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31일은 코로나19의 정식 명칭이 제정된 지 3개월이 넘어가 던 시기였고, 중국에서의 코로나19 사태가 많이 진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발병지역이었던 후베이성과 우한시에 대한 봉쇄도 해지된 이후의 시점이 었다. 그러므로 중국인 유학생들은 중국이 코로나19를 진정시키고자 부 단히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붙어있는 저 안내문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포스터의 텍스트만 해석하면 굳이 잘못된 부분은 없다. 2주 이내에 외 국에서 들어오는 사람은 자가격리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기 때문에 원 칙적으로 교내 출입 금지 대상이 맞다. ‘중국’도 대상자이니 포스터가 사 실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지 9개월이 넘은 시점에,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가 코로나19로 시름시름 앓 고 있는 시점에, 학교 내에 여전히 ‘중국’만이 명시되어 있는 이 같은 포 스터가 공공연히 붙어져 있다는 것은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림미인: [코로나19에 관해] 특별대우를 받는 건 이해할 수 있어요. 사람들 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니까요. 근데 신경도 쓰이죠. 따로 걸러내진 느낌(被单独挑出来的感觉)이 들어서요. 근데 나중에 계 속 이해할 수 없었던 건 한국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심해지고 다 른 나라들도 사태가 심해졌을 때도 여전히 같은 내용의 포스터 를 붙이고 있었다는 거예요. 왜 계속 중국이지? 그때 중국에서 이미 사태를 진정시켰고 학교에 도착한 학생들도 대부분 자가격 리를 거친 사람들인데 왜 포스터에는 여전히 중국만을 가리키고 있지? 대구나 다른 나라들은 쓰지 않고, 이해되지 않았어요.
[그림 10] 902동 & 905동 포스터 (2021년)
앞서 리슈잉은 “우리가 일어서서 말하지 않았으면 아마 지금도 거기에 붙어져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었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식당 문에 붙어져 있는 포스터를 본 후, 연구자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기숙사 곳곳 에 있는 이 포스터가 언제까지 붙어져 있는지 계속 관찰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2021년이 되어도 리슈잉의 말처럼 포스터들은 여전 히 자신의 자리를 사수하고 있었다.
매년 2월 말, 3월 초는 대대적인 기숙사생들의 퇴거와 입주가 이루어 지는 시기이다. 그리하여 겨울방학 끝자락에는 서울대 기숙사의 내부 구 성원뿐만 아니라 각종 공지와 안내서들이 대거 갱신되기도 한다. 연구자 는 2021년 2월말부터 3월 초까지 매일같이 기숙사 속 포스터가 여전히 붙어있는지 확인하였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안내판의 공지들이 모두 새로운 내용으로 변경되는 동안 저 포스터만이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 다. 2021년 4월 중순까지도 그러했다.
장민 : 우리 기숙사 거기, 중국 방문 후 코로나 어쩌고어쩌고 하는 그 종이 아시죠? 그 종이 아직까지 거기에 붙어있어요. 저는 이게 정말 불만스러워요. 왜냐하면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요? 반년 넘 게 지났어요. 근데 아직도 거기에 붙어져 있어요. 이런 부분은 제때에 갱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엘리베이터 안에 붙여 져 있어요. 솔직히 매일 보면서 기분이 별로 안 좋아요. 전에 단 톡방에서도 다들 말했었잖아요. 시간이 이렇게나 지나가고, 이제 중국 본지에서 새로운 확진 사례가 없는데 왜 아직도 있냐고요.
그냥 어찌하든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이 들어요(就给人 一种就是翻不了篇的那种感觉).
포스터가 주는 낙인 효과는 바로 중국인 유학생 장민이 말한 대로, 시 간이 아무리 지나도 중국은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확 인사살’ 시켜준다는 데에 있다. 그것은 중국이 아무리 자국에서 코로나19 방역에 힘을 써도 중국 밖 사람들에게 전혀 전달되지도 받아들여지지도 않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기숙사 곳곳에 붙어져 있는 저 포스터뿐만
아니라, 학교 곳곳에서 비슷한 내용의 포스터를 여전히 목격할 수 있다 는 사실이 그런 낙인을 더욱 실감나게 하고 있었다.
[그림 11] 학교 안 포스터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제작된 포스터들이 1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들이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반영해주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를 시사해주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 연구자의 중국인 지인은 연구자와의 통화 에서 한국인들이 중국의 방역을 믿는지 직접 물어보기도 했었는데, 그만 큼 중국인들도 중국 밖의 사람들이 중국에서의 방역 효과를 믿지 않는 것에 대해 깊은 ‘억울함’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아래 소절에서는 이처 럼 ‘중국 방역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 논의해보고자 한다.