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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과 ‘중국인 혐오’ 담론

본 절에서 다룰 내용은 코로나19 초기 한국 언론에 나타난 ‘중국인 혐 오’ 담론이다. 현대사회에서 미디어는 정보를 선택하는 권력을 소유하고 있기에 그 자체가 권력기관으로 작용하는 특징이 있다(김세은 2006: 66).

그러므로 미디어에서는 자신들이 선택하고 보도하는 언론이 가지는 힘을 의식하고 그 영향력이 곳곳에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해왔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의 재난 앞에 한국의 매스미디어 들은 한 집단의 낙인화를 앞장서서 조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연구자: 코로나19 시대에 중국인 혐오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갈명: 없지는 않아요.

연구자: 어떤 부분에서 있다고 생각되셨나요?

제갈명: 일단 언론매체를 통해서, 이제 되게 중국이 발원지인거를 사람들 에게 알려지고 나서 언론에서 비판이 되게 많이 일어났고 그리 고 sns 관련 영상들의 댓글들이 거의 대부분이 중국이나 중국인 에 대해 막말들을 되게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연구자: 현실생활에서는 어때요?

제갈명: 현실에서는 개인적으로 느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예를 들어 집주인 아저씨가 제가 해외 갔다 온 걸 알고 나서 오히려 도와

주려고 하는 게 있어요.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발발되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언론미디어에서는 신종 질병에 대한 최신 소식과 중국에서의 코로나19 형세를 집중적으로 보도하였다. 한국의 경우 중국과 지리적으로 상당히 가깝고, 중국으로부터의 이주자와 관광객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 사태를 유의하여 지켜보는 듯 했고, 특히 2015년에 메르스(MERS · 중동호흡기 증후군) 사태를 겪은 전적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 대중들의 전염병 유입 에 대한 경각심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한국에서는 SNS, 유튜브(YouTube), 일정한 공신력과 권위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대중매체들이 나서서 코로나19에 대한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하였다. 2020년 1월 19일까지 한국 언론들은 중국에서의 사태에 대해서 새로운 소식을 신속하게 보도하였다. 그러다 1월 20일 한국에 첫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나타나면서 한국의 언론사들은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방역조치도 강화되어야 한다는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하였다. 중국의 사태에만 집중되었던 기사들에 한국도 점차 내용의 중심 화제로 등장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사회의 불안과 공포가 급증한 것은 첫 사 례가 확인되고부터 일주일쯤 지난 1월 26일부터였다. 26일과 27일에 확 인된 3번째, 4번째 환자들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후 확진판정을 받 기 전까지 수일간 지역사회에서 활동한 것이 알려지면서 한국사회에 이 미 질병이 전파되기 시작했을 우려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1월 28일에 10대 일간지 중에 7개의 언론사가 일제히 “한국의 검역망이 뚫렸 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과도하게 공포심과 불안감을 자극하는 모습을 보 여주었다68). 예를 들어, 국민일보에서는 “‘우한 폐렴’ 무증상 감염자에 검 역망 속속 뚫렸다”69)는 제목으로 기사를 보도했고 동아일보에서는 “無증

68) KBS, 2020.02.09., “‘공포·혐오·분열’에 감염된 언론,”『저널리즘 토크쇼J』, <http://ne ws.kbs.co.kr/news/view.do?ncd=4378007>.

69) 국민일보, 2020.01.28., “‘우한 폐렴’ 무증상 감염자에 검역망 속속 뚫렸다,” <http://ne 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19969&code=11132000&cp=nv>.

상 감염자 비상… 공항도 병원도 뚫렸다”70)라고 기사를 내보냈다.

이렇듯 과도한 공포심을 자극하는 과정에는 중국인들의 한국 입국 목 적을 지나치게 비약하여 기사 소재로 이용하는 언론사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2020년 1월 25일에 TV조선에서는 “‘중국보다 한국이 안전’ 유커 속속 입국…관광지 ‘긴장’”이란 뉴스71)를 보도하였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기사에서는 유커(游客), 즉 중국 관광객들이 코로나19를 피해 한국으로 대피한듯한 뉘앙스로 기사를 내보냈다. 실제 중국 여행객들의 말이라며 중국인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여주고 있는데, 인터뷰 내용은 이 러했다. “중국은 (우한 폐렴이) 심각한데 비해 한국은 괜찮은 편이죠. 그 렇게 걱정되지는 않아요.”72)

그러나 이 인터뷰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신종 질병을 피해 한국으로 왔 다는 것을 설명할 만한 명확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우선, 인터뷰 한 중국인 관광객이 언제 한국으로 입국했으며, 한국으로의 여행을 어느 시 점부터 계획했는지에 대한 전후 사정이 없다. 다음으로, 중국인이 답변한 내용 어디에도 그가 중국을 피해 한국으로 들어왔다는 정보가 없다. 인 터뷰이는 현재 중국보다 한국이 안전하기에 안심한다고 말했을 뿐이다.

이 말은 그가 한국에서 관광함에 있어서 질병에 대한 두려움을 특별히 느끼지 않기에 안심이 되고 그의 예정된 여행 일정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본 기사에서는 인터 뷰 내용을 교묘하게 오도하며 마치 실제 중국인 관광객이 스스로 질병을 피해 급히 한국으로 ‘피난’ 온 것을 고백했다는 듯이 보도했다. 기사는 이렇듯 과장된 공포를 조장하면서 중국인이 한국의 안전과 방역은 고려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안전만을 도모하는 집단으로 의도적으로 타자화하 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네이버 뉴스란에 올라온 이 기사73)에는 2천 명이 넘는

70) 동아일보, 2020.01.28., “無증상 감염자 비상… 공항도 병원도 뚫렸다,” <https://ww w.donga.com/news/article/all/20200128/99415278/1>.

