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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近代移行期 非妓生系 春香敍事의 출현과 그 특징

3) 춘향 지지 계층의 확대

남원고사 및 경판 춘향전 등 춘향의 ‘문제적 개인’으로서의 성격이 현저한 기생계 춘향서사에서는 춘향이 관습적 세계의 질서에 순응하는 인 물들과 갈등을 겪는다. 이들 텍스트에서는 춘향이 신관으로부터 형벌을 당하고 지배권력에 저항하는 피지배층의 표상이 되고 나서야 관속 및 남 원 부민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형상화된다. 예를 들어 남원고사에서 방 자는 다음과 같이 춘향을 몰이해하였다.

“성품이 매몰하고 사재고 교만하고 도뜨기가 영소보전 북극천문에 턱 건 줄로 아뢰오.”154)

반면 근대이행기 비기생계 춘향서사에서는 방자가 애초 춘향을 정절 관 념을 형성한 열녀로 인식하는바, 기생계 춘향서사와 대조적이다. 「남창 춘향가」의 방자는 춘향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인식을 보여준다.

“이 아이 생긴 것이 얼굴이 절색이요 재주가 천생이라. 문장‧음률‧침선‧음 식, 가지가지 다 잘하니 문장은 조대가요, 필법은 위부인, 채문희의 정통음 률, 천상녀의 침공자질 모두 겸비하였으며, 열녀전, 「내칙」편을 밤낮으로 153) 한편 「남창 춘향가」와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 등에 나타난 춘향의 도덕

적 우월성의 과시를 근대적인 평등에의 지향으로 해석하며 이를 18세기 서구 시 민계급의 도덕적 엄격성에 비견한 논의가 있다.(김종철, 앞의 책, 159~160면 참 조) 그러나 춘향이 신관 사또에 항거하며 도덕적 우위를 주장하는 양상에 대해서 는, 조선 후기 향촌 중간층이 도덕적 엄격성과 우월성을 통해 신분상승을 기도하 였던 역사적 사실과 관련지어 해석하는 것이 실상에 더욱 근접한 이해가 아닌가 한다. 향촌 중간층의 규범 준수와 신분 상승 의지의 관련에 대해서는 김지윤, 앞의 논문이 참조된다.

154) 남원고사 15~16면.

공부하여 일동일정하는 행실 사부녀 지잖지요.”155)

방자는 춘향이 열녀전과 「내칙」의 독서를 통해 유교적 여성 규범을 학습한 까닭에 사대부가 규수에 지지 않는 행실을 가졌다고 말한다. 춘향 을 행실이 유교적 여성 규범에 부합하여 부덕(婦德)을 가진 인물로 인식 하는 것이다.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의 방자는 춘향이 유교적 여성 규범으로 서의 ‘열’ 관념과 부덕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을 보다 명시적으로 말한다.

“장강(莊姜)의 색과 임사(任姒)의 덕행이며 이두(李杜)의 문필이며 태사 (太姒)의 화순심과 이비의 정절을 품었으니 금천하지절색이요 만고여중군 자오니 황공하온 말씀으로 초래하기 어렵나이다.”156)

임사(任姒)는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모친 태임(太任)과 주나라 무왕 (武王)의 모친 태사(太姒)를 가리키는데, 이들은 유교 문명권에서 현숙한 후비(后妃)의 전형으로 일컬어지는 인물들이다. 방자는 춘향의 덕행을 임 사의 덕행에 비유함으로써, 춘향이 유교적 여성 규범으로서의 부덕을 가 지고 있는 인물임을 말한다. 또한 방자는 춘향의 정절을 이비, 즉 아황과 여영의 정절에 비유함으로써, 춘향이 유교적 여성 규범으로서의 정절 관 념을 형성한 인물이라는 점도 말하고 있다.

방자의 춘향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비기생계 춘향서사인 장자백 창본  춘향가와 김동욱 소장 75장본 춘향전에서도 유사한 양상으로 나타난 다.157) 백성환 창본 춘향가에서 방자의 춘향에 대한 인식은 신재효의 「 남창 춘향가」에서와 유사하다.158) 박순호 소장 68장본 춘향가에서는

155) 「남창 춘향가」, 9면.

