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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近代移行期 妓生系 春香敍事의 확립과 변모

1) 身分의 否定

남원고사 및 경판 춘향전에서 춘향의 법제적 신분은 기생이다. 그 러나 남원고사 및 경판 춘향전의 춘향은 기생으로 살지 않겠다는 의 지, 즉 탈기생화의 의지를 천명하며 자신의 신분을 부정한다. 춘향의 신 분에 대한 부정은 이도령과의 결연 과정 및 신관 사또에 대한 항거 과정 을 통해 드러난다. 남원고사의 춘향은 이도령이 광한루에서 결연을 청 하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소첩(小妾)이 비록 창가 천기(娼家賤妓)요 향곡(鄕曲)의 무딘 소견이나 마음인즉 북극천문(北極天門)에 턱을 걸어 결단코 남의 별실(別室) 가소 (可笑)하고 장화호접(牆花胡蝶) 불원(不願)이오니 말씀 간절하시오나 분 부 시행 못하겠소.”24)

춘향은 이도령에게 자신이 비록 천한 기생이지만 평소 누군가의 별실, 즉 첩(妾)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품어왔음을 말한다. 별실을 가소로이 여기고 노류장화가 되지 않겠다는 춘향의 말은, 기생이라는 신분을 부정 하고 한 남성과 대등한 위치에서 결연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조선시 대에 기생은 법제적으로 한 사람의 남편을 얻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

23) 남원고사는 김동욱에 의해 소개된 뒤 줄곧 춘향서사 가운데 가장 민중문학적 인 성격을 지닌 작품으로 평가되어 왔다. 김동욱, 「춘향전의 비교적 연구-「남원고 사」를 춘향전문학의 최고봉으로 조정하면서」, 동방학지 20, 연세대학교 국학연 구원, 1978; 성현경, 앞의 논문; 김태준, 「南原古詞의 삽입 문예양식과 그 민중 적 성격: 판소리계 소설에 보이는 문예양식의 섞임과 바뀜에 대하여」, 한국문학 연구 12, 동국대학교 한국문학연구소, 1989 참조.

24) 남원고사, 22면.

다.25) 더구나 신분제 사회에서 기생은 천인이기에 상층 신분을 가진 남 성의 적실(嫡室)이 되는 것이 불가하였다. 그러므로 별실이 되지 않겠다 는 춘향의 말은 자신의 법제적 신분을 부정하는 자유의지를 지닌 개체적 자아(個體的自我)의 발화이다.26)

경판 춘향전의 춘향 또한 남원고사의 춘향과 같이 이도령에게 별실 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직접 밝힌다. 경판 35장본 춘향전의 춘향은 광한루에서 이도령이 결연을 청하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소녀 비록 천인이오나 마음인 즉 빙옥 같사와 남의 부실(副室) 가소하 고 장화호접 불원이오니 말씀 간절하시나 그는 죽어도 봉행치 못하리로소 이다.”27)

경판 16장본 춘향전의 춘향은 이도령이 결연을 청하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소녀의 몸이 비록 창가여자이오나 마음은 북극천문에 턱을 걸어 남의 별실이 되지 말자 맹세하였사오니 도련님 분부 이러하시나 이는 봉행치 못하리로소이다.”28)

춘향의 말은 경판 30장본 춘향전과 경판 23장본 춘향전에서도 거 의 동일하게 나타난다. 춘향의 별실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 나아가 한 사 람의 남성과 대등한 위치에서 사랑을 이루겠다는 의지는 경판 춘향전에 서 유의할 만한 개변 없이 거의 동일한 행문으로 서술된다. 경판 춘향전

은 35장본에서 30장본과 23장본 등을 거쳐 16장본으로 장수(張數)를 줄여가며 간행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경판 춘향전의 간행 과정에서 춘향의 문제적 개인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발화는 축약 없이 제시된

25) 조광국, 앞의 책, 59~91면 참조.

26) 성현경, 「춘향전론(1) -남원고사의 구조와 의미-」, 앞의 책, 393면 참조.

