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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망각에서 인지(認知)로의 탈바꿈

삶이 곳곳에 존재하듯이 죽음도 그에 못지않게 인간이 존재해온 시간만큼이나 오랫동안 죽음과 관계를 맺어왔으나(Ameisen, Jean-Claude et al., 2013) 참여자 들은 톨스토이가 말했듯이 죽음을 망각한 생활을 하며 지냈다. 삶과 죽음의 의미 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 없이 일상적 습관에 매몰되어 죽음이 언젠가 나중에 올 사건으로만 나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생각하고 죽음 사실의 부재로 무디게 살아왔음을 드러내었다. 참여자들 개인에게 충격적으로 던져진 죽음불안 은 나를 죽이는 것이 아닌 내 자아(self)가 새롭게 태어난다는 사실을 점차적으로 인식하는 경험을 하였다. 도출된 하위범주로는 ‘죽음을 잊거나 기피’, ‘죽음을 점 점 더 수용’함이다.

주제 1. 죽음을 잊거나 기피

죽음은 인간의 실존적 삶의 조건이자 인간의 역사에 계속해서 되풀이 되어 왔 다. 20세기 후반 죽음의 세속적 신화에서 죽음은 철저히 개인화되고 부정과 기 피, 나아가 망각과 억압의 대상이 되었다. 죽음을 배제하고 망각하고는 본래적 삶을 기대할 수 없고(박형국, 2013) 시간을 지배한 후 다시 일상에 매몰된 채 살 아간다. 죽음이야말로 절대 타인이 대신할 수 없는 각자의 실존에 가장 깊이 연 관된 일회적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죽음만은 당장 자신과 먼 이야기라 고 회피한다(이선아, 2013). 참여자 3을 제외하고 모두 무관심, 그러니까 죽음과 대면해야 할 존재임을 잊거나 회피하며 빈 상태로 살아왔음을 고백하였다.

1)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먼 죽음

죽음에 대해 생각 안 해 본거 닮아. 아예 생각 안핸. 죽음을 멀리하고 생각을 안했주 게.(참여자 1)

죽음에 대해선 그냥 생각 안하고 뭐 애들 키울 때는 두통으로 머리가 너무 아파서 구 토도 올라오고 진통제 먹고 이틀을 꼬박 누워 있고 하여튼 두통으로 고생했어. 이때도 애들 걱정만 했고 암 선고받기 전에는 죽음에 대해 생각도 안 해 봤어.(참여자 2)

나는 내가 죽음을 그렇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어. 죽음을 별로 진짜로 별 생각 안 해봔 죽음을… 나 스스로 ‘아 이게 죽는다.’ 이런 생각은 사실 안 해봤어. 나는 음 남 의 일로만 생각했어.(참여자 4)

고통도 그렇고 그런 생각을 깊게 해보지는 안 해본 거 닮아. 어떻게 살아볼까 하는 사 는 것만 생각했지 죽음에 대한 거는 안 해봔. 죽음에 대한 생각보다는 현재 어려운 것만 생각했지.(참여자 5)

어디 뭐 죽었다 하면 쳐다보기도 싫고 가까이 가기 싫어서 그래서 생각하기도 싫었었 는데 나한테 올지 어떻게 알았겠어.(참여자 6)

그전에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았고 나와 거리가 멀게 느꼈죠. (꿈을 꿨음에 도 불구하고) 꿈이라고만 생각하고 그걸 지금쯤 이제 꿈을 꿨다고 하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단계가 됐겠지만 그 당시에는 이제 그런 일이 있었다 젊어서는 죽음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고 그건 오랫동안 지속되지 못하더라고요.(참여자 7)

2)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지!

죽음은 무서웠어요. 두려움 두렵고 무서움 내꺼 아니다 그냥 피하고 두려워서 나하고 는 상관없는 거… 내가 죽음을 친정아버지도 돌아가시고 그렇게 했지만 옆에서 보면 그 죽음이 그냥 내 거 아니었던 거 그때는 그 남의 얘기고 생활에 돌아와서도 근데 나하고 는 지금의 저랑 봤을 때도 정말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없는…(참여자 6)

죽음, 죽는다는 것은 이렇게 죽음에 대해 생각을 안 해봤고 뭐 그냥 나하고 거리가 멀 다고 느꼈지. 나하고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지.(참여자 8)

주제 2. 죽음을 점점 더 수용

죽음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비참하고 참혹한 사태이기는 하지만 인간인 한에 서는 불가피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이다(김귀룡, 2017). 하이데거는 인간이

