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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近代移行期 非妓生系 春香敍事의 출현과 그 특징

1) 謫降 모티프의 援用

떤 선녀 도화 이화 두 가지를 두 손에 갈라 쥐고 하늘에서 내려와서 도화 를 내어주며

“이 꽃을 잘 가꾸어 이화와 접붙이면 모년(暮年) 행락(行樂) 좋으리라.

이화 갖다 전할 데가 시각이 급하기로 총총히 떠나노라.”

꿈 깬 후에 잉태하여 십 삭 차서 딸 낳으니 도화는 봄 향기라 춘향이라 이름하여(……).78)

월매는 이와 같은 꿈을 꾸고 춘향을 잉태한다. 선녀가 월매에게 전해 준 도화(桃花)는 춘향을, 다른 데에 가서 전한 이화(李花)는 곧 이도령을 가리킨다. 그리하여 춘향과 이도령은 임자(壬子) 사월 초파일에 각기 다 른 곳에서 태어난다.79) 춘향과 이도령의 출생에 선녀라는 천상계의 인물 이 개입한 것은 이들의 출생이 천상계에 의해 정해진 것임을 말해준다.

춘향이 신관 사또에 항거하다 형벌을 당하고 의식을 잃었을 때 천장전의 성군(星君), 즉 직녀성은 춘향을 불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생(前生)에 하던 일을 자세히 들어보라. 네가 나의 시녀로서 서왕모 (西王母)의 반도회(蟠桃會)에 내가 잔치 참여할 제, 네가 나를 따라왔다 태을성군(太乙星君) 너를 보고 애정을 못 이기어 반도 던져 희롱하니 네 가 보고 웃은 죄로 옥황(玉皇)이 진노하셔 둘 다 적하인간(謫下人間), 너 의 낭군 이도령은 태을의 전신이라. 전생의 연분으로 이생 부부되었으나 (……).”80)

직녀성은 전생에 춘향이 자신의 시녀였으며 이도령은 태을성군이었던 바, 두 사람이 천상의 반도회에서 서로 애정을 주고받은 까닭에 죄를 얻 어 인간 세상에 적강하였다고 말한다. 이 말은 춘향과 이도령의 출생은 물론, 이들의 사랑까지 천상계에 의해 예정된 것임을 의미한다. 춘향과 이도령이 천상계에서 사랑을 나눈 사이였다면 지상의 인간으로 태어난 두 남녀가 인간세계에서 사랑을 이루는 것은 이미 하늘에 의해 정해진 운명

78) 「남창 춘향가」, 3면.

79) “자네 딸이 몇 살인가. 임자 사월 초파일에 이 자식을 낳았지요. 어허, 신통하네.

나하고 정동갑이네.”(「남창 춘향가」, 19면) 80) 「남창 춘향가」, 51면.

이다. 춘향과 이도령의 신분 격차와 같은 인간세계의 질서는 이들의 사랑 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된다.81) 즉 적강 모티프의 원용은 춘향 서사에서 춘향이 처한 실제의 현실을 다분히 탈현실화(脫現實化)하는 기 능을 담당한다.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에서도 월매의 태몽을 통해 춘향과 이도 령이 천상계의 인물이라는 점이 명시된다.

이때는 오월 오일 갑자라. 한 꿈을 얻으니 서기반공(瑞氣蟠空)하고 오채 영롱(五彩玲瓏)하더니 일위 선녀 청학을 타고 오는데 머리에 화관이요, 몸 에는 채의로다. 월패(月佩) 소리 쟁쟁하고 손에는 계화(桂花) 일지(一枝) 를 들고 당에 오르며 거수장읍(擧手長揖)하고 공순히 여쭈오되

“낙포의 딸이러니 반도 진상 옥경(玉京) 갔다 광한전(廣寒展)에서 적송 자(赤松子) 만나 미진정회(未盡情懷)하올 차에 시만(時晩)함이 죄가 되어 상제(上帝) 대노하사 진토(塵土)에 내치시매 갈 바를 몰랐더니 두류산 신 령께서 부인댁으로 지시하기로 왔사오니 어여삐 여기소서.”