27) 경판 35장본 춘향전(김진영 외 편, 춘향전 전집 4, 박이정, 1997), 8면.

28) 경판 16장본 춘향전(춘향전 전집 4), 175면. 이하 경판 16장본 춘향전의 원문은 춘향전 전집에 수록된 것을 인용하되, 구자균 교주, 춘향전(민중서관, 1976) 및 정하영, 춘향전(신구문화사, 2006)을 참조하여 현대어로 바꾸어 표기 한다.

다. 이는 위에서 인용한 춘향의 말이 춘향이라는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데 있어 핵심적인 발화임을 의미한다.

남원고사 및 경판 춘향전의 춘향은 기생이라는 신분을 부정함으로 써 신분제 사회의 차등적 위계질서에 순응하기를 거부한다. 객관적 세계 의 질서와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며 춘향은 독자성을 확립해 가고 있는 것 이다. 그리고 남원고사와 경판 춘향전의 춘향이 희구하는 사랑은 신 분제 사회의 차등적 질서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만 현실화될 수 있다. 춘 향의 사랑에는 애초 현실에 대한 부정과 반항의 계기가 내재하여 있 다.29)

남원고사의 춘향은 이도령과 이별한 뒤 대비정속을 통해 면천한다.30) 경판 춘향전에도 춘향이 이도령과 결연한 뒤 대비정속을 하여 그 이름 이 기생안(妓生案)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적시된다. 그러나 서론 을 통해 논하였듯 춘향서사의 문면에 나타난 대비정속이나 면천이 춘향의 신분이 법제적으로 양인이 되었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춘향서사에서 대비 정속이나 면천은 춘향의 신분에 대한 자의식이 천인에서 양인으로 변동하 였음을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문학적 장치이다. 이로 인해 관습적 세계의 법제를 기반으로 세계를 인식하는 신관 사또는 춘향의 신분 변동을 인정 하지 않고 춘향을 기생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춘향에게 관기(官妓)로서 관장(官長)의 수청을 들 것을 명한다.

“네 본디 창가 천인이요, 본읍 기생으로서 내 도임 시에 방자히 현신(現 身)도 아니 하고 언연(偃然)히 집에 있어 불러야 온단 말이냐. 내가 이곳 의 목민지장(牧民之長)으로 내려왔더니, 너를 보니 꽤 견딜만하기로 금일 부터 수청(守廳)으로 작정하는 것이니 바삐 나가 소세하고 방수(防守) 차 로 대령하라.”31)

신관은 춘향을 기생으로 규정하며, 춘향이 기생이면서 현신하지 않은

29) 박희병, 앞의 논문, 423~424면 참조.

30) “대비정속 면천하고 사절 빈객 두문하고 의복단장 전폐하고 식음을 물리치고 (……).”(남원고사, 63~64면)

31) 남원고사, 84면.

일을 두고 방자하다고 말한다. 기생 춘향이 자기 신분을 부정하고 기생 아닌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는 관습적 세계의 질서에 익숙한 인물들에게 오만하고 방자한 태도로 인식되었다. 춘향은 신관 사또의 수청 명령을 거 부하며 자신은 대비정속을 통해 면천하였으므로 더 이상 기역(妓役)을 행 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춘향이 신관 사또에게 올린 원정(原情) 에 자세히 서술된다.

“우황면천(又況免賤)에 이속대비(已贖代婢)이온 줄로 자감앙소어일월명 정지하(玆敢仰訴於日月明政之下)하오니 복걸참상이시후에 특위방송(特爲 放送)을 천만망량하살 사또주 처분(處分)이라. 모월 모일 소지(所志).”32)

남원고사의 춘향은 자신이 이미 대속(代贖)을 바쳐 면천하였음을 아 뢰오니 부디 잘 헤아리시어 방송해 달라는 내용의 원정을 신관 사또에게 올린다. 그럼에도 신관은 춘향에게 수청을 들 것을 재차 명령하는데, 춘 향은 자신이 대비정속하여 관기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내세운다.

