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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매의 주도와 춘향 독자성의 축소

III. 近代移行期 非妓生系 春香敍事의 출현과 그 특징

2) 월매의 주도와 춘향 독자성의 축소

근대이행기 비기생계 춘향서사에서는 춘향의 모친 월매가 춘향과 이도 령의 결연 및 이별에 개입하며 춘향의 의식과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 남 원고사 및 경판 춘향전 등 기생계 춘향서사에서는 월매가 춘향의 결 연 및 이별에 개입하지 않으며, 춘향이 독자적으로 이도령과 결연하고 이 별한다. 또한 기생계 춘향서사의 월매는 대개 춘향의 문제적 개인으로서 의 성격을 몰이해하고 춘향과 갈등을 겪으나, 비기생계 춘향서사의 월매 는 춘향의 일부종사에 대한 의지를 이해하여 춘향과 갈등하지 않는다. 이 처럼 기생계 춘향서사와 비기생계 춘향서사에서 월매의 형상 및 월매와 춘향의 관계는 상이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에 비기생계 춘향서사에 나 타난 월매의 형상이 기생계 춘향서사의 월매와 어떠한 측면에서 상이한가 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월매가 춘향이라는 인물의 성격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현전하는 비기생계 춘향서사 가운데 가장 오래된 텍스트인 신재효의 「 남창 춘향가」에서 월매는 자신의 집을 찾아온 이도령을 춘향 대신 영접한 다.

도령님이 다 본 후에

“자네 딸은 어디 갔나.”

춘향어미 여쭈오되

“나이 아직 미거(未擧)하여 손님 접대 못 하기로 도령님 오시는데 부끄 러움을 못 이기어 내 방에 가 숨었나 보오.”

“내가 오늘 여기 오기는 저를 보자 온 길이니, 이리 잠깐 오라 하소.”

춘향 어미 문을 열고

“얘 아기 게 있느냐. 사또 자제 도령님이 너를 보러 오셨으니 어서 이리 들어오라.”

춘향이가 들어와서 어미 옆에 고이 앉아 손가락을 입에 넣고 아미를 나 직하니, 도령님 좋아라고 제 어미와 수작하여

“자네 딸이 몇 살인가.”

“임자(壬子) 사월 초파일에 이 자식을 낳았지요.”56)

남원고사 및 경판 춘향전 등의 기생계 춘향서사에서 춘향은 자신의 집을 찾아온 도령을 직접 영접하고 이도령과 대화를 주고받는다. 반면 「 남창 춘향가」에서는 월매가 이도령을 영접하고 이도령과 대화를 나눈다.

해당 대목에서 춘향은 내외법을 준수하는 여성으로서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할 따름이다. 또한 「남창 춘향가」에서는 이도령과 춘향의 결연 과정 전 반을 월매가 주관한다. 이 텍스트에서 결연을 결정하고 이도령으로부터 불망기를 받는 인물은 월매이다.

“오늘 내가 심심하여 광한루에 나왔더니 추천하는 자네 딸이 하릴없는 선녀기로 광한루에 데려다가 백년가약 맺을 터나, 노모 있는 여염여자 임 의 호래할 수 없어 자네 허락을 듣자 하고 자네 찾아 나왔으니 자네 의사 어떠한가.”

춘향 어미 대답하되

“무남독녀 저 자식을 제 아비가 일찍 죽고 어미 혼자 길러내어, 저와 같 은 배필 얻어 이 몸의 생전사후 의탁하자 하옵는데, 도령님은 귀공자라 일 시 풍정 못 이기어 한번 보고 버리시면 청춘 백발 두 목숨이 그 아니 불 쌍하오.”57)

월매가 위와 같이 말하자, 이도령은 혼서지(婚書紙) 대신 불망기를 써 주겠다고 말한다. 불망기를 받은 월매는 춘향에게 모녀의 평생이 이 한 장에 매였다고 말한다. 이도령으로부터 불망기를 받음으로써 춘향과 이도 령의 결연은 성립되는데, 이도령의 춘향의 집을 찾아와 결연이 이루어지 기까지의 장면에서 춘향의 목소리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월매가 춘향 의 말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창 춘향가」에서 월매는 춘향과 의사 를 공유하며 춘향의 생각을 대변하는 인물로 형상화된다. 월매는 춘향 대 신 이도령이라는 세계와 마주하고 춘향과 이도령의 결연을 주도하여 완성 시키며, 춘향과 세계 사이의 매개자(媒介者) 역할을 한다.

