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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近代移行期 妓生系 春香敍事의 확립과 변모

1) 규범적 여성에의 同化

근대이행기 기생계 춘향서사 가운데 다수의 텍스트에서는 춘향이 야외 로 나가 추천을 한 일시가 삼춘(三春)과 같이 다만 봄으로 설정된다. 초 기 춘향서사인 만화본 「춘향가」에서는 춘향의 추천일이 삼짇날로 나타난 다.101)

이때는 봄 찾아 노니는 삼짇날이라네. 是時尋春遊上巳102) 101) 만화본 「춘향가」에서는 춘향의 추천일이 삼짇날로 되어 있으며 춘향은 추천하

기 전에 만북사(萬北寺) 앞의 시냇물에서 세욕(洗浴)을 한다. 춘향의 세욕은 겨울 동안 묻은 때를 씻기 위해 시내에서 몸을 씻는 답청(踏靑) 풍속과 연관이 있으며, 이 점에서 춘향이 추천을 하는 시간적 배경의 원형을 삼짇날로 추정하기도 한다.

(김석배, 「<만화본 춘향가> 연구」, 앞의 책, 237~238면 참조)

남원고사에서도 춘향의 추천일은 삼춘(三春)으로 나타난다.103) 남원 고사에서는 춘향이 추천을 하던 날 이도령을 만나 불망기를 받는데, 이 도령이 써 준 불망기에도 날짜는 특정되어 있지 않고 ‘모년 모월 모일’로 나타난다.

춘향서사에서 춘향과 이도령이 처음 만나게 되는 시간적 배경을 봄으로 설정한 것은 춘향과 이도령이라는 젊은 남녀의 만남이 춘정(春情)에서 기 인한 것임을 보이기 위함이다. 남원고사의 이도령은 삼춘을 맞아 “마음 이 흥글항글하여 불승탕정(不勝蕩情)이라 산천경개 보려” 유산(遊山)을 하였고, “춘흥(春興)을 못 이기어” 추천을 하러 나온 춘향을 발견한다. 경 판 35장본 춘향전에서도 이도령은 방춘가절(芳春佳節)을 맞아 춘흥을 못 이기어 유산을 하며, 춘향은 불승춘정(不勝春情)하여 추천을 하러 나 온다. 경판 23장본 춘향전과 경판 16장본 춘향전에서는 “이때는 방 춘화류호시절(方春花柳好時節)이라” 이도령이 “춘흥을 못 이기어” 화유 (花遊)를 하다가 추천을 하는 춘향을 발견한다.

만화본 「춘향가」와 남원고사 및 경판 춘향전에서 봄의 야외라는 시 공간은 서사 구성상 주인공의 춘정이 일어나는 배경이라는 의미를 지닌 다. 그러나 일부 기생계 춘향서사에서는 봄의 야외라는 서사적 배경에 관 습적 세계의 현실과 규범을 투사한다. 비록 그 신분이 기생이라 할지라도 춘향과 같은 처녀는 아무 때에나 추천을 해서는 안 된다는 관습적 세계의 여성 규범이 춘향의 서사화에 반영되는 것이다. 이에 기생계 춘향서사 가 운데 일부 텍스트는 춘향이 추천하는 일시를 단오(端午)로 개변한다. 본 고에서 검토한 41종의 근대이행기 기생계 춘향서사 가운데 4종에서 이러 한 개변이 나타난다.

19세기 후반에 유통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판 30장본 춘향전에서는

“이 때 마침 오월 오일 천중지절(天中之節)이라 본읍 기생 춘향이 추천 차로 의복단장 치레할 새”라고 하여 춘향이 추천일이 단오라는 점을 분명 히 한다. 1902년에 필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상산본 춘향전에서도 “이

102) 만화본 「춘향가」, 268면.

