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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近代移行期 非妓生系 春香敍事의 출현과 그 특징

3) 天上界 열녀의 춘향 同一視

춘향서사 가운데 일부 텍스트에는 춘향이 신관 사또로부터 형벌을 당하 고 난 뒤 꿈속에서 황릉묘에 이르러 천상계의 열녀를 만나는 장면이 삽입 되어 있다. 이 역시 춘향서사에 탈현실적 서사가 첨입된 경우로 볼 수 있 다. 춘향이 꿈속에서 황릉묘에 이르러 천상계의 열녀를 만나는 장면은 본 고에서 검토한 비기생계 춘향서사 10종 가운데, 신재효의 「남창 춘향가」

와 박순호 소장 68장본 춘향가를 제외한 8종에 등장하므로 이를 근대 이행기 비기생계 춘향서사의 특징적 면모 가운데 하나로 보는 데는 무리 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춘향의 몽중 황릉묘행을 앞서 검토한 적강 모티프의 원용이나 천상계에 의한 운명의 예정과 같이 비기생계 춘향서사 에만 뚜렷한 특징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근대이행기 기생계 춘향서사인

111) 게오르그 루카치, 반성완 역, 앞의 책, 61면 및 97면 참조.

하버드대 연경도서관 소장 94장본 춘향전, 완판 33장본 열녀춘향수절 가,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53장본 춘향전, 이고본 춘향전에도 춘향이 꿈속에서 황릉묘에 이르러 천상계의 열녀를 만나는 장면이 삽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춘향의 몽중 황릉묘행이 어느 시점에 춘향서사에 첨입되기 시작하였는 지 비정하기는 어렵다. 현전하는 최고(最古)의 춘향서사인 만화본 「춘향 가」에서 춘향은 형벌을 당하고 옥에 갇혀 있으면서 거울이 깨지고 꽃잎이 날리는 꿈을 꾸는 것으로 나타난다.112) 1804년에 창작된 「춘향신설」에서 도 춘향은 옥중에서 거울이 깨지는 꿈을 꾸며,113) 1852년에 지어진 「광 한루악부」에서도 춘향은 옥중에서 꽃잎이 날리고 까마귀가 우는 꿈을 꾼 다.114) 1864년에서 1869년 사이에 필사된 기생계 춘향서사인 남원고사

의 춘향 역시 옥중에서 거울이 깨지고 꽃잎이 날리는 꿈을 꾼다.115) 주 지하듯 춘향서사에서 파경몽(破鏡夢)은 춘향과 이도령의 재회 및 행복한 결말을 암시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한편 1870년 무렵 창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남창 춘향가」에서 신재효 는 서술자로 작품에 직접 개입하여 춘향의 몽중 황릉묘행에 대한 대타적 의식을 피력한다. 이는 신재효가 「남창 춘향가」를 창작하기 이전에, 춘향 이 꿈속에서 황릉묘에 이르는 장면이 춘향서사에 삽입되고 있었음을 증명

112) “마을 소경이 어제 밤 꿈을 묻고는 / 천명(天命)은 무상(無常)이라 돌아볼 것이 라 하더이다 / 화장대 거울 깨졌으니 어찌 소리 없겠으며 / 뜰의 나무 꽃 날리니 응당 열매 맺을 터.”(村盲昨迅夜來夢, 天命無常云顧諟. 粧臺鏡破豈無聲, 庭樹花飛應 結子. 만화본 춘향가, 284면)

113) “창에 걸어놓은 거울을 쥐고서 뺨을 닦아 연지를 바르고 요란스레 눈썹을 그렸 는데 갑자기 거울을 떨어뜨려 쨍하고 깨졌습니다.”(又掛牕把鏡, 洗臉調脂, 狼藉畵 眉, 翻然而墜, 鏗然而破. 「춘향신설」, 142면)

114) “옥창에 꽃 떨어지고 까마귀 까악 우니 / 한바탕 꿈 문득 꾸니 모두 헛된 인연 이라.”(玉牕花落烏啼屋, 一夢翻成緫幻緣. 김영봉 외, 「역주 광한루악부」, 열상고전 연구 24, 열상고전연구회, 2006, 228면) 이하 「광한루악부」의 원문은 「역주 광 한루악부」에 활자화되어 수록된 것을 인용하며, 번역문은 「역주 광한루악부」를 참 조하여 필자가 수정하여 제시한다.

