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서독의 접경지역 협력사례
통일 이전 동ㆍ서독은 동독에서 서독으로 흐르는 공유하천을 대상으로 제한적, 부분적 이나마 평화적 이용에 합의하고 일부 실천할 수 있었고, 철도와 도로를 통한 교류협력을 통해 통일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다. 동서독간에는 1970년대부터 교통과 관련한 주요 협정들이 체결되었는데, 1971년 12월 17일 ‘서독과 서베를린간의 민간인과 재화의 통과 에 관한 동서독 정부간 협정(Transitabkommen)’2)을 시작으로, ‘양국의 인적ㆍ물적 통행 전반에 관한 조약(일명 교통조약: Vertrag zwischen der BRD und der DDR ueber Fragen des Verkehrs)’ 등이 차례로 체결되었다. 특히 1972년 체결된 ‘교통조약’은 동서독 간 왕복교통을 보장하는 기본 틀이 되었다. 이러한 서독과 동독간의 교통관련 협정들은 1989년까지 진행된 양국간 교류협력의 중요한 제도적 기반이 되었다.
동서독간의 육로수송체계 구축을 위해 서독정부는 통행 일괄금 지불 및 조세 지원3), 교통로 건설 및 유지ㆍ보수비용 지원 등 많은 지원을 하였는데, 헬름슈테드베를린간 고 속도로를 보수하는 데 총 2억 5,950만 마르크를 지원하였다. 서독정부의 이러한 지원에 대해 동독정부는 정치범 석방, 유로 수표와 크레디트 카드의 동독 도입 등의 조치로 화답 하였다.
분단시기인 1971년부터 1989년 사이에 서독이 동독에 지원한 약 7조 1,500억원 가운데 80% 이상이 고속도로와 철도 등 교통부문의 개선에 투입되었다는 것은 우 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동서독은 통일 이전부터 사회문화, 인프 라 분야에서 꾸준히 교류협력을 지속해왔으며, 이것은 그들이 ‘미처 의도하지 않 았던’ 통일비용 절감효과를 가져왔다.
2) 같은 해 12월 20일 서베를린 시와 동독정부간에는 서베를린 주민의 동독방문을 수월하게 하는 협정이 체결되었음.
3) 1971년부터 1989년까지 서독과 서베를린간 통과시 징수되던 도로 사용료ㆍ세금부담조정세ㆍ사증 비용 등은 총 5,000만 마르크였음.
(2) 남북접경지역의 평화지대화를 위한 협력 추진
DMZ을 중심으로 한 남북접경지역은 한반도에서도 가장 중무장된 지역으로서 실질적 인 평화지대화가 가장 절실한 지역이다. 이미 남북은 DMZ을 포함한 접경지역에서 철도 및 도로의 연결, 개성공단 개발, 금강산관광개발, 임진강 수해방지 사업 등을 합의하거나 진행시킨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세계평화공원조성 등 남북접경지대의 평화지대화를 위한 정책을 핵심과제로 추진중에 있다.
남북접경지역의 평화지대화를 위해서는 경제와 생태환경, 수자원관리와 같은 분야의 과 제를 중심으로 세부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임진강, 북한강 남북공유 하천의 공동관리사업, 경원선, 금강산선 철도의 단절구간 연결 및 복선전철화, 국도 3, 5호 선 연결, DMZ 생태관광사업, 세계평화공원조성사업 등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4) 특히 경원 선의 연결은 남북이 최우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는 교통분야의 과제이다. 경원선-대륙 철도 연결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협력동력의 확보가 현 시점에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원선 철도는 북한에서는 강원선(평강-고원, 145.1km)이라 명명하고 있으며, 서울부 터 원산까지 223.7km이며, 평강부터 두만강까지의 구간은 768.3km에 이르는 철도이다.
경원선 구간 가운데 백마고지-군사분계선(10.5km) 및 군사분계선-평강 (14.8km) 등 25.3km가 남북간의 단절구간으로 남아 있다. 남북은 1991년 「남ㆍ북 고위급회담」의 철 도복원 상호합의에 따라 2003년 경의선, 2006년 동해선을 복구하여 남북철도 연결을 이 룬바 있다. 그리고 2007년 5월에는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구간의 시험운행이 실시된 바 있다. 경원선은 2012년 신탄리~백마고지역(‘06~’12, 5.6㎞, 민통선앞)까지만 복원된 후 남북관계 경색으로 금강산선과 함께 연결추진이 보류중인 상태이다.
경원선은 수도권과 북한 북동부지역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철도노선으로서 한반도의 경제중심지인 수도권과 동북부 산업지대 및 관광지대가 연결됨으로써 상호간 경제적 효 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원선 연결을 통해 북한이 적극 추진 중인 ‘원산 국제관 광지대’ 개발과 ‘설악-금강 국제관광지대’의 개발 기반도 강화될 수 있을 것이고, 경원선 을 통해 함경남도 단천 등 주요 광산지역의 지하자원을 우리측에 최단거리로 수송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경원선 연결을 통해 비무장지대의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등 남북 접경지역의 평화적 활용에 기여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4) 이상준ㆍ김천규ㆍ이백진ㆍ이건민ㆍ배은지ㆍ김흠ㆍ임강택ㆍ장형수ㆍ김경술ㆍ나희승ㆍ김의준. 2013. 통일시대를 향한 한반도 개발협력 핵심 프로젝트 선정 및 실천과제 연구. 국토연구원. pp129-130.
[그림 3] 남북접경지역 연결 교통망 현황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이 첨예한 지대를 평화지대화하는 것은 남북경제통합의 토대를 마련하고 동북아 경제협력의 확대에도 기여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단절 된 교통망의 연결을 통해 남북교류협력의 교두보로서 접경지역의 물리적 기반을 강화하 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 프로젝트는 장기적으로 남북접경 주변지역 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3) 장기적으로 범경기만권의 형성을 위한 협력 추진
비무장지대 등 남북접경지역에서의 협력을 기반으로 이것을 배후지역까지 확대하는 협력이 장기적으로 도모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범경기만권의 형성이 필요하다.
우리의 경기도와 북한의 황해도지역은 제조업분야의 협력 잠재력이 높다. 이미 개성공단 사업을 통해 이러한 산업협력 잠재력이 현실화된 바 있다. 우리측 수도권의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북한측 황해남북도지역의 접경지역과 산업분업을 도모함으로써 범 경기만권의 광역적인 경제협력권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4] 범 경기만권 발전구상
자료: 이상준ㆍ정일호ㆍ권영섭ㆍ안홍기ㆍ서민호. 2010. 동북아 협력시대의 한반도 서해안권 종합발전 구상.
국토연구원. p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