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결과 및 논의
1) 자녀에 대한 기대와 인정
부모들은 자녀가 스포츠 활동에 처음 참가할 때만 해도 자녀에 대한 큰 기대감을 가지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스포츠 참여 기간이 어느 정도 지나 아이들의 실력 차이가 나기 시작하면서 부모들은 내 아이와 남의 아이를 비교하게 된다고 하였다. 이처럼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다 른 아이들만큼 혹은 다른 아이들 보다 잘했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스 포츠클럽에 참여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부모의 마음 같지는 않았는데, 만약 내 아이의 실력이 그룹에 있는 아이들 중에 중간이거나 부족한 부류에 속하면 부모들은 답답함을 느끼며 좀 잘했으면 하는 욕심 을 가지게 되고, 다른 아이들을 경쟁적인 대상으로 보는 등 인식의 변화 가 일어나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이 잘하는 걸 보면 다른 친구들과 경쟁심이 생기더라고요. 갑자기 화도 좀 많이 내게 되고 그냥 적당히 말고 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생기더라고요.
애들만 보냈다고 하면 사실 그냥 운동하는가보다 했는데 여기 와서 애들 하는 걸 보면서 우리 애가 약간 뒤쳐진다 싶으면 따로 더 운동을 추가해서 시키고 싶고 그런 생각이 들 더라고요. 나쁜 점일 수도 있고 좋은 점일 수도 있는데...”(참여자 1)
“아이가 하는 모습을 항상 조마조마하게 지켜봤어요. 왜냐하면 잘 했으면 하는 마음 에 그런 거예요. 언제부터 잘못된 생각이 시작되었냐 하면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면서예 요. 저도 그랬어요. 그래서 몇 년 동안 아이를 좀 힘들게 했던 거 같아요.”(참여자 3)
“경기가 시작되자 부모들이 모여서 경기에 집중한다. 경기 중에 어머니들은 주로 응 원을 하고 아버지들은 자녀에게 조언을 한다. 한 아이가 어이없게 공을 상대편에게 빼앗 기자 모두 안타까움을 표현한다. 그리고 ◯◯의 아버지는 팔짱을 낀 채로 경기장을 떠나 주위를 맴돌고 있다. 다른 부모님들은 아이에게 ‘괜찮아’라고 응원을 보내주며 경기를
계속 지켜보고 있다.”(관찰 일지 2015년 11월 14일)
이와 같이 부모들은 본인의 자녀와 다른 아이들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서 경쟁의식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들의 경쟁의식은 자녀에 대 한 과욕을 불러일으키고 있었으며, 이러한 과욕으로 인해 스스로를 힘들 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자녀에 대한 과도한 경쟁 심리는 부모들의 커뮤니티에서도 나타 났다. 팀 스포츠에 참여하는 한 사례자(14)는 자녀의 스포츠 능력에 따라 포지션이 정해진 것처럼 부모들 사이에서도 이와 같은 서열이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하였다.
“벌써 부모들 사이에서도 일단 공격수인 부모들은 우쭐대요. 근데 잘 못하는 애들이 껴있으면 그 사람들끼리는 또 데면데면 하는거죠. 또 그런 부모들끼리 주도를 하거든요.
왜냐하면 자기 자식 잘하니까 남들은 들러리 선 것처럼 그런 기분이 들더라고요.”(참여 자 14)
앞서 스포츠 참여 동기에서 살펴보았듯이 부모가 자녀를 스포츠 활동 에 참여시키는 이유는 새로운 경험, 사회성 함양 그리고 놀이 등을 위해 서였다. 그러나 막상 부모들은 자녀의 스포츠 활동을 지켜보면서 본래 목적과는 다른 부분을 자녀에게 바라기 시작하였다. 즉, ‘남들보다 잘 했 으면’ 하는 부모의 기대가 자녀의 수행과 관련된 부분을 부각시킴으로써 자녀를 힘들게 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팀 부모들 사이의 관계를 경쟁 관계로 인식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물론, 모든 부모들이 팀 안에서 경쟁 의식을 가지고 부모들 간에 서열을 느끼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부모들 은 자녀에게 애정이 있는 만큼 자신도 모르게 과도한 기대와 욕심을 가 지게 되는 것으로 사료된다.
