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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1. 연구의 필요성

어제는 그의 차례요, 오늘은 네 차례다(집회 38, 22).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게 필연성이 내포된 죽음사건은 죽어야 될 그의 운명을 돌이켜 보면 네 운명도 그 와 같다는 사실이다. 태고 적부터 인간에게 있어서 이러한 죽음은 절대적인 것으 로 피해갈 수 없고(신승환, 2013; 윤종식, 2013; 정달용, 1980; 정성호, 2011; 홍경 자, 2013; Doka, 1993/2006; Yalom, 1980/2007) 인간은 순간순간 죽음이라는 숙명 적인 사건에로 나아가는 존재이다(구인회, 2003; 김정우, 2002).

그래서 고대 희랍인들은 인간은 죽어야 할 존재, Augustinus는 그의 「고백 록」에서 인간은 출산에서부터 죽어가고 있는 과정에 있으며 이 과정이 끝나는 순간이 죽음이다. Heidegger 또한 「존재와 시간」에서 인간을 죽음에로 향한 존 재로 규정해 왔다는 것은, 인간존재는 인류역사의 시초부터 유일회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으므로 죽음의 불가피성(정재현, 2009; 조규만, 1997)에 대해 끊임없이 언급하였다. Karl Rahner도 오히려 죽음이 있기에 삶은 곧 의미와 가치(김정우, 2002)를 지닌 자기비움(kenosis)으로서의 죽음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인간은 죽는다.’라는 명제(홍진국, 2010)는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어디 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다. 같은 사회, 같은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이라 해 도 죽음을 인식하는 방법은 의식구조와 생활양식 또는 종교적인 배경에 따라 다 르다(이영순, 2010; 정성호, 2011).

한편 도교, 불교, 유교, 거기에다 그리스도교 요소까지 가미된 다양한 종교적 문화의 혼재, 상호보완이 내재되어 있는 한국 사회(우재명, 2007; 윤종식, 2013)에 서 가톨릭신자로서 죽음불안 사건이라는 한계상황에 직면했을 때 전통종교와는 다른 종교적 인간으로서의 실존적 위기 체험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파악 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연구에서 종교성의 강도와 죽음불안 정도와의 관계를 연구

한 결과들(William & Cole, 1968; Feifel & Branscomb, 1973; Kalish &

Reynolds, 1976; Wagner & Lorion, 1984)을 보면 종교적 믿음이 강한 사람들이 낮은 죽음불안 정도를 나타냈다고 보고하였기 때문이다(조지연에서 재인용, 1989). Ward(1979/1983)도 신앙심은 죽음에 관한 태도와 복합적인 관계를 지니는 데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 보다 낮은 죽음의 불안을 표현한다고 했다(Ward, 1979/1983; 노은숙, 2009).

그러나 인간은 종교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라도 죽음을 비켜갈 수 없는 존재이 기에 죽음에 대한 불안이나 두려움도 가지게 되는데(김경자, 1993) 최근 영국 코 번트리대학 국제공동연구팀에 따르면 신자와 무신론자 간 죽음불안의 차이가 없 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연합뉴스, 2017). 즉 죽음에 대한 공포는 종교적 믿 음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두려운 사건임에는 틀림없다(황창연, 2016)는 말이다.

또한 종교적 신앙을 가진 많은 이들이 죽음에 직면했을 때 여전히 심리적 불 안과 두려움을 지니고 있으며 심지어 나이가 많은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에 대한 주제에 대하여 불편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박선희, 2010; 박소윤, 2017).

더 나아가 인간 존재의 유한성에 따른 죽음공포와 죽음불안(두려움)은 그리스 도인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Kübler-Ross의 말처럼 죽음을 삶의 한 부분 으로 보기에는 부정적인 면이 많다(우재명, 2007)는 사실에 죽음 자체를 상대화 시키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은 삶의 과정에서 언제나 동반하는 삶의 내재적 한 계로서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홍경자, 2013).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인간의 삶과 죽음의 문제에 절대자를 개입시키려 하지 않은 한국의 전통종교는, 그리스도교의 죽음이해와 생명현상 작용을 달리 (김교빈, 2006; 김정우, 1982; 양지훈, 2017; 우재명, 2007; 윤호진, 1997; 홍진국, 2010)하므로 가톨릭신자만을 대상으로 예기치 않은 죽음직면 상태에서 그들의 죽음불안 경험은 어떠한가에 관한 연구 질문에 초점을 맞추었다.

