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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이론적 배경

2) 예수의 죽음 이해

죽음에 대한 구약의 이해를 발전시켰던 신약성경의 중심에 예수의 죽음이 있 다. 물론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은 예수의 부활이며 그리스도인들은 부활한 예 수를 믿는다. 하지만 부활과 죽음은 따로 떼어 놓고는 이해할 수 없다. 죽음 없 이 부활은 일어날 수 없으며 부활 없이 죽음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기 때문 이다. 그러므로 부활에 대한 현대 신학의 다양하고 새로운 해석도 예수의 죽음을 도외시하고서는 참된 의미를 가질 수 없다. 따라서 예수는 자기의 죽음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그리고 예수의 죽음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보는 일은 그리스 도교의 죽음 이해에 필수적이다(홍진국, 2010).

(1) 예수의 자기 죽음이해

신약성경과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보는 예수의 죽음은 깊은 차원이 내재되어 있다. 신약성경이 보는 예수의 죽음은 예수를 반대한 유대인들과 로마인들이 저 지른 사건만이 아니고 하느님이 이루신 구원업적인 동시에 예수의 자발적인 자

기희생이요 자기헌신이다. 그러므로 예수가 자신의 죽음을 어떻게 이해했는가 하 는 문제에 대해 많은 신학자들은 예수의 자기 이해에 관하여 매우 상반된 견해 를 피력하고 있다(홍진국, 2010).

이 주장들은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눈다. 첫 번째는 예수가 자신의 죽음을 예 상하고 기꺼이 죽음을 수락하면서 자신의 죽음을 많은 사람들을 위한 자기 헌신 으로 이해했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는 예수가 자신의 죽음을 전혀 예상치 못하고 비명횡사(非命橫死)했다는 입장이다. 개신교 신학자 Bultmann은 예수의 죽음은 그의 활동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가 아니라 오해로 말미암아 발생한 우연한 재앙 이었다고 주장하였다. 세 번째는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는 부류로서 예수가 자신 에게 닥쳐올 죽음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지만(마르 14, 25) 그것에 구원을 위한 희생의 의미를 부여하지는 못했다는 주장이다. 다만 죽음에 대한 어떤 기대 를 걸면서 적어도 자신의 죽음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어떤 일 정한 해석을 내렸을 뿐이라고 한다(홍진국, 2010).

가톨릭 신학자인 Pesch는 예수의 죽음을 이스라엘을 위한 구원의 죽음이자 속 죄의 죽음으로 이해했다. 예수는 구원 파견자로서의 자신의 파견을 죽음에 이르기 까지 지탱하고 자신의 죽음을 종말론적 구원의 사자의 죽음으로 즉 이스라엘을 위한 구원의 죽음, 속죄의 죽음으로 이해함으로써 해결하였다(Vorgrimler, 1998).

그러므로 예수의 죽음 이해는 그의 삶과 연관시키면서 십자가상 죽음을 통해 예수 자신이 추구하고 실제로 살았던 삶의 총체로서, 곧 온 생애를 통해 인류에 게 제시한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하 느님 사랑의 표징으로서 자신의 죽음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확신 속에 죽음을 받아들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예수가 죽은 이유는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사 랑 때문이었다. 그리고 하느님이 사랑이시라는 사실이 예수로 하여금 기꺼이 자 기 목숨을 바치게 하였고 하느님께서는 예수를 죽음에서 부활시킴으로써 당신의 자비와 사랑을 확인시켜 주셨다(홍진국, 2010).

