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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1. 선행연구 검토

1.1. 농산어촌 마을 변화 연구 동향

농산어촌 마을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2000년대 이전 산업화 시기와 2000년대 이후 연구로 대별된다(송미령 외 2020). 2000년대 이전의 연구들은 근대화·도시 화에 따른 농산어촌 마을의 특징적 변화에 대해 주목하였다. 그래서 젊은 인구 유 출과 생활양식 변화에 따라 전통 농산어촌 사회가 해체되고 마을의 공동체성이 약 화되는 현상을 주로 논의하였다.

근대화·도시화에 따른 농산어촌 마을의 변화를 장기적으로 살펴본 연구는 한 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년 사업’ 연구3)와 농촌진흥청의 ‘농촌생활 장기변화 연 구4)’가 대표적이다. 20년 사업 연구에서는 충남지역 사례 마을 네 곳을 사회·경 제·공간적 측면에서 다각도로 살펴보면서, 농업 위상의 축소와 소농 해체, 전통 사회조직의 붕괴 등을 진단하였다.

3) 최양부·오내원. 1986. 뺷한국 농촌 사회경제의 장기변화와 발전 1985~2001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4)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 농촌자원개발연구소(편). 2004. 뺷농촌생활 장기변화 연구: 대구·낙동

또한 산업화 시기 농산어촌 마을의 인구․가구 구조 변화, 마을조직 변화에 중점 을 둔 연구가 다수 진행되었다. 최양부(1985)는 마을 차원의 공동 영농활동이 개별 농가 단위로 변화되면서 농업 기반의 자족적 생활양식이 해체되었다고 진단하였 고, 정명채 외(1995)는 농산어촌 마을에서 탈농과 비농가 증가로 인해 농가 비율이 감소하고 있음을 제시하였다(송미령 외 2020). 윤원근·이상문(1995)은 농업 기반 마을경제의 근간을 이루던 수리계, 쌀계 등 상호부조형 경제조직이 상당수 퇴조되 었음을 밝혔으며, 김일철(1999)은 대동계, 향약 등 마을 전통조직이 마을회의와 마 을총회 등 근대 조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혈연성을 탈피하여 사회적 이해가 중 시되는 조직으로 변화함에 주목하였다(송미령 외 2020).

2000년대 이후 최근까지 마을 연구는 귀농·귀촌 증가, 인구 과소화, 정주환경 정비, 공동체 활성화 등 특정 이슈에 대응한 실천적 활동에 관심을 둔 연구들이 진 행되었다(송미령 외 2020). 조영재 외(2015)는 일본의 한계마을 대응 정책을 참조 하여, 복수 마을을 연계한 한계마을의 재편 방안을 유형별로 제시한 바 있으며, 양 병찬(2008)은 홍동면의 풀무교육공동체 사례를 통해 지역교육공동체 형성 가능 성을 탐색하였다(송미령 외 2020).

이러한 흐름과 다소 다른 차원으로 마을에 대한 정부 투자가 집중되었던 2000년 대 초반에는 정부 사업이 추진되는 마을들을 대상으로 한 개발계획 수립 또한 마 을개발에 관련한 논의의 한 축을 형성하였다(송미령 외 2020). 대표적으로 박시현 외(2002)와 송미령 외(2002)에서는 2002년 행정자치부의 아름마을가꾸기시범사 업 추진 마을로 선정된 바 있는 강원도 양양군 송천리와 충북 보은군 구병리에 대 한 마을 단위 개발계획을 수립하였으며 이들은 마을의 자연적, 물리적, 사회·경제 적 현황을 분석하고 주민의 수요를 조사하여 적합한 시설과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 고 운영 방안을 제안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송미령 외 2020).

다른 한편, 농촌개발에서 주민 참여 접근의 중요성을 실증한 송미령·성주인 (2004)의 연구에서는, 정부의 마을개발사업이 투입된 20개 사례 마을을 대상으로

사업 성과와 주민 참여 간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여 내생적 농촌개발사업의 효과와 중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송미령 외 2020).

