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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近代移行期 妓生系 春香敍事의 확립과 변모

1) 적극적 결연

앞서 논한 바와 같이 만화본 「춘향가」에서 춘향의 신분은 기생이다.5) 삼짇날 광한루(廣寒樓)에서 춘향이 추천(鞦韆)하는 모습을 본 이도령은 풍정(風情)이 일어 춘향을 부른다.6) 방자의 전언(傳言)에 춘향은 이도령 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자신의 집을 가르쳐주며 이도령과의 결연할 것임 을 암시한다.

청조(靑鳥)가 사뿐히 날아 잠깐 사이 가더니 翩翩靑鳥乍去來 옷매무새 매만지고 단정히 꿇어앉네. 整頓衣裳端正跽 앵두꽃 아래 주렴 걷어 올린 집 櫻桃花下捲簾家 여자가 멀지 않다하니 남자는 알았다 하네. 女曰無遐男曰唯7)

위의 장면에서 춘향은 기생으로서 양반의 요구를 저항 없이 수용한다.

기생계 춘향서사와 비기생계 춘향서사를 막론하고 후대의 춘향서사에서 춘향이 이도령의 부름에 저항하다가 마지못해 광한루로 건너가는 것과 비 교할 때, 만화본 「춘향가」의 춘향은 일견 신분제 사회의 위계질서에 순응

4) 류준경, 위의 논문, 23~24면 참조.

5) “人間快事繡衣郞, 月老佳緣紅粉妓.”(김석배, 「<만화본 춘향가> 역주」, 앞의 책, 267면) 이하 만화본 「춘향가」의 원문은 김석배, 「<만화본 춘향가> 역주」에 활자 화되어 수록된 것을 인용한다.

6) “紅樓十載所未見, 男子風情潛惹起.”(만화본 「춘향가」, 270면)

7) 만화본 「춘향가」, 270면. 이하 만화본 「춘향가」의 번역은 김석배, 앞의 책 및 송 하준, 앞의 책을 참조하여 필자가 수정하여 제시한다.

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후대의 기생계 춘향서사에서는 춘향 또는 춘향의 모친 월매의 요 구에 의해 이도령이 불망기를 써주는 데 반해, 만화본 「춘향가」에서는 이 도령 자진하여 불망기를 써주고 춘향은 이에 감사를 표하는 것으로 나타 난다.

화전지 꺼내어 불망기 써 주니 花牋書出不忘記 정녕 좋은 약속이라 춘향은 절하고 꿇어앉네. 好約丁寧娘拜跪8)

만화본 「춘향가」의 이도령은 춘향에게 능화옥경과 죽절비녀, 통영산 칼, 운혜(雲鞋) 등을 주며 깊은 정을 표하기도 하는데,9) 기왕의 연구에서는 이를 이도령이 기생 춘향에게 내리는 행하(行下)로 보았다. 이에 만화본

「춘향가」에는 이도령의 기생 춘향에 대한 시혜적 면모가 부각되어 있으 며, 따라서 춘향과 이도령의 관계가 일반적인 기생과 남성 손님의 관계에 가깝게 형상화되어 있다고 논의되었다.10) 이도령은 춘향과 인연을 맺은 뒤 첩(妾)을 얻었다고 말하는데, 이 점 역시 만화본 「춘향가」에서는 춘향 과 이도령의 결연이 기생이 남성 손님을 맞은 일에 가깝게 형상화되어 있 다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11) 그러나 이는 만화본 「춘향가」에서 춘향의 신분에 대한 자의식과 탈기생화의 의지가 서사의 후반부에 제시되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견해라고 생각된다. 만화본 「춘향가」 이후의 춘향서사에서는 서사의 초반부에 춘향이 신분에 대한 자의식을 천명하는 장면이 등장한 다. 반면 만화본 「춘향가」에서는 춘향의 신분에 대한 자의식이 신관 사또 로부터 형벌을 당하고 하옥된 이후에야 명시된다. 춘향은 옥에 갇힌 자신 을 찾아온 이도령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창 열녀불경이부(烈女不更二夫)를 알아서 方知烈女不更二 8) 만화본 「춘향가」, 271면.

