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서와는 달리 주인공들 간 권력의 서열이 분명하다고 한다.121) 성행 위를 묘사한 장면도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제압하고 정복하는 식으로 연출되며, 이는 남성이 제작한 이성애 포르노에서도 마찬가지 로 두드러지는 특징이라고 한다. 또한 남성들 간 성애적 관계가 아닌 우정을 다루는 만화에서도, 가장 높은 서열의 남자가 다른 인물을
“인정”해 줌으로써 권위를 부여하는 장면이 어김없이 등장한다는 것 이다.
권력 위계와 서열에 집착하는 남성향의 특징은 여성들에게 거부감 을 주며, 성애적 장면을 즐기기 어렵게 하는 장벽으로 작동한다. 현실 에서의 성별간 권력차를 성적 판타지 안에서도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 다. 이에 반해 여성향은 인물들을 상대적으로 대등한 관계로 표현함 으로써, 여성들이 타 매체에서 느끼는 불편이나 불만을 해소한다.
비록 이러한 분석과 평가가 통계조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되거 나 이론화된 것은 아니지만, 여성들 간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활 발히 회자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만한 의의를 지닌다. 대중문 화의 기저에 있는 여성혐오를 내면화하지 않으려는 의지의 실천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문화가 열등한 취급을 받는 현상을 당연하게 여 기지 않고, 그러한 폄하의 원인을 여성들 내부에서만 찾으려는 자기 혐오로 회귀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과거 여성향 서브컬쳐의 향유층은 주류의 폄하로부터 도피했다면, 그 도피처에서 가부장제의 검열로부
121) 이 문단에서 인용하는 여성향에 대한 여성들의 의견은
http://m.blog.daum.net/laurant0619/6?tp_nil_a=1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게시물은, 한국의 여성혐오에 대해 여성들 나름으로 분석한 2017년의 글과, 그 글이 다수의 여성 커뮤니티에 공유되면서 달렸던 댓글을 스크린 캡쳐로 모아, 하나의 포스팅 에 수합해 놓은 것이다. 2018년 10월 1일 17시 42분 현재 원글이 게시되었던 페 이지의 링크는 작동하지 않으며, 댓글이 달렸던 커뮤니티는 모두 비공개 커뮤니 티이다.
터 거리를 확보한 역사를 쌓은 현재의 여성향은, 주류의 평가가 남성 편향적이라고 반박할 수 있게 되었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여성 인권에 대한 전반적인 의식이 고취된 상황에서, 젊은 여성들은 대중문화에서 여성을, 나아가 여성의 성향과 욕망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 다. 만화를 추천해 달라는 게시물에서도 가부장적이지 않은 주인공들 이 나오는 작품을 원한다는 요청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그렇게 변화한 태도를 서브컬쳐의—익명적이고 원작자가 수시로 사라 짐으로써 검열자를 교란하는—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함으로써, 비슷 한 관심사를 지닌 여성들을 의식화 과정에 동참시키기도 한다.
제 5 장 여성향 서브컬쳐에서 전복적 요소의 회화적 적용
이 장에서는, 여성향 서브컬쳐가 이중 은둔을 통해 구축한 전복성 의 대표적인 요소들을 발췌하여 작업에 적용한 바를 설명한다. 조형 요소와 대안-현실 만들기의 전략을 전통 미술의 요소와 혼용한 과정 을 밝힌다.
제 1 절 여성향 서브컬쳐가 보전한 여성 주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여성향 서브컬쳐는 가부장제가 지정한 성 역할을 내면화하지 않을 젠더화 유예의 공간을 마련하였고, 검열자의 시선으로부터 도피하여 자유로운 망상을 펼칠 환경을 제공하였다. 본 인의 작품에서 설정하고 있는 여성 주체, 즉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 및 작가와 동조할 관람자는 이렇게 가부장제가 “여성”으로 호명하는 데 순응하지 않기 위해 수시로 도피하려는 여성 주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