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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주 10. 나, 하느님의 도구이자 사랑을 주고받는 존재

Ⅴ. 논의

2. 결론

본 연구에서 드러난 가톨릭신자들의 죽음불안 경험은 어떠한가에 관한 통합적 인 탐색을 하였다. 연구결과는 가톨릭신자들의 고유한 경험에 대한 이해를 바탕 으로 죽음불안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체계 수립에 기여하고자 한다.

첫째, 가톨릭신자들이 죽음 직면 시 예측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봉착하였을 때 한 인간으로서 겪게 되는 죽음에 대한 불안은 종교성과 상관없이 심리적 반응 표출, 그리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확실성으로 인한 정신적 혼란감이 나타났다. 죽음불안을 유발하는 첫 번째 동인인 죽음, 즉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비단 종교적 신앙인이라고 하더라도 생과 사를 오가는 극적인 사건 앞에서 인간 이 보이는 공포와 부정 등의 부정적인 감정은 존재의 근본기분임에는 틀림이 없 다. 따라서 인간 존재가 지니고 있는 이러한 죽음불안의 보편적 특성은 가톨릭신 자이더라도 죽음직면을 당했을 때 죽음에 대한 심리적 불안이 일어나는 현상은 누구나 예외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 심층에서 일어나는 죽음의 본성적 불 안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는 실제로 죽음직면 시 밑도 끝도 없는 불안감을 유 발시켜 심리내적인 문제, 즉 정서적․인지적․행동적 영역에 황폐함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죽음불안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죽음불안으로부터 심리적 위축, 막연한 불안, 나아가 자기소외에서 해방되기 위해 그 자신이 죽음에 직면 했을 때의 죽음불안 두려움의 내적현상을 체득할 수 있는 교육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둘째, 참여자들은 이러한 존재의 사라짐을 예고하는 죽음 직면 경험을 통해 자 신들의 죽음관이 부정적이고 두려운, 즉 죽음을 삶의 일부로 수용하지 못하고 회 피하거나 망각한 채 살아왔음을 인식하였다. 삶과 죽음의 두 영역 모두를 이원론 적으로 격리한 탈인격화의 비극은, 인간 자신의 삶에 대한 보편적인 죽음을 실존 적으로 심각한 위협에 대한 반응으로 여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죽음과 관련된 생각들, 즉 죽음의 필연성과 일상생활에서 그 자신이 직접 체험할 수 없 는 그러니까 죽는다는 것이 실제로 무엇인가를 잘 모르기도 하고 아예 알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대 의학의 발전과 개인화된 의료 데이터로 유용한 건강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첨단기술이 주도하는 의료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죽음인식(자각)은 점점 더 나와 상관없는 단지 ‘아직 아니’라고 철저히 무 관심한 태도를 유지한다. 삶과 죽음을 둘로 철저히 쪼개어 버리려는 모든 행위들 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심리내적 영역의 문제뿐만 아니라 죽음의 불가피성 에 대한 부재와 금기(taboo)로 분명 인위적인 삶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유한한 존재인 인간 그 자신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존(존재)에 대한 참된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연구 참여자들이 죽음직면 시 죽음불안을 경험했던 실제 연령이 대부분 40~50대였다.

이 시기에는 가정․직장․사회에서 바쁘게 활동하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거나 생존경쟁과 물질적 이익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므로 갑자기 들이닥친 실존적인 위기를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예방교 육 지원이 요구된다. 따라서 죽음불안에 대한 재정립의 근간을 이루기 위한 방안 으로 실존주의 심리치료(상담)과 영성상담이 병행되어 일상생활에서의 죽음 이해 와 한계 상황들, 즉 죽음직면과 죽음자각, 극심한 질병과 사고와 같은 경험에 대 한 올바른 정립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영성상담이 필요한 이 유는 가톨릭신자들의 삶과 신앙은 한 배다. 그들은 삶 속에서 자신, 타인, 자연 그리고 절대자 하느님과의 관계성(connectedness)의 측면들이 현상적으로 나타난 다. 다시 말해 관계성의 성숙은 자신과 이웃,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믿음, 가 치, 생활양식 등을 형성하여 대인관계를 통한 사랑과 용서, 믿음의 기본이 되는 실존적 영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셋째, 참여자들의 죽음 직면 사건은 자신들의 내면 안의 온갖 장애물과 한계를 대면하면서 현 시대의 물화(物化)에 매몰된 삶의 생활양식, 죽음문화에 습득되다 보니 기복신앙에 빠져 ‘나’와 ‘내 주변 사람’에만 집착하는 신앙행태를 보여주었 다. 또한 죽음이나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직면하게 되는 죽음불안은 근본적인 기 분 불안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참여자들은 이에 따른 느낌이나 사고를 억누르면 서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빨리 자신의 고통을 영성화시키려는 영적합리화, 그리고 통제할 수 없는 고통 이후에 실존적 고립과 소외감으로 영적인 결핍을 드러냈다. 이 연구는 죽음을 직면한 가톨릭신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인간의 보 편적 특성인 죽음불안 경험을 밝혀내었다. 그러나 이러한 죽음사건의 한계체험을 있는 그대로 대면하기보다는 하느님의 뜻으로 서둘러 영성화시키려는 영적합리