9) “童年風度闊手段, 欲表深情何物以. 菱花玉鏡打撥金, 竹節銀倭館市. 烏銅鐵柄統營 刀, 紫紬雲頭平壤履. 投之贈之少無惜, 復恨金錢無億梯.”(만화본 「춘향가」, 272~273 면)

10) 류준경, 앞의 논문, 24면.

11) “男兒口情娶前妾, 內衙時時誇伯娣.”(만화본 「춘향가」, 273면)

이 몸 허락하던 당초에 죽음으로 맹세했소. 許身當初以死矢 끓는 가마솥에 이 몸을 던진대도 마음 붉으리니 投身湯鑊尙且丹 본성(本性)은 버들 같아 되돌리기 어렵다오. 本性難回柳與杞12)

춘향은 신관 사또의 수청 명령을 위와 같은 이유로 거부하였다고 말한 다. 춘향은 자신이 창기(娼妓)의 자식으로 미천한 존재임을 자각하고 있 었으나, 이도령을 만나기 이전에 이미 ‘열녀불경이부’(烈女不更二夫)를 알 고 있었다고 말한다. 열녀불경이부는 ‘충신불사이군’(忠臣不事二君)과 병 칭되어 신하가 임금에 대해 목숨을 걸고 ‘충’(忠)을 지키듯 여성이 남편 에 대해 목숨을 걸고 ‘열’(烈)을 지킴을 뜻한다. 만화본 「춘향가」의 춘향 은 열녀불경이부에 대한 의지는 자신의 본성(本性)이며, 이도령과의 결연 을 통해 한 사람의 남편을 얻게 되었으므로 평소 품었던 의지를 실행하였 다고 말한다. 춘향의 열녀불경이부에 대한 의지와 열행의 실천은 만화본

「춘향가」의 춘향이 이미 일반적인 기생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며, 춘향 이 일반적인 기생으로 살지 않고자 하는 의지, 즉 탈기생화의 의지에 따 라 적극적으로 이도령과 결연하였음을 시사한다.

조선시대에는 법제적으로 국가 또는 해당 관청이 기생에 대한 점유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기생은 공가(公家)의 물건으로 여겨졌다. 기생이 남편을 두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았으므로 기생은 다수의 남성과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신분이었다.13) 그러나 만화본 「춘향가」의 춘향은 기생 이지만 다수의 남성과 애정 관계를 형성하는 일반적인 기생과 같이 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본성으로 품어온 인물이다. 춘향은 이도령을 만나기 이 전부터 자기 신분에 부과된 제도적이며 관습적인 의무에 대해 독자적으로 저항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인물 춘향이 이도령과 결연하였다는 것은, 이 결연이 일반적 기 생의 결연과 그 성격을 달리함을 말해준다. 만화본 「춘향가」의 춘향이

‘불경이부’의 의지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평생 섬길만한 단 한 사 람의 남성과 결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춘향의 결연에

12) 만화본 「춘향가」, 284면.

13) 조광국, 앞의 책, 59~91면 및 333면 참조.

는 이미 기생이라는 신분에 대한 부정과 사랑에 대한 적극성이 내재되어 있었다고 판단된다. 그러하기에 춘향은 이도령에 대한 사랑을 지키기 위 해 신관 사또의 수청 명령을 거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화본 「춘향가」에서 춘향과 이도령의 결연은 월매의 개입 없이 이루어 진다. 만화본 「춘향가」 이후 형성된 춘향서사 가운데 일부 텍스트에서는 월매가 춘향과 이도령의 만남에 개입하거나 두 사람의 결연을 주관한다.

월매의 개입은 애정과 결연에 대한 춘향의 소극성(消極性)을 의미한다.