하며 품으로 달려들 새, 학지고성(鶴之高聲)은 장경고(長頸故)라 학의 소리 놀라 깨니 남가일몽이라.82)

월매는 태몽을 꾼 뒤 태기가 있어 열 달 후에 춘향을 낳는다. 월매의 태몽에 의하면 춘향은 본래 천상계의 인물인 낙포(洛浦)의 딸이다. 낙포 의 딸은 흔히 낙포선녀(洛浦仙女)라 칭해지는 복희씨(伏羲氏)의 딸 복비 (宓妃)이다. 낙포의 딸은 천상계에서 적송자(赤松子)라는 신선과 연인 사 이였고, 낙포의 딸과 적송자는 광한전에서 만나 정회를 나누다 시간을 지 체하였다는 이유로 벌을 받아 인간 세계로 적강을 하게 된 것이었다. 월 매의 태몽을 통해 낙포의 딸은 적강하여 춘향이 되고 적송자는 적강하여 이도령이 되리라는 점은 무리 없이 유추할 수 있다. 즉 완판 84장본 열

81) 정길수, 「17세기 고전 소설의 사랑과 운명-‘적강 모티프’ 활용의 맥락」, 고소설 연구 41, 한국고소설학회, 2016, 184면 참조. 이 논문은 운영전을 예로 들어 운영과 김진사는 이미 천상계에서 연인 관계였고, 따라서 적강한 두 남녀가 인간 세계에서 사랑을 이루는 것은 인간세계의 규범 틀로 문제 삼을 수 없는 숙명이라 고 논하였다. 운영과 김진사의 사랑에 대한 이와 같은 해석은 적강 모티프가 원용 된 춘향서사의 춘향과 이도령의 사랑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82)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 300면.

녀춘향수절가의 춘향과 이도령은 「남창 춘향가」에서와 같이 천상계에서 부터 연인 관계였던 것으로 설정된다.83)

춘향과 이도령의 사랑은 천정의 운명에 따라 지상에서도 실현되어야 하 는바, 지상에서의 결연 또한 월매의 꿈을 계기로 이루어진다. 월매는 벽 도지(碧桃池)에 청룡(靑龍)이 잠겨 있는 꿈을 꾼 뒤, 이를 춘향과 이몽룡 의 결연을 예지하는 꿈으로 해석한다.84) 월매는 꿈에 의거하여 춘향에게 광한루로 가서 이도령을 만날 것을 명하고, 결국 춘향과 이도령의 결연을 허락한다.85)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의 월매는 춘향과 세계 사이 의 매개자로서 춘향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인간세계 의 춘향과 천상계를 매개하는 인물로 형상화되고 있기도 하다.

춘향과 이도령의 사랑이 천상계에 의해 이미 정해진 일이라는 설정은 비기생계 춘향서사인 백성환 창본 춘향가와 기생계 춘향서사인 이고본

춘향전에도 나타난다. 백성환 창본 춘향가의 월매 역시 「남창 춘향가

」의 월매와 같은 태몽을 꾸고 춘향을 잉태하는바,86) 이 텍스트에서도 월 매는 탈현실적 세계인 천상계와 인간세계의 춘향 사이를 꿈이라는 장치를 통해 매개한다.

본고가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는 62종의 춘향서사 가운데, 기생계 춘향 서사로서 적강 모티프를 원용하고 있는 텍스트는 이고본 춘향전이 유일

83) 설성경은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에 적강 모티프가 나타나는 것에 대해 열녀인 춘향의 탄생을 더욱 신비화하는 동시에 작품의 서사적 긴밀도를 높이고 흥 미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당대 판소리에서 인기를 얻고 있던 더늠을 재수용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설성경, 춘향전의 통시적 연구, 서광학술자료사, 1994, 312~313면)