103) “시절을 돌아보니 때마침 삼춘이라.”(남원고사, 7면)

날인즉 오월 오일 천중지절일이라, 본읍 기생 춘향이가 추천 차로 나올 적에”라고 하여 춘향의 추천일을 단오로 설정한다. 이와 같은 개변은 이 고본 춘향전에도 보이는바, 이 텍스트에서는 이도령이 단오를 맞아 춘 흥을 못 이기어 유산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사또 자제 이도령이 책방에 있어 학업에 힘쓰더라. 호협방탕(豪俠放蕩) 하여 청루주사(靑樓酒肆) 출입을 즐기더라. 때는 마침 오월 천중가절(天中 佳節)이라. 춘흥을 못 이기어 방자 불러 분부하되(……).104)

김동욱 소장 낙장 70장본 춘향전 역시 춘향과 이도령이 만나게 된 때를 단오로 개변한다. 이는 이도령이 춘향에게 써 준 불망기에 이도령과 춘향이 단오일에 추천을 하다가 만났다는 점이 명기되어 있는 데서 확인 된다.105)

춘향의 추천일이 단오로 개변된 것은 조선시대의 규범인 내외법(內外 法)과 유관하다. 단오에 여성이 추천을 하는 풍습은 이미 고려시대부터 있어왔다.106) 그러나 조선시대에 단오는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 席)이라는 유교 규범적 내외법이 완화되는 날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미혼 여성들은 그네를 뛰기 위해, 미혼 남성들은 씨름을 하기 위해 집밖으로 나오면서 이성(異性) 간에 비교적 자유로이 마주칠 수 있는 기회가 단오 에는 제공되었던 것이다.107)

기생은 본래 내외법의 적용을 받는 신분이 아니다. 이러한 사실은 춘향 서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기생계 춘향서사인 「동창 춘향가」에서 춘향은

“창가(娼家)에 생겨나서 내외(內外)를 아니”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

104) 이고본 춘향전, 151면.

105) “한북지남(漢北之男)과 호남지녀(湖南之女)와 오월 단오 추천 시 양상봉지화초 정(兩相逢之花草亭)은 단산지봉황이요 녹수지원앙이라.”(김동욱 소장 낙장 70장본

춘향전, 김진영 외 편, 춘향전 전집 7, 박이정, 1999, 25면)

106) 이규보(李奎報, 1168~1241)가 지은 「단오에 그네 뛰는 여자 놀이를 보다 나라 의 풍속에 단오 때면 여자들이 이 놀이를 한다」(端午, 見鞦韆女戱. 國俗, 必端午作此 )라는 시가 동국이상국후집(東國李相國後集) 권3에 수록되어 있는데, 이 시의 제목을 통해 이규보가 살았던 고려 후기에도 단오에 여성이 추천을 하는 풍습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07) 한국민속의 세계 5,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01, 180~182면 참조.

의 기생계 춘향서사에서는 춘향의 추천일을 단오로 설정하여 춘향이 내외 법을 준수하며 추천을 할 수 있도록 춘향의 추천 일시를 개변한다. 이는 기생 춘향의 서사화에 유교적 여성 규범이 투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근 대이행기 비기생계 춘향서사에 속하는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 박 순호 소장 99장본 춘향가, 백성환 창본 춘향가에서 춘향의 추천일을 단오로 개변한 사실을 통해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텍스트는 기생 아닌 춘향이 단오의 풍습에 따라 추천을 하였다고 서술한다. 즉 일부 기 생계 춘향서사 텍스트에서 춘향의 추천일을 단오로 개변한 것은 본래 양 인 이상의 여성에게 부과된 유교적 여성 규범을 춘향에게도 투사한 결과 이다.

일부의 기생계 춘향서사에서는 춘향이 스스로 내외법을 지키며 유교 규 범을 준수하는 여성에 동화되고자 하는 면모를 보인다. 대부분의 춘향서 사에서 이도령이 자신을 부른다는 전갈을 받은 춘향은 이 소식을 전한 방 자와 실랑이를 벌인다.108) 남원고사나 경판 춘향전 등에서 기생 춘향 은 결국 관장 자제의 명을 거역하지 못하고 방자를 따라 광한루로 향한 다. 그러나 일부 기생계 춘향서사의 해당 장면에서 춘향은 내외법을 준수 하기 위해 이도령의 부름에 응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 춘향의 이러 한 면모는 현전하는 춘향서사 가운데 목태림(睦台林, 1782∼1840)의 「춘 향신설」(春香新說)에 처음으로 나타난다.109) 춘향은 이도령의 명을 전하 러 온 색장(色掌)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108) 도령의 초래(招來)에 응할지를 두고 방자와 춘향이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은 대 개 ‘네 그른 내력’ 사설이라 일컬어진다. 이 장면에서 방자는 타인의 눈에 띄기 좋 은 곳에서 추천을 한 춘향이 그르다고 말한다. 즉 방자는 춘향의 여성으로서의 행 실을 문제 삼고 춘향이 내외법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령의 부름을 받게 된 것이라 판단한다. 대개의 춘향서사에서 춘향의 추천은 여성의 내외법과 관련하여 문제시되고 있다.

