루어졌다. 아 울러 지금은 고인이 된 백동연죽장 및 그 가족, 주물장 등 유기장 외의
장인들, 안성장의 장돌뱅이 등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루어졌다. 2014년 이 후에는 수소문을 통해 해방 후 유기장의 길에 입문하여 짧게는 10여년에 서 몇 십 년에 걸쳐 장인의 정체성을 유지했던 70 ~ 80대의 안성유기계의 원로들 10여명과 고인이 된 장인의 가족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안성 출신으로 외지에서 장인으로 활동하고 있거나 Ks씨 유기점 을 비롯하여 안성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인들 20여명에 대해서도 조사 가 이루어졌다. 이외 안성출신으로 시장(匙匠)으로 활동하고 있는 쌍둥이 형제 2인 또한 본고의 주요한 조사 대상이었다. 아울러 전국에 중요무형 문화재로 지정된 유기장 및 전수조교, 시도지정 무형문화재 유기장 및 그 전수조교, 비지정 장인, 고인이 된 장인의 가족 및 관계자 30여명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였다. 그리고 무형문화재 정책 입안‧집행을 담당하는 행정관 료 및 문화재위원 등 전문가집단 10여명에 대한 조사 또한 이루어졌다.
한편 1945년 이전의 자료에 대한 부분은 거의 문헌에 의존하여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관련 문헌 또한 지극히 제한적인 관계로 문헌연구를 통해 현실적으로 현지연구가 어려운 시대적으로 오래된 부분에 대한 공백 을 메꾸도록 노력하였다.
본고의 문헌연구는 조선시대 의궤, 실록, 문집, 일기류와 안성․양성․죽산 의 읍지류, 각종 지도자료, 안성유기 및 유기장에 대해 언급된 금석문, 근 현대 신문자료 및 최근의 고고학적 발굴조사보고서, 일제 식민당국에 의 해 작성된 문서 등을 주요 텍스트로 하였다. 그리고 이들 자료 원문의 많 은 부분은 규장각, 국사편찬위원회, 한국고전번역원 등 관련 기관의 데이 터베이스를 활용하였고, 데이터베이스화 되지 않은 문서에 대해서는 서적 이나 마이크로필름 형태로 규장각 등에서 열람하였다. 아울러 실록 및 일 부 문집․일기류 등 기 번역된 문헌의 번역문 또한 자료조사의 편의를 위 해 위에 언급된 기관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였다. 그러나 의궤․금석문․
읍지류․문집류․호구총수 등 조선정부 공식문서․조선후기 지도류․대한제국 및 일제 강점기 기록자료 등 본고가 대상으로 했던 대부분의 자료는 미번 역 되어 있는 관계로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 자료해석이 이루어졌음을 밝 힌다. 또한 일부 식민지 시기 문헌의 해석에 있어서는 관련 연구경험이
있는 동료 연구자들과의 토론을 통해 해석을 도출한 부분도 있었다.
이렇게 본고는 현지연구를 통한 질적 연구를 중심으로 하여 진행하되,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문헌연구를 병행하여 최대한 개연성 있는 연구결 과물 도출을 위해 노력하였다. 이를 위해 단편적으로 존재하는 문헌자료 들에서는 양적방법을 동원하여 통계 자료를 통해 관련 문화의 정황에 대 한 대강이라도 제시하고자 하였다. 아울러 기록 자료는 지배엘리트의 입 장에서 작성된 것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에 행간을 읽어내는 작업을 통 해 주체인 유기장들의 실천에 대한 해석의 왜곡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본고의 논의는 현지연구를 바탕으로 상품으로서 안성유기전통의 구성과 지속 과정에 대한 연구인 관계로 청동기 시대로 그 시작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관련 문화의 장기지속성에도 불구하고 안성맞춤 유기가 상품으로 등장한 것으로 사료되는 조선후기 이후를 민속지적 현재로 삼고 진행했 다. 다만 그 이전의 시대상에 대해서는 현재를 이해하는 기초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문헌이나 고고학적 자료를 토대로 개괄적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