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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4일(금), 연구자가 한국으로 입국하기 위해 비행기에 탑승 했을 때 제일 먼저 감지했던 특별한 점은 바로 탑승객이 매우 적어졌다 는 것이었다. 연구자의 고향인 연길은 중국에서 ‘조선족’ 자치구로 특정 된 연변(延邊)의 중심지로 인해 한국을 오가는 인원이 많았기 때문에 코 로나19 전 한국행 비행기는 늘 만석이었다. 꽉 찬 비행기에서 혹시나 옆 사람을 치거나 불편하게 만들까 봐 조심조심했던 것과 달리, 그날 연구 자는 3자리를 혼자 독차지하는 뜻밖의 혜택을 누렸지만 비행 내내 얼굴 을 막고 있는 마스크와 혹시 모를 감염 가능성을 대비하기 위해 늘 긴장

한 상태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그렇게 마음이 편한 비행시간은 아니었 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처럼 여러 자잘하다고 볼 수 있는 변화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 항공 편이 언제 취소될지 모르는 불안함에 떨고 있던 연구자로 하여금 “정말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했구나.” 라고 느끼게 해준 것은 승무원이 건네준 한 장의 ‘건강상태 질문서’였다.

한국은 21일 내 검역감염병이 유행하거나 유행할 우려가 있는 국가 또 는 지역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건강상태 질문서’를 의무화하고 있다.

2020년 1월 28일 한국의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는 중국 내에서의 질병 사태가 엄중해지고 그에 따라 한국으로의 유입 가능성도 증대되었 기에 중국 전역을 검역대상 오염지역으로 지정하고90), 앞으로 중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여행객은 건강상태 질문서를 작성한 후 입국 검열을 지날 때 검역관에게 제출하도록 결정 및 실행하였다91). 건강상태 질문지 아랫 부분에는 “건강상태 질문서 작성을 기피하거나 거짓으로 작성하여 제출 하는 경우 「검역법」 제12조 및 제39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 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라고 명시하여 미리 성실하 게 작성하지 않는 여행객들에게 그 후과를 알려주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건네받는 건강상태 질문지는 중국발 특별입국절차의 첫 단 계였는데, 비행기가 착륙한 후 공항을 빠져나오기까지 중국발 비행기를 탑승한 사람들은 일렬로 열 체크를 하고,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다운하고, 현장에서 연결 및 확인이 되는 연락처를 비롯해 한국에 서 머무르는 장소를 자세히 등록해야 했다. 이 같은 절차들은 2월 4일부

90) 전에 감염병 위험 지역을 ‘오염지역’이라고 지칭했으나, 2021년 3월 5일부로 개정된 법령에서는 ‘검역관리지역 및 중점검역관리지역’으로 변경되었다. 관련 법령-「검역법 시행규칙」(제785호)는 아래 사이트에서 자세히 열람할 수 있다. 더불어 [별지 제7호 서식] 및 [별지 제7호의2서식]에서 공항 검역에서 사용하는 ‘건강상태 질문서’를 확인 해 볼 수 있다. <http://nqs.kdca.go.kr/nqs/quaInfo.do?gubun=law&subGubun=regulati on>.

91) 질병관리청, 2020.01.26.,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국내 발생 현황(1월 26일, 사례 정의 확대),” <http://www.kdca.go.kr/board/board.es?mid=a20501010000&bid=0015&ac t=view&list_no=365874>.

터 중국 후베이성으로부터의 입국을 금지하는 동시에 후베이성 외의 지 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특별입국절차92)를 도입한 결과였다.