115) “이 때에 춘향이는 옥중에 홀로 앉아 이삼경에 못든 잠을 사오경에 겨우 들어 사몽비몽 꿈을 꾸니, 상해 보던 몸거울이 한복판이 깨어지고 뒷동산에 앵두꽃아 백설같이 떨어지고 자던 방 문설주 위에 허수아비 달라뵈고 태산이 무너지도 바다 가 말라 뵈니, 꿈을 깨어나서 하는 말이 ‘이 꿈 아니 수상한가.’”(남원고사, 129 면)

한다. 현전하는 비기생계 춘향서사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창작된 텍스 트는 「남창 춘향가」이므로, 신재효가 언급한 몽중 황릉묘행이 삽입된 춘 향서사가 기생계 춘향서사였는지 아니면 비기생계 춘향서사였는지는 확인 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적어도 「남창 춘향가」가 창작되기 이전 의 어느 시점에 초기의 춘향서사에서는 보이지 않던 춘향의 몽중 황릉묘 행이 춘향서사에 첨입되기 시작했다는 점일 것이다.116) 춘향의 몽중 황릉 묘행이 삽입된 춘향서사에는 대개 초기 춘향서사에서부터 나타나는 파경 몽 장면 또한 나타나므로, 춘향이 황릉묘에 이르는 꿈은 파경몽에 부가되 어 첨입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춘향이 꿈속에서 황릉묘에 이르 러 천상계의 열녀를 만나는 장면이 일부의 춘향서사에 어떠한 연유에서 첨입되었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부터 이 점 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춘향이 꿈속에서 황릉묘에 이르는 장면은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 가에서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홀연히 잠이 드니 비몽사몽간에 호접(胡蝶)이 장주(莊周)되고 장주가 호접되어 세우(細雨)같이 남은 혼백 바람인 듯 구름인 듯 한 곳을 당도하 니 (…중략…) 침상편시(枕上片時) 춘몽중(春夢中)에 행진강남 수천리라.

전면을 살펴보니 황금대자로 만고정열(萬古貞烈) 황릉지묘(黃陵之廟)라 뚜렷이 붙였거늘 심신이 황홀하여 배회터니 천연한 낭자 셋이 나오는데 석숭의 애첩 녹주 등롱을 들고 진주 기생 논개, 평양 기생 월선이라.117)

춘향은 옥중에서 홀연히 잠이 들었다가 꿈에 황릉묘에 이르게 된다. 주 지하듯 황릉묘는 순임금의 비인 아황과 여영을 모신 사당으로 이들이 죽 은 장소인 소상강(瀟湘江) 가에 위치해 있다. 황릉묘에 도착한 춘향은 사 후(死後)에 아황과 여영의 시비가 된 기생들인 녹주, 논개, 월선의 인도 를 받아 아황과 여영을 배알한다. 아황과 여영은 춘향이 황릉묘에 이르게

116) 기왕의 연구에서도 만화본 「춘향가」가 창작될 당시에는 춘향이 꿈속에서 황릉 묘에 이르는 황릉묘 사설이 형성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하였다.(김석배, 「<만화 본 춘향가> 연구」, 앞의 책, 251면 참조)

117)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 355면.

된 경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네가 춘향이냐. 기특하도다. 일전에 조회차로 요지연에 올라가니 네 말 이 낭자키로 간절히 보고 싶어 너를 청하였으니 심히 불안토다.”118)

이 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바는 아황과 여영이 사후에 만고의 열녀 로 기림을 받았음은 물론, 서왕모가 주최하는 요지연에 참석하는 천상적 존재가 되었다는 점이다. 아황과 여영은 요지연에 올라갔다 춘향의 열행 에 대한 칭송을 듣고 춘향을 만나고자 하였다.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 절가에서는 낙포선녀가 적강하여 춘향이 태어난 것으로 나타나는바, 천 상계의 요지연에서 춘향의 열행에 대한 칭송이 이루어졌다는 설정에는 무 리가 없다. 아황과 여영은 춘향의 절행을 칭찬하며 춘향에게 자신의 사정 을 말한다.

