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가 본 연구의 연구참여자들을 기숙사 거주생으로 선정한 데에 는, 자국인과 외국인 학생을 분리하지 않는 서울대 기숙사의 특성상 한 국인과 중국인 학생들의 학업 외 생활환경에서의 마주침으로 인한 교류 또는 갈등 상황을 알아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연구자는 점차 두 집단의 접촉으로 인한 관계 양상 보다는 생활반 경을 공유하는 기숙사 공동체임에도 불구하고 관계 단절이 일어나고 있 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연구를 진행함에 따라, 중국인 연 구참여자들이 직접적인 혐오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이러한 배경 속에서 나타난 것임을 파악하게 되었다.
서울대 대학원 기숙사는 1인실, 2인실, 4인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에서 2인실이 제일 많고, 4인실은 글로벌동에만 있다. 그러나 2인실은 방 중간의 가림막커튼으로 원할 때 공간을 부분적으로 분리하는 구조지만, 4인실은 4개의 방들이 자체적으로 분리된 전혀 다른 공간적 구조를 가지 고 있다. 비록 4인실은 화장실과 샤워실 그리고 냉장고가 공동 공간에 위치해 있지만, 개인 방의 크기나 내부 배치는 방에 화장실이 제외된 고 시원과 비슷하다. 그러므로 실질적으로 룸메이트와의 접촉 및 교류가 일 상적으로 행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 것은 2인실뿐이라 하겠다.
일반적으로 서울대 기숙사의 방배정은 소속 대학 또는 학과, 학년과 상관없이 오로지 성별에 의해 랜덤으로 행해진다. 지인끼리 서로 룸메이 트 지정 신청을 하여 한 방에 배정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매년 전체 신청 때에만 가능하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경우, 룸메이트가 되는 사생들 은 같은 방에 배정받음으로써 서로 얼굴을 트게 된다. 그러나 대학교 일 정은 고정된 스케줄이 아닌, 자체적으로 짜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룸메이트라 하더라도 서로 방에서 대면하는 시간은 제각각이다. 더욱이 바쁘게 학업을 수행하는 대학원생의 경우에는 우정을 쌓을 기회와 시간 은 물론이고 서로 대면으로 교류할 시간조차 넉넉하지 않다. 만약 생활
하면서 서로 다른 생활습관으로 인해 마찰을 겪는 경우가 있다면 그 관 계는 누군가 퇴실하기까지 줄곧 냉랭할 가능성이 크다.
연구참여자들 중에서 룸메이트와 잘 지낸다고 말하는 경우는 대체적으 로 친구가 되었다기보다는 종종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대화를 나누고, 가끔 기숙사에서 함께 밥을 먹는 괜찮은 관계의 유지를 의미하고 있었 다. 혹자는 룸메이트와 불화가 있었던 적이 있다고 하였는데 그럴 경우 그들은 서로 터치하지 않는, 단지 방을 나눠 쓰는 사람으로만 상대방을 인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굳이 마찰이 없다고 하더라도 연구참여 자들은 많은 경우 필요한 대화 외에는 자기만의 일을 하는 것으로 보였 다. 그리하여 기숙사 거주가 중국인 연구참여자들에게 보다 심리적 안정 감을 주는 측면이 있지만 한국인 학생들과의 관계 양상을 놓고 봤을 때 학교 밖 거주보다 훨씬 많이 오고가는 것이 있다고 보이지 않았다.
기숙사에 거주하지만 한국인 학생과 관계 단절이 일어나는 현상은 기 숙사에 거주하는 중국인 학생들끼리는 서로 잘 교류한다는 점에서 분명 하게 대비되는 부분이었다. 기숙사 생활에 대해서 말할 때 중국인 연구 참여자들은 종종 중국인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거나 조리실에서 해먹기 도 한다고 언급하였는데, 한국인 연구참여자들 역시 이를 중국인 유학생 들의 특징으로 언급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현상은 코로나19가 발생함에 따라 더욱 뚜렷이 나타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인 유학생들은 최대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고자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기숙사에서 보내게 되었다. 기숙사 내 에서의 교차 감염을 막고자 기숙사 측에서 학교 안에서 확진환자와 같은 시간대에 같은 장소에 있었을 시 늦어도 그 다음날까지 코로나19 선제검 사를 받을 것을 요구하였기 때문에 반복되는 선제검사의 귀찮음에서 벗 어나기 위한 조심성이 결부된 부분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중국인 유학생 들이 밥을 기숙사에서 해결하는 경우도 전보다 많아졌고, 그 과정에 기 숙사 내에서의 중국인 친구들과의 교류 또한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반 면에 연구실에도 잘 가지 못하고 수업도 줌(zoom)으로만 이루어지다보 니 한국인 학생들과의 교류는 자연스럽게 더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하여
코로나19 시기 중국인 유학생과 한국인 학생 사이의 관계는 눈에 띠게 교류 단절 양상을 보였다.
김지영·이재일의 증오범죄에 대한 실태조사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 한 외국인 중 과반수는 가해자가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람이라고 답하였 다(2011: 109). 우충완·우형진(2014: 212)의 연구에서도 한국인들이 이주 노동자와 접촉 정도가 많을수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높게 나타냈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토마스 페티그루 (Thomas F. Pettigrew)는 외집단에 대해 안다고 해서 외집단을 향한 내 집단의 편견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내집단과 외 집단의 접촉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편견의 강화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며, 낙인찍힌 외집단에 대한 공감(empathy)과 두 집단 사이의 우정(friendship)이야말로 진정으로 편견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요소라고 주장하였다(Pettigrew 1998: 70-73).