84) “꿈이라 하는 것이 전수이 허사가 아니로다. 간밤에 꿈을 꾸니 난데없는 청룡 하 나 벽도지에 잠겨 보이거늘 무슨 좋은 일이 있을까 하였더니 우연한 일이 아니로 다. 또한 들으니 사또 자제 도령님 이름이 몽룡이라 하니 꿈 몽(夢)자, 용 용(龍) 자 신통하게 맞추었다. 그러나 저러나 양반이 부르시는데 아니 갈 수 있겠느냐. 잠 깐 가서 다녀오라.”(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 308면)

85) “춘향어모 이 말 듣고 이윽히 앉았더니 몽조가 있는지라 연분인 줄 짐작하고 흔 연히 허락하며(……).”(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 320면)

86) “춘향모 퇴기로서 사십이 넘은 후에 춘향을 처음 볼 제, 꿈 가운데 어떤 선녀 이 화‧도화 두 가지를 양손에 갈라 쥐고 하늘로서 내려와서 도화를 내어주며 ‘이 꽃을 잘 가꾸어 이화의 접을 붙였으면 모년 행락 족하리다.’ 꿈 깬 후에 잉태하여 십삭 채워 딸 낳으니 도화는 봄 향기라 이름을 춘향이라 하였겠다.”(백성환 창본 춘향 가, 179면)

하다. 이고본 춘향전에서는 월매의 꿈을 통해 춘향과 천상계의 관계가 암시되지 않고, 천상적 존재가 춘향의 꿈에 직접 현시하여 춘향이 본래 천상계 인물로 적강하여 인간세계에 출생하였음을 알려준다.

“춘향아, 네 들어라. 전생 일을 모르리라. 부용성(芙蓉城) 영주궁(瀛洲 宮)의 운화부인 시녀로서 서왕모 요지연(瑤池宴)에 장경성에 눈을 주어 반도로서 희롱타가 인간에 전고하여 인간 공사 겪거니와(……).”87)

형벌을 당하고 옥에 갇힌 춘향은 꿈속에서 황릉묘에 이르러 아황과 여 영을 배알한다. 이때에 아황과 여영은 춘향이 전생에 운화부인(雲華夫 人), 즉 무산신녀(巫山神女)의 시녀였으며 장경성(長庚星)과 사랑을 나눈 까닭에 인간 세계로 적강하였다고 말한다. 이고본 춘향전에서 역시 춘 향과 이도령은 천상적 존재의 적강으로 인간세계에 태어났으며, 이들의 사랑은 천상계에 의해 예정된 것으로 나타난다.

이상을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일부의 춘향서사에는 한국 고전소설에서 주인공의 신분을 설정할 때에 흔히 사용되는 모티프인 적강 모티프가 원 용되어 있다. 대개의 한국 고전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천상 신분이 부모의 태몽을 통해 드러난다.88) 「남창 춘향가」와 백성환 창본 춘향가에서는 월매의 태몽을 통해 춘향이 본래 천상적 존재라는 점이 암시되고 있을 뿐 춘향의 천상 신분이 직접 제시되지 않고,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

에서는 월매의 태몽에 ‘낙포선녀’라는 춘향의 천상 신분이 직접 드러나고 있으므로 완판 84장본이 한국 고전소설의 서사적 관습에 더욱 가까운 형 태로 적강 모티프를 첨입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이고본 춘향전은 태몽 이라는 서사적 장치나 천상계와 춘향의 관계를 현시해주는 매개적 인물이 등장하지 않고 춘향의 꿈을 통해 춘향의 천상 신분이 드러나고 있으므로, 적강 모티프가 원용되고는 있지만 한국 고전소설의 서사적 관습에 비추어 본다면 변용에 가깝다 할 것이다.

다음으로 근대이행기 비기생계 춘향서사의 일부 텍스트에 왜 주인공의

87) 이고본 춘향전, 264면.

88) 송성욱, 「고전소설의 이원적 구조와 TV드라마」, 한국고전연구 39, 한국고전연 구학회, 2017, 303면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