“우리 순군(舜君) 대순씨(大舜氏)가 남순수(南巡狩)하시다가 창오산(蒼 梧山)에 붕(崩)하시니 속절없는 이 두 몸이 소상(瀟湘) 죽림(竹林)에 피 눈물을 뿌려 놓으니 가지마다 알롱알롱 잎잎이 원한이라. 창오산붕상수절 (蒼梧山崩湘水絶)이라야 죽상지루내가멸(竹上之淚耐可滅)을 천추에 깊은 한을 하소할 곳 없었더니 네 절행 기특키로 너더러 말하노라.”119)

아황과 여영은 춘향을 자신들과 같은 열녀로 동일시하며 춘향에게 열녀 로서의 한을 하소연한다. 이는 춘향의 절행이 천상계에서 칭송을 받을 만 큼 기특한 까닭이었다.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에서는 아황과 여영 외에 소사(蕭史)의 아내 농옥(弄玉), 한나라 궁녀 왕소군(王昭君), 한나 라 고조(高祖)의 아내 척부인(戚夫人)이 등장하여 춘향에게 지아비와 함 께하지 못한 데서 생겨난 원한을 하소연한다.

장자백 창본 춘향가에서는 춘향이 꿈속에서 황릉묘에 이르게 된 경위 가 보다 구체적으로 서술된다.

118)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 356면.

119)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 356면.

“네가 과연 춘향이냐. 기특한 사람일다. 조선이 비록 소국이나 예의동방 (禮義東方)이라, 기자유풍(箕子遺風) 청루주사(靑樓酒肆) 번화장(繁華場) 에 이런 절행 또 있으리. 내 일전 조회 차로 요지연을 올라가니 네 말이 천상에 낭자키로 갈화에 보고 싶은 마음 일시 참지 못하여 네 꿈 혼백을 수고로이 만 리 밖에 청하여 오니 경의여신 불안하다.”120)

장자백 창본 춘향가에서도 아황과 여영은 요지연에 참석하였다가 천 상계에서 춘향에 대한 칭송이 자자함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보고 싶은 마음에 춘향을 황릉묘로 부른 것인데, 춘향의 절행에 대한 평가가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에서와 조금 다르다. 장자백 창본 춘향가의 아 황과 여영은 춘향이 기자(箕子)의 유풍이 전해진 예의의 나라 조선의 백 성이기에, 청루의 기생임에도 불구하고 절행을 실천할 수 있었다고 말한 다. 장자백 창본 춘향가에서는 춘향의 절행이 아황과 여영에 의해 유교 적 규범의 실천으로 정의된다.

장자백 창본 춘향가에는 춘향의 적강 모티프가 원용되어 있지 않고, 천상계에 의한 춘향 운명의 예정도 나타나지 않으므로 춘향의 몽중 황릉 묘행은 서사 전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춘향의 몽중 황릉묘행이 작품에 첨입된 까닭은, 이 장면을 통해 춘향이 천상계의 열녀와 동일시될 만큼 절대적인 열녀임을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아황과 여영의 동일시를 통해 춘향은 천상계 열녀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바, 춘향이라는 인물의 성격과 춘향의 열행을 부각시키기 위한 서사적 장 치로서 장자백 창본 춘향가에는 춘향의 몽중 황릉묘행이 첨입되고 있 다.

비기생계 춘향서사 가운데 김동욱 소장 75장본 춘향전, 박순호 소장 99장본 춘향가, 박순호 소장 91장본 춘향전, 박기홍 창본 춘향가, 이선유 창본 춘향가에도 적강 모티프의 원용이나 천상계에 의한 춘향 운명의 예정은 나타나지 않으나, 춘향이 꿈속에서 황릉묘에 이르러 아황 과 여영 등을 만나는 장면이 첨입되어 있으며 대개 유사한 양상으로 나타 난다. 예를 들어 1917년에 필사된 박순호 소장 99장본 춘향가에서는

120) 장자백 창본 춘향가, 162~16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