109) 춘향신설은 표현의 측면에서 양반층의 문화 속으로 견인된 면모를 보이는 작 품이자,(김종철, 「춘향신설고」, 고소설 연구논총, 경인문화사, 1994) 철저히 춘 향의 절행을 현창하는 교훈성을 강조하며 춘향을 봉건적 이념의 수호자로 형상화 한 작품(류준경, 앞의 논문, 54~65면 참조)이라 논의된다. 춘향신설의 작자 목 태림의 생애 및 문학관에 대해서는 정선희, 19세기 소설 작가 목태림 문학 연구

(보고사, 2005)가 참조된다.

“내가 비록 화방(花坊)의 기생 무리로서 바탕이 더럽고 몸이 천하지만 어찌 담을 넘어 남자를 만나는 일이 추하며 치마를 걷고 물을 건너 음란 한 일을 벌이는 것이 꺼림칙함을 모르겠소.”110)

「춘향신설」 춘향은 그 신분이 기생임에도 남녀 간의 밀통에 해당하는 일을 꺼려 이도령의 부름에 응하지 않으려 한다. 「춘향신설」의 춘향은 기생의 신분 이지만 자의적으로 남성을 만나는 일을 거부하며 유교적 여성 규범과 내외법 을 습득한 인물로 형상화되고 있다.111)

이고본 춘향전의 춘향은 이도령의 부름에 응하지 않는 까닭이 내외법 을 준수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말한다.

“네 말은 좋다마는 남녀가 유별커든 남의 집 규중처자(閨中處子)를 부르 기도 실례요, 남녀칠세부동석을 성경현전(聖經賢傳)에 일렀으니 처자의 행 실로는 건너가기 만무하다.”112)

춘향은 그 신분이 기생이지만 자신을 ‘규중처자’로 지칭하며 성현의 가 르침인 남녀유별과 남녀칠세부동석을 지키기 위해, 즉 여성으로서의 규범 을 지키기 위해 이도령과 내외를 하겠다고 말한다. 이고본 춘향전의 춘 향은 내외법이라는 유교적 여성 규범을 신분제 사회의 위계질서보다 우위 에 둔다. 이고본 춘향전의 춘향은 기생의 신분이지만 규범적 여성에 동 화되고자 하는 면모를 보이는데, 이는 기생계 춘향서사의 춘향 형상에 질 적 변화가 발생하였음을 시사한다.

기생 신분임에도 스스로 내외법을 적용하며 이도령의 부름에 응하지 않 고자 하는 춘향은 1896년에 필사된 사재동 소장 52장본 별춘향전과 1897년에 지어진 하버드대 연경도서관 소장 94장본 춘향전에도 나타난

110) “春香雖以花坊妓流, 質陋身賤, 豈不知踰墻之可醜, 蹇裳之可嫌.”(허호구․강재철 공 역, 역주 춘향신설․현토한문춘향전, 이회, 1998, 130면) 「춘향신설」의 원문은  역주 춘향신설․현토한문춘향전에 활자화되어 수록된 것을 인용하며, 「춘향신설」의 번역은 허호구‧강재철의 책을 참조하여 필자가 수정하여 제시한다.

111) 김지윤, 「<춘향신설>․남창 <춘향가>․<익부전>의 춘향 형상과 그 의미-작자 의 계층에 주목하여-」, 국문학연구 39, 국문학회, 2019, 101~106면 참조.

112) 이고본 춘향전, 166~16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