한편, 부모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녀에 대한 과욕이 자녀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깨달음을 통해
부모들은 자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즉, 내 아이와 다른 아이는 유전적 그리고 발달적인 측면에서 다르며, 자녀가 신체적, 인지적으로 성 장할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더 이상 다른 아이 들과 본인의 자녀를 비교하기 보다는 자녀가 이전 보다 얼마나 발전되고 있는가에 더 의의를 두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도 성실히 스포츠 활 동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욕심을 버리려고 해도 모든 부모가 같은 마음이죠. 내 아이는 잘했으면 하죠. 그럴 때 아이에게 어떻게 보면 시간을 더 주고 기다려야 하는데 그런 것들을 못하고 아이한테 쉽게 화를 내거나... 화를 내고나서 마음에 걸리죠. 불편해졌는데 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배운거예요. 그러면 안 되겠구나... 이런 활동을 통해서 아이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좀 달 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못하면 기다려주지 못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좀 너그럽게 다가 가서 이야기 해주고 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면 칭찬도 해주고 못하는 것이 있으면 잘 할 수 있어라고 격려도 해주고 그렇게 된 것 같아요.”(참여자 3)
“저는 별로 신경을 안 썼어요. 왜냐하면 그 친구는 그 부분을 열심히 하니까 잘하는 거고 우리 애는 그들보다 열심히 안했으니까 못하는거고 체력적으로도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는거고... 물론 좀 속상한 경우도 있어요. 좀 잘했으면 좋을텐데 근데 그것은 제 생 각일 뿐이지 아이 입장에서는 그게 최선을 다한 거거든요. 그런데 어떨 때는 자기가 잘 할 때도 있고... 그걸로 만족해요.”(참여자 12)
이처럼 부모들은 자신의 과도한 욕심이 본인과 자녀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면서 자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인정해 주는 등 자 녀를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키려 노력하고 있었다. 또한, 부모들은 자녀의 스포츠 활동을 보면서 자녀가 성장하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평소 바쁜 일정으로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힘든 아버지들에 게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대회는 자녀가 얼마나 성장을 했는지 확인하는 자리였다.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부분에서 좋았습니다. 작년하고 또 달라진 모습을 느낄 수 있고 아이가 스포츠 활동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자신감을 가지는 것을 느꼈습니다.”(설문지 응답자 15)
“애가 커 가는 것을 이렇게 보는 게 일단은 가까이서... 이거 아니면 제가 볼 기회 가 거의 없거든요. 꾸준히 보니까 애가 맨 처음에는 하다가 개인기가 늘고 그 다음에는 또 슈팅 능력이 늘고 지금은 조직을 배우고 팀 경기라는 걸 배우고 이런 식으로 하나씩 깨우쳐 가는 게 한눈에 보여요... 그런 것을 보면서 저도 뿌듯하고 좋아요.”(참여자 7)
부모에게 자녀의 스포츠클럽 활동은 자녀의 스포츠 능력에 대한 수준 을 확인하는 자리인 동시에 자녀의 성장을 확인하는 자리기도 했다. 이 에 초기 부모들은 자녀와 다른 아이들의 수행을 비교하면서 자녀에게 수 행적인 측면을 기대하고 요구하는 등 자녀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였 다. 이처럼 부모들이 자녀에게 수행에 대해 기대감을 가지고 자녀를 독 려하는 것은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경쟁적 특성에 기인한다. 스포츠는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활동으로 아이들끼리 함께 스포츠 활동을 하면서 자녀의 수행 수준이 바로 드려난다. 이에 부모들은 자녀의 스포츠 활동 을 보면서 의도하지 않았던 경쟁심이 생겨나는 것이라 이해 할 수 있다.
부모들이 경쟁의식을 가지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부모들의 신념과 관 련되어 있다. 평소 부모들은 자녀가 공부뿐만 아니라 모든 방면에서 탁 월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부모의 인식이 자녀의 스포츠 활동에서 경쟁심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건 한가지지만 운동, 음악도 잘 해야 되고... 제가 느끼기에는 어느 시점에 경쟁력은 공부가 아니라 그 집단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서 사람들 대하는 거나.. 이런 다방면에 관심있고 잘하면 리더십 있는 사람으로 성장 하 지 않을까... 그런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요.”(참여자 7)
이와 같은 연구결과는 남보다 모든 면에서 잘하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 스포츠 활동에 참여시킨다고 제안한 강윤정(2005)의 연구 결과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 할 수 있다. 즉. ‘남보다 잘 했으면’ 하는 부모의 바람은 단순히 자녀에 대한 부모의 욕심이라기보다는 현대 사회가 바라는 인재 에 대한 담론 혹은 이데올로기가 부모의 인식에 영향을 미쳐 양육신념과 행위로 반영되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