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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경험

Ⅱ. 이론적 배경

3) 죽음: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경험

Yalom은 인생을 가치 있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 애정을 느낄 수 있게 하면서 모든 사물을 깊이 있게 사랑하게 하는, 이런 모든 경험은 당신도 언젠가는 없어 질 운명이라는 것을 인식하는데서 비롯된다고 말한다(Yalom, 1998/2010). 이러한 자기인식은 인생 그 자체만큼 소중한 보물이다.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치명 적인 상처를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자기인식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자기인식은 많은 대가를 치른 후에 얻게 되고, 이것은 인간을 인간으로 만든다. 죽음에 대한 불안은 존재의 한 부분으로 어떤 개인도 죽음불안 없이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Yalom은 죽음에 대한 자각을 자신의 심리치료에서 치료적 발판(안 남희, 2016)으로 삼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주변에 있는 실존적 상황을 상기하는 것을 부인 하거나,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Yalom은 사랑하는 가족과 같이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자신도 죽음을 맞을 수 있다는 실존적 자각을 가장 잘 촉진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부모가 죽는다면 우리와 우리의 무덤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지게 되면서 우리를 지켜줄 방패가 사라지게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Donne은 유명한 그의 설교에서 ‘부음이 다음에 누구에게 울릴지 알지 못한다. 그것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타인의 죽음이 나의 죽음을

상기시킨다는 것을 강조한다(Yalom, 1998/2010).

또한 Yalom은 생일이나 기념일 같은 단순한 이정표들이 죽음 자각을 유도하 는 치료의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Yalom, 2014). 동창회, 생일과 기 념일, 재산정리, 유서작성, 50회, 60회 생일 등 삶의 이정표들이 죽음자각을 증대 시키는 하나의 촉매제로 작용한다. 그리고 꿈과 공상, 심각한 질병 등도 죽음자 각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때로 ‘나이 들어가는 것’을 생각나게 하는 일상의 일들을 통해 좀 더 깊은 실존적 자각의 기회를 갖게 된다. 이러한 죽음자각은 삶의 우선순위를 재평가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경험이 된다 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안남희, 2016).

실존주의에 의하면 죽음은 인생의 거울(정동호 등, 2004)이다. 그러므로 죽음의 자각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도움도 필요하다. 자신의 묘비명이나 부고쓰 기, 혹은 죽음에 대해서 상상하는 것과 같이 ‘실존적 충격’의 인위적인 형태를 제 공하는 것은 존재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심오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를테면 중세 수도사의 독방 안에 해골이 공통적인 비품이었던 것은 분명 인생 의 덧없음을 생각하게 하려는 목적이었고 같은 맥락에서 스토아학파가 ‘만일 어 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기를 원한다면 죽음을 묵상하라.’라고 말한 것도 마음속 에 죽음을 염두에 둘 때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것들에 대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안남희, 2016).

이와 같이 Yalom은 죽음에 대한 자각이 개인의 변화를 유도하는 내적 경험이 될 수 있고 죽음에 대한 예견이 삶을 허무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삶에 대한 풍요 로운 관점을 제공하며 죽음을 자각할 때 ‘우리의 실존은 연기될 수 없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면서 현재의 삶을 더욱 더 충실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마음속에 죽음을 염두에 두게 되면, ‘사람은 자신에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들 이 주어졌음을 감사하게 된다.’고 한다(안남희, 2016).

그는 죽음과 유한성을 탐구하는데 교육적인 입장을 취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삶이 리허설이 아니며 ‘교환’도, ‘환불’도, 유예도 없는 단 한 번뿐인 삶 이라는 것에 직면하게 한다(Yalom & Elkin, 1974). 죽음자각은 개인 내부에 있는 죽음에 대한 방어와 죽음에 대한 태도를 탐색하도록 도우며 죽음에 대한 저항을 없앨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자각은 죽음에 대한 인식의 수용으로 이

어지고 이것은 인생의 중요한 변화를 이끄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Yalom은 죽 음에 당당하게 맞서는 것이 현재의 삶을 더욱 충실하게 하고, 삶을 ‘뒤로 미루는’

경향을 극복하도록 돕는다고 말한다(Cooper, 2014).

(2) 죽음직면

Yalom은 죽음에 대한 생각이 우리를 어떻게 구원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Heidegger의 죽음 개념을 가져온다(Yalom, 1980/2007). 우리가 한 차원 높은 존 재의 상태로 도약하려면 변경할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조건, 개인에게 충격을 주는 첫 단계, 말하자면 존재의 평범한 상태에서 존재의 온전한 상태로 끄집어내 기 위한 긴박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긴박한 경험은 훗날 Jaspers가 말한 ‘경계’, ‘경계선’ 혹은 ‘한계상황’이다(Yalom, 1998/2010). Jaspers 역시 Heidegger와 같은 맥락에서 한계상황들 중 하나로 죽음을 제시하면서 한계상황 을 경험하는 것과 ‘실존이 된다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정동호, 김귀룡, 조 대호 등, 2004).

Yalom 역시 죽음을 한계상황으로 정의하며 죽음은 이 세상에서 자신의 실존 적 상황을 직면하게 재촉하는 급격한 경험적 사건이고 그 중에서 개인의 죽음 (나의 죽음)에 대한 직면은 최대의 한계상황이며 개인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상당한 변화의 힘을 갖게 한다고 말한다. 야스퍼스, 하이데거와 함께 Yalom도 죽음을 ‘참된 삶’의 열쇠라고 본다. 이들은 모두 죽음에 대한 자각 없이는 실존의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죽음을 의식할 때 삶에의 열정과 삶의 새로운 의 미 또한 대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강선보, 2003).

그리고 죽음과 대면한 사람이 극적이고 영구적인 변화를 하게 된다면 죽음에 직면하는 바로 그 경험이 변화의 촉매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계상황에 직면하는 충격적인 경험을 ‘실존적 충격치료’의 형태이고 결코 목표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죽음에 직면해 보는 것은 삶을 더욱 충실하게 하고 삶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워준다고 하면서, 이러한 경험을 ‘삶의 의미를 일 깨워 주는 경험’이라고 명명(Yalom, 1989/2014)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삶 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경험을 통해서 인생에 대해 새로운 각성을 하게 되고 일

상적인 삶에서 존재론적인 삶으로 변화된 삶을 이끌어가게 된다는 말이다. 따라 서 ‘죽음의 직면’ 그것은 ‘삶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경험’이기에 삶의 의미는 죽 음을 통해서 알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안남희, 2016).

그렇다면 ‘삶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경험’을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어떻게 경험 할 수 있을까? Yalom은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경험은 긴급한 사건이 촉매작 용을 한다고 말하는데, 죽음에 임박하지도 치명적인 질병에 걸리지 않은 일상에 서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경험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그에 따르면, 죽음 자각과 비슷한 맥락에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주는 슬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친밀한 관계 파괴, 중요한 삶의 이정표, 의미 있는 생일, 화재, 강간, 도난 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 자녀들이 집을 떠난 후 겪게 되는 빈둥지증후군, 직업을 잃거나 새로운 직업을 가지게 되는 일, 은퇴, 실버타운으로 옮기는 일, 마지막으 로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꿈을 꾸는 것도 삶 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경험이 된다(안남희, 2016)고 언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