156)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 306면.

157) “춘향의 설부화용 남방에 유명키는 장강의 색과 임사의 덕이며 이두의 문부와 태사의 화순심과 이비의 정절행을 흉중에다가 품어 있고 금천하지절색이요 만고여 중군자오니”(장자백 창본 춘향가, 39면); “춘향이 절개 있어 장강의 절개와 이비 의 성정 절행을 흉중에 품어 있어 금천하지절색이요 만고여중군자오니 임의로 불 러보지 못하나이다.”(김동욱 소장 75장본 춘향전, 217면)

158) “이 아이 생긴 것이 얼굴 일색이요, 천생 여질이라. 문법은 조대가요, 필법은 위 부인, 침선, 음식 가지가지 다 잘하고, 열녀전, 「내칙」편도 밤낮으로 공부하니

방자의 말을 통해 춘향의 효성과 우애가 드러난다.159) 기생계 춘향서사와 달리 비기생계 춘향서사에서는 방자가 춘향의 행실을 유교적 여성 규범에 부합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관습적 세계의 질서에 익숙한 인물인 관속 방 자가 춘향을 관습적 세계와 이질적인 인물로 여기지 않는 전변이 나타나 는 것이다.

근대이행기 비기생계 춘향서사의 일부 텍스트에서는 남원 관아의 관속 인 사령(使令) 또한 춘향의 열행을 이해한다. 제Ⅱ장 2절을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기생계 춘향서사에서 사령은 대개 춘향에 대해 혐의를 품고 있 다. 남원고사의 사령은 춘향이 평소 ‘사재고 도고하여 매몰하고 도뜬’

까닭에 춘향에 대해 혐의를 가진다.160) 경판 35장본 춘향전의 사령 역 시 춘향이 매몰하고 사재기에 미워하던 차, 춘향을 잡아들이라는 분부를 받고는 성화같이 춘향의 집으로 달려간다.161) 반면 비기생계 춘향서사에 서는 관속들의 춘향에 대한 혐의가 소거된다. 나아가 관속들은 춘향의 열 행을 동정하고 지지한다. 이러한 양상은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에 뚜렷하다.

사또 대로하여

“만일 춘향을 시각 지체하다가는 공형 이하로 각 청 두목을 일병태가(一 竝笞加)할 것이니 빨리 대령 못 시킬까.”

육방이 소동, 각 청 두목이 넋을 잃어

“김번수야, 이번수야. 이런 별 일이 또 있느냐. 불쌍하다 춘향 정절 가련 케 되기 쉽다. 사또 분부 지엄하니 어서 가자, 바삐 가자.”162)

일동일정 하는 행실 사부여자 지잖지요.”(백성환 창본 춘향가, 183면)

159) “춘향이라 하는 아이 기생 구실 마다하고 대비 상단으로 수번하고 저는 한가히 물러나와 옥루사창 침자질과 녹음방초 추천 공부하여 밤이면 독서하고 낮이면 음 률 공부하기로 일읍에 낭자하여, 부모께 효성 있고 동무권속께 선화하고 금천하제 일색이요 만고여중군자오니”(박순호 소장 68장본 춘향가, 329면)

160) “관속들이 분부 듣고 한 걸음에 바삐 나와 춘향이 부르러 갈 제 춘향이 본디 사재고 도고하여 매몰하고 도뜬지라 관속들이 혐의터니 팔척 장신 군노사령 훨쩍 뛰어 나가는 거동 보소.”(남원고사, 75면)

161) “형방이 사령 불러 분부하되 본디 춘향이 매몰하고 사재기로 사령들이 미워하 던 차 관령 듣고 성화같이 춘향의 집 달려들어 반공중에 뜨게 불러 일 났다, 네 죄에 내 죽겠다”(경판 35장본 춘향전, 28면)

162)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 345면.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의 사령은 신관이 춘향을 대령시키라는 명을 내리자, 춘향의 정절이 가련하게 될 것이라 말한다. 이는 사령이 평 소 춘향의 정절을 이해하고 지지하였으며, 신관의 명령을 춘향의 정절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춘향의 집으로 간 사령은 춘향 이 이도령을 그리워하며 탄식하는 소리를 듣고 춘향에 대해 연민의 감정 을 표하기도 한다.