경판 35장본 춘향전의 춘향 역시 이도령과 이별한 뒤 “대비정속 면천 하고 두문사객(杜門謝客)”하였다. 그리하여 기생점고 과정에서도 춘향은

‘전비’(前婢)로 지칭된다.33) 그러나 춘향의 신분 변동을 인정하지 않는 신관 사또는 춘향에게 수청을 명령한다. 춘향은 신관에게 다음과 같은 원 정을 올려 수청 명령에 저항한다.

“우황면천에 이속대비이온 줄로 앙소하거온 특위분간지지 천만복망이 라.”34)

경판 30장본 춘향전의 경우 남원고사나 경판 35장본과 달리, 춘향 이 대비정속을 통해 면천한 시점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춘향은 이별 후

“의복단장 전폐하고 분벽사창 굳이 닫고 무정세월을 속절없이” 보내었다.

32) 남원고사, 85면.

33) “형방이 눈치를 알고 대어 부르되 ‘전비 춘향이 쉬오’ 사또 하는 말이 ‘그는 나오 말이 없고 쉬오 하는다’ 대답하되 ‘그는 대비정속한 춘향이 올소이다.’”(경판 35장 본 춘향전, 27면)

34) 경판 35장본 춘향전, 30면.

그러나 경판 30장본 춘향전에서 춘향이 대비정속하여 더 이상 기생안 에 이름이 등재된 기생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남원 관아의 이방(吏 房)이 신관 사또에게 춘향은 구관 사또 자제 도련님과 상약한 후 대비정 속하여 지금 수절하고 있으며, 그 이름이 기생안에 없다는 사실을 고하는 데서 이 점이 확인된다.

경판 30장본 춘향전의 신관 역시 춘향의 신분 변동을 인정하지 않고 수청을 명령한다. 그러나 춘향은 대비정속을 통해 신분이 변동되었으므로 더 이상 기역을 행할 필요가 없다고 항변한다.

신관이 분부하되,

“네 본읍 기생으로 도임 초에 현신 아니하기를 잘 했느냐?”

춘향이 아뢰되,

“소녀 구관 사또 자제 도련님 모신 후에 대비정속하온 고로 대령치 아니 하였나이다.”35)

경판 23장본 춘향전에서도 춘향이 대비정속을 통해 면천한 시점은 적시되지 않는다. 그러나 남원 관아의 이방이 신관 사또에게 춘향이 구관 사또 자제와 상약한 뒤 대비정속하여 지금은 그 이름이 기생안에 없음을 고하는 데서, 춘향이 이도령과 결연한 이후의 어느 시점엔가 대비정속을 하였다는 점이 확인된다. 경판 23장본 춘향전의 춘향 역시, 경판 30장 본 춘향전의 춘향과 같이 자신이 기생이 아니기에 기생의 역을 행할 까 닭이 없다는 점을 신관 사또에게 분명히 전한다.36)

춘향이 신관 사또의 수청 명령에 대해, 대비정속을 통한 신분 변동을 근거로 저항하는 면모는 경판 춘향전 가운데 분량이 가장 적은 경판 16장본 춘향전에도 나타난다. 춘향은 여타의 경판 춘향전에서와 같이 이도령과 결연한 뒤 대비정속을 통해 신분이 변동된다.37) 또한 남원고

35) 경판 30장본 춘향전, 62면.

36) “신관이 분부하되, ‘네 본읍 기생으로 도임 초에 현신 아니하기를 잘하였느냐’.

춘향이 아뢰되, ‘소녀 구관 사또 자제 도련님 모신 후 대비정속하온 고로 대령치 아니하였나이다.’”(경판 23장본 춘향전, 97면)

37) “이방이 아뢰되, ‘다름 아니오라 구관 사또 자제 도련님과 상약한 후 대비정속하 고 지금 수절하나이다.’”(경판 16장본 춘향전, 18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