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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4. 시사점

으로 교류할 수 있는 여건은 마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뚜렷한 자원을 지니지 않아 도농교류를 위한 기반이 미약한 마을이 다수이고, 특히 과소화 마을들의 경 우는 제약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여건이 취약한 마을이라 하더라도 출 향민 등과의 교류를 지속하는 등 외부와의 연계를 통해 마을의 활로를 모색하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35)

넷째, 관계인구 증대가 농산어촌 마을에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외부 방문객과 교류가 많은 마을일수록 기존 마을 공동체와 갈등 문 제가 커진다고 지적한 주민들이 있었고, 관계인구로 분류되는 조사 응답자들도 주민들의 수용성 문제를 과제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현지 주민들과 진정성 있는 관계 형성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전원주택 단지나 살아보기 체험 공간만을 조성할 경우 오히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경기도에서 지원한 클라인가 르텐 사업을 시행한 사례 마을에서는 지역사회와 연계되지 않는 주거공간 조성만 으로 그치면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실패한 경우도 있다.36)

다섯째, 여러 마을 사업들의 활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관계 인구 범위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기존 주민 이외에 도시민이나 방 문객, 잠재적 귀농·귀촌인, 외부 지원 조직 등 다양한 주체들이 공동체 사업에 참 여하는 사례를 볼 수 있었다. 또한 양평군 수미마을 사례와 같이 인근 농산어촌 마 을에 거주하는 주민이 공동체 사업의 핵심 주체로 역할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 다. 공동체의 개방성, 포용성을 갖추고 마을 사업 추진 시 다양한 관계인구가 참여 할 수 있는 활동 영역을 찾아서 역할을 발휘할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앞으로 요구

35) 참고로 전남지역 패널 마을 중 하나인 나주시 남평읍 남석3리(상남마을)의 경우, 두드러진 도농교류 자원을 지닌 마을은 아니지만, 마을 리더 주도로 주민 대상 공동체 활동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외부 출향민과도 긴밀한 연계를 이루어 마을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마을에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출향 민과 후손들을 위해 마을 번영회 회장을 중심으로 조합 방식으로 자체 재원을 마련하여 40가구 규 모의 전원주택 조성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2020년 9월 남석3리 이장 인터뷰 내용).

36) 패널 마을인 양평군 수미마을, 연천군 새둥지마을에 조성된 클라인가르텐의 경우도 효과적인 운영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아 활성화되지 못하였다. 새둥지마을 클라인가르텐은 결국 사업 운영을 중단

되는 과제인 것이다. 수미마을 등의 사례에서와 같이 외부 인적 자원이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구조를 형성하는 시도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관계인구 확대와 함께 촉발되는 변화들이 반드시 전통적 마을 공동체 를 재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도농교류 사업이 활발히 이루어 지는 여러 마을에서 공동체 차원의 활동 영역보다는 개별 경제활동 영역이 활성화 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37) 이에 따라 기존 마을 단위에서 담당해야 할 공 동체 활동의 영역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향후 지속적인 모색이 필요하다. 그동 안 도농교류 활동을 활발히 추진해왔던 여러 패널 마을들 중에서 고령자 돌봄과 관련되는 시설 도입 및 활동 구상을 가지고 있는 사례들이 있는데,38) 장래 농산어 촌 마을 공동체 기능과 관련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관계인구의 저변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주인구뿐만 아니라 관계인구로 인해 과소화 마을을 비롯한 농 산어촌 마을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귀농·귀촌인이나 관계인 구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 상당수 응답자들이 마을 방문, 체류, 이주를 이끌었던 요인으로 농산어촌의 자연환경, 경관을 답하였다. 관계인구의 방문, 체류, 활동이 두드러지는 곳은 농산어촌다운 환경·경관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 다. 현재 농산어촌 방문, 체류, 거주를 희망하는 도시민 요구에 대응할 뿐 아니라 앞으로의 잠재적인 관계인구 저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농산어촌이 지닌 자원을 보 전하고 가치를 높이는 활동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공동체의 개방성과 포용성도 확장될 수 있다. 밀양시 용소마을 등의 사례에서와 같이 도농교류 프로 그램 운영을 통해 농산어촌 자원 보전을 위한 마을 외부의 관계인구를 확보하고 이들이 공동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주민들의 노력이 요구된다.

37) 이와 관련해서 제주도 마을들의 변화 양상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육지에 비교해서 마을 공동체 규 모와 역할, 사업 범위 등이 월등히 큰 제주도의 마을들에서도 주민 개개인의 소득은 증대되지만 공 동체의 소득 기반은 계속 줄어들고 활동 영역도 축소되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된다(서귀포시 한남리 마을 리더 인터뷰 결과).

이처럼 농산어촌이 지닌 고유한 자원과 가치를 보전하고 살리는 일을 제도적으 로 뒷받침하고자 농촌공간계획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최근 진행되고 있다. 마 을의 쾌적한 주거환경을 유지하고 특별히 보전 가치가 높은 자원을 살릴 필요가 있는 곳을 ‘농촌형 용도지구’ 등으로 지정하는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다(송미령 외 2021a). 예컨대 밀양시 용소마을이나 함안군 대촌마을과 같이 전통적 농법에 바탕을 둔 토종벼가 재배되는 다랑논 분포 권역에 대해 농촌형 용도지구 중 농업 유산지구 등으로 지정해서 보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39)

39) 농촌의 용도지역 세분이나 농촌형 용도지구 도입 등과 같은 구체적인 농촌공간계획 제도화 방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