제갈명: 비행기 내리고 나서 이제 우리한테 목걸이 같은 걸 줘요. 종이로 뭐 쓴 거. From China 이런 거 따라서 갔는데 물론 중국은 당 시에 가장 큰 발원지이고 코로나가 가장 심각한 나라이긴 한데 저렇게 뚜렷하게 표시되어 있다는 것은 사실 코로나 때문에 어 쩔 수 없는 거긴 한데 그래도 제가 거기서 왔다는 거를 뭔가 너 무 낙인찍힌 느낌이라고나 할까? 뭔가 다들 보이니까. “아, 그 사람들 다 중국발 비행기 타고 온 사람이다.” 이거 하나는 시선 이 안 갈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이게 차별은 아닌 것 같고 방역을 위해 필수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약간 개인적으로 그런 감정이 없지는 않은 것 같아요. 불편하지는 않아요. 필요하니까.

중국발 탑승객 전용 입국절차 통로는 열 체크 카메라가 설치된 지점에 서 시작되었다. 특별히 독립적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었고, ‘시 작 지점’ 조금 앞에는 ‘중국’이란 글자와 화살표가 그려진 포스터가 그 시작점을 안내하고 있었다. 다른 국가에서 입국하는 여행객들과 크고 긴 통로를 함께 걷다가 포스터 지점부터 중국발 탑승객들만 한쪽으로 치우 쳐 안내를 받다 보니 중국인이라는 신분이 한순간 확연히 드러나는 공간 적 구조였다. 그러다보니 그 순간 중국인들은 자신이 코로나19 최초 발 생국가 출신이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확인하기보다 확인당하는 상황이었 던 것이다.

장민 : 공항에서, 그때 외국은 [코로나19]가 없었잖아요. 마치 그들은 우 등한 사람들인 것처럼, 몸에 절대 세균이 없고, 저희는 모든 사 람이 다 의심받아야 하는 것처럼 그랬어요. 왜냐하면 중국인이 독자적인 통로를 걸었잖아요. 다른 외국인들은 완전히 자유롭게 내보내고. 그런데 어떻게 그 사람들이 전혀 없다고 알 수 있어 92) KBS 뉴스, 2020.02.02., “중국 전용 특별입국절차 신설…중국인 유학생 지원단 구성,”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4373398>.

요? 그렇지 않나요? 리스크가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외국에서 오는 사람이면 정도는 달라도 그래도 열은 쟀어야 했다고 생각 해요. 마치 그 사람들은 완전히, 절대로 없는 것처럼 하고. [중 략] 저는 집에 한 달 가까이 있으면서 어디에도 가지 않았고 저 스스로도 그렇게나 조심했는데. 제가 오히려 감염될까 봐 무서운 데, 그들은 저희를 바이러스인 것처럼 보고, 그런 대우는 별로 좋지 못했어요. [중략] 마치 두 개의 세계에 있는 사람 같았어요.

[중략] 물론 나오면 다들 같았죠. 딱 공항 그곳에서 좀 어색했어 요. 저는 열도 없었고, 오랫동안 밖에 안 나갔고 다른 사람 접촉 한 적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심사 받듯이 질문 받으니까. 이해해 요, 이해하는데 그냥 조금 불편했어요.

메리 더글라스는 『순수와 위험』에서 오염물은 그것이 위치하는 체계 적 질서 속에서 오염원으로 규정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신발은 식탁 위 에 있기에 더러운 것이고, 음식은 옷에 흘렀기 때문에 더러운 것이라고 말이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공항에서의 특별입국절차를 이해하지만 그럼 에도 불편했던 감정이 들었던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중국 내에서 똑같은 방역 과정을 거쳤다면 그들은 다소 귀찮을 수 있어도 결코 낙인 찍힌 감정을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공항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들은 다른 외국인 여행객들과의 대비 속에서 ‘코로나19 발생지역 에서 온 중국인’으로만 규정된다. 공항 안에 설치된 ‘질서’ 속에서 중국인 들은 ‘잠재적 바이러스 보균자’로 위치지어 졌고 그 일련의 입국 절차들 을 하나하나 통과할 때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한 번 또 한 번 확인받아야 했다. 더욱이 열 체크 이후의 입국 절차들은 보다 까다롭게 더디게 진행되었다.