“한양 계신 우리 낭군 나와 같이 그리는가. 무정하여 아주 잊고 나의 사 랑 옮겨다가 아주 잊고 다른 님을 괴이는가.”

한참 이리 서러이 울 제 사령 등이 춘향의 애원성을 듣고 인비목석 아 니어든 감심(感心) 아니 될 수 있나. 육천마디 사대삭신이 낙수춘빙 얼음 녹듯 탁 풀리어

“대체 이 아니 참 불쌍하냐. 이 애 외입한 자식들이 저런 계집을 추앙 못 하면은 사람이 아니로다.”163)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에서는 춘향을 잡으러 간 사령뿐만 아니 라, 형장을 치는 집장사령 역시 춘향에 대해 연민을 표한다.

집장사령 여쭈오되

“또 분부 지엄한데 저만한 년을 무슨 사정 두오리까. 이 년 다리를 까딱 말라. 만일 요동하다가는 뼈 부러지리라.”

호통하고 들어서서 검장소리 발맞추어 서면서 가만히 하는 말이

“한 두 개만 견디소. 어쩔 수가 없네. 요 다리는 요리 틀고 저 다리는 저리 트소.”164)

기생계 춘향서사인 남원고사에도 형벌을 집행한 집장사령이 춘향에게 연민을 표하는 장면이 삽입되어 있다.165) 그러나 완판 84장본 열녀춘향

163)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 345~346면.

164)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 349~350면.

165) “집장뇌자 거동 보소. 형틀 앞에 썩 나서며 춘향을 내려다보니 마음이 녹는 듯, 뼈가 저리고 두 팔이 무기하여 저 혼자 하는 말이 ‘이 말 거행은 못하겠다. 구실 태거(汰去)할지라도 차마 못 할 거행이라.’”(남원고사, 93면)

수절가에서는 춘향에 대한 집장사령의 연민과 지지가 보다 직접적이며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또한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에는 춘향의 형벌에 연민을 느끼고 춘향의 열행에 지지를 표하는 계층이 남원고사에 비해 확대되어 있어 주목된다. 남원고사에서는 춘향의 형벌을 지켜본 이들의 감정이 다음과 같이 서술된다.

좌우의 관광인이 가슴이 타는 듯 모두 눈물 울먹이고 대신 맞고자 할 이 많아 다투어 들어가려 할 제.166)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의 해당 장면에서는 춘향에 대해 연민을 느끼고 춘향의 열행에 지지를 표하는 인물이 다양해지고, 이들의 감정이 보다 구체적으로 형상화된다.

이 때 남원부 한량이며 남녀노소 없이 모여 구경할 제 좌우의 한량들이

“모지구나, 모지구나. 우리 골 원님이 모지구나. 저런 형벌이 왜 있으며 저런 매질이 왜 있을까. 집장사령 놈 눈 익혀 두어라. 삼문 밖 나오면 급 살을 주리라.”

보고 듣는 사람이야 뉘가 아니 낙루하랴.167)

형방 통인 고개 들어 눈물 쏟고, 매질하던 저 사령도 눈물 쏟고 돌아서

“사람의 자식은 못 하겠네.”

좌우의 구경하는 사람과 거행하는 관속들이 눈물 쏟고 돌아서며

“춘향이 매 맞는 거동 사람 자식은 못 보겠다. 모지도다 모지도다. 춘향 정절이 모지도다. 출천열녀로다.”

남녀노소 없이 서로 낙루하며 돌아설 제.168)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에서 춘향의 형벌에 연민을 느끼고 춘향

166) 남원고사, 94면.

167)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 350면.

168)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 35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