‘죽음을 위한 존재’이므로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세에서 죽음에서의 자유 가 가능하고 나아가 진정한 삶이 가능함을 밝혀주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너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라.’(집회서 7, 36)는 말은 이생의 마지막인 죽음을 언제나 삶 속에서 기억하며 살아가라는 말로서 그리스도인은 일생에 걸쳐서 사후의 생 을 위해 끊임없이 죽음을 준비(박형국, 2013)하도록 격려한다. 왜냐하면 죽음은 삶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 안에 있는 현상이므로 죽음은 삶의 현실임을 인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참여자 5는 현실의 생존을 위한 과정에만 집중하 다가 긴박한 죽음에 직면하면서 삶과 죽음은 나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수레의 한 바퀴임을 깨달아 나가면서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 다른 참여자들도 마찬가지로 이 죽음직면으로 심적인 변화 뿐만 아니라 위기 전보다 신앙의 감각, 즉 참여자 자신들이 세상 속에서 땅에 발 을 딛고 믿음 안에서 죽음을 더 이상 두려워 할 대상이 아님을 점점 인식하게 되었다.

1) 봉사활동으로 죽음을 생각하며…

뭐 그냥 연도회하면서 봉사활동하면서 평상시에 돌아가신 분들 보면서 어떻게 내가 죽 어야 할지 생각했지. 현재도 그와 마찬가진데 어차피 죽을 한 인간인데 안 죽을 수 없는 데 내가 살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아쉽지만은 그래도 받아들어야죠. (참여자 3)

2) 이젠 자연스럽게 순연히 받아들이죠!

우리가 자연스럽게 죽어야 하는 거 아니. 죽을 때까지 갈 때까지 자연스럽게 가는 거 지. 나는 안 죽는다고 할 수 없잖아.(참여자 1)

죽음에 대해선 아 그니까 천주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하 잖아. 그리고 또 (예수님께서) 죽었기 때문에 십자가의 길을 하면서 항상 생각하는 것이 예수님이 사형선고 받은 거에서 그것이 떠오르지. 어릴 때는 그렇게 못했는데 나이가 들 면서 더 이해하게 돼.(참여자 2)

그 수술도 안 되고 항암도 안 되고 이럴 때는 그냥 주어지는 선에서 그냥 받아들어야 되겠다 이런 생각으로 좀 마음이 넓혀졌다는 이런 생각이 들어.(참여자 4)

불편 없이 아무렇지 않게 남한테 신세지지 않고 내가 뭐 살려 달라 그런 걸 안하고 편 하게 죽음에 대해 편안하게 달라고 기도해진 거 닮아. 무작정 매달려서 살려달라는 그런 걸 안하게끔 해달라고 무의식중에 그런 기도를 하는 거 닮아. 자연스럽게 죽게 해달라고 그 기도를, 솔직히 죽어났다 살아난 사람인데…(참여자 5)

아직은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요. 근데 점점 더 수용하는 단계로… 점점 시간이 갈수록

‘안 죽어요. 안 죽어요.’ 하지는 않을 거 같아.(참여자 6)

죽음이란 무엇인가? 아 하느님의 뜻이다. 죽음이라는 것을 깊게 생각하지 말자. 언젠가 는 내가 돌아가야 하니까 두려울 게 뭐가 있나 내가 이렇게 잘못했던 거 하느님한테 음 회개하면 되는 거고 하느님 뜻 안에서 잘 살고 뭐 두려워하나 그렇잖아요. 지나간 거에 대해서 죄책감 느끼는 거 아니니까 그래서 하느님한테 딱 넘겨 버렸어요. 죽음을 잊어버 리는 게 아니라 태연해 진거죠. 이젠 아무것도 아니다. 죽음을 갈 때 되면 가는 거니까 언제라도 이게 나한테 온다면 순연히 받아들이고 두렵지 않아요. 죽는 게…(참여자 7)

앞으로 우리가 평상시에 몸이 아프든 안 아프든 우리는 언제 죽어도 죽을 텐데 음 어 차피 죽으니까 죽음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가끔 들어 요. 그래서 낼모레 70이 돼가니까 이정도 살아도 오래 살았다 하지. 뭐 우리 책을 봐도 그렇잖아요. 그 죽기 전에 음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정도로 해야 되겠다 그런 생각이 들고… 그러니까 죽음에 대해서 너무 음 뭐라고 그럴까 우리 나이 정도가 되면 70이 되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참여자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