그러나 만화본 「춘향가」의 결연 과정에는 월매의 개입이 나타나지 않는 바, 이 점을 통해서도 춘향이 독자적이며 적극적으로 이도령과 결연하고 있음이 확인된다.14)

이상을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만화본 「춘향가」에는 춘향의 문제적 개 인으로서의 성격이 전면화(全面化)되고 있지는 않으나, 춘향이 관습적 세 계의 질서와 대립하며 문제적 개인으로 전화(轉化)할 수 있는 계기가 충 분히 형상화되고 있다.

2) ‘烈女不更二夫’의 실행

만화본 「춘향가」의 춘향은 이도령의 이별 통보에 저항하지 않으며 이별 을 수용하는 면모를 보인다. 춘향은 이도령의 사랑을 은혜로 여겨 이별 장면에서 깊은 은혜를 골수에 새기겠다고 말한다.15) 그러나 위에서 언급 한 바와 같이, 춘향이 이도령으로부터 입은 은혜를 다만 일반적인 기생이 남성 손님으로부터 제공받은 물질적 이익으로 해석하고, 춘향의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말을 이도령이 베풀어 준 물질적 이익에 대한 감사의 표 현으로 이해하여 만화본 「춘향가」에는 춘향의 신분에 대한 부정이 명시되 어 있지 않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있으나 본고는 이와 견해를 달리한다.

결연 과정에서도 그러하였듯 만화본 「춘향가」의 춘향은 문제적 개인으로

14) 한편 정하영은 만화본 「춘향가」의 춘향이 이도령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불망 기를 요구하였으며, 기생이라는 신분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였다고 해석하였다.(정 하영, 「<춘향전> 한문이본군 연구」, 앞의 책, 110면 참조)

15) “郎言別恨割肝腸, 女道深恩銘骨髓.”(만화본 「춘향가」, 274면)

서의 성격을 전면화하지 않으면서도 ‘불경이부’에 대한 의지를 관철해 나 가고 있는 까닭이다.

옥에 갇힌 자신을 찾아온 이도령에게 항거의 과정을 술회하던 춘향은 신관 사또가 유부녀에 욕심을 내었다고 말한다.

결국은 유부녀에 욕심을 내니 居然生慾有夫女 대낮에도 위풍당당 간사한 도적이라. 白日風稜肆姦宄 엄한 위세로도 필부 절개 못 뺏으니 嚴威莫奪匹婦節 분기(憤氣) 배에 가득차서 두 손을 치네. 憤氣撐腸雙掌抵16)

만화본 「춘향가」의 춘향은 이도령과 결연한 자신을 ‘유부녀’(有夫女)이 자 절개를 가진 ‘필부’(匹婦)라고 지칭한다. 춘향은 이도령과의 이별에 순 응하였으나 자신을 유부녀로 규정하고, 기생이라는 생득적 신분을 부정하 였던 것이다. 이는 춘향이 이도령과 결연할 때에 이미 불경이부의 의지를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창기에게 태어나 미천한 신세지만 生於娼妓賤微地 치마 걷고 진수(溱水) 유수(洧水) 건널 만큼 어리석지 않다오.

非昧褰裳涉溱洧 한창 열녀불경이부를 알아서 方知烈女不更二 이 몸 허락하던 당초에 죽음으로 맹세했소. 許身當初以死矢 끓는 가마솥에 이 몸을 던진대도 마음 붉으리니 投身湯鑊尙且丹 본성은 버들 같아 되돌리기 어렵다오. 本性難回柳與杞17)

만화본 「춘향가」의 춘향은 자신이 창기의 자식으로 천인의 신분이지만, 정인(情人) 이외의 남성을 만나기 위해 치마를 걷고 강물을 건널 만큼 어 리석지 않다고 말한다. 이 말은 만화본 「춘향가」의 춘향이 다수의 남성과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기생으로서의 삶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 케 한다.

16) 만화본 「춘향가」, 282~283면.

17) 만화본 「춘향가」, 28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