71) TV조선, 2020.01.25., “"중국보다 한국이 안전" 유커 속속 입국…관광지 '긴장',” <htt p://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25/2020012590049.html>.

72) ibid, 뉴스영상 00:32 쯤.

73) <https://news.naver.com/main/read.nhn?oid=448&aid=0000290749,>

사람들이 ‘화나요’를 누르고, 900개 넘는 댓글 중에 300개 넘는 댓글이 작성자 삭제로 삭제되었으며, 남은 500개가 넘는 댓글도 중국인을 입국 금지 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들로 가득 찼다. 3분의 1 가까이 되는 댓글들 이 ‘작성자 삭제’를 이유로 내용을 지워진 것은, 2020년 3월 19일부터 네 이버에서 댓글 작성자의 닉네임과 과거에 썼던 모든 댓글을 열람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함에 따라 악플러들이 공개될 부담감이 있는 악플들을 스스로 삭제했기 때문이다74). ‘작성자 삭제’가 높다는 것은 그 중에서 대 부분은 악플이거나 모욕적인 내용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 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기사 가 이뿐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김정룡(다가치포럼 운영위원장): 코로나19 사태가 한국 내에서 들끓기 시 작한 것은 구정이 지난 직후였습니다. 당시는 코로나19라고 부르 지 않고 ‘우한폐렴’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이 감염병 명칭은 중국 발 전염병이라는 어감이 강력하게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과거 중 국과 중국인(중국동포 포함)을 못 마땅하게 여겨왔던 일부 한국 언론이 마치 때를 기다렸다는 듯 한국 내 중국인 최대 밀집 지 역인 영등포구 대림동을 찾아 차별과 혐오로 가득 찬 내용의 기 사를 생산해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이 지역 중국인을 가장 혐 오스럽게 다룬 것은 헤럴드경제였습니다.75)

수많은 기사들 중에서도 중국인들의 공분을 샀던 기사에는 헤럴드경제 가 1월 29일에 보도한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이란 제목의 르포기사가 있다. 기사에서는 코로

74) 조선일보, 2020.03.19., “네이버, 뉴스 댓글 작성자 과거 댓글 공개,” <https://biz.chos un.com/site/data/html_dir/2020/03/19/2020031900230.html?utm_source=naver&utm_me dium=original&utm_campaign=biz>.

75) 「코로나 시국에서 나타난 중국인 차별·혐오 현상과 대응방안」, 『2020 다가치포럼 제2차 토론회 자료집』, 서남권글로벌센터. <http://global.seoul.go.kr/user.do?mode=vi ew&article_seq=20849&menu_id=0306000000&cpage=1&rows=&year=&month=&condit ion=&keyword=&site_code=0202>.

유튜브 방송 <https://www.youtube.com/watch?v=pfwBbNDp7-U&t=4245s>.

나19의 발생이 중국의 비위생적인 식문화와 생활습관 때문이라고 못 박 으려는 듯, 이 지역 중국인들은 위생적이지 못한 음식 판매와 부족한 위 생관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동시에 사람들이 이 시국에 마스크 도 제대로 쓰고 있지 않다고 강조하였다.

당시 중국이 세계적으로 제일 발병 사태가 심각한 위험 국가였다는 점 을 감안하면, 연구자 역시 방역의 차원에서 한국에서 중국인이 제일 밀 접해 있는 해당 지역이 어느 정도의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있었다고 생 각한다. 그러나 본 기사는 그러한 방역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작성된 내용이 전혀 아니었다. 기사는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중국인만 비위생적’

이라는 편향된 인식을 주장하며 해당 지역의 중국인들을 언제든지 집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감염원으로 치부하였다. 사태가 발생한 직후 해당 지역에 중국에 갔다 온 중국인들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명 확한 설명도 없이, 중국인 자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보균자라도 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이는 중국인에 대한 명백한 낙인이 아닐 수 없었 다.

헤럴드경제 기사가 보도된 직후, 기사 내용과 제목은 한국에서도 상당 한 반향을 일으켰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들이 나서서 중국인 혐오 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헤럴드경제 기사를 공식적으로 비판하였 다76). 한국기자협회에서도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언론이 중국인 혐오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허위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여 한국 사회의 과도한 불안과 공포를 야기한다고 비판하였다77).

논란이 지속되자 헤럴드경제는 제목을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

‘재판매 목적' 마스크 사재기 횡행”78)이라고 수정하였다. 그러나 기사에 서는 여전히 ‘우한폐렴’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가 하면 약국에서의 마스 크 품절을 당시 논란이 됐던 중국인의 마스크 사재기와 연결시켜 마치

76) 민주언론시민엽합, 2020.01.2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보도, 혐오 조장하는 언론 들,” <http://www.ccdm.or.kr/xe/watch/290026>.

77) 한국기자협회, 2020.02.05., “‘혐오’를 파는 신종 코로나 보도,” <https://www.journalis t.or.kr/news/article.html?no=47214>.

78) 헤럴드경제, 2020.01.29.,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재판매 목적’ 마스크 사재기 횡행,”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00129000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