「남창 춘향가」의 춘향은 이도령과의 결연이 이루어지기까지 이도령을 직접 대면하지 않는다. 내외법을 준수하기 위해 시비 향단을 대신 보내어

56) 「남창 춘향가」, 19면.

57) 「남창 춘향가」, 19면.

이도령을 관찰하게 하였으며, 이도령이 용(龍)과 봉(鳳)처럼 아름답다는 향단의 말에 의거하여 이도령에 대한 호의를 품는다. 문제적 개인 춘향이 보여주었던 지인지감이 「남창 춘향가」에서는 향단의 견문으로 대체되고, 춘향은 향단의 판단을 준신하는 인물로 그 독자성을 축소한다. 결연의 과 정에서도 「남창 춘향가」의 춘향은 모친 월매가 주도하는 대로 결연을 이 루어가며 수동적인 면모를 보인다. 이도령과의 결연이 춘향의 독자적 의 사와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모친 월매의 결정에 따라 성립되고 있는 것이다.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에서는 춘향과 이도령의 결연 과정에서 월매의 역할이 더욱 확대된다.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의 월매는 이도령과 춘향의 첫 만남을 결정한다. 방자가 춘향의 집으로 와서 도령이 부른다는 말을 전하자, 월매는 지난밤의 꿈을 근거로 춘향에게 도령의 부 름에 응하라고 말한다.

춘향의 도량한 뜻이 연분 되려고 그러한지 홀연히 생각하니 갈 마음이 나되 모친의 뜻을 몰라 침음양구에 말 않고 앉았더니, 춘향모 썩 나앉아 정신없게 말을 하되

“꿈이라 하는 것이 전수이 허사가 아니로다. 간밤에 꿈을 꾸니 난 데 없 는 청룡(靑龍) 하나 벽도지(碧桃池)에 잠겨 보이거늘 무슨 좋은 일이 있 을까 하였더니 우연한 일이 아니로다. 또한 들으니 사또 자제 도령님 이름 이 몽룡이라 하니 꿈 몽(夢)자 용 용(龍)자 신통하게 맞추었다. 그러나 저 러나 양반이 부르시는데 아니 갈 수 있겠느냐. 잠깐 가서 다녀오라.”58)

위의 인용문에서 보듯 월매의 허락이 있은 뒤에야 춘향은 광한루로 향 해 이도령을 만난다. 도령과의 첫 만남을 독자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의 춘향은 이미 수동적이다. 이 텍 스트에서는 춘향과 이도령의 결연 과정 역시 월매가 주관한다. 이도령이 춘향과의 결연을 허락해 줄 것을 청하자, 월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씨가 있는 자식이라 만사를 달통이요, 삼강행실 뉘라서 내 딸이라 하리

58)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 308면.

요. 가세가 부족하니 재상가(宰相家) 부당이요, 사서인(士庶人) 상하불급 혼인이 늦어가매 주야로 걱정이나 도련님 말씀은 잠시 춘향과 백년기약한 단 말씀이오나 그런 말씀 말으시고 놀으시다 가옵소서.”59)

위의 발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

의 월매가 춘향의 신분을 양반의 딸로 규정하고 춘향의 통혼(通婚)에 대 해 고민을 품고 있었다는 점이다. 「남창 춘향가」의 월매 역시 춘향이 “저 와 같은 배필”을 얻어 살기를 바랐다. 두 텍스트의 월매는 춘향의 신분을 부계 중심으로 인식하여 기생이 아닌 것으로 규정하고, 춘향이 한 남성의 아내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이는 기생계 춘향서사의 월매가 춘향에게 여 러 남성 손님과 관계를 맺으며 기생으로 살 것을 종용하였던 태도와 상반 된다. 비기생계 춘향서사의 월매는 춘향이 내자로 살아갈 것을 상정하였 기에 춘향과 이도령의 결연에 개입한다.