특별입국 통로에 들어설수록 3, 4명이서 걸어도 충분했었던 공간은 점 점 좁아져 사람들이 일례로 줄을 서서 다음 절차를 기다려야 했다. 그 기다림이 결코 짧지 않았던 이유는 ‘자가진단’ 앱을 다운하고 설치한 후 검역관들에게 확인 받는 과정에서 스마트폰이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이 앱 설치에 애를 많이 먹었기 때문이었다.

[그림 3] 연구자 스마트폰 속 ‘자가진단’ 및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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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스마트폰 앱으로 개발한 ‘자가진단’ 앱은 중국에서 입국한 후 자체적으로 14일 동안 매일 건강상태를 한국 보건복지부에서 확인 및 감 독할 수 있도록 보고하도록 제작된 앱이었다. 앱은 ‘건강상태 질문서’에 나열된 증상 항목과 비슷한 내용으로 구성되었고 대상자는 부합하는 항 목을 체크하여 제출하면 되었다. 위에서 첫 번째 사진이 당시 연구자가 다운했던 ‘자가진단’ 앱인데, 보건복지부에서 2020년 3월 7일93)부터 새로 개발된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내놓으며 원래 사용하던 ‘자가진단’

앱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반면에,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 을 직접 다운해보니 앱은 전담공무원의 ID를 입력해야지 정식 화면으로 넘어가게 설정되었다. 새 앱에는 여러 기능이 추가되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자가격리자가 주소를 등록한 후 격리기간에 격리 장소를 이탈하면 알림이 울림과 동시에 전담공무원에게 신속하게 전달된 다는 것이었다. 이는 2020년 4월 1일부터 자가격리를 의무화면서 보다 필수적인 기능이 되었다.

어찌했든, 너무 ‘스마트적’인 방역 조치로 인해 어르신들이 입국절차에 애를 먹으면서 특별입국절차 통로는 ‘교통체증’을 일으키게 되었다. 좀처 럼 줄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자 검역을 돕는 관리자들께서는 앱 설치를

93) 안드로이드 버전은 3월 7일, 아이폰 버전은 3월 20일부터 서비스를 시행했다고 한다.

출처: 품격강남, 2020.03.11., “[안내]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 Q&A,” <https://www.

gangnam.go.kr/board/article/4398/view.do?mid=FM0507&schArticle=ARTICLE_07>.

완료한 사람들은 먼저 앞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해주셨다. 그 다음 절차는 검역관들에게 다운한 앱을 다시 보여준 후, 한국에서의 거주지를 작성하 고, 질문지에 게재한 전화번호가 유효한지 확인받는 순서였다. 검역관 몇 분이서 그 수많은 승객들의 정보를 일일이 체크하고 또 전화도 직접 걸 어 현장에서 확인하며 모든 필요한 정보에 대한 확인을 끝낸 후 검역관 들은 ‘검역 확인증’을 건네주었다.

[그림 4] 2020년 2월 14일 연구자가 찍은 검역 확인증

검역 확인증을 받아든 후 위탁수하물로 붙인 캐리어를 찾고 공항 로비 를 통하는 마지막 검역 단계에서 해당 검역 확인증을 제시하면 특별입국 절차는 물론이고 공항에서의 모든 검역이 마무리 됐다.

장민 : 그때까지는 다들 그냥 아주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교류하는 단톡 방이나 이런 걸 통해서 [정보를 획득했죠]. 어떤 좋은 사람들이 먼저 알려주고, 오기 전에 먼저 앱 다운하면 편하다거나 매일 어 떤 걸 보고해야 된다든지 또 도착한 후에 꼭 중국인 통로로 들 어가야 한다, 현장에서 전화번호 확인한다, 아니면 계속 거기에 있어야 해서 귀찮아진다든지. 중국에서는 다들 무장한 채로 있잖 아요, 서로 무서워하고, 공항이나 비행기 안에서도 다들 무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