결국, 중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인 학생과 교류를 하지 않기 때문에 혐 오를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못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해도 교류도 없이 접촉에 의한 만남만 있는 목전의 중국인 유학생과 한국인 학생의 관계 자체가 직접적인 혐오 양상이 드러날 수 없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코로 나19 전에도 직접적인 혐오가 부재했던 이유도 두 집단의 교류는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단절되는 양상을 보여 왔기 때문이었다.
림미인: 예전에는[학부생 때] 공부가 그냥 생활의 70% 정도 차지하고 다 른 활동들을 할 시간과 흥취가 있었어요. 예를 들면, 시간나면 여행 간다든지요. 다른 나라 사람들이랑 교류할 기회도 많았고 요. 근데 대학원생이 되니까 거의 모든 시간을 공부에 쓰고 학교 밖을 나가 돌아볼 기회도 별로 없고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요. 거의 학교에 있어요. 일반적으로 중국인 동기들과 자주 어울리고 연구실이면 동기 분들과, 아니면 같은 지도교수님의 제자들이랑 가끔 교류하구요. [중략] 대학원생이 되고는 대부분 중국인이랑 교류하고 중국말 할 때가 많고 [교환 때랑 비교해보면] 오히려 한국인이랑 대화할 기회가 적어지고 거의 없어요.
이수혁(韓): 근데 그건 있었어요. [학부생 때] 같은 과에 한국인 애들보다 는 다른 과의 중국인 사람들하고 더 잘 어울리는. [중략] 한국사 람 몇몇이 그 [중국인] 친구랑 잘 지내보려고, 친하게 지내보려 고 노력을 하는데 힘이 든다고 [했어요]. [중략] 한국인 친구들과 그룹 지어지는 거를 원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한풀잎(韓): 우리 과에서 중국인 유학생의 문제라고 한다면 사람들이랑 친하게 지내지 않는 모습 되게 많아요. 그들끼리만. [중국인 유 학생끼리만] 엄청 친해요. 정말. 그때 처음 본 사이인데도 엄청 친하게 지내고 저희가 보통 밥을 먹으러 갈 때 같이 먹자고 하 는데 거절을 정말 많이 하죠. 친해질 틈이 없죠. [중략] 시켜 먹 자고 해도 그렇고 학식 먹자고 해도 그렇고 참여를 잘 안 해요.
불편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저는 그들의 문화를 잘 몰라 서. 그리고 참 한국어를 거의 못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애초에 어떤 기준으로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한국어를 잘 못하 셔서, 그럴 수도 있죠, 그래서 저희랑 더 잘 안 어울린다는 느낌 도 있어요. [학과에서 영어보다 한국어를 많이 쓰는데] 메일이나 공지 같은 건 잘 습득하시는데 대화를 잘 안 해요. 우리가 물어 보거나 해도 그냥 예, 아니오 정도?
한국인과의 관계 맺기를 소극적으로 대하는 것은 대다수의 중국인 유 학생들이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그들은 그 이유 중 하나로 학업에 대한 부담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인 연구참여자가 중국인 유학생들과의 교류가 어렵다고 주장했듯이, 중국인 연구참여자들 중에도 한국인과의 교류에서 자신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했음을 표명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혹자는 혹시나 편견어린 시선으로 자 신을 볼 것이 염려되어 한국인과의 관계 맺기가 신경 쓰이기도 한다고 설명하였다.
교류 자체가 단절되는 양상을 보이다보니,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 서로 터놓고 논하는 경우는 더욱 없었다.
최한석(韓): [예민한 주제에 대해서] 제가 안 하려고 하죠. 왜냐면은 사 실 뭐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아, 오늘 미세먼지 진짜 많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지 “아, 중국에서 미세먼지 또 내려왔어.”
이렇게는 얘기를 안 하죠. [중략] 저는 감추는 게 맞다고 생각해 요. 만약에 상대방이 먼저 그런 얘기를 한다 그러면 얘기를 하겠 죠. 저도 같이 그거에 대해서. 근데 제가 먼저 그거를 꺼내고 싶 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민감한 주제인걸 아니까. 같이 대화하는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할 수가 있죠. 그래서 잘 안하게 되죠.
[중략] 평상시에 만나는 친구들은 토론을 하려고 만나는 게 아니 잖아요. 이런 이슈 자체가 민감한 주제라는 건 그 친구들도 알 거란 말이에요. 그러면 그 친구들을 만나 면은 평상시가 아니라 뭐 이제 공적인 자리, 토론하는 자리라든가 그런 데서 학술적으 로 얘기를 하면서 대화를 해야지 어느 정도 자료 준비를 해서 할 텐데. 평상시에 하면 감정싸움밖에 안 되거든요. 그래서 좀...
류걸 : 중국인에 대해서는 [혐오에 관해서 한국인과] 별로 말을 안 해본 것 같아요. [중략] 중국인은 말하기가 좀… 상대방한테 왜 나를 싫어하냐고 묻는 것 같아서 (웃음).
어느 정도의 교류가 있어도, 두 집단의 연구참여자들은 대화가 감정적 인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해 혐오와 같이 예민한 문제는 대화 주 제 자체로 고려하지 않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주제를 끄집어냈다 해서 한순간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고, 굳이 상대방의 기분을 해치고 상처를 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한 국인 연구참여자 중 한 명은 양국 간의 논쟁에 대해서 대화를 시도한 적 이 있지만 이렇다 할 교류가 이루어지지는 못했다고 말하였다.
연구자: 중국인 유학생과 이런[한국 문화를 중국 것이라고 하는] 얘기를 해본 적이 있나요?
송정서(韓): 정말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냐고 물어본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