조선시대에 통혼은 동등한 신분 범위 안에서만 이루어졌다. 통혼의 범 위가 신분에 따라 제한되는 것은 근대 이전 사회에서 보편적인 현상이었 다. 막스 베버(Max Weber) 역시 특정한 집단이 서로 통혼한다면, 그것 은 그 집단이 신분적으로 대등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전형적 근거가 된다 고 보았다.60) 「남창 춘향가」에서는 월매가 춘향이 저와 같은 배필을 얻 어 살기를 바란다고 말할 따름이지만,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에서 는 춘향의 통혼 범위가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월매는 춘향이 부친은 양반 이나 모친이 기생인 까닭에 재상가의 남성과 혼인을 하는 것은 불가하지 만, 사(士) 계층이나 서인(庶人) 계층과는 상하를 따져 혼인할 수 있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완판 84장본의 월매는 춘향의 신분을 사서인에 버금가 는 것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남창 춘향가」와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 가에서 춘향의 신분을 기생이 아닌 것으로 여기며 부정하는 인물은 춘향 혼자가 아니라 춘향과 월매 두 사람이다.

이도령의 결연 요구에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의 월매는 결국 몽조(夢兆)를 근거로 결연을 허락한다. 그리고 춘향은 모친의 결정에 따

59)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 319면.

60) 막스 베버(Max Weber), 전성우 역, 막스 베버 종교사회학 선집, 나남, 2008, 197∼198면 참조.

라 이도령과 결연한다. 이 텍스트에서 이도령에게 춘향이 평소 일부종사 의 의지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말하는 인물은 월매이며, 춘향을 버리지 말고 백년기약을 맺을 것을 당부하는 인물도 월매이다. 완판 84장본 열 녀춘향수절가의 춘향 역시 「남창 춘향가」의 춘향과 같이 이도령과 결연 하는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결연의 과정이 월매에 의해 주도되 고 춘향은 모친의 결정을 따를 뿐인바,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에 서도 춘향은 월매에 대해 수동적인 인물로 형상화된다.

장자백 창본 춘향가의 월매 역시 춘향의 통혼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으며, 이도령과 춘향의 결연을 주관한다. 춘향은 모친의 결정에 따라 이도령과 결연하지만, 이도령에게 일부종사의 의지를 직접 말하고 있어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의 춘향 형상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백 성환 창본 춘향가에서도 월매는 춘향의 통혼에 대해 고민하며 춘향의 혼처로 “재상가는 부당하고 상한지배(常漢之輩) 당치 않다”고 말한다. 평 소 춘향의 신분을 상민(常民)보다 높은 것으로 여기던 월매는 불망기를 받고 춘향과 이도령의 결연을 허락한다. 김동욱 소장 75장본 춘향전에 서도 월매는 춘향의 통혼 문제를 고민하며 춘향과 이도령의 결연을 주관 한다. 이 텍스트에서 월매는 이도령에게 불망기를 써 줄 것을 요구하는 데, 불망기를 받은 월매는 “이것이 혼서지보다 지중하다”고 말한다. 월매 는 이 불망기에 춘향과 이도령의 혼인을 증명하는 문서로서의 의의를 부 여한다. 이도령이 이별을 통보하자 월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네 이 년아, 따라 가거라, 따라 가거라. 여필종부(女必從夫) 네가 알고 출가외인(出嫁外人) 내 모른다. 상단아 경대 안에 수기(手記) 내어오너라.

남원이 공관(空官)되면 임실이 겸관(兼官)이니 이러므로 백활(白活)하네.

사또 전에 등장(等狀)가자.”61)

김동욱 소장 75장본 춘향전의 월매는 춘향을 ‘출가외인’이라 지칭하 는데, 이는 월매가 춘향과 이도령의 결연을 혼인으로 인식하였음을 확인 케 한다. 따라서 월매는 이도령이 결연 시에 작성해준 불망기를 이도령과

61) 김동욱 소장 75장본 춘향전, 24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