기존의 연구들이 몇몇 사례 마을을 중심으로 특정 주제에 집중하여 실태를 살 펴본 데 반하여, 2015년부터 5년 동안 수행한 성주인 외(2019)는 농산어촌 마을의 변화 실태를 다양한 유형의 사례 마을 분석을 통해 고찰하고 최근 농산어촌 마을 의 변화를 이끈 요인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였다(송미령 외 2020). 이 연구를 통해 과거와 달리 새롭게 인구가 유입되면서 활성화되는 마을이 늘어나고 있으며 인구 구성 변화에 따라 마을의 기능과 조직, 물리적 환경이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음을 밝혔다(송미령 외 2020).

1.2. 농산어촌 마을 변화의 다양성과 수요 다변화

시대에 따라 농산어촌 마을의 변화 경향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각 시기별로 마을 변화 경향을 유형화하고 유형별 수요에 따른 마을 개발 과제에 관한 연구가 수행되었다. 전체적으로 대도시 접근성을 농산어촌 분화의 주요 변수로 설정하여 근교지역, 일반지역(또는 중간지역), 원격지역 등 마을 입지 조건을 기준으로 현 상을 고찰하는 연구 전통이 그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마을 연구가 부족한 가운데, 원격지역 인구 유입 증가, 동 일 지역 내에서의 마을 분화 등 보다 복합적인 마을 변화 현상에 주목하는 연구 들이 단편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박시현 외(2000)는 마을을 지리적 특성 (근교, 일반, 원격)과 정책적 특성(자연마을, 정비사업 시행 마을, 환경농업지구 지정 마을)을 이용하여 유형화하고, 각 유형별 사례 마을을 선정·조사하여, 사례 마을별 현황과 문제점, 정비 기본 구상과 정비 과제를 제시하였다. 다양한 농촌 마을 정비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농촌 마을 정비의 정책 목표와 정책 추진 방식, 정비 프로그램의 개선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송미령 외(2002)는 농촌의 입지 요인과 도농 관계를 중심으로 도시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지역별로 다양한 모습으로 분화해간다는 점을 요인 분석을 통해 밝혔다. 이 연구에서는 각각의 지역 유형에 따라 농촌의 발전 방향 및 계획, 제 도가 달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도농복합 형태의 근교 농촌에서는 각종 기반시설 및 광역시설의 입지와 관련하여 나타날 수 있는 이해와 갈등을 행정 적으로 원활히 조정하는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서 제시되었다. 일반 농촌지역은 계획적인 토지이용 질서를 구축하는 과제보다는 농촌의 정주 기반이 약화되는 상황에 대응하여 지역의 활력을 유지하는 과제가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원격 지역이면서 농업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들은 관광이나 도농 교 류 활성화를 위한 자연자원과 경관의 보전 등의 정책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 장하였다.

특정 사례 마을 중심 연구에서 나아가 전국 단위 농산어촌 마을 변화 분석을 위 해 성주인 외(2019)는 대표성 있는 20여 개 농산어촌 마을을 인구, 기능, 조직, 물 리적 환경 변화 측면에서 고찰하였다. 전국적인 교통 접근성 향상 및 ICT 기술 발 전으로 농산어촌 마을의 거리 장벽이 약해짐에 따라, 농산어촌 마을이 거시적 변 화 요구에 대응하는 양상이 다양해짐을 밝혔다. 또한 지방분권 확대 기조하에서 농산어촌 마을의 발전 정책은 전국적으로 동일한 목적을 추구하지 않고 유형별 장 기적인 비전 설정과 전략 제시가 중요함을 주장하였다.