화와 실존적 외로움과 소외로 영적인 결핍까지 겪으면서 신앙인이라면 모든 것 을 참고 견뎌야 한다는 자신만의 절대 진리의 오류에 빠지기도 한다. 따라서 자 기 안에 있는 고통스런 상황이나 심리내적인 부분을 대면하기보다는 외면하게 만듦으로써 자신과의 단절뿐만 아니라 하느님과의 단절에까지 이르게 되므로 이 러한 잘못된 신앙행태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가톨릭교회의 각 교구별로 정 기적인 신자 재교육(영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더 나아가서 적절한 신자 재교육 을 통해 가톨릭신자들이 하느님 모상대로 창조되어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육적 인 존재인 동시에 그것을 초월하는 영적인 존재로서의 전인적 차원의 영성, 즉 인간의 구성요소인 육체․정신․영혼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뤄 개인의 내적 무 질서함을 바로잡아 주는 통합적 영성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이러한 죽음사건을 통한 죽음불안이라는 부정적인 경험은 오히려 참여자 들에게 삶(신앙)의 변화를 가져왔다.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가 더 돈독해짐과 동 시에 가족, 타인, 공동체와의 유대감과 친밀감, 그리고 도움과 감사, ‘우리’라는 정체성의 확장이 이루어졌다. 또한 참여자들의 죽음에 대한 자각은 삶의 의미성 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절대자 하느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 즉 그 자신으로 변모되어 나가고 있음을 드러내었다. 삶은 리허설이 아니라고 말한 Yalom의 말처럼 단 한번뿐인 삶, 즉 생(生)의 의미를 찾고 이 안에서 일상의 행 복을 발견하려는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나도 언젠가는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인식은 인생만큼이나 소중한 보물이지만 그냥 무덤 덤하게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신자이든 비신자이든 간에 구분 없이 자신의 주변에 있는 실존적인 상황을 선택적으로, 즉 간접체험을 통해 죽음에 대한 실존적 자각을 배울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간접체험을 접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죽음불안 자각을 높일 수 있는 도구들이 있겠으나 연구자는 죽음 직면 사건으로 죽음불안을 경험한 사람과 함께 이러한 일련의 과 정들을 공유하는 소그룹 나눔을 제안하고자 한다. 타인의 죽음사건이 그 자신의 죽음을 상기시키는 가운데 죽음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상상하도록 유도하면서 죽 음에 대한 성찰 또는 묵상으로 연결하도록 도와주는 방법은 죽음을 자각하게 하 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죽음과 대면한 사람의 극적이고 점 진적인 변화를 접하면서 자신도 좀 더 실존적 자각의 기회를 갖게 되며 삶의 우

선순위를 재평가하는 긍정적인 경험으로 체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이 연구의 최종적인 단계에서 죽음불안의 핵심 체험으로 도출된, 즉 하느님의 도우심(자비)으로 말미암아 그 자신이 ‘새 인간의 형상으로 존재하며 살아가는 나’는 그전과는 또 다른 삶과 죽음의 깊이를 인식해 나가면서 인격적으 로 성숙하고 변형된 자기(self)를 만나게 된다. 이러한 핵심 체험은 가톨릭신자로 서 죽음직면 사건 시 죽음불안을 통해 얻게 된 소중한 보물, 즉 나는 신앙인으로 서 하느님께로부터 왔기 때문에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가려는 종말론적인 감각을 인식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오늘이 이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그 누군가와 함께 실존하며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