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구성방식에 의한 작품 분류
이 장에서는 앞에서 살펴 본 여성향 서브컬쳐의 이중 은둔의 전복 적 성취들을 내포하는 요소들이 작품 안에서 구현되는 과정을 살펴본 다. 작품의 내용을 구성하는 방식과, 사용한 기법에 따라 분류하였다.
제 1 절 명작의 직접적 참조
초기 작품에서는 잘 알려진 고전 명작의 성 역할을 전복하는 시도 를 하였고, 장지 인물화 기법을 주로 사용하였다. 그 과정을 예시와 함께 설명하기로 한다.
“남자다움”이 표현된 장면에서 가져왔다. 즉 용맹함이나 신의, 권위, 또는 사대부의 고매한 정신 등을 다룬 작품을 참조하고 직접적으로 인용하였다.
<臥虎(【작품 1】)>의 인물 포즈는 프랑스의 로코코 화가 부셰 (Francois Boucher: 1703~1770)의 소파 위의 누드([도판 27])에서 차 용한 것이다. 부셰의 이 그림이 여성의 직업이나 성품이 아닌 성적 매력만을 강조한 그림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본인은 그림 속 여 성과 같은 자세를 취한 만화적 미소년을 화면 전면에 그려넣고, 배경 은 앞서 [도판 28]을 통해 설명한 원대 화가 유관도의 소하도를 따라 그렸다. 원작에서 여성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아름답지 못한 용모 를 내보이던 남성의 자리에, 지극히 여성들의 시각적 쾌락만을 목표 로 한 남성을 들어앉힌 것이다. 소년의 공간은 선비의 처소처럼 꾸며 져 있고, 뒤에는 산수화가 그려진 병풍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배경은 원작에서처럼 주인공의 고매한 성정을 상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림의 관람자인 여성이 성적 상상을 펼칠 공간에 이국적인 느낌을 더 하는 소품으로 의미가 바뀌었다.
<桃園結義(【작품 11】)>는 서양 미술에서 오랜 전통을 지닌 “미 (美)의 3 여신” 도상을 모티프 삼아, 카노바(Antonio Canova:
1757-1822)의 작품([도판 11])에서 구체적인 포즈와 구도를 차용한 그 림이다. 그림의 주제는 『삼국지』의 세 주인공 유비, 관우, 장비가 천하통일의 목표 하에 의기투합하여 의형제를 맺는 장면이다. 이 그 림에서도 “용기”, “의리”, “충절”등 남성적인 가치를 상징하는 장면을, 세 청년의 미모를 한 자리에 두고 감상할 장면으로 바꾸었다.
[도판 27] 프랑소와 부셰, <소파 위의 누드(Nude on a Sofa)>, 1752, 59x73cm, 캔버스에 유화, 독일
알테피나코테크.
[도판 28] 유관도, <소하도(消夏圖)>, 13세기 말, 30.5x71.1cm, 견본 수묵담채, 미국 넬슨-앳트킨스 미술관.
【작품 11】 <桃園結義(Oath of Brotherhood in the Peach Garden)>,
162.2×130.3cm, 장지에 채색, 2006.
[도판 29] 안토니오 카노바,
<미의 세 여신(The Three Graces)>, 1814~7, 163x97.2x57cm, 대리석, 영국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
마찬가지로 <적법한 후계자의 적법한 양육 (【작품 12】)>은 인 물 포즈를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의 <레다와 백조 ([도판 30])>에서 백조와 결합하는 여성 누드에서 차용하고, 백조를 선비의 상징인 학으로 대체하여 성적인 장면을 연출하였다.
<샘(【작품 13】)>의 인물 포즈는 앵그르의 <샘(【참고도판 3 1】)>에서 차용하였다. 그림 속 여성의 고혹적인 자태와 매끄러운 피 부, 그리고 특히 물동이에서 흘러내리는 물의 점액질 같은 질감 표현 때문에 매우 관능적이라고 평가되는 그림이다. 배경에는 수묵 산수화 의 고전인 북송대 범관의 <계산행려도 (【참고도판 32】)>를 그려넣 었다. 소위 거비산수(巨碑山水, monumental landscape)라 불리는 북
송대 회화에 있어 화면을 압도하는 주산(主山)은 황제의 권위를 상징 하며, 특히 범관 그림의 장벽과도 같이 위압적인 산은 무력에 가까운 강한 힘을 느끼게 한다.142) 그러나 샘에서 이와 같은 권력, 즉 남성 에게 허용된 정치적 힘은 남성 신체의 관능성에 밀려 배경으로 물러 나 있다. 검은 산은 남성의 창백한 피부의 광택을 강조하는 조형적 장치이다.
【작품 12】 <적법한 후계자의 적법한 양육(The Rightful Breeding of the Rightful Heir)>, 90×145cm, 장지에 채색,
2006.
[도판 30] 피터 폴 루벤스,
<레다와 백조(Leda and the Swan)>, 1600년경, 64.5x80.5cm,
판넬에 유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臥虎(【작품 1】>와 짝을 이루는 <藏龍(【작품 2】)>은 특정 명작을 차용하여 제작한 것은 아니지만, 동아시아 전통문화에서 왕권 (남성적 권력)과 관련된 도상을 적극 활용하였다. 왕을 상징하는 용은 문신으로 묘사되어, 가슴부터 복근까지의 굴곡에 시선이 집중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황제의 상징인 5조룡(五爪龍)이 그려진 황룡
142) 양 신 외, 앞의 책, pp. 100-102 참조.
포와 일월오악도병풍(日月五嶽圖餠風)은,143) 남성의 정치적 권위를 상 징하던 본래적 역할에서 벗어나 여성적 판타지의 배경이 되었다.
[도판 31] 쟝 오귀 스뜨 도미니끄 앵 그르, <샘(The Source)>, 1856, 163x80cm, 캔버스 에 유채, 프랑스 오 르세 미술관.
[도판 32] 범관, <계 산 행 려 도 ( 溪 山 行 旅 圖)>, ca. 1000, 206.3x103.3cm, 비단 에 수묵 담채, 중국 고궁박물관.
【작품 13】 <샘(The Fountain)>, 145x90(cm),
장지에 채색, 2006.
143) 용포의 앞·뒤, 양 어깨의 네 곳에 부착하는 보(補: 둥근천에 용을 수놓은것)는 신분을 나타내는 표시로 지위에 따라 용의 발톱수를 달리하였다. 초기에는 황제 황후는 5발톱, 왕과 비는 4발톱 용을 수 놓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종 31년(1449) 에 왕은 5발톱 용문, 왕세자는 4발톱용문의 옷을 착용하도록 했다. 본인 작품에 사용된 용문은 좌룡(坐龍)으로, 머리부분이 정면을 향하고 정면좌(正面座)를 하고 있는 듯한 용이다. 턱 아래에는 여의주가 있으며, 발톱은 각기 다른 형태로 제 방 향을 향하여 퍼져 있고 몸은 위로 구부러졌다. 용무늬 중에서 최고로 고귀한 형 태로 여겨져 왕의 복식이나 물품에 주로 시문되었다. 이상 궁중 문양의 상징성과 패턴은 http://royalpattern.culturecontent.com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