그밖에 마을에 국한된 연구는 아니나, 심재헌 외(2019)는 30년 이후 농촌 미 래 전망 모형 분석을 통해 국토와 농촌의 변화 양상에 따른 농촌 유형을 제시하 고, 예상되는 문제 및 대응 방안이 지역별로 매우 다양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분 권화 시대 다기화된 농촌 문제를 해당 지역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스 스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특성에 맞는 계획을 수립하고 과제를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1.3. 농산어촌 마을 변화의 양상: 인구 과소화와 관계인구 등장

최근 들어 농산어촌 마을 연구는 다양한 마을 유형별 변화 현상을 고찰하기보 다는 인구 유출과 주민 공동화 문제가 집약된 과소화 마을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 되는 추세가 우세하다. 특히 과소화 마을이 집중 분포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심 으로 이 문제에 대한 실증 조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에서 행정리 조사 결과를 공표하기 시작한 2005년을 기점으로 과소화 마을 문제에 대한 국내 연구가 본격화되었으며, 특히 충남, 전북 등 인구 과소화 문제가 집 중적으로 나타나는 지역에서 과소화 마을 실태를 파악하는 조사가 이루어졌다. 이와 병행하여 마을 과소화 문제를 우리보다 앞서 겪은 일본 사례들이 다수 소개되었다.

역설적이게도 과소화 마을 분포 현황을 비롯한 실태 조사, 외국 사례 고찰 등이 이루어졌지만, 마을 과소화 요인과 영향 등을 본격적으로 고찰하는 국내의 연구 는 최근까지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일본에서는 1990년대 과소집락과 한계집락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다양한 과소화 마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편 이나, 국내에 소개된 일본 과소화 마을 연구는 주로 일본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고찰하거나 대응 사례를 소개하는 데 집중한 탓으로 판단된다.

과소화 마을 대응 정책은 주로 중심지에 생활서비스 시설의 복합화·집약화, 도 농교류와 체험관광의 활성화, 지역 조직의 재생과 재편으로 구성된다(정경희 외 2014; 조명호 외 2015).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과소화 마을의 실태를 보고 그 원 인을 찾아 대응하기 위한 방안은 충분히 제시되고 있지 못하다.

그런데 정주인구 중심으로 농산어촌 마을 과소화 현상 등을 살펴보는 기존 논 의들에서는 개인들의 이동성 증대, 다지역 거주 확대 같은 변화를 온전히 반영하 지 못하는 한계가 드러나면서, 최근에는 관계인구 증대 현상에 주목하는 논의들 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농산어촌 마을 주민의 인적 구성 변화와 수요 변화, 마 을 주민과 네트워크로 엮인 외부 인구를 활용한 잠재력에 주목하는 것이다.

일본은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제2기 지방창생정책(2020~2024)을 추진하면서

정책에서는 U턴․I턴․J턴 등 이주에 의한 장기적인 정주인구의 확대와, 관광으로 방 문하는 단기적인 체류인구의 확대가 중심이었다. 최근의 제2기 지방창생정책에 서는 지역과 다양하게 연결되어 지방으로 사람과 자금의 유입을 강화하기 위한 관 계인구의 창출·확대를 강조하였다(차미숙 2020). 일본의 관계인구 확대 정책은 고향에 마음을 두고 있는 지역 밖 인재와 지속적·다층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지역에 공헌하는 인재와 고향과의 교류를 심화·지속시키는 것이 중요한 정책 목 표이다(홍근석·염명배 2019).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관계인구를 직접적인 연구 주제로 접근한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나, 성주인 외(2019)에서 농산어촌 마을 사례 연구를 통해 마을 유 형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관계인구가 존재함을 밝힌 바 있다. 특히 농산어촌 마을 을 포함한 두 지역 거주 현상이 확대되어 가고 있음을 고찰하였다. 도시근교 마을 은 인근 도시로의 통근자 비율이 증가하고, 도시민의 노후 은퇴주거지로 활용되 는데, 두 지역 거주 가구가 보유한 별도 거처는 타 시·군(59.5%), 읍 소재지(23.8%) 순으로 나타났다.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