인간은 싫든 좋든 간에 누구나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실존의 인간은 스스로 죽음의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는 유한성(김창수, 2013)과 오직 개별적인 인간이 자신의 죽음과의 관계, 즉 절박하게 다가오는 삶의 종말로서의 죽음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파악(홍경자, 2013)하기 위해 죽음과 관련된 연구 들은 연령, 성별, 종교성, 건강, 성격 등 다각적으로 모색되었다.

먼저 죽음에 관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죽음과 관련된 대부분의 연구가 사회 조사연구로 주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죽음태도와 이와 연관된 요인 간 패턴을 밝히는 연구(이지영, 2004)였다. 죽음불안 역시 노인과 관련된 연구(곽지애, 2016) 들이 주를 이루었다.

더 개괄적으로 나열하자면 죽음에 대한 태도, 죽음불안과 삶의 의미수준, 자기 초월, 영적안녕 간의 관계를 밝힌 연구(김순이, 이정인, 2013; 조지연, 1989; 한미 정, 최정윤, 1999), 자아통합과 내재적 종교정향에 따른 죽음불안, 그리고 죽음공 포․죽음수용에 미치는 영향, 죽음불안 및 생활만족 관계에 대한 연구(고종향, 2015; 김경자, 1993; 김은지, 2005; 노은숙, 2009; 송병숙, 2012; 장휘숙, 최영임, 2007), 죽음불안이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박경은 등, 2013; 박 선애, 허준수, 2012), 사회적․심리 정서적 요인이 죽음 불안과의 관계를 확인하 기 위한 연구(김귀분, 최연주, 2014), 영성, 사회적지지, 우울이 죽음불안에 영향 을 미치는 연구(윤현숙 등, 2015)들이 있었다.

또한 호스피스, 암 병동 간호사의 죽음불안 및 임종간호태도 연구(김성자, 2015; 홍은미 등, 2013)와 죽음준비 및 교육이 죽음불안과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김웅지, 2017; 이영순, 2010; 임송자, 2012)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그리고 죽음불안과 관련된 기존의 사회 인구학적 변인에 관한 연구결과가 일관되게 나 타나고 있지 않다(김연숙 등, 2009; 이예종, 2005; 최외선, 2007). 이와 같은 이유 는 죽음을 표현하기를 꺼려하는 혹은 의식적으로 억제하여 잠재되어 있는 죽음 에 대한 인식을 충분히 도출하기 어렵다(이지영, 2004)는 것과 죽음이 가지고 있 는 복잡한 속성 때문이다(이영화, 1997).

한편 죽음 인식과 불안 경험을 현상학적으로 탐색한 연구는 참여자가 노인이 었으며 종교관 또한 다양하게 시도되었다(서현미, 2013; 이지영, 2004). 김대동 (2005)의 연구에서는 죽음 직면자들의 의식변화와 자신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 치는지 근거이론 접근방법을 취했는데 여기에 참여한 대상자들 또한 다양하였다 (김대동, 2005). 그러나 가톨릭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죽음불안 현상학적 선행 연 구들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죽음불안은 인간 존재의 유한성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경험되는 삶의 필연적인 종말이자 정지(고종향, 2015; 신은주, 2011)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국 가톨릭

교회는 신자들에게 신앙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그리스도교적 죽음관 정립 교 육을 충분히 제공해 주지 못했다. 물론 교회 안에서 죽음의 신학적 성찰, 죽음의 식과 이해, 장례예식에 대한 고찰 연구가 많이 있어 왔으나 실제로 신자들이 실 존적인 삶을 살아가면서 존재의 소멸에 따른 엄청난 고통 그리고 죽음직면 경험 에 대한 질적 연구가 미진하였음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요청된다.

단 한 사람도 누군가를 대신하여 죽을 수 없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죽음은 홀 로 직면해야 하는 단독자로서의 존재이다. 냉정한 진실인 죽음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이 죽음으로부터 엄청난 기쁨의 원천을 발견하라는 것은 정말 큰 도 전이다. 그만큼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실로 크기 때문에 이성적 인간이자 종교적 인간을 지향하며 살아가는 가톨릭신자들의 예고 없는 죽음불안 현상은 어떠한가를 그들만의 시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