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유학생들은 중국에 가하는 가장 심각하고도 의도적인 낙인화로
‘우한 폐렴’ 또는 ‘중국 폐렴’이라고 불리는 명칭을 꼽았다. 코로나19 사 태는 중국 우한시에서 보고된 ‘원인 모를’ 폐렴을 시작점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 같은 이름으로 명명되었었다. 그러나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병인으로 발견되면서부터는 때로 신종 코로나바이러 스(2019 novel coronavirus: 2019-nCoV)라고 불리기도 했었다.
이 신종 전염성에 공식 명칭이 생긴 것은 2020년 2월 11일 WHO가 신종 감염성 질환을 “coronavirus disease (COVID-19)”로 명명하였다고 공식 선언하면서부터였다94). ‘CO’는 코로나(corona), ‘VI’는 바이러스 (virus), ‘D’는 질환(disease)의 약자이고, ‘19’는 질병이 처음 발병한 2019 에서 따온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정식 명칭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19”로 번역하고 주로 “코로나19”로 축약하여 사용하고 있다95). 그러나 이 같은 정식 명칭이 생긴 후 일각에서는 WHO가 정식 명칭에서 중국 과 우한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중국의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불만이 나 오기도 했는데,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김수경 2020: 33). 그들은 이에 대한 중요한 근거로 실제로 지역 이름이 들어간 질병 명칭이 많은 데 왜 중국에서 발생한 질병에 대해서만 그 지역명을 쓰지 않는지에 대 한 의혹이었다.
94) World Health Organization, “Naming the coronavirus disease (COVID-19) and the virus that causes it,” <https://www.who.int/emergencies/diseases/novel-coronavirus -2019/technical-guidance/naming-the-coronavirus-disease-(covid-2019)-and-the-vir us-that-causes-it#:~:text=The%20International%20Committee%20on%20Taxonomy,t wo%20viruses%20are%20different.>.
95) 연합뉴스, 2020.02.12., “신종코로나 한글 명칭 '코로나19'…영어 명칭은 'COVID-19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01
&aid=0011395543>.
WHO가 이번 감염병의 명칭을 COVID-19이라고 정식화 한 배경에는 사실 2015년에 발표한 질병 명칭에 대한 규정이 자리 잡고 있다. WHO 는 “새로운 인간 감염성 질환 명명에 대한 세계보건기구의 모범적 실 천”96)이라는 문건을 통해, 질병 명칭에 의한 불필요한 부정적 영향을 최 소화하고 문화, 사회, 국가, 지역, 전문가 그리고 민족 집단에 대한 모욕 을 피하기 위해 질병의 명칭에 지리적 위치, 사람 이름, 동물·식품 종류, 문화, 주민·국민, 산업, 직업을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였다. 그러 므로 2015년부터는 낙인과 오명을 줄 가능성이 있는 일체 명명은 WHO 로부터 제창되지 않았던 것이다.
진솔이(韓): 일단 ‘우한 폐렴’이라는 말 자체가 저는 혐오라고 생각하는데, 원래 특정 지역의 이름을 바이러스에 붙인다거나 하는 거는 비 윤리적인 거든요. 근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한 폐렴이라는 말이 돌았고 그런 측면에서 [중국인 혐오를 드러내는] 첫 번째라고 생 각을 했던 것 같아요. [중략] 스페인 독감은 사실 1900년대 초반 아닌가요? 저는 이걸 동시대에 놓고 비교할 건 아닌 것 같아요.
1918년에 발생해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을 처음 들 었을 때 ‘우한 폐렴’과 같은 맥락으로 스페인에서 독감이 처음 발생했다 고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 독감이 어디에서 처음 시작되었 는지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증명된 바가 없다. ‘스페인 독감’으로 명명된 데에는 당시 스페인만이 이 병의 심각성에 대해 자세하게 보도하였기 때 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질병의 이름에 특정 명칭이 사용되는 것은 오히 려 그 질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은폐하고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더욱 양산하고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과 미디어 공간에서 ‘우한 폐렴’이 사용되는 맥락을 보면, 오히려 이 용어가 중국에 대한 낙인이 된다는 것을 알고 사용하는
96) World Health Organization, 2015.05.15., “World Health Organization Best Practices for the Naming of New Human Infectious Diseases,”<https://www.who.int/publicati ons/i/item/WHO-HSE-FOS-15.1>.