(2) 예수의 죽음의 의미

무죄한 예수는 죄인의 죽음을 겪었다. 죄 없으신 분이 죄인을 위해서(1베드 3,

18) 그리고 죄인(요한 9, 24)처럼 죽었다. 그에게 있어 죽음은 하느님과 인간의 원수, 죄악의 결과, 삶의 파멸, 전적인 상실, 고립이었다(홍진국, 2010). 예수는 죽 음 앞에 직면하여서는 두려워했으며(요한 12, 27; 13, 21; 마르 14, 33) 할 수만 있다면 죽음으로부터 면해 주시기를 성부께 간청하였다(루카 22, 42; 요한 12, 27; 조규만, 1997). 이 역시 아담의 죄로 인한 벌로서 세상에 왔다는 것을 나타내 주며 이러한 죽음은 인간의 삶을 무의미한 단절로 전환시켜 버리는 세력으로 이 해되고 있다. 그러나 예수의 죽음은 절망적이고 암울한 상황을 초월하였다. 십자 가상에서 저주 받은 죄인으로서 고통스럽게 죽었지만 예수의 죽음을 부활과 연 관시켜 볼 때 비로소 우리는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제시할 수 있다. 즉 예 수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이제 하느님의 생명에로 들어가는 지점을 죽음 안에서 발견하게 되었다(정인상, 2007).

또한 예수는 당신 죽음으로 우리를 하느님과 화해시켜(로마 5, 10) 우리가 약 속된 상속을 받게 하셨으며(히브 9, 15) 그러기에 죽음은 부활이요 생명이신(요 한 11, 25) 그분 앞에서 물러났고 성경이 예고한 죽은 자들의 부활이 이룩되었다 (1코린 15, 14). 그러므로 예수의 부활로 인한 죽음은 이제 최후의 암흑에서의 해 방이며 희망도 의미도 없는 이기적인 죄인의 존재로부터의 탈출로서 하느님 안 에서의 삶의 완결로 이해되었다(Greshake, 1980).

그러나 비록 이러한 죽음의 의미가 나타난다 해도 거기에는 ‘신앙’이 요구되고 있다. 즉 인간은 하느님께 또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요구에 자신을 개방하지 않 으면 안 되며 하느님을 지향할 의무가 포함된 하느님으로부터의 선물로서의 삶 을 받아들여야 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살아야 한다(정인상, 2007).

이처럼 예수는 죽음을 구원의 도구로 사용하여 죽음의 의미를 바꾸셨다. 그리 고 하느님에 대한 완전한 순종과 사람들을 위한 전적인 봉사의 삶을 살면서 최 후의 순간에 하느님과 인간들을 위한 자신의 삶을 죽음 안에 집약시켜 최종적으 로 완성하였다. 무엇보다 바로 당신 자신이 하느님을 드러내 보여주는 살아 있는 계시로서, 우리를 위한 예수의 죽음은 온 인류를 위한 그 자신의 헌신적인 사랑 이었고 십자가 사건을 통해 계시의 처음이자 마지막 곧 하느님의 자기 계시가 다름 아닌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내었다. 이는 예수의 죽음으로 인간을 구원하고자 하는 하느님 구원의지와 사랑을 구체적이고 역사적

표징으로 극명하게 드러냈으므로 성사의 원형이자 절정이 된다(조규만, 1997; 홍 진국, 2010).

따라서 예수의 십자가상의 죽음 안에 모든 사람을 포옹하신다. 이는 모든 사람 이 어떤 방식으로든 그리스도의 죽음 안에서 죽고 그리스도의 죽음이 각 사람에 게 실현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세례의 의미가 여기에 있 다. 우리는 세례의 성사적(聖事的) 은총으로 십자가상의 예수와 일치하게 된다.

그리스도의 죽음 안에서 세례를 받은 우리는 ‘그분과 함께 죽음에 묻히며 그분의 죽음에 합치’된다(로마 6, 3-5). 그래서 누구든 예수를 믿은 사람은 더 이상 죽음 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그는 죽더라도 살겠기 때문이다(요한 11, 25). 부활신 앙은 예수를 믿는 이들에게 생명에 대한 새 희망을 줌으로써 죽음을 극복할 힘 을 준다. 인간은 죽음 후에 쉐올(음부(陰府))에 버려진 채 잊혀지지 않고 예수 그 리스도와 함께 부활하여 영원한 생명을 누린다는 의미에서의 부활신앙은, 그리스 도인들로 하여금 죽음을 상대화시킨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약속 하는 새 생명의 시작이기 때문이다(정인상, 2007).

5. 죽음불안에 대한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