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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한국의 전통 상업윤리

전통 상업윤리는 전통직 업의식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조선조의 전통적 직업의식은 천직관과 소명의식, 성실성과 전문성, 그리고 애국적 직업관에 두었다(황명수, 1992). 소명의식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어떠한 일을 하든 지 전력을 다하며 직업에 종사하는 것이 하늘의 뜻이라는 천직관 혹은 직분 의식을 말한다. 이는 불교에서, 근본적으로 투철한 자기성찰이 인간정신의

최고경지에 도달, 즉 원만하고 완전한 인격적 주체성의 자각적 확립을 목적 으로 하고 아울러 모든 인간 내지 생명에 대한 평등한 존중과 자비를 바탕 으로 하여 계급과 민족적 차별을 넘어선 만인의 화합을 강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을 지닌다(고범서, 1992). 일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모든 사람이 하는 일은 사회발전과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고, 따라서 그 직업에 충 실하다는 것은 하늘의 도리로서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에 긍지를 가지고 직 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는 것이며 물질적 보상보다 직업에서 오는 정신적 가 치를 중요시하였다. 이는 공자가 인간이 어떤 초월적인 존재보다 중요하고, 현세적인 삶 자체가 사후세계의 영원한 약속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과 그 뜻이 통하는데 인생의 최고목표를 그 어떤 것도 아닌 자신의 삶을 즐기 는 데에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힘들고 고통스 러운 노동을 필연적으로 하여야만 한다. 그래서 공자는 일을 기꺼이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는데, 그것은 노동을 서로를 위하는 방식으로 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고를 같이 나누어 한다는 것은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 한 사랑(仁)을 실천하는 것이요, 자신과 남을 기르는 것이다. 이것은 또 인간 의 내면적 도덕감정의 발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노동이 자 신과 남을 위하는 것이고 자신의 수양이라는 점을 인식하면, 그 자체로서 즐 거움과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누구든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사회적 역할을 분담해야 하고, 이 분담된 역할이 충실히 수행될 때만 사회는 유지되며, 사회가 유지 되는 한에서 개인의 생계가 보장되는 것으로 보았다. 이렇게 맹자의 분업이 론은 직업과 직업사이의 귀천이나 우열을 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직업간 의 상호 보충적 역할을 천명함으로써 직업이 가지는 사회적 역할분담이라는 측면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소명의식은 자신의 일에 거짓이 없고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성실 에 바탕한 태도를 발전시켰다. 하늘에서 준 천직을 게을리 한다는 것은 하늘 의 뜻을 어기는 것이므로 일에 대한 성실은 인간이 지켜야 할 마땅한 도리 로 본 것이다. 소명의식과 성실성은 다시 전문성과 창조성과 연결되었다. 주 어진 일을 한평생 성실하게 하기 때문에 그 결과로 전문성이 생겨나고, 그

전문성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적 정신을 낳는 역할을 하였다. 조선 시대의 사농공상의 신분적 서열로 인하여 직업의 귀천을 구별하였으나, 그 바탕에는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모든 직업이 다 필요하며 각자의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하는 것이 국가를 부강케 한다는 애국적 직분의식이 내재되어 있었다.

비록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위계에 따라 공업, 상업이 천시 받는 직업으로 간주되었으나 17세기 이후 상업의 발달은 상공업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 다. 특히 18세기 이후 실학사상의 실사구시(實事求是)에 근거한 직업의식은 전래의 신분구조를 타파하는 사민(四民)평등론이 주맥을 이루었다. 여기서는 실학기 이후 조선시대 상업의 주된 가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상즉인(商卽人)이라는 가치는 상업은 곧 인간이라는 뜻으로 이 상업철학은 상업은 사람을 찾고 키운다는 전통윤리를 말한다. 즉 상업이란 사람에게 투 자하는 것이다. 상업의 가장 큰 밑천이며 그래서 상업에 있어서 가장 큰 투 자는 사람이라는 철학이다. 그리고 장사에 이로운 사람은 정직한 사람, 성실 한 사람, 박학다문(博學多聞)한 사람으로 보았다. 그러한 인식은 공자가 학문 과 도덕을 강조한 것과 같이 학문과 교육을 통한 자각이 있어야 가능하다.

장사에서 돈은 부차적 가치이고 사람이 우선이라는 이생이사(二生二死)의 야 담은 사람을 우선시하는 내용을 보다 확대하여 함께 사는 경영윤리를 담고 있다. 이생이사에서 보여주는 의미는 장사란 이익을 보기 위해 상대방을 죽 이고 나 혼자만 살아남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상업이란 사람과 사람간 의 거래이므로 나도 살고 상대방도 사는 길이 정도로 인정된다. 즉 장사란 이익을 볼 수도 있고 손해를 보는 수도 있으니 돈은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 라는 인식이 담겨있다.

성실과 신용은 상인의 두 가지 철칙이었다. 신용은 다음과 같은 중국 북송 시대의 학자였던 범중엄이 남긴 말에서 핵심을 찾을 수 있다. 유불기이자 가 종신행지(惟不欺二字 可終身行之). 오직 속이지 않는다는 두 글자만이 일생 을 마칠 때까지 행하여도 좋으리 라는 뜻이다. 흔히 장사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저울을 속이고 물건값을 속여서라도 이문을 남기는 직업이라 생각하여 예부터 장사꾼을 간상배 라고 불러왔다. 그러나 상업의 천도는 범중엄의 말

처럼 남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남을 속여서 일시로는 이익을 남겨 재미를 볼 수는 있으나 남을 속이면 절대로 큰 상업을 이룰 수 없다. 왜냐하면 남을 속여선 절대로 신용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용이야말로 장사에 있어 최 대의 자본이요 재물이라고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가지고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였다. 그것은 변화하는 미래를 예측하고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판단해야 한다. 장사의 철학은 단순히 한 푼 들이면 한 푼 남고 두 푼 들이면 두 푼 남는 것 이 아 니다. 그러한 윤리적 가치는 이를테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을 바라는 농사꾼의 철학으로 본다. 장사꾼은 콩 심는 데서 팥 나오 고 팥 심은 데서 콩 나오는 것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기본은 변화 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끊임없는 변화의 사고를 가지는 것이었다.

전통적 상업은 이익을 좇는 상술(商術)만이 전부가 아니다. 눈앞의 이익을 살펴서 비 오면 우산을, 비 그치면 나막신을 만들어 파는 것은 상술에 의존 하는 장사꾼이다. 큰 장사꾼은 비가 오거나 말거나 우산을 만드는 사람이요 나막신을 만드는 사람이다. 비가 오거나 해가 뜨는 것은 자연현상, 즉 천운 적 요소이다. 자연현상, 천운을 좇는 것은 시세를 좇아 다니거나 유행을 좇 다가 제 꾀에 넘어가 무너질 것이다. 큰 장사꾼은 먼 장래를 내다보는 계책 을 세울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전통상업윤리에 근거한 핵심가치 - 소명의식/ 천직관

- 분야의 최고자 되기 - 성실성

- 애국적 직업관 - 인간중심 경영 - 인재양성 - 신용 - 검소/ 절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