사람들이 더욱 많다. 심지어 그러한 효과를 조장하고자 의도적으로 이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WHO가 공식적으로 선언하였음에 도 ‘우한 폐렴’과 ‘중국 폐렴’이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하나의 이유로는 코 로나19에 대한 중국의 책임론을 주장하기 위함이다. 2020년에 미국의 대 통령이었던 도날드 트럼프(Donald Trump)가 여러 공식 석상에서 이 같 은 명칭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면서 이런 현상에 불을 지폈는데, 당시 트 럼프 전 미국대통령은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중국 바이 러스’가 부르는 것이지 인종차별적인 의도는 없다고 주장하였다97). ‘책임 론’을 이유로 낙인을 조장할 수 있다고 경고되어 온 명칭들을 사용하겠 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해당 용어들이 단순히 감염병을 지칭하는 작용을 넘어 정치적으로 오염되었음을 의미한다.
어떠한 표현에 낙인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논의는 우선 해당 표현의 대상이 되는 집단이 그 표현으로 인해 낙인을 경험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표현을 나타낸 개인과 그것을 듣는 개 인 모두 다른 감정과 인지를 경험한다고 하더라도, 대상이 된 집단 중 상당수가 낙인을 경험했다고 한다면 그 표현은 낙인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우한 폐렴’에 대해 대다수의 중국인 유학생들 은 ‘낙인’이라고 주장하였다.
류수란: 대부분 이해하는데, 제일 악질이라고 생각되는 건 ‘우한 폐렴’이 에요. 받아들일 수 없어요. 이건 진짜 악질이라고 생각해요. 정식 명칭이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언론에서 여전히 ‘중국 폐렴’
또는 ‘우한 폐렴’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저는 이건 받아들일 수 없어요. 사람들은 무고해요. 우한이 폭발한건 제가 원한 게 아니 에요. 이로 인해 가족을 잃고 친구를 잃고 많은걸 짊어지게 된 건 우리가 원했던 게 아니에요. 그렇잖아요? [중략] 왜 이런 차 별 대우(歧视)와 모욕(侮辱)을 감당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우 리가 뭘 잘못했나요?
97) 연합뉴스TV, 2020.03.19., “트럼프 ‘코로나19는 중국바이러스’ 연일 中책임론,” <http s://m.yonhapnewstv.co.kr/news/MYH20200319019400038>.
중국인 유학생들이 처음부터 ‘우한 폐렴’을 모욕적인 명칭으로 인식했 던 것은 아니었다. 뭐라고 지칭해야 할지 몰랐던 사태 초반에는 중국 내 에서도 이 같은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이것이 낙인으로 다가온 것은 국제적 기구인 WHO가 명칭을 제정하고 기존 명명법의 낙인 효과에 대해 당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여 전히 그 명칭을 사용한 시점에서부터였다.
2020년 5월에 중국인 유학생 단톡방에 하나의 제보가 올라왔다. 왜 90*동의 엘리베이터에 여전히 ‘우한 폐렴’이라고 명시되어 있는 공지가 붙어있냐는 것이었다. 이 제보에 대해 몇 명의 유학생들은 사실 그곳뿐 만 아니라 학교 내에 여전히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중국’이 명시되어 있 는 포스터들이 존재한다고 불편함 감정을 내비쳤다. 연구자와 같은 중국 인 유학생 단톡방에 있는 리슈잉도 이 사건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토로 하였다.
리슈잉: 초기에는 그렇다고 해요. 초기에 세계위생보건에서도 우한폐렴이 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으니까, 코로나에 학명을 만 들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해요. 제가 이해한다고 해요. 그런데 이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 물건을 떼지 않고 계속 놔두고, 우리가 일어서서 말하지 않았으면 아마 지금도 거기에 붙어져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아이고 화가 났어요. (웃음)
[그림 8] 2020년 5월 31일, 기숙사 엘리베이터 안 공지
2020년 5월 31일은 코로나19의 정식 명칭이 제정된 지 3개월이 넘어가 던 시기였고, 중국에서의 코로나19 사태가 많이 진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발병지역이었던 후베이성과 우한시에 대한 봉쇄도 해지된 이후의 시점이 었다. 그러므로 중국인 유학생들은 중국이 코로나19를 진정시키고자 부 단히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붙어있는 저 안내문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