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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역할 및 오리엔탈리즘적 클리셰의 전복

2008년 서울의 아트포럼 뉴게이트에서 개최한 두 번째 개인전

<전신(傳身)>에서는, 2007년 미국으로 석사학위과정 유학을 떠나 1년 간 메릴랜드 미술학교(Maryland Institute College of Art, 이하 MICA)에서 수학하며 그린 작품들을 전시하였다. 이 시기에도 명작을 직접적으로 인용한 그림들을 그렸으나, 그보다는 원전을 연상시킬 수 있는 요소를 부분적으로 발췌하여 활용한 작품들을 본격적으로 제작 하였다. 즉 특정한 원작을 가리키기보다는 미술사의 몇몇 장면을 복 합적으로 상기시키도록 그렸다. <대장군사전도(【작품 15】)>와 <대 장군출전도(【작품 16】)>는 미켈란젤로(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475-1564)가 조각한 로렌초 디 메디치와 줄리아 노 디 메디치의 모습([도판 33])에서 출발한 그림이다. 참조작과 마찬 가지로 두 인물이 각각 정적인 모습과 동적인 모습으로 대비를 이루 는 한 쌍의 형식을 갖췄다. <胸中萬花(【작품 17】)>는 신윤복(申潤 福: 1758-1814) 의 <미인도(18세기말-19세기초>)를 염두에 두고 시작 한 작품이지만, 원작을 전체적으로 차용하지 않고 옷고름을 만지는 손 모양과 부분적으로 보이는 버선코만을 활용하였으며, 원작에 적힌

시구 중 일부분(“胸中萬花”)을 제목으로 사용하였다.

【작품 15】

<대장군사전도(大將軍思戰圖, The General Contemplating

War), 부분, 162x70cm, 장지에 채색, 2008.

【작품 16】

<대장군출전도(大將軍出戰圖 , The General Going Into Action)>, 부분, 162x70cm,

장지에 채색, 2008.

[도판 33] 미켈란젤로, <로렌초 디 메디치의 무덤(The Tomb of Lorenzo di Medici)>과 <줄리아노 디 메디치의 무덤(The Tomb of Giuliano di Medici), 1524-1531, 630x420cm, 이탈리아 피렌체 산 로렌초 교회 내부의

메디치 채플.

[도판 34] 오가타 코린, <홍백매도(紅白梅圖) 병풍>, 18세기, 152×172.2cm, 금지에 채색, 일본 시즈오카현 아타미 시 MOA 미술관.

【작품 17】 <胸中萬花>, 135x55cm, 장지에 채색, 2008.

이 시기에는 미국 유학 당시 직접적으로 체험하던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언급도 작품에 포함하고자 하였다. “동양”을 향한 서구의 시선 을 반영하는 전형적인 요소들을 활용함으로써, 현대 미국에서도 여전 히 동아시아는 타자화되고 환상을 덧입히는 대상임을 언급하고자 하 였다. 대장군사전도와 대장군출전도의 배경에는 호피, 일본도와 갑주

등 서구 사회에서 인지도가 높은 “동양적” 소품을 그렸고, 대장군사 전도의 물결무늬 장식은 일본의 금장벽화 작가인 오가타 코린(尾形光 琳, 1658-1716)의 <홍백매도병풍([도판 34])>에서 따온 것이다. 이러 한 “이국적인” 소품들은 그림 속 인체의 성적 대상화를 부추기는 방 식으로 활용된다. <Honor(【작품 18】)>의 길고 가는 곰방대와

<The Undercover Assassin(【작품 14】)>의 부채는, 서구 사회가 동아시아의 평범한 생활용품을 원래의 의미에서 절취하여 “동양”이라 는